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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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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난 이후로 며칠의 시간이 지나갔다.
“명심해 카스티야.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받는 거야. 다음부터는 반항을 하려면 조금 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라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알겠다니 그게 무슨 개소리야? 다음에도 반항을 하겠다는 소리야?”
[아, 아닙니다.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절대로 아닙니다. 주인님!]
“시끄럽고. 나 이번 일로 제대로 화났으니까 취임식이 끝나면 곧바로 튀어와. 지난번에는 5시간동안 예의범절을 가르쳤으니까 이번에는 10시간동안 예의범절을 가르치겠어.”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발 용서해주세요.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어이쿠, 통신이 끊어졌네.”
카스티야의 애원을 무시하고 통신을 끊어버린 류안은 두 사람의 대화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모건의 통신 화면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커피에 설탕을 3개 넣었다고 벌을 주는 건 너무하지 않나? 자네도 너무하는군. 세상에 커피에 설탕을 2개만 넣으라고 하다니!]
“죄송하지만 부하의 조련방식에 대해서는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정부수반으로 취임한다고 하셨죠? 축하드립니다. 출세하셨네요.”
[비꼬지 말게나. 에잉, 적당히 상황을 봐서 은퇴하고 대학교로 돌아가려고 했더니만 늙은이를 이렇게 부려먹다니……아니, 좀 쓸 만하다 싶은 인간들은 죄다 전범 재판에 명단을 올리고 공직자 출마 불가라고 막아버리다니……도대체 누구를 데리고 지방정부를 꾸려가라는 소리인가?!]
복잡한 이야기가 튀어나올 게 뻔했기 때문에 류안은 허겁지겁 칵테일 잔을 들어 올리면서 그에게 건배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힘내세요, 정부수반각하!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 제가 일이 바빠서 통신은 이쯤에서 그만둬야…….”
[안 돼. 통신을 끊지 말게 제발……자네의 속셈은 전부 알고 있네. 통신을 끝내고 나면 나만 빼고 신나게 놀려는 수작이 아닌가? 나도 노는 거 좋아한다네. 금방 끝내고 갈 테니까 뒤풀이 파티에 끼워주게나.]
“에이, 설마 제가 모건 선생님도 없이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설마요……저, 그렇게 치사하고 의리 없는 놈은 아닙니다.”
촤아아아악!
[끼얏호!!]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그의 뒤쪽으로 트라이져 강습함의 조종사 이반이 강력하게 분사되는 물살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가는 광경이 포착되었다.
[이런 멍청한 새끼! 대장님이 통신을 하는 도중에 누가 마음대로 아쿠아 캐논을 발사하라고 했어. 뒤풀이 파티에서 빠지고 싶어?!]
“…….”
[……늙으면……]
모건의 넋두리가 시작되기 전에 류안은 재빠르게 통신을 종료했다.
“어이쿠, 통신이 또 말썽이네. 레드폭스! 한 번도 아니고 이렇게 몇 번이나 통신이 끊어지다니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이번 주 내로 시말서 작성해서 내 책상에 올려놓게. 무슨 말인지는 알지?”
[네, 알겠습니다!]
모건에게 변명할 알리바이를 작성하라는 의미였기 때문에 수영복 차림으로 아쿠아 배드에 누워서 게임을 즐기던 그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대답했다.
[빨리 뒤풀이 파티나 시작하시죠.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습니다!!]
부하들의 재촉에 류안은 높이 30m의 다이빙 보드의 위쪽으로 걸어가면서 수영복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는 150명의 부대원들을 향해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크흠, 사랑하는, 사랑하는, 트라이엄프, 트라이엄프, 부대원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우우우우우!]
[셀프 에코 집어치워라! 본론으로 들어가라!!]
“야, 이 개자식들아! 아무리 약식으로 진행했다고 그래도 내가 오늘부터는 소령님에 대대장인데 너무하는 거 아니냐?”
[계급이 높아져도 가는 데는 순서 없지 말입니다!]
[말 잘했다. 이등별. 가라!! 방위군 최고 존엄의 위엄을 보여줘!!]
“아, 됐어. 연설이고 나발이고 집어치우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자. 노는 건 좋은데 취했다고 내 여자들한테 직접거리면 총살이야. 우리 귀요미들은 마음대로 즐겨도 되는데, 남자새끼들은 선 넘으면 조져버린다. 적당히라는 말 알지? 적당히…….”
류안의 똘끼 충만한 연설에 남자 군인들의 야유가 파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독과점이 웬 말이냐. 지역상권 보장해라!!]
[말만하면 선진병영, 풍기문란 웬 말이냐, 변태상관 물러가라!]
뒤풀이 파티를 시작하기는커녕 그대로 계속해서 말을 늘어놓았다가는 반란이 일어나서 사면초가에 몰릴 상황이었지만, 류안은 딱 한 번의 말을 보태는 것으로 그 불리한 전황을 단숨에 역전시켜버렸다.
“그래? 그러면 내가 내 돈으로 부른 파티 걸들은 전부 돌아가라고 해야 되겠군.”
[농담에 진지하게 반응하면 안 되지 말입니다.]
[세상에는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있죠. 대장님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입니다.]
[누구야? 누가 대장님의 여자들한테 직접거리고 싶다고 지껄인 거야?!]
‘굳이 찾아내지 않아도 나한테 뭐라고 지껄이던 놈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나쁜놈들…….’
로마시대의 카이사르는 개선식을 할 때 병사들이 대머리라고 일제히 디스를 하는 화기애애한(?) 풍경을 연출했다고 하지만, 소심한 류안은 자신에게 대들었던 사람들의 면면을 기억해서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다음에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연설을 끝내고 다이빙대의 끝으로 다가간 그는 술잔을 높이 치켜들면서 외쳤다.
“놀아보자, 병신들아!!”
[YEAH!!!!]
칵테일을 단숨에 들이마신 류안은 술잔을 대기하고 있던 병사에게 건넨 다음에 거꾸로 돌아서면서 자세를 잡았다.
[3, 2, 1, 네버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탕!
부하들의 외침에 맞춰서 뒤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다이빙을 시도하는 류안.
전생에서는 꿈도 꿔본 적이 없는 무모한 시도였지만 현생에서는 높아진 신체능력과 균형 감각으로 떨어지는 중간에 편안하게 눕는 포즈를 취하면서‘침대는 역시 에어스(air's)지.’라는 개드립을 치는 여유까지 부리다가 급하게 자세를 바꾸며 안전하게 착수를 했다.
풍덩!
펑!! 펑!! 펑!!
그 타이밍에 맞춰서 공중으로 터져나가는 폭죽들의 향연과 초대형 스피커로 터져 나오는 클럽 사운드.
[Hell Yeah-!!]
[DJ리틀보이. 이 미친 새끼가 조금 전에 진짜 폭탄을 터트렸잖아?!]
[끝내주는데. 완전히 CG그래픽이잖아!!]
학교 실내 수영장의 채광창을 마음대로 뜯어내고 잔디밭과 연결되어 파란색 하늘들을 수놓는 아름다운 진짜 폭탄들의 향연.
어디에서 구했는지 알로하셔츠와 삼각선글라스를 커풀룩으로 차려입은 리틀보이와 잭이 아저씨들이, 클럽의 DJ로 변신해서 흥겨운 비트와 함께 스크래치까지 긁어대며 본격적으로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으로 개장을 한 그 아쿠아 클럽의 이름은 네버랜드.
원래는 밀리안 대학교의 체육대학에 속하는 부지로 제국의 학생들의 신체능력 향상을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이었지만, 류안은 대대본부를 차린다는 명목으로 멋대로 지역을 압류하고 난 다음에 시설대의 병사들에게 집어던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솜씨를 발휘해봐. 애들아. 안전규정 따위는 무시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거야. 무슨 소리인 줄 알지?”
[WAAAGH!!!]
수영장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말에 아자아자 파이팅으로 집단의식을 고취시키면서 사흘만에 먹이를 본 늑대처럼 게걸스럽게 달려드는 병사들.
잭의 훈련을 받고 난 다음에는 많이 얌전해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범죄자 출신의 군인들이었기 때문에, 고삐를 풀어주는 순간에 곧바로 본성을 드러내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마음껏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미 제론V행성에서 사병숙소를 난교 스트립 클럽으로 만들어낸 경력이 있는 스페셜리스트들.
그들은 현란한 싸이킥 조명과 대용량의 스테레오 사운드는 물론이고 칵테일 바와 핑크빛의 거품을 뿜어내는 토네이도 욕조, 비밀스럽게 성행위를 즐길 수 있는 패닉룸, 아쿠파 캐논, 아쿠아 슬라이드, 밀림풍의 야자 가든 스트립 댄서들을 위한 쇼 스테이지, 등의 시설을 DAKKADAKKA를 통해서 불과 3일 만에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정작 그 대역사를 건설한 장본인들은 지나치게 의욕을 내는 바람에 뒤풀이 파티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나중에 대학교의 관계자들이 이 꼬라지를 보면 뭐라고 할지…….’
부대원들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대학물을 먹어본 클라크는 러브돌이 양쪽에서 풍선춤을 추는 바비큐 그릴에서 소세지와 꼬치를 돌려가며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뭘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어? 젊은 놈이 한심하기는…….”
야자수 잎으로 만든 밀림 스타일의 수영복 미녀들을 양쪽에 끼고 온몸이 키스자국으로 뒤덮인 류안이 클라크를 향해 걸어오면서 그렇게 또 시비를 걸었다.
‘저런 사람이 13구역을 구해낸 영웅이라니…….’
세상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솟구쳐 올랐지만 애써 모르는 척을 하면서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또 여성들을 그렇게 양쪽으로 끼고……사모님이 뭐라고 안 그러십니까?”
“오늘은 특별히 봐준데. 카스티야랑 3p를 하는 걸 무르는 대신에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봤어. 게다가 내가 오늘은 초콜릿 분수를 선물로 사줬거든!”
[캬아아! 미치겠다. 자꾸 먹으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달콤하지? 스피아 교관님. 교관님도 한 번 먹어볼래요?]
[스으읍, 꿀꺽. 아, 아닙니다. 상처에도 별로 안 좋고……지나친 당분은 근육에……하악, 하악.]
복부에 붕대를 감은 검은색의 수영복 차림으로 뒤풀이 파티에 참가한 스피아는 무리하면 안 된다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서 아쿠아 배드에 누워서 선탠을 하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수도승처럼 쿨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도 초콜릿 분수의 달콤한 유혹은 쉽게 참아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남자의 성욕은 여자의 식욕하고 비슷하다고 그러더니……아이스크림하고 초콜렛 분수를 사주니까 이렇게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군.’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라는 메모장에 몇 글자의 정보를 추가한 류안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익어가는 꼬치를 바라보면서 클라크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클라크씨! 여기로 꼬치구이 하나랑 맥주 한 병 배달해주세요! 아, 그리고 등에다가 오일 좀 발라주실래요?]
수영복을 풀고 엎드려서 썬탠을 하고 있는 로아의 외침에 그가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손님들 때문에 바쁜 거 안 보이십니까? 제발 직접 좀 들고 가서 먹으라고요!”
[아, 진짜. 못하면 못한다고 그러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하여간 남자새끼가 좀스럽게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기는……흥, 내가 자기 아니면 시킬 사람이 없는 줄 아나?]
로아의 대답에 일을 손에 잡지 못하면서 양손을 부들부들 떠는 클라크를 본 류안은 그가 PTSD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불쌍한 녀석.’
“맥주랑 꼬치, 그리고 오일이었지? 그 물건들 좀 줘봐. 내가 직접 가져다 줄게.”
“네?”
“걱정하지 말고 형한테 맡겨. 인마…….”
“나이는 제가 더 많은데…….”
“어허!”
“알겠습니다.”
마지못해서 건네주는 물건들을 받고 클라크의 어깨를 두드려준 류안은 그것들을 가지고, 아쿠아 배드에 엎드려서 선탠을 받고 있는 로아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어머? 대장님……꺄악!!]
[오일을 발라줄게. 온 몸 구석구석 정성스럽게……후후후후.]
한 손에는 꼬치와 맥주, 오일을,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서 어깨로 짊어진 류안은 비밀스럽게 성행위를 하기 위해서 마련되어 있는 패닉 룸으로 주저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놔, 놔주세요. 오늘은 그런 걸 할 생각이 없단 말이에요. 이런 짐승!]
로아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면서 그렇게 외쳤지만 잠시 후에는 방에서는 환희에 차서 짐승처럼 헐떡거리는 그녀의 울음소리가 방 밖으로 여과없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철퍽!
[아흑, 아흑, 하으으윽, 너무 강해요, 조금만 천천히, 하으윽, 제발 용서, 용서해주세요! 꺄으윽, 하아아악!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잠시 후.
오일을 발라주고 개운한 표정으로 방 밖으로 나오는 류안과 그의 어깨에 매달려서 축 늘어져버린 로아. 그녀를 아쿠아배드에 원래 상태로 눕혀주고 돌아온 그는 좋은 땀을 흘렸다는 듯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땀을 훔치면서 입을 열었다.
“꼬치하고 맥주 맛있더라.”
“그, 그렇습니까? 하나 더 드릴까요?”
그 날 이후로 클라크는 류안을 살짝 부러워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몇줄 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참고로 중간에 워해머 드립이 좀 들어가 있습니다.
급해서 수정도 못했어요. ㅠ.ㅠ
코멘트 답변은 오늘 밤 12시 7분에 올리겠습니다. 안 늦도록 애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