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2 ----------------------------------------------
지상편
“자, 잠깐만 탈리아, 읍."
열정적인 탈리아의 기습키스를 당해버린 류안은 붙잡고 있던 세 명의 여자들은 전부 놓쳐버리고 말았다.
“잡았다냥! 받아라, 카티아 펀치냥! 냥하하하하! 냥?! 부, 부숴졌다냥. 인간, 재, 재밌었다냥. 다음에 또 놀자냥!”
“……살았다? 지금이야…….”
[거기다 두신 거 맞죠. 거기에다가 두셨죠? 아싸! 잡았다, 하하하! 그러면 이만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그릇들이 한꺼번에 와장창 깨져버리는 것처럼, 그가 컨트롤을 잃어버리기가 무섭게 여자들은 허겁지겁 탈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다급해진 류안은 아직까지 착용하고 있는 VR헬멧으로 미니 스파이더 그룹을 원격으로 조종하면서 탈리아를 소인들에게 사로잡힌 걸리버처럼 생포하려고 시도했지만, 등 뒤의 기척을 눈치 챈 건지 아니면 키스하는데 방해된다고 생각했는지 헬멧 자체를 벗겨버리고 말았다.
추욱-.
그러자 작동을 멈춰버리는 미니 스파이더들.
‘내가 밀린다고? 아니야, S급의 성교 능력에 걸고 이대로 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 반대로 쓰러트려서 농락해주마!!’
하지만 본격적으로 전희를 시작하려는 타이밍에 탈리아는 교묘하게 입술을 떼면서 그의 이마를 자신의 이마로 슬그머니 밀어낸다.
“설마 여기서 끝내자는……흡!”
류안의 입술을 막아버리는 그녀의 검지.
“쉿, 얌전하게 들어. 안 그러면 다음에는 키스가 아니라 싸대기를 날릴 테니까.”
“그 대사는…….”
“맞아, 네가 첫 데이트에서 나한테 했던 말이야. 기억하고 있어?”
“기억하고말고. 그날 밤에는 진짜로 끝내줬으니까, 네가 도자기에다가 시원하게 볼일을 보던 모습이 아직까지도 뇌리에 선명하게…….”
“야! 하, 하여간 그놈의 머릿속은 항상 그런 쓸데없는 것만 기억하고 말이야. 내가 그 때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내 첫날밤을 물어내라고, 이 나쁜 자식아!”
“나도 첫날밤이었으니까 서로가 비긴 셈을 치는……아, 아니야.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얼굴이 붉어진 탈리아가 주먹을 치켜들었기 때문에 류안은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얌전해지며 사과를 했다.
그쯤에서는 이미 그의 정신이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상황이기는 했지만 잃어버린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하는지 잔뜩 풀이 죽어버린 모습이라서, 그녀는 류안을 완벽하게 회복시켜주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스티야를 일주일 안에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했던 내기를 기억해?”
“!! 자, 잠깐만! 여긴 누구지? 나는 어디야?!”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는 사이에 날짜기한은 이미 예전에 지나가버렸기 때문에 류안은 화들짝 놀라면서 농담으로 대충 얼버무리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나온 탈리아의 제한은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
“수작부리지 마. 약속했던 기간 연장시켜 줄 테니까.”
“……진짜?”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어린아이처럼 환해지는 모습이 좋으면서도 씁쓸하다.
그런 복잡한 심정에 사로잡힌 탈리아는 작은 심술을 부리기로 결정했다.
“응, 대신에 기한은 오늘까지라는 걸로.”
“오늘? 지금 시간이 오후 2시인데 행방불명인 카스티야를 10시간 안에 찾아내서 공략하라는 소리야? 에이, 기왕에 쏘시는 거 조금만 더 써주세요, 탈리아 사장님. 2~3일만 기한을 주신다면 조교사의 명예를 걸고 카스티야를 아헤가오로 만들어…….”
“오늘 밤 12시까지.”
그렇게 말한 탈리아는 류안의 양쪽 어깨를 단단하게 붙잡으면서 폭탄 선언을 이어나갔다.
“그 시간까지 카스티야를 찾아내지 못하면 나랑 결혼해야 돼.”
“……네?”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사랑한다, 류안!”
“어머나……가 아니라. 뭐, 겨, 결혼?!”
박력이 넘치는 남자다운 프로포즈에 자신도 모르게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던 류안이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왜, 싫어?”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아직은 기반도 약하고 정착할 준비도 모자라고…….”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게 속내가 뻔히 보였지만 탈리아의 공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자금 걱정이라면 하지 마. 누나가 적금 드는 거 알지? 집도 내가 사고, 혼수도 내가 장만해 준다. 세컨드하고 노는 것도 어느 정도는 허락해줄게. 너는 몸만 오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계집애처럼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나한테 와라. 누나가 잘해줄게. 손에 물도 묻히지 않도록 해줄 테니까…….”
두근두근.
‘자, 잠깐만. 어째서 이런 타이밍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거지? 타, 탈리아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지게 보이는 거야? 나, 나는 이런 거에 당하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제안은 고맙지만 네가 그렇게까지 희생을 할 필요는…….”
“나랑 결혼하면 집에다가 극장식 대형 스크린과 오디오를 설치해 준다. 최첨단 5D 가상현실 게임방도 만들어 줄게.”
“!!”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처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심장의 고동이 류안의 전신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누나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 봤니?”
“아니요. 믿습니다. 할게요, 하게 해주세요. 그 결혼! 헉,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후후후후후.”
계획대로라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오는 탈리아를 발견한 류안이지만 그의 머릿속은 현재, 자신의 인생에 두 번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달콤한 제안으로 패닉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탈리아의 말대로 그냥 다 때려치우고 은퇴나 할까? 전생으로 아니, 현생으로 따져도 이건 남자라면 누구든지 꿈꾸는 승리자의 인생으로 향하는 파라다이스행 열차나 마찬가지인데. 넓은 저택, 미인 와이프에 공인된 세컨드들. 그리고 자신의 취미생활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라니……아, 아니야. 유혹에 넘어가면 안 돼. 야성과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있는 늑대를 깨워라. 류안! 겨우 그 정도로 만족하고 말 거야? 그리고 모름지기 사나이라면 자신의 여자는 자기가 책임지는 맛이 있어야지. 아니,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양성평등을 외치는 사회에서 반대 케이스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나저나 탈리아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지고 믿음직스럽게……두근! 허억, 내, 내 심장이 아까부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자신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해오는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은 제안.
만약에 탈리아가 계속해서 밀어붙였다면 류안은 프로포즈를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고민에 빠진 그를 바라보고는 못 당하겠다는 얼굴로 시원섭섭한 한숨을 토해내더니 고민하는 그의 등으로 돌아가면서 살그머니 떠밀어 주었다.
“어디까지나 네가 카스티야를 공략하는 데 실패하면 결혼하자는 소리니까. 그렇게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지는 마.”
“……탈리아.”
“나랑 데이트를 하던 날에 네가 나한테 그랬잖아? 얌전하게 따라오면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자기가 세계 최고의 남자라고 말이야.”
“…….”
“그 말, 믿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저기.”
“돌아보지 말고 가, 멍청아. 남자답게 선언했으면 가서 싸우고 자신이 최고의 남자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라고! 율리안인지 뭔지 갑자기 튀어나온 엉뚱한 놈한테 주눅 들지 마. 가서 전부 때려눕히고 돌아오면 되는 거야!”
흐느끼며 호소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그녀가 어떤 마음과 어떤 심정으로 자신의 등을 떠미는지가 너무나도 절실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류안은 가식적으로도 돌아서서 그녀를 토닥여 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발할라를 처음으로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기다려 탈리아. 가서 전부 때려눕히고 돌아올게.”
자리를 털고 일어난 류안은 그렇게 맹세하면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는 글썽거리는 눈물을 닦아낸 탈리아는 씩씩하게도, 후련하게도 느껴지는 조용한 미소로 훌쩍거리면서 그를 배웅해 주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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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3구역은 일시적으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다.
그 다툼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공생관계에 있었던 정글레인저들과 레지스탕스 지도자들이다.
[더 이상의 전쟁과 전제주의는 지긋지긋하네. 공화국의 도움을 받았으니 우리들도 그들을 본받아서 투표로 13구역의 대표를 선출하지. 그리고 난 다음에는 일치단결해서 원정대를 지원하는 게 어떤가?]
이것이 레지스탕스 지도자들의 목소리로 현재 온건파의 주장으로 발전했고.
[헛소리! 제국이든 공화국이든 어차피 13구역을 진심으로 위하는 세력은 없어. 지금이야 일시적으로 공화국의 군대가 상주하고 있다지만, 언제 제국군이 이 지역을 차지할지는 모르는 일이야. 우리에게는 강력한 지도자와 강력한 군대가 필요해. 그걸로 먼저 우리들의 권리를 지켜낼 힘을 기른다! 어느 쪽을 도울지는 그 다음에 결정할 일이야!]
이것이 정글레인저들의 주장으로 강경파의 주장으로 발전되었다.
앞날이 불안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책은 강경파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지도 모르지만, 조그의 압제에서 해방시켜 준 은혜를 생각하면 배은망덕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군벌> 귀족> 평민으로 이어지는 신분사회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강력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조그에게 맞서서 최후까지 활약한 정글레인저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나마 연구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13구역이라서 온건파와 강경파가 팽팽하게 대립하다 뿐이지, 강경파의 일부는 벌써부터 자신들의 마음대로 사병들을 양성하고는 주민들에게 강제로 전쟁 물자까지 징발하면서 힘을 기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들 내부에서도 알력다툼이 벌어지면서 구역 곳곳에서 경쟁하듯이 일어나는 현상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면 조만간 봉건시대로 회귀해서 영주들이 펼치는 각축전을 재현할지도 모르는 사태였다.
[최소한 조종 장치라도 확보했으면 강경파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을 걸세. 강화몬스터 군단의 위협에서 벗어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자신들을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온건파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모건이 류안을 향해서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부 해결해드릴 테니까.”
[어떻게 말인가?]
“현재 이 난리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세 사람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할 수가 있죠. 카스티야, 조그, 그리고 카스티야의 여동생인 니나까지. 그 세 사람을 찾아내면 자연스럽게 처리되는 일이 아닙니까?”
[……크흠, 이런 말은 조금 야박하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니나양의 수색은 뒤로 미루어도 상관이 없는 일이 아닌가?]
“사실은 정 반대입니다. 모건 선생님. 사실은 그녀야말로 이 실종사건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녀를 찾아낸다면 나머지 두 사람도 자연스럽게 찾아낼 수가 있을 겁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눈이 휘둥그레지는 모건의 질문에 류안은 완벽하게 자신감을 되찾은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 전에 먼저 하나만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건 선생님, 도대체 그 니나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은 도대체 언제부터 카스티야의 여동생이 된 겁니까?”
============================ 작품 후기 ============================
1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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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후기
변명같지만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는 제가 한 설정이 아니라 책에서 읽은 내용을 불완전한 기억을 토대로 적은 내용입니다.
애매한 내용을 적어서 오해를 사게 된 점을 사과드립니다.
책을 찾아서 확실하게 수정하고 싶었는데 어디에다가 놨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책 제목도 기억이 나지를 않네요. 재미있는 천체물리학이었던가? 대충 그런 방식으로 지어진 제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 제목은 확실하게 아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출처가 확실한 지식들을 토대로 보다 충실한 설정으로 소설을 쓰겠습니다. 제가 위키 지식이나 인터넷의 지식을 별로 신뢰하지 않아서 가능하면 책이나 물리학을 전공하는 애들한테 물어보고 적었거든요.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나중에라도 저 파트는 보다 확실한 지식으로 책임지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시간도 없고 정신도 없어서.
솔직하게 말하면 생각하기도 귀찮...크, 크흠. 아, 아닙니다. 저 성실한 사람입니다.
코멘트답변
지난 편의 답변은 스킵할게요!
물고기인간// 조그랑 싸우는 데 다 써먹고 일시적으로 멘탈이 날아가버린 상황이죠. 만능은 아니라는...
제르디엘// 남자도 ㅋㅋㅋ를 쓸 권리를!
벌레// 후후후. 발로 하는 것도 괜찮죠.
Ghozt//아, 아닙니다. 약 안 먹었습니다. 헤헤헤.
시원한바람s// 정신을 4개로 쪼개면 됩니다. 간단하네요(응?)
여관집아들// 드, 드리겠습니다.
KeinHoof// 드, 드리겠습니다.
raralraral// 아닙니다. 쿠크다스 멘탈입니다(진지)
노스아스터// 솔직히 그렇게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힉//지못미 ㅠ.ㅠ
영면의삶// 괜찮습니다.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평범하게살고파// 너무 잘나서 재수없죠. 현실에서도 저런 엄친아들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의 노력이 과소평가받는 겁니다!(쓸데없이 흥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