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21화 (121/291)

0121 ----------------------------------------------

지상편

“어서 와. 탈리아, 트레이닝은 끝났어?”

“으, 응. 꺅!”

불쑥 튀어나와서 자신의 오금을 툭툭 건드려대는 물체를 발견한 탈리아가 깜짝 놀라면서 비명을 지른다.

위이이잉.

[탈리아님 지정석]

“…….”

류안이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이동식 의자가 재촉하듯이 그녀에게 달라붙는다.

어째서인지 그 자리에 앉는 게 신체포기각서에 사인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바람에 불안감이 무럭무럭 솟구쳐 올랐지만, 작은 탈리아는 용기를 내서 조심스럽게 그 위로 정좌正坐로 안착을 했다.

돌돌돌돌.

“……도와줘.”

지나가는 도중에 리어가 양손을 뻗으면서 구원을 요청해오는 모습이 눈에 보였지만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면서 외면.

쿵!

충격을 받은 그녀는 빗속에 버려진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울상을 지었지만 무럭무럭 솟구쳐 오르는 죄책감을 헛기침으로 무마하면서, 탈리아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신新인류와 퍼스트 콘택트를 시도해 나갔다.

“크흠. 재미있게 놀고 있는 거야?”

“그런가? 이게 노는 건……아, 처음에는 분명히 그런 의도였구나. 응, 잘 놀고 있어.”

“그, 그래.”

초점 없이 대답하고 있는 그의 눈동자에는 이미 생기가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히 가지 나름대로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시도하는 행동이겠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하는 짓은 서커스, 극한의 노가다, 변태 짓, 등등. 정상적인 수식어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는 기행에 가깝다.

현재 그의 오른쪽 손에는 고양이와 놀기 위해서 만들어진 낚시대가 장착되어 있다.

대상 타겟은 카티아.

“흐, 흥. 카티아는 그런 유치한 유혹에는 넘어가지 않는거다냥.”

처음에는 그렇게 저항한 모양이지만 류안은 낚시대를 교묘하게 흔들며 능수능란하게 그녀의 추적본능을 자극해 나갔다.

샥!

“냐앙! 지, 지금은 카티아도 모르게 멋대로 손이 움직였다냥. 다음에는 안 움직일 거다냥, 절대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거다냥!”

그렇게 대답하면서 양쪽 고양이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며 버티는 그녀였지만 류안은 순식간에 THE류안냥으로 빙의해서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

“그대의 꼬리에 브러시.”

“심쿵! 하다냐아아아앙. 아, 아니다냥. 저 인간은 THE 류안냥이가 아니다냥. 냐앙!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어느새 양손이 멋대로 잠자리를 향해서 휘둘러지고……기, 기다리라냥! 카티아가 잡을 거다냥!”

이성을 잃어버린 카티아는 묘인족의 자부심도 잊어버린 상태로 한동안 끌려 다녔다.

하지만 류안이 준비한 함정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냐앙? 어, 언제 카티아의 옷이 벗겨진거냥?!”

“후후후후.”

부웅- 부웅-

“옷을 입어야 되는데 냐앙! 잠자리, 잠자리가 건방지다냥!”

류안은 놀랍게도 카티아에게 낚시줄에 걸린 녹색의 가짜 잠자리를 지켜내면서도 낚시줄이 그녀의 옷 단추에 살짝살짝 걸리도록 컨트롤하며, 그녀의 옷고름을 차근차근히 풀어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신기에 가까운 조종 실력.

덕분에 그녀의 상의는 완전히 풀어헤쳐져서 폴짝폴짝 뛰어다닐 때마다 브래지어도 착용하지 않은 가슴이 드러났다가 가려졌다가를 반복하고 있는 상태.

가끔씩 이성을 되찾아서 옷깃을 여미며 부끄러워했지만 류안은 거기에서 더 진도를 나가지는 않고, 같은 행위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희생당하고 있는 대상은 리어.

정비대에서 일하던 그녀는 류안에게 납치당한 상태로 현재 예전과 똑같이 무릎에 강제로 장착(?)되어 왼손 하나의 에스테틱을 받는 중이다.

“오늘은 어떤 스타일로 만들어드릴까요 손님?”

일하러 갈래…….”

“알겠습니다. 캐쥬얼한 오피스 패션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도움을…….”

리어는 허겁지겁 방범 부저를 꺼내들었지만 소매치기 스킬을 사용해서 외부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해버린 늑대는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나갔다.

“우선은 헤어스타일부터 다듬어드릴게요. 자, 우선은 선글라스를 장착하시고…….”

“안 돼~.”

리어 나름대로는 필사적으로 양손을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뱀처럼 파고들어오는 그의 재빠른 손놀림에,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 반을 넘겨버리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강제로 착용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부의 화면으로 펼쳐지는 스타일 편람.

로아가 언제 어디서나 쇼핑을 즐기기 위해 사용하는 선글라스의 유비쿼터스 기능이지만 류안의 사용하는 방식은, 리어에게는 충격과 공포을 가져왔다.

“최근에 유행하는 스타일은 이겁니다. 모히칸, 푸들, 라이온 헤드 스타일……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고르실 수가 있습니다.”

“히끅!”

오피스 스타일은 오피스 스타일이라도, 주말 록큰롤 밴드를 운영하는 직장인들이 세기말 스타일의 언더밴드에 대항의식을 불태우며 넥타이와 정신줄을 한꺼번에 집어던져야만 할 것 같은 패션들이 주르륵 펼쳐진다.

“자, 자. 편안한 자세로 저한테 모든 것을 맡기면 됩니다. 영혼까지 제 색으로 탈색시켜 드리죠. 후후후후후.”

“캬아아아아, 캬아아아아.”

리어는 경기를 일으키면서 저항했지만 류안은 자신의 무릎 위에서 벌어지는 작은 난동을 너무나도 쉽게 제압해버렸다.

마사지, 성감대추측, 테이밍, 소매치기.

크오오오오!

그리고 흑염룡의 포위망까지.

시시각각 다가오는 악마의 손아귀에 벗어나는 데 실패한 그녀는 그에게 온갖 귀여움을 받는 가련한(?) 처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스타일 편람은 농담이었는지 언더 전사로 변신시키지는 않았다는 사실이지만, 대신에 전신 에스테틱으로 그녀를 쉴 틈 없이 농락해나갔다.

“안돼, 그러면……햐읏!”

“후후후후. 괜찮아, 오빠한테 모든 걸 맡기렴. 하악하악.”

잠시 범죄자의 숨소리를 토해내기는 했지만 류안은 예전의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사적으로 그녀를 관리해 주었다.

계속되는 작업으로 지친 몸은 마사지를 통해서 치유되고 피부는 뽀송뽀송, 얼굴에는 반들반들하게 윤기가 흐르기 시작하더니 한 술 더 떠서 손톱과 발톱까지 완벽하게 다듬으면서 봉숭아물까지 들여준다.

“……하우윽.”

물론, 그 사이사이로 가슴을 살짝살짝 어루만진다거나 성감대를 자극하는 행위들이 이어졌으며, 과도한 쾌락을 주지는 않고 단지 몸이 다르고 간지러운 수준의 미묘한 쾌락을 지속적으로 주입.

덕분에 절정에 이르지도 못하고 흥분을 가라앉히지도 못하는 미적지근한 사우나에 갇혀버린 리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전신을 꼼지락대며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마지막 희생자인 레드폭스는 류안이 머리에 쓰고 있는 고글형 VR머신으로 3차원의 체스 대전을 하고 있는 상태.

[잠깐만요. 한 수만 물러 주세요. 대장님 제발 한 수만…….]

“안 돼. 안 물러줘. 옷 벗어.”

그렇게 말한 류안은 주저 없이 나이트를 중간 층계로 움직이면서 레드폭스의 퀸을 잡아버렸다.

동시에 재생되기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영상.

[가, 가깝게 접근하지 마라. 이런 더러운 짐승 같으니라고! 감히 여를 능욕하려고 하다니……근위병, 근위병! 꺄아아악!]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말 괴물이 가녀린 여왕을 바닥으로 쓰러트리면서 외쳤다.

[푸르르르, 히히히히힝!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니삭스가 땀으로 푹 젖어있지 않습니까? 히히히힝. 역시나 여왕님의 채취는 천한 것들과는 남다른 고귀한 냄새가 나는군요. 푸흥, 푸흐흥!]

[아니, 아니된다. 니삭스만은……그 니삭스는 여와 국가의 자부심이니라. 아아아악!]

여왕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여왕의 니삭스를 벗겨버린 나이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니삭스를 양손으로 얼굴에 파묻고는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늘씬한 맨 다리로 변해버린 여왕은 그 모습에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흩뿌리면서 퇴장.

[여는, 여는……짐승에게 더럽혀졌노라. 이제는 더 이상 부군과 국민들이 볼 면목이 없구나, 흐아아앙!]

레드폭스의 표정은 여러 가지로 의미로 썩어들어 갔지만 류안은 그것을 만족스러운 듯이 가학적인 미소로 내려다본다.

그와 같이 약간은 선정적이면서도 전혀 일선을 넘어가지 않는 건전한(?)3D 체스.

약 빤 게임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이 물건은 대전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체스말도 여성체로, 남성일 경우에는 남성체로 등장하는 미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특수한 성벽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당연하게도 제정신을 가진 여자들이 이런 게임을 플레이 할리는 없었고, 남자 플레이어와 남자 플레이어가 대전을 하면 말 그대로 근육과 근육들이 수줍게 뒤엉켜지는 애니메이션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게임을 발매한 회사는 파산.

게임 자체는 인터넷 상에 무료로 돌아다니는 괴작 인디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류안은 이 게임을 제작자가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여자와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간의 아바타에 옷 벗기기 내기를 걸고 진행하는 상황.

[하하하하! 고것 참. 부드럽고 맛있어 보이는 성문이구나. 나의 이 육창으로 파괴해주마. 간다!!]

[아, 안 돼. 들어오지 마. 병졸들에게 성문이, 성문이 돌파당해 버렷!!]

추가적으로 룩을 학살해버린 류안은 질린 표정으로 서있는 레드폭스의 아바타를 향해서 조롱하듯이 입을 열었다.

“5수로 체크메이트야. 엉망진창으로 깨지고 난 다음에 벗을래? 아니면 이쯤에서 그냥 항복하고 자진해서 벗을래?”

[그, 그냥 항복하고 벗을게요. 벗으면 되잖아요?]

이미 반라상태에 있는 레드폭스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선뜻 벗을 부위를 선택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교장님이 얼마 전에 재밌는 걸 보내줬는데 말이야.”

[!!]

“잠자리에서 사용하면 아주 환상적인…….”

[우와아악! 지, 지금 벗을게요. 벗는다고요!]

류안의 협박에 레드폭스가 허겁지겁 제일 만만한 장갑을 벗어던지자 체스말들이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음담패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약 손가락 만세! 하악하악. 츄웁츄웁하고 싶다. 채액과 타액으로 끈적끈적하게 잼을 발라서 핥아먹고 싶다. 뜨겁게 맥박 치는 나의 소울 브라더를 쥐어주고 흔들어 대며 걸쭉하고 질척한 액체를 쏟아……]

[히야아악!!]

소름끼치는 사운드에 양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면서 괴로워하던 그녀는 울먹거리면서 류안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 제발 봐주세요. 대장님! 이, 이 게임은 여자 플레이어의 정신을 능욕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악마의 게임이라고요. 흑흑……더러워, 더럽다고……왜 이런 부분만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만들어 놓은 거야. 망할 제작자.]

하지만 류안은 훌쩍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한 제안을 건넨다.

“한 판 더.”

[……]

“거절하면 아까 그거.”

양자택일의 지옥에 레드폭스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현재.

“후후후후, 후후후후, 후후후후후.”

3명의 여자들을 빠져나올 수 없는 무간지옥으로 고문하고 있는 류안은 즐거워서 웃는다고 하기보다는 단지, 의무에 가까운 기계적인 웃음소리를 터트리면서 그런 행위를 동시에 실행해냈다.

그 능력이야 오른손으로는 그림을 그리고 왼손으로는 글을 썼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울고갈만한 수준이라지만, 현재 그의 모습은 아무리 자상한 부모님이라도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

“류안…….”

“응? 아, 탈리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후후후후. 내가 안 그래도 너를 위해서 준비해 놓은 게 있는데……읍.”

다음 순간에 탈리아는 류안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아버렸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오늘 코멘트는 쉽니다. 처리할 일이 많아서 머리가 태업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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