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19화 (11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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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콰앙! 콰앙! 콰앙!!

[크아아악!!]

물기둥이 수백 미터까지 솟구쳐 오르는 무시무시한 폭발에 휘말린 정글레인저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수천, 수만 대의 자주포의 집중포화를 허허벌판에서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이 천지를 뒤집으면서 모든 것을 삼켜버렸고, 아일라의 충고를 들은 류안은 탈리아만을 붙잡은 상태로 최대 속도로 간신히 그 지역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스피아 역시 무사했지만 그 한 번의 공격으로 20명에 가까운 레인저들이 사망하고 말았다.

귀찮은 벌레들이 사라졌다는 판단을 내렸는지 바라모스는 그 한 번의 공격을 마지막으로 본거지를 향해서 동체를 돌린다.

고오오오오오오!!!

전의 상실.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잃어버리고 어쩔 줄을 모르는 가운데 괴물이 바라보는 장소에는 레지스탕스와 조종 장치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류안은 스스로도 말을 더듬는 상황에서도 더듬더듬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고, 공격 개시. 작전을 속행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작전을 속행한다고?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난 여기에서 빠지겠어!]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이번에는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진저리를 치는 건 다른 부대원들만이 아니었다.

[……미안해 류안. 하지만 저건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있는 녀석이 아니잖아.]

[대장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판단해서 지금이라도 부하들을 구출하고 13구역을 빠져나가는 편이…….]

탈리아와 스피아의 충고가 이어졌지만 류안은 발작하듯이 외쳤다.

“그렇게 바라모스가 조종 장치를 박살내고 13구역 500만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두고 보라는 소리야?!”

[……그건.]

“좋아, 빠질 사람들은 빠져! 내가 평소에 부하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고 가르쳤던 건 사실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나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겁쟁이가 되라고 가르쳤던 적은 한 번도 없어! 적어도 군인이라면 민간인의 방패가 되지 못할망정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만 살아남겠다고 할 수는 없는 거야. 죽으라는 명령을 내리지는 않겠어,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바로 이 순간, 지금이야말로 그 의지를 보여줄 시간이야!]

[!!]

연맹에서는 악의 축이라고 부르는 슈발츠 제국은 필요가 없는 국민들에 한해서는 대국적인 필요에 의해서 솎아내기를 실행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그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군인들에게는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만 한다고 가르치는데, 이것은 어떤 사상과 어떤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도 자신들이 정의롭지 않다고 주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필요 없는 국민에 대한 기준을 펜져스가 멋재로 정해버린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제국군은 자신들이 국가와 민족, 그리고 정의를 위해서 싸운다고 믿는다.

그래서 류안의 필사적인 호소는 모든 군인들에게 전달되었다.

“다시 한 번 명령하겠다. 바라모스를 로이케 강으로 유인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좋아. 지키고 싶은 게 있는 사람들은 나를 따라서 무기를 들어라!!”

[오오오오!!]

거대한 함성이 전장을 뒤흔든다.

함께하고 있는 부하들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레드폭스가 그의 이야기를 본거지에 있는모든  제국군과 레지스탕스를 향해서 통신을 중계하면서 터져 나온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즉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트라이져 강습함이 제일 먼저 전열에 합류했다.

[그거 아십니까, 대장님. 대장님은 평소에는 엉뚱하고 사악한 것 같은데 가끔씩은 진짜로 멋진 것 같습니다.]

“웃기지 마, 새끼야. 나는 평소에도 그냥 멋있어!”

클라크의 말에 그가 발끈하면서 외쳤다.

[13구역을 탈환하면 급료 향상!]

[주 1시간 근무!]

“너희들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제 튀어나오는 거냐…….”

전투드론들을 이끌고 합류하는 페어리 자매들의 요구에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고 말았다.

쿠구우웅, 쿵! 쿠구우웅, 쿵!

거기에 강의 양측으로 합류하는 긴 다리를 지닌 특이한 형태의 마장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항복한 제국군에게 인도받은 C급의 마장기 피라냐라고 합니다. 별명은 정글 워커라고 하고 엘리게이터의 수중이동만큼은 아니라도 상당히 빨리 움직인다고 합니다. 바라모스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데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가 있을 겁니다.]

“고마워, 잭. 최고의 어시스트야!!”

[아닙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도와드리고 싶지만……무운을 빌겠습니다. 저 빌어먹을 자식을 반드시 끝장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알았어!”

류안의 주변으로 몰려든 것은 트라이엄프 중대만이 아니었다.

그 연설아닌 연설로 합류를 주저하고 있던 레지스탕스와 제국군들이 대량으로 합류하면서, 순식간에 500명이 넘는 연합군이 탄생하게 되었고 그 숫자는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류안은 워 게임을 발동하면서 곧바로 작전을 시작해나갔다.

“강습함은 공중에서 산성용액들의 탄도를 계산한다. 일제사격을 취한 후에는 지정받는 좌표로 후퇴한 후에 엄폐물을 사용하며 대피할 것! 세슘 폭발이 일어나는 지역으로는 절대로 접근하지 마라. 엘리게이터 가아는 전속 이탈을 사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네, 알겠습니다!!]

사기충전한 부하들의 외침을 들은 류안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사격명령을 내렸다.

“일제 사격, 바라모스를 끌어내라!!”

투콰콰콰콰쾅!!

처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포격이 양 손으로 조그의 본거지를 박살내려고 하는 바라모스의 등을 강타한다.

고오오오오!!

투두두두둑!

산성용액들을 뿜어내는 지네형상을 한 괴물들이 뜯어져 나가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바라모스 자체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다.

오히려 그 화력으로 등을 떠밀리며 주춤거렸던 것에 열이 받았는지 양손을 좌우로 펼치면서 뱃고동 같은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퇴각하세요! 광역 공격입니다!!]

아일라의 외침과 함께 온몸을 세차게 흔들어대는 바라모스의 온몸에서 산선용액들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최대 속도로 후퇴!!!”

후두두둑!

한 줄기의 세찬 소나기처럼 틈 없이 쏟아져 내리는 산성 폭탄에 지상의 인원들은 허겁지겁 엄폐물을 찾아서 도망쳤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수백명의 사람들이 또 한 순간에 죽어나갔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로이케 강에 있는 인원들이다.

펑! 펑! 펑! 펑! 펑!

[크아아악!!]

고속 이동 덕분에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또다시 몇 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무력하게 죽어나갔다.

‘젠장, 게임의 보스들은 피할 장소는 조금 마련해주고 공격을 퍼붓는 게 정상인데, 상도덕도 없는 망할 자식…….’

운이 좋으면 살고 운이 나쁘면 죽는다.

그렇게밖에는 표현을 할 수가 없는 바라모스의 강력함에 입술을 깨무는 류안이지만 절망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외쳤다.

“공격, 공격!!!”

[으아아아아, 제발 죽어라. 이 빌어먹을 괴물 자식아!!!]

투타타타타타!!

무아지경으로 총탄을 쏟아내는 연합군의 공격이 먹힌 것인지 바라모스는 마침내 그들을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해냈어!]

하지만 잠깐의 성공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쿠우우우우웅!

양 손으로 땅을 짚은 바라모스는 거대한 입을 벌리면서 연합군을 향해 핵융합 광선을 발사하기 위한 준비동작에 들어갔다.

산성용액과는 다르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전략급의 대단위 공격.

‘이런 빌어먹을…….’

발할라가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며 주마등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순간.

[수고가 많았다. 뒷일은 맡기도록.]

한 남자의 메시지가 트라이엄프 중대 전체로 전달되었다.

“율리안 중장!!”

슈우우우우우웅-!!

마하 10의 속도로 공중에서 날아오는 순백의 기사단이 바라모스의 벌려진 입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투콰콰콰쾅!!

크오오, 크오오오오!!!

수없이 쏟아지는 공격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괴물이 미사일 몇 방이 입속으로 들어가자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발광했다.

그 속을 뒤집어버린 것은 ANW(Anti Nuclear Weapon)미사일.

정령사들이 발명했다고 알려지는 이 병기는 중성자의 핵분열을 억제시키고 원자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내장기관을 순식간에 박살내버렸다.

그 병기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정령마탄精靈魔彈.

워프시온을 숭배하는 그들이 행성을 피폐하게 만드는 핵무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제작한 맞춤형의 카운터 병기라고 할 수가 있다.

고오오오옥, 구워어억!

덕분에 생명과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할 수가 있는 내장기관이 박살나버린 바라모스는 마치 피를 토해내는 것처럼, 검붉은 이상한 액체들을 내뿜으면서 웅크리기 시작했다.

죽다가 살아난 연합군에게는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이 없는 광경.

[페가수스다, 원정대의 페가수스가 우리들을 구원하러 왔어!]

[율리안 중장, 만세! 벨레로폰 만세!!]

그들의 환호성에 맞춰서 가온공화국 최강의 마장기라고 불리는 A급 기체 페가수스들이 차례대로 변형을 시작해 나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고 있는 율리안 중장의 S급 특장기 벨레로폰.

[좌표 값 지정, 지금부터 주시자들의 전술 지원을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그의 메시지를 받은 오퍼레이터들이 바라모스를 향해서 새틀라이트 어택을 쏟아 부어 나갔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페가수스 편대, 전술 위치로.]

[위치로!]

단순한 스펙만으로는 피닉스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페가수스는 성능 그대로 준 우주군 급의 병기로, 연맹과 우주군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천문학적인 개발비와 공화국 자체 노하우의 총아를 결집시켜 완성해낸 하이엔드급의 기체였다.

덕분에 가온공화국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강력한 병기.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는 점은 피닉스와 마찬가지로 변형이 가능하고 반중력 기술도 응용하고 있어서 공중에서 대부분의 항공역학을 무시하는 자유로운 기동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벨레로폰은 그 중에서도 특별했다.

[윙 펄서pulsar, 차지 완료! 언제든지 돌입할 수 있습니다.]

[돌격.]

[돌격!!!]

자신의 전방으로 거대한 원뿔의 창막을 생성해내는 율리안의 기체를 선두로 페가수스 편대는 한 줄기 유성으로 변신하고 바라모스의 심장을 겨냥해서 돌격해 들어간다.

고오오오오!!

위기를 느낀 바라모스가 다급하게 최후의 기력을 쥐어짜내며 산생 용액들을 발사했지만, 맹렬하게 회전하는 윙 펄서들이 화염의 방어막을 형성해내며 그것들을 저지.

파지지지지직!

가슴을 관통해낸 백색의 창에 뒤이어서 페가수스들이 일제히 헬파이어를 발사, 바라모스 내부에 터무니없이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내며 한 순간에 거인을 침몰시켜 버렸다.

투콰아아아아아앙!!!

쿠구구구구궁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바라모스가 침몰하듯이 쓰러져 버린다.

벨레로폰이 휘두르는 무적의 창槍막.

오직 율리안 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그랜드 마스터의 기술이 마장기를 통해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래, 저러니까 일국 최강의 기사라고 불리는 거지…….’

조금도 더러워지지 않는 순백의 기체가 호버링 모드로 전환하면서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진흙투성이의 몰골로 마중하던 류안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원인모를 씁쓸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13구역의 전투는 그렇게 종극을 맞이했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흑염룡의 활약이 멀지 않았습니다!

코멘트 답변

가식적썩소// 이분은 요정인듯...(강동)피드백 감사드려요!

물고기인간// 현실에서는 힘들지만 소설이니까 어떻게든 해보이겠습니다!

teadow// 율리안이 챙겨주려고 왔습니다!

미노리네강아지// 죄송합니다. 또 제가...

EndOfTheWar// 그러게 말입니다!(뻔뻔)

SheerBliss// 죄송합니다. 문과인 걸 어필하고 싶었는데 드립이 그것밖에는 안 떠오르더라고요.

나르오으흐// 문과라서 이과에 무식해서 그렇습니다. 헤헤, 세슘. 던진다. 물에...

GudSyn// 더한 애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주인공한테 질척거리는 애들은 별로 없을 거에요. 민폐보다는 악녀들이 더 많이 등장합니다.

jsh4671// 저도 죽일까 말까 고민했는데 일단 새로운 플레이를 위해서 살려두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봐서 아니다 싶으면 슥삭해 버리죠 뭐...(응?)

3ppoo// 문과라는 것만 빼면 농담이었는데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쪽팔려서 지웠습니다. ㄷㄷ

NeoGGM// 저도 생수 좋아합니다.

셀라임// 변신!

MardiGras// 어, 그런 게임이 있었나요?(뻔뻔)

노스아스터// 네.

에르시리나// 오오 유럽연합. 그럴싸하네요. h2o는 산소...죄송합니다.

kisara7// 우리나라는 주로 실험을 할 때 나트륨을 집어넣더라고요.

최신식// 아, 이건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네요.

폭탄z기// 뭐 좀 틀리면 어떻습니까? 저도 만날 틀리는데요.

소드아트// 딩동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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