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8 ----------------------------------------------
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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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오오오오!!
‘젠장, 한 발 늦었나?’
카스티야를 쫓아서 허겁지겁 이동하던 류안은 기지 전체를 울려오는 진동과 괴성으로 바라모스가 각성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의 전후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조그를 생포하는 데 실패한 게 틀림이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우선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고, 그런 상황의 행동지침을 미리 알려줬기 때문에 통신 관제소의 협력자들은 재빠르게 행동했다.
[통신 제압을 일시적으로 해제했습니다.]
“전 부대는, 현재의 상황을 보고하도록!”
[이쪽은 잭입니다. 제국의 주력부대는 모두 항복했고, 강화몬스터 군단은 통신이 회복되는 것과 동시에 모든 움직임을 정지했습니다.]
“강화몬스터 군단의 움직임을 정지했다고?”
[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통신을 제압하기 직전의 상태로 돌아간 모습입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찰나의 의문이 생겼지만 아직은 뭐라고 단정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카스티야의 움직임도 포착했기 때문에 곧바로 통신을 보냈다.
“카스티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을 보고하기를 바란다. 카스티야!”
[……]
류안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외쳤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통신 자체를 차단시켜버렸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 있는 서너기의 정글레인저만을 대동한 상태로, 갑작스럽게 전선을 이탈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건 도대체…….’
[류안 대장님, 카스티야 대령님이 갑자기 통신을 차단하고 전선을 이탈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작전의 일부입니까?]
[바라모스가 제국군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아, 아니. 이쪽에도……으아아악!!]
바라모스의 근처에 있던 정글 레인저들 몇 명이 쏟아지는 산성용액을 얻어맞고는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특수용액이 가득 찬 유리병을 박살내고 우리 밖으로 뛰쳐나온 바라모스는, 사방으로 산성 용액들을 발사하면서 마치 자궁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아이처럼 빛이 쏟아지는 지상으로 기어 올라갔다.
쿵! 쿵! 쿵! 콰지지직!
고오오오오오오!!
좁디좁은 입구를 억지로 찢어발기면서 세상 밖으로 빠져나온 괴물이, 콘크리트와 흙더미를 털어내고는 달을 바라보면서 포효를 해 나간다.
“강습함을 대피시켜!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주의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네트워크를 통해서 강습함의 카메라를 통해서 확인한 결과, 바라모스는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본능에 의지해서 날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살을 피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괴물 자식이!!]
조그를 지원하기 위해서 접근해 오던 제국군의 부대가, 갑작스러운 바라모스의 공격에 발끈하면서 반격을 시작했다.
수많은 미사일이 발사되고 시라이온과 중전차들이 쏘아대는 포격이 바라모스를 향해서 쏟아져 들어갔다.
[모조리 쏟아 부어! 사격! 사격!!]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으로 바라모스의 반半신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에, 공격 명령을 내리던 지휘관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
매캐한 연기가 사라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바라모스는 상처하나 없이 멀쩡했다.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그리고 바라모스의 입이 열렸다.
슈우우우웅-.
[해, 핵융합 광선이다. 피해!!]
콰아아아아아앙!!
지면을 휩쓸어버리는 거대한 빛의 파도가 수천에 이르는 제국군을 흔적도 없이 삼켜버린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수십, 어쩌면 수백 km까지 방사능 크레이터를 만들어내며 뻗어나간 빛이 지표면에 부딪치면서 대폭발.
쿠우우우우웅!!
“지, 지금 공격으로 죽은 사람들은 몇이나 되지? 혹시 민간인들까지 휘말린 건…….”
[2천에 가까운 제국군이 전멸했지만 민간 구역은 피해낸 모양입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그 압도적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전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저, 전부 도망쳐!]
[틀렸어. 전부 죽을 거야, 전부 죽을 거라고!!]
그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류안은 입술을 깨물면서 주먹을 쥐고 있었지만, 방어기제강화의 도움을 받으면서 필사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려고 머리를 굴려나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그는 죽거나 돌 메이커를 맞은 게 틀림이 없어. 그리고 카스티야는…….’
정황으로만 보면 카스티야가 바라모스에 겁먹고 도망친 것으로 보이지만, 단순하게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셜록 홈즈가 그랬던가? 불가능한 일들을 제외하고 나면 설령 그것이 믿을 수가 없다고 그래도 진실이라고.’
정글레인저가 그녀를 배신한다면 모르겠지만 그 집단의 결속력을 생각한다면, 레지스탕스는 몰라도 그들까지 두고 도망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저 마장기로 카스티야가 아닌 다른 사람이 타고 있다는 소리군.’
조그도, 카스티야도 아니라면 마장기에 탑승하고 있는 인물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류안이지만 지금은 그런 데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
‘어쨌든 카스티야가 실패를 한 것은 틀림이 없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이 실패의 대가는 크게 치러야 될 거다.’
다 이긴 싸움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으니, 그녀가 무슨 변명을 한다고 그래도 면책을 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것도 전부 살아남은 다음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정글레인저들의 통신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제국군이 반격하고 있습니다. 대령님을 대신해서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카스티야가 배신했을 거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그들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린 류안은 요청에 대한 대답을 미루면서 상황을 차근차근 통제해 나갔다.
“레드폭스. 전장을 이탈하고 있는 카스티야와 일행에 설치된 워 게임을 회수하고, 혹시라도 모를 통신 방수를 사전에 차단하라고 전달해 줘. 저 집단은 적일 가능성이 높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난 다음에는 아직까지도 교전을 펼치고 있는 양 군으로 일제히 통신을 날렸다.
“무의미한 교전을 계속하는 이들에게 알린다. 조그는 죽었고 조종 장치는 우리 레지스탕스가 제압했다! 하지만 바라모스의 폭주로 양 군이 모두 위기에 처한 상황이니, 어리석은 교전은 중단하고 무기를 내려놓아라! 지금은 양측 모두가 힘을 합쳐서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웅성웅성.
[지금 통신 들었어?]
[조그님이 죽었다니 그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지만 바라모스가 미쳐서 날뛰고 있는 건 사실이잖아?]
류안의 선언에 교전을 멈춘 양 군이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어느 정도 설득이 먹히는 눈치였기 때문에, 그는 재빠르게 레드폭스를 호출했다.
“제국군 전체로 현재의 전황을 전송해줘. 아무래도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상황을 확인하는 편이 혼란도 빨리 수습되겠지”
[알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자신들의 패배를 확인한 제국군의 저항은 급속도로 약화되었지만, 바라모스에 의한 파괴와 혼란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서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이었다.
고오오오오!!!
콰콰콰콰쾅!!
[도, 도망쳐, 으아아악!!]
사방으로 산성액을 발사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한 손으로 쓸어버리는 바라모스.
터무니없이 거대한 불도저로 지면을 통째로 갈아엎어 버리는 것처럼, 흙과 돌, 식물, 마장기나 전차 사람들이 전부 한 덩어리로 휩쓸려지며 죽어나갔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조종 장치는 물론이고 레지스탕스 전체가 위험해!’
그나마 다행이라면 조종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원정대의 주시자나, 수송 함대, 민간지역을 건드리지는 않았다는 것.
만약에 그들을 공격했다면 문답무용으로 전략급의 궤도포격을 쏟아 부을 게 틀림이 없는 상황이라서,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간신히 모면했다고 말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는 일.
류안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모든 정글레인저는 지정된 좌표로 집결해라! 지금부터 로이케 강과 엘리게이터 가아의 기동력을 이용해서 바라모스를 본거지에서 유인해내는 작전을 시작한다. 약간만 거리를 벌릴 수 있어도, 곧바로 주시자의 전략포격으로 녀석을 처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웅성웅성.
[너무 무모한 것 아닙니까?]
핵융합 광선의 위력을 본 레인저들은 두려워하는 눈치였지만 그는 단호하게 외쳤다.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어차피 다 죽는다!”
[대령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미안하지만 그 질문에는 현재 대답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가 그녀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상황은 귀관들도 알고 있을 터, 내 명령을 대령의 명령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주기를 바란다.”
[……알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거절하겠습니다. 카스티야 대령님이 직접 지휘하지 않으신다면…….]
정글레인저들의 의견은 반쪽으로 양분되었다.
[나는 참가할거야. 이번에는 저번처럼 전선에서 열외 시킬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탈리아와 스피아가 당연하다는 듯이 류안의 양쪽으로 나란히 섰다.
잠시 후.
집결 지점에는 겨우 50명의 정글레인저만이 엘리게이터 가아를 끌고 합류했다. 그 외에는 레지스탕스에 투항한 제국군이 수상이동을 위해서 개조한 10여기의 시라이온을 이끌고 합류했다.
‘약간 아슬아슬하기는 하군.’
카스티야와 함께 할 때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용맹하기 이를 에 없는 정글레인저가, 그녀의 행방이 묘연해지가 무섭게 융통성이 사라지는 모습이 약간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바라모스에 겁먹지 않은 사람들이 이만큼 모였다는 사실이 그나마 고무적이었다.
‘이들 때문이라도 카스티야를 함부로 처벌할 수는 없겠군. 살아있다면, 역시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해야 되겠어.’
각오를 다진 그는 플라즈마 캐논을 바라모스의 등으로 조준하면서 부하들에게 외쳤다.
“바라모스를 로이케 강으로 유인해 낸다, 전원 사격!!!”
콰콰콰콰쾅!!!
고오오오오오!!
풀 버스트를 사용하는 총공격은 아니었지만 가용가능한 모든 화력을 쏟아 부은 공격이었기 때문에, 바라모스는 화가 제대로 났는지 공격의 방향을 돌리면서 산성용액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전원 입수!!”
풍덩, 풍덩, 풍덩!
촤아아아악!!
물에 닿은 산성용액들이 마그마처럼 끌어 오르면서 격렬하게 거품을 냈다.
다급하게 회전 팬을 가동시키면서 거리를 벌리면서 계속해서 포격들을 이어나가자 바라모스는 제대로 열이 받았는지 그 거대한 체구를 움직이면서 엘리게이터 가아들을 쫓아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 로이케 강을 따라서 도망치기만 하면…….’
수많은 산성용액들이 날아들고 있었지만 로이케 강의 방대한 강물은 좋은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
핵융합 광선만 쏘지 않는다면 승산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찰나에 경악하는 아일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망치세요, 대장님, 최대한 빨리 그 지역에서 벗어나셔야 해요!!]
“왜 그러십니까?”
[바라모스가 발사하는 산성용액에는 세슘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게 물에 닿으면…….]
다음 순간에 강 전체에서 무시무시한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너무 옛날 개그를 친 것 같아서 후기를 삭제했습니다.
코멘트 답변
물고기인간// 이미 여러가지로 편집되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으시면서 ㅎㅎ
보스곰// 지상편은 올해 안으로 끝내는 게 목표입니다.
MardiGras// 훗, 사실 제가 마음만 먹으면 전부 쓸 수도 있지만!!!!!!아니 생각해보니까 깊고 어두운 환상은 도전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오토코노코까지는 유머로 도전해보겠습니다.
textstar// 감사합니다.
spadel// 후후후. 리얼 수간 판타지가...아, 아닙니다.
Ghozt// 츤츤데기만 하는 소꼽친구를 버리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탈리아 자체 성격도 점점 좋아질겁니다. 주로 (스포일러)이후에요.
Atticus// 일어날 때까지 며칠 안 남았는데...
벌레// 후후후후. 벌레님은 채소 예언자...
힉// 일하고 싶습니다.
노스아스터// 주인공 나름대로는 모든 여자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흠흠.(진지)
NeoGGM// 좋습니다, 콜!
KeinHoof// 흑염룡: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닌가? 하면서 다시 수백년의 긴 잠에...
GudSyn// 율리안의 적응력이 10 상승했습니다!
밤에만심심, 바이리크// 정주행 라이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