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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딱딱하게 굳어버린 아일라를 비롯한 넘버즈들과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은 류안은 조그를 생포하러 떠나기 전에, 레드폭스에 의해서 기밀이 해제된 바라모스의 데이터를 살폈다.
공학적으로 볼 때 인간 형태의 거대 로봇이라는 것은 중심점이 높아서 넘어지기도 쉽고 하중에 실리는 부담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마장기는 고집스럽다고 할 정도로 인간 기사의 형상을 갖추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마장기 자체가 거인족을 모방하면서 만들어진 병기라는 게 그 이유다.
먼 옛날에 과학자들은 진화론에도 위배되고 공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형태와 신체능력을 가진 거대 생명체를 끊임없이 연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알아낸 사실이 바로 비정상적인 형상을 지닌 생명체는 마나의 흐름도 비정상적이라는 것.
대표적인 생명체는 역시 드래곤이지만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거인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그러면서 내려진 결론은 인간이 거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마나를 운용할 수는 없지만 도구를 사용하면 재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마나.
유라디스 은하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다는 이 정체불명의 힘은 연공법을 통해서 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만, 굳이 연공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일정한 흐름에 따라서 신체를 돌며 순환하고 있다.
그 힘이 마치 자기장과도 같은 불가사의한 파장을 만들어내는데 거인족의 경우에는 중력의 압박으로 신체에 걸리는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운동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향상시켜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어렵게 설명했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평범한 인간이 마나연공법을 열심히 수련하면 초인으로 변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
그래서 이 이론 자체를 초인 이론이라고 부른다.
처음에 마장기가 등장했던 시절에는 인간 기사를 닮은 이 병기들은 초인병이라고 부르던 국가도 존재했다고 한다.
마장기들은 시동마나를 주입하기 전까지는 단순하게 거대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일단 시동마나를 주입하면, 기체 내부의 순환로를 따라서 거인족과 동일한 방법으로 마나가 운용되면서 기체 자체의 운동능력만이 아니라 방어력까지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준다.
덕분에 생명공학의 연구는 자연스럽게 대형 병기의 제작과정으로 연결되었는데, 류안은 레드폭스가 크랙킹을 해 준 카메라를 통해서 그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괴물의 실체를 감상하게 되었다.
바라모스
요툰 프로젝트라는 이름에서 알 수가 있듯이 이 괴물의 베이스 모델은 단순하게 거인이 아니라, 신들의 대적자라고 비유되는 요툰 자체를 재현하려고 시도한 괴물이다.
그리스 로마신화로 비유하자면 타이탄.
전고 150m의 거체와 자체 중량만 5만 톤을 자랑하는 터무니없는 괴물.
단순한 전투력만 비교하면 역시 신의 대적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드래곤과 동급.
신체 전체로 털처럼 무수하게 돋아나 있는 이끼달린 지네 괴물들이 바라모스에 적대하는 생명체들을 향해서, 무차별로 산선용액을 토해내며 그 위력은 C급의 마장기를 한 방에 녹여버리고 최대 사정거리는 수 km에 이른다.
방어력도 방어력이고 그 정도의 질량이라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민폐 덩어리라고 볼 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를 장식하는 것은 반응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내장기관에서 만들어내는 핵융합 광선을 입으로 통해서 발사한다는 사실.
그 위력은 주시자는 물론이고 수송함대마저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걸 만들어 내다니……조그가 자신감이 넘칠 만도 했군.’
실제 요툰이나 발할라의 신들과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레플리카라고는 해도 결전병기라고 부를만할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레드 폭스의 크랙킹을 통해서 바라모스의 자세한 데이터를 살펴보던 류안은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다.
S급의 마나연공법. [기간틱 포스]
조그가 바라모스를 설계하면서 참고로 했다는 물건이다.
“저거 찾아줘.”
“그렇게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처럼 애원을 하셔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어?”
“S급의 마나연공법이라면 전함도 한 척 구입할 수가 있는 보물이 아닙니까? 분명히 어딘가에 꽁꽁 숨겨놓고 있겠죠. 아니, 상식적으로는 연구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만 데이터로 전송받은 게 아닐까요?”
“쳇, 내 말에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고 들다니 나중에 잠자리에서 두고 보자.”
“……사모님이 들어요, 대장님. 이, 일단은 찾아보기는 할게요. 크흠.”
모자를 푹 눌러쓰면서 얼굴을 붉히는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류안은 여자 친구의 따가운 시선을 확인하고는 출전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모를 제국군의 급습을 대비하기 위해서 80대의 엘리게이터 가아를 반으로 나누어 통신관제소와 조종 장치가 있는 작전통제소를 보호하도록 명령했고, 정글레인저 2명을 마장기에서 내리라고 명령한 다음에 탈리아와 스피아를 자신의 팀으로 합류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신관제소를 통해서 현재의 전황을 율리안 중장에게 전달하는 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여기까지 힘들게 상황을 끌고 왔는데 바라모스 한 마리 때문에 모든 상황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수는 없지. 전부 다 보험이야, 보험.’
그런 생각과 함께 엘리게이터 가아로 시동마나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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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어디를 그렇게 도망치시는 겁니까, 조그님?!!]
투쾅! 투쾅! 투쾅!
[카스티야, 이런 빌어먹을 년!]
두 사람은 현재 같은 지역을 빙글빙글 돌면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조그가 탑승하고 있는 스퀴드는 다리가 10개로 손과 발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양쪽 어깨에는 팔 대신에 2개의 반구형 대포, 중앙에는 내부의 터빈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거대한 주포가 자리잡고 있다.
전고는 10m에 전폭이 40m나 되는 거대한 동체.
베이스 모델은 크라켄.
다리를 직접 움직이면서 거미처럼 걸어서 움직이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인 이동 방식은 6개의 다리로 지면에 강력한 정전기 마찰을 일으키면서, 마치 스케이트를 타고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것처럼 거침없는 질주를 할 수가 있다는 게 특징이다.
덕분에 재빠르게 전장을 이탈하면서 쫓아오는 적들을 향해서 견제 사격까지 퍼부어댈 수가 있었지만, 바라모스로 향하는 통로마다 강화셔터가 내려지는 바람에 뚫고 진행하다가 한계에 부딪치고 말았고 그러는 사이에 카스티야가 지휘하는 정글 레인저들에게 따라잡히면서 그 장소로 도달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순순히 항복해라, 조그! 네놈한테는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남아있지 않아.]
콰아아아앙!
[하! 네년한테 항복하느니 차라리 이 장소에서 죽음을 선택하겠다. 가증스러운 년, 제국이 베풀어 준 은혜를 원수로 갚아?]
[그 잘난 제국에게 충성을 바친 대가가 고작 만기 전역하고 싶다는 내 새끼들을 내 손으로 때려죽이라는 명령이잖아! 엿 먹어, 조그! 네 거지같은 직속상관도 엿 먹고 네가 섬기는 여신인지 뭔지도 같이 엿 먹으라고 그래!!]
[감히 황금의 여신님과 파비안님을 우롱하다니 이런 빌어먹을 년!!]
발끈한 조그가 카스티야에게 덤벼들었다.
[좋아, 바라던 바다. 개자식아!!]
현재 카스티야를 호위하고 있는 엘리게이터 가아의 숫자는 10여기 남짓.
나머지 90기의 마장기는 압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조그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포위망을 형성하면서, 여기저기서 난입해 들어오는 제국군과 난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다.
덕분에 이번 전투에서 처음으로 무기를 마주하게 된 두 사람.
[죽어라, 카스티야! 다크 클라우드, 그림 리퍼!]
반경 수백 미터를 어둠으로 덮어버리면서 동시에 형상을 드러내는 어둠의 낫이 카스티야와 정글 레인저들의 목을 노리면서 날아들었다.
[핫, 낡아빠진 속임수라니……플레어 분사!]
어깨로 장착한 포신이 열리면서 발산해내는 빛의 무리가 어둠으로 뿜어져 나가면서 낫 또한 정글레인저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면서 허공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공격의 실패는 반격을 불러오는 법.
카스티야와 정글 레인저들은 마치 한 사람, 한 몸인 것처럼 정글도를 휘두르면서 스퀴드의 다리 두 개를 절단해 내는데 성공했다.
스컹!
쾅!!
[10개의 다리가 8개가 되어버리다니 이제는 스퀴드가 아니라 옥토퍼스라고 불러야 되겠네? 존경하는 여신님과 같은 기체를 타는 느낌이 어때? 오금이 저리고, 거시기가 울렁울렁 하시나?]
[하하하하하!]
음담패설과 조롱이 섞인 카스티야의 말에 정글레인저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이, 이런 빌어먹을 년!]
성능과 마나의 차이가 마장기전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마장기 파일럿들이 흔히 주장하는 말처럼 기본적으로는 월등하게 강력한 병기와 마나보유량을 가지고 있는 조그였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카스티야와 정글 레인저들의 전투 능력을 감당해내지는 못했다.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만 해. 이렇게 어이없게 패배를 경험하면 심연의 동료들을 볼 면목이 없어. 심연의 동료? 심연의 동료들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지……아니, 무슨 소리야. 어쨌든 방법을 찾아야 해. 그래, 니나! 그 년이 이 근처에 있었지!’
노이즈가 섞여있는 잡생각을 마친 조그는 지체하지 않고 스퀴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다니 이런 빌어먹을 자식…….]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기는 어떻게 해? 저 빌어먹을 마장기를 박살내고 조종석에서 산 채로 끄집어 내! 최악의 경우에는 죽이더라도 모가지랑 몸뚱이는 멀쩡해야 한다. 동맹군 나리께서 들이닥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끝내자, 서둘러!]
[Yes, ma`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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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엄프 부대에게 다시 한 번 보고를 받게 된 율리안은 류안의 놀라운 수완에 감탄하면서도 잠시 동안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바라모스인가?’
현재 원정대는 길로틴이 행성 전역으로 엔포서를 파견해서 제국군이 숨기고 있는 진짜 전력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시자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본국으로는 파병의 규모를 확대하는 제안서를 보냈지만, 타국의 전쟁을 반쯤은 재미로 지켜보는 외신들과 바키가 통제하는 언론이 1차 파병의 미비한 성과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응이 영 시원치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도 현재 분쟁지역에서는 펜져스의 별동대를 지휘하고 있는 금은의 자매의 활약으로 원정대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설상가상으로 그런 실태에 대한 책임이 모두 마크넬 원수의 무능이 문제인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으니, 계속해서 뇌신을 발동하라며 재촉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일개 펜져스 한 사람이 바라모스 같은 괴물을 숨기고 있는 나라가 슈발츠 제국이다. 상대방이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움직이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그런 생각과 함께 율리안의 눈길은 다시 류안을 향해서 초점이 맞추어졌다.
‘지금처럼 절망적인 전황에서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영웅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가 있지. 일개 중대로 사단 전체가 포기해버린 지역을 재패해내는 인물이라면 더욱 더 좋고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와중에 레베카가 상황실로 들어왔다.
‘또 그녀인가?’
류안의 소재를 파악하고 난 다음부터 갑자기 말수가 늘어나버린 그녀였기 때문에 율리안은 조건 반사적으로 짜증을 느끼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자신의 마음대로 류안이 보내 온 요구서를 확인했는지 보고서도 없이(익숙해질 만도 했는데!)불쑥 본론을 꺼내버렸다.
“13구역을 지원하러 가죠.”
“합리적으로 들리는군요. 즉시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보고서로……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날씨가 갑자기 풀리더니 비가 막 쏟아지네요. 오늘은 그냥 일요일입니다. 여러분!(쓸데없는 단호박)
추가후기
탈리아에 대한 문제로 분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동지들이여...여자문제로 인한 발암요소들은 결국 흑염룡에 의해 구원될지니...아, 제가 지금 무슨 소리를...일요일이라서 잠깐 정신이 나갔던 모양입니다.
코멘트 답변
물고기인간// 원래 법이나 사랑보다는 폭력과 협박이 훨씬 쉽고 빠르니까요 후후.
Nearthals// 히익!
벌레// 후후후후. 벌레님도 이제 플레이에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학습하셨군요. 계획대로입니다. (진지)
노스아스터// 플레이의 폭과 스릴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탈리아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후후후.
inno0822// 류안이 주인공 특전으로 호구끼를 가지고 있는 탓도 있지만, 탈리아도 주인공을 질투하는 것만 빼면 굉장히 착하고 이상적인 여자라고 생각합니다!(진지!)
제르디엘// 넵, 다양하게 주무르겠습니다.
NeoGGM// 고양이는 성격상 호랑이한테도 까불 것 같으니까 꼬리내린 강아지라고 하죠!(진지)
我晋// 지고지순하죠!...죄송합니다.
Ghozt// 이미 반쯤 개조되었죠. 후후후...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하렘소설이라도 저런 여자가 한 명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여친님을 피해라! 라는 잠입액션게임이...
평범하게살고파// 저도 괜찮습니다. 사실, 현실에 저런 여친님이 존재한다면 바람을 피우지는 않겠죠.
smtodm// 언젠가는 치유해 드리겠습니다. 형제여...
여관집아들// 저도 동감입니다!
시원한바람s// 쉬잇, 얀데레는 아직 형제들에게는 독이 든 성배. 진성 얀데레가 한 명 존재하기는 합니다만...누구인지는 비밀입니다. 후후후후.
으앙주금11// 정주행을 축하드립니다.
어진광대//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