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15화 (115/291)

0115 ----------------------------------------------

지상편

GRAHYAAA!!!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른 싸이클롭스가 거대한 철퇴로 시라이온의 다리를 걸어서 넘어트린다.

쿵!

TRAHAPA!!

쾅! 쾅! 쾅! 쾅!

[이런 빌어먹을 괴물 새끼가!!]

투타타타타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날뛰는 괴물에게 마운트 포지션을 빼앗기고 얻어맞던 제국군의 파일럿이 싸이클롭스의 복부를 조준하며 라이플을 난사했다.

KHAAAAA!

[허억, 허억.]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면서 쓰러지는 모습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마장기의 근처로 스멀스멀 기어온 4마리의 거대한 뱀이 채찍처럼 튀어 오르면서 팔과 다리를 묶어버리고 말았다.

[이, 이건 설마?!]

크오오오오!

화르르륵!!

공중으로 띄어 올려진 시라이온은 키메라가 뿜어내는 화염 브레스에 노출되면서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탈출 장치가 달라붙어서 작동되지 않……냉각 장치까지! 누군가, 누군가 도와줘, 크아아악! 몸에서 불이…….]

[스타인!]

보병들을 학살하는 웨어울프들의 무리를 제거해나가던 다른 시라이온의 파일럿이 급하게 키메라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접근하기가 무섭게 키메라의 다른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액체질소의 냉기 브레스에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젠장!!]

급하게 레이져 캐논을 조준하지만 다음 순간에 쏟아지는 레지스탕스의 융단포격이 제국군을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통신이 먹통이야, 외부 스피커로 전환해!]

[이런 엿같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더니……크아아악!]

강화몬스터 군단은 거리가 가까운 제국군을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일부는 레지스탕스를 향해서 공격하기도 했지만 류안은 짐승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화염방사기 부대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짐승몰이를 통해서 강화몬스터 군단을 능숙하게 제국군이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나갔다.

[이쪽에서도 화염방사기를 사용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어떻게든 강화몬스터 군단의 방향을 레지스탕스 쪽으로 바꿔야만 한다!!]

상황을 눈치 챈 몇몇 지휘관들이 외부 스피커로 지휘를 하면서 상황을 역전시키려고 노력했지만, 한 번 기세가 쏠린 강화몬스터 군단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게다가 제국군의 병력 편제는 처음부터 강화몬스터 군단을 방패막이로 삼는 원거리 교전에 맞춰서 장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근접전에는 취약한 상태. 갑작스러운 난전에 휘말려버린 대부분의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 진형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연락해도 통신이 닿지 않습니다. 본부 전체의 네트워크가 마비당한 모양입니다.]

[내선 통신으로라도 다른 지역에 연결해!]

[몇몇 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강화몬스터 군단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고 합니다! 상황을 수습하느라 지원이, 어렵다고…….]

[이런 병신 같은 새끼들!!]

혼란에 빠진 제국군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자 조그를 호위하고 있던 친위대의 병사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일단은 퇴각해서 방어선을 재편해야 합니다. 조그님!]

[중추부로 통하는 소규모 통로들을 차단하면 적들의 진격을 늦추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하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조그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통신 제압이라고? 그런 짓을 저질렀다가는 조종 장치가 자폭해버릴 거다. 설마 저 녀석들은 처음부터 13구역을 포기하고 나를 토벌할 작정이라는 소리인가?]

[조그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낸 승리의 방정식이 눈앞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목격해버린 조그는 심연의 힘으로도 감당할 수가 없는 정신적인 타격에, 그곳이 전장이라는 사실도 잃어버리고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돌격진형을 갖춘 정글레인저들의 선봉에 서는 류안과 카스티야.

[잔여부대의 지휘를 부탁한다. 잭!]

[맡겨만 주십시오!]

[하하하하하! 너는 정말로 최고야, 류안! 이빨을 세워라 정글 레인저들아, 우리들이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원수의 목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죽여라, 약탈해라, 유린하라!!]

[Yes, ma`am!]

혼란에 빠진 제국군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서 200기의 엘리게이터 가아가 일제히 돌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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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조종 장치가 배치된 작전통제소는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위이이잉!]

[경고, 경고! 마스터 코드의 소실을 확인. 강화몬스터 군단의 통제가 불가능. 조종 장치의 자폭 시퀀스를 가동. 통제소 격리까지 남은 시간은 5분, 격리구역에 남아있는 전 인원은 해당 구역에서 이탈하라!]

“조그님이 멀쩡하게 살아계시는데 무슨 헛소리야? 유선전화로 통신관제소에 연락해. 도대체 그 새끼들을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한 거야!”

“……신호는 가고 있지만 응답이 없습니다.”

“그러면 내부 카메라라도 전환해!”

“소용없어요.”

상황을 수습하려고 애쓰는 슈발츠 출신의 경비대장에게 참견을 한 사람은 아일라였다.

하지만 태생부터 권력층의 군인계급으로 자란 그의 입장에서 바이스 출신인 그녀의 위치라는 것은 조그의 몸종이나 시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

조그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함부로 대하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그런 개입을 달가워하지는 않았다.

“넘버즈가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침몰하는 배에서 살아남으려면 바이스나 슈발츠나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주세요. 통신관제소는 이미 레지스탕스에게 제압당한 상태에요. 카메라는 먹통이고, 적들은 다름 아닌 그 장소에서 광대역 통신제압을 실시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경비병을 파견해서…….”

“5분 안에 레지스탕스를 제압하고 통신제압을 막아낼 자신이 있나요?”

“……13구역을 멸망시킬 속셈이 아니라면 자폭장치를 작동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

아일라의 반문에 경비대장은 쉽사리 대꾸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조그님은 레지스탕스를 지나치게 궁지로 몰았으니까요. 얼마나 많이 죽이고, 고문하고, 희생시켰죠? 도대체 얼마나 많이?”

철컥!

“조그님을 모욕하다니 지금 당장…….”

아일라는 경비대장이 겨누는 권총의 총구를 향해서 자신의 이마를 들이밀었다.

[지역의 격리까지 남은 시간은 3분. 전 인원은 기밀문서를 소거하고 해당 지역을 이탈하라!]

“쏘고 싶으면 쏘세요. 하지만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상황을 냉정하게 수습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만약에 13구역 전체에서 몬스터 군단이 통제를 잃어버리고, 이 기지마저 레지스탕스에게 제압당해 버린다면 우리들은 도대체 어디로 도망쳐야 할까요?”

“!!”

급박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과 생각하지도 못한 아일라의 충고에 경비대장을 비롯한 모든 경비대원들이 상황을 깨닫고 당황하는 눈치였다.

“조, 조그님이 패배한다는 말씀입니까?”

“주력병력은 밀리는 상황이고 본거지 전체가 강화몬스터 군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요. 바라모스를 깨운다고 해도 조종 장치가 먹통이라면 이성 없이 날뛰는 괴물에 불과하죠. 주시자들의 집중 포격을 받는 건 물론이고, 그 전에 본거지를 먼저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겠죠. 다 함께 죽거나 아니라면…….”

[지역의 격리까지 남은 시간은 2분 30초. 전 인원은 기밀문서를 소거하고 해당 지역을 이탈하라!]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탈출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요란하게 울리는 사이렌과 경고 방송에 경비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방법이 있나요?”

“바로 지근거리에 긴급 탈출을 위한 잠수정으로 통하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경비대는 물론이고 넘버즈가 함께 간다고 그래도…….”

“죄송하지만 저희들은 갈 수가 없어요. 조그님의 허락을 받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아…….”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손목에 족쇄처럼 장치된 출입 단말기를 들어 올리는 아일라의 모습에, 경비대장은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출입 통제.

보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제국군의 몇 배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넘버즈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류안이 구축한 거미줄 네트워크의 일부 구성원이 조그에게 발각되면서 본거지 전체의 보안등급이 향상된 상태. 특히나 배신할 가능성이 높은 바이스들에 대한 조치는 지독하다고 할 만한 수준.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가세요. 저희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앞으로는 바이스라고 너무 함부로 대하지는 말아주시고요.”

“……그동안의 무례를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했는지 경비대장은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경비대는 그의 지휘를 따라서 신속하게 지역을 이탈했다.

아일라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넘버즈들과 함께 출입문을 차단하기 시작했지만 그런 행동마저도 희생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는지, 격벽이 닫히기 직전에 경비대가 전체가 넘버즈를 향해서 일제히 경례를 했다.

척척척척척!

[Si vis pacem, para bellum!]

차렷 자세로 오른손으로 심장이 위치한 가슴을 한 차례 두드리고는 정면으로 내세우는 일사불란한 제국군의 경례.

나름대로는 감동적인 광경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격벽이 내려가기가 무섭게 남은 시간을 발견한 아일라는, 조금 태연한 모습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30초 밖에 남지 않았어요. 빨리, 빨리!”

“알겠습니다.”

그녀의 외침에 넘버즈로 변장하고 있던 스피아의 잠입부대가 조종 장치를 조준하면서 뭔가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탕!

타닥탁탁탁!

동전만한 크기의 소형 신호교란기가 여기저기로 달라붙었다.

[마스터 코드가 발산하는 신호를 감지. 자폭 시퀀스를 종료하고 통상 모드로 이행하겠습니다.]

장치들이 발산하는 가짜 신호를 탐지하고는 작동을 멈추는 기계.

“휴우, 십년감수했네요.”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적들이 속았다는 걸 눈치 채면 눈에 불을 키면서 반격해 들어올 테니까요. 그랬다가는 정말로 조종 장치를 폭파시켜야만 할 겁니다.”

대답한 사람은 레드 폭스였다.

통신관제소는 현재 거미줄 네트워크로 확보한 소수의 내통자들의 잠입부대의 도움을 받으면서 겨우 제압을 마친 상태. 하지만 경비대가 아니라도, 다른 부대가 수상함을 느끼고 반격해 들어온다면 잠시도 버틸 수 없을 게 뻔했다.

“13구역은 안전한 거죠?”

“네, 기지 내 통신만 차단했을 뿐이지 조종 장치의 신호는 관제소에서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으니까요.”

“천만 다행이네요.”

“남은 문제는……이놈을 뜯어내는 일이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오늘 중으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는 게 문제네요.”

“불안 요소는 그것만이 아니에요. 서둘러서 진짜 마스터코드를 알아내지 못하면 바라모스가 깨어났을 때는 누구도 그 괴물을 통제하지 못할 거예요. 조그가 다시 조종 장치를 잡지 않는 이상은…….”

“산 넘어 산이군요.”

레드폭스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일라는 그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저는 류안 대장님 덕분에 몇 년 만에 이렇게 신나는 건지…….”

“OK. 스톱, 거기까지.”

“네?”

그녀의 반응이 이어지는 걸 막아서는 사람은 탈리아였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하루 쉬니까 왜 이렇게 좋지. 더 쉬고 싶...아, 아닙니다.

코멘트 답변

제르디엘// 저는 그래도 검은 여우인 화영이가 더...

teadow// 후후후. 이 약은 아직 조금 더 남아 있습니다. 사실은 이런 식으로만 1권 내내 쓰고 싶다는...

물고기인간// 나중에는 부분 변형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런 발상은 못했습니다. ㄷㄷ

inno0822// 감사합니다~

Nearthals// 마법의 언어죠. the!

NeoGGM// 연참은 커녕 매일 쓰다보니까 일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ㄷㄷㄷ쓰고 난 다음에는 내가 도대체 뭘 쓴건지? 이러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고 있죠...후후후.

벌레// 후후후후!

노스아스터// 힘들어서 지상편 끝내면 1년 동안 잠적할까 고민중입니다(진지)

평범하게살고파// 멍청한 건 귀엽죠. 헤헤헷.

KeinHoof// 13구역 제압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축제를...

힉// 꺄아아아아아

최신식// 정주행 라이더다!

世進// 평소와 비슷하게 쓴 것 같은데 뜬금없이 칭찬받았...ㄷㄷㄷ 어쨌든 저는 약쟁이가 아닙니다. 히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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