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13화 (113/291)

0113 ----------------------------------------------

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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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잉-!

조그는 요란하게 울려대는 적색경보를 확인하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몰려오면서 숫자에 대한 강박증이 심해지기 시작했지만, 평소처럼 넘버즈를 사용하는 대신에 심연의 악마의 능력을 끌어올리면서 눈앞에 닥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전 부대는 저지선을 따라서 방어선을 형성해라! 방어 전략의 기본은 해머와 모루다. 인간 부대는 방어, 강화몬스터 군단은 우회로를 통해서 적들을 박살낸다! 카스티야는 죽이지 말고 생포해라!”

[네, 알겠습니다!]

본거지의 정면을 돌파하면서 쳐들어오는 레지스탕스의 숫자는 불과 5천.

반면에 조그가 지휘하는 군대의 숫자는 인간 2만에 강화몬스터 군단이 3만이 넘는다.

단순하게 숫자로 밀어붙이던 머포크 군단과는 다르게 첨단병기로 무장한 정예 중에서도 정예. 게다가 방어의 이점을 생각하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패배할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20만의 머포크 대군이 전멸했을 때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2개의 비장의 수단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판세를 정리했을 때는 굳이 그런 수단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기까지 상황을 만들어낸 한 남자의 존재가 상당히 거슬리기는 했다.

‘류안이라고 했나. 겨우 1개 중대로 지원을 와서는 여기까지 상황을 이끌어 내다니……게다가 과냉각이라고? 웃기지 마라. 어디에서 그런 장난을……잠깐?’

“황금의 여신님?”

“저를 부르셨습니까?”

무심코 튀어나온 조그의 말에 79라는 숫자가 그려진 연구원 복을 입은 여성이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질문을 던졌다.

“네가 아니다. 네가…….”

거기까지 말하던 그는 양쪽 검지를 마주치면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뭔가를 결심한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퀴드를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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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승부를 걸 타이밍이 찾아온 것 같군.”

아일라의 비밀통신으로 조그가 마장기에 탑승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류안은 주저하지 않고 미니게임을 발동시켰다.

‘시간 설정 2시간. 미니게임 챌린지!’

[choose your game style!!!!]

시간이 멈추고 공중에서 슬롯머신이 나타난다.

레버를 돌리자 화면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잠시 후에는 정지.

[who is mickey mouse's girlfriend?]

“……뭐?”

뜬금없는 게임 타이틀을 발견하고는 당황했지만 잠시 후에 게임의 튜토리얼을 플레이하자, 그 제목의 진짜 의도를 이해라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가 있었다.

“타이틀 자체가 블랙 조크였군.”

이번 미니게임은 일종의 추리 게임으로 누가 스파이인지를 가려내는 게임이다.

미키마우스의 여자 친구가 누구냐는 제목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군으로 위장한 독일군 스파이들을 가려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질문.

참고로 정답은 미니마우스

특이하게도 이번 게임은 세계관이 굉장히 무겁고 우울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식량과 자원이 고갈되어버린 상황 속에서 대량의 난민들이 그나마 상황이 나은 강대국들로 몰려드는 상황.

그런데 그런 강대국들이 해결책을 강구하기는커녕 끝없는 군사경쟁으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의 신냉전시대에 돌입해 있다는 설정이다.

게임속의 플레이어는 난민들이 끝없이 몰려드는 국경의 입국심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목적은 자국에 도움이 되는 인원들을 선별해서 받아들이고 스파이들을 찾아내서 체포하는 게 목적이다.

‘기왕이면 19금 게임이면 좋았을 텐데.’

세계관의 설정이 설정이다 보니 인권 따위는 옛날에 팔아먹었고, 입국심사관의 권력도 종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화되었다는 설정.

류안은 자신의 앞에 선 예쁘장한 여성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여권을 보여주세요.”

“여기에 있어요.”

“입국하시는 목적이 뭡니까?”

“가능하면 이민을 허락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이래보여도 치과의사거든요? 인턴이든 간호사 보조든 상관없어요. 자리가 없다면 다른 직종이라도…….”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는 했지만 독해져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 게임이라서, 류안은 애써 무시하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

“잡다한 이야기는 됐고 전문직 종사자라면 증빙 서류들을 제출해주세요. 뒤에 줄이 밀린 거 안 보이십니까?”

대략 5만 명쯤 줄을 서고 있기 때문에 노닥거릴 시간은 없었다.

“여기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문서를 내민 여자는 은근슬쩍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혀져 있는 쪽지를 내밀었다.

‘아, 내가 살면서 여자에게 작업을 당하는 날이 오다니…….’

잠시 동안은 밀려드는 감동에 여운을 만끽하는 그였지만, 어차피 현실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오랑캐다, 체포해!”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실수했어요. 그러니까 제발……꺄악!”

퍽!

병사들은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그녀의 뒤통수를 개머리판으로 찍어버리고는, 양쪽 다리를 잡고는 짐을 운반하듯이 질질 끌면서 구금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아, 젠장. 게임인 걸 아는데도 죄책감이 장난 아니네.’

입국심사관이 사용할 수 있는 커맨드는 총 4가지가 존재한다.

입국거절, 입국허가, 구금, 총살.

스파이라는 확신이 들거나 국경심사장에 테러를 일으키려는 상대라면 주저 없이 총살이 가능하며, 만약에 대상이 선량한 사람이라면 패널티가 부과되면서 심하면 게임오버가 된다.

구금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수상한 사람을 체포해서 그 사람의 신변을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

최대 10명까지 동시에 구금시키는 게 가능하며 72시간 동안 소지품 검사 및, 알몸조사와 엑스레이 검사, 수상한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폭력과 고문 자백제가 자연스럽게 동원되는 심문이 이루어진다.

게다가 영혼까지 털어버린다는 치밀한 신상조사로 대상의 머리털 숫자까지도 파악해낸다고 알려져있는 무시무시한 커맨드.

‘내가 직접 조사를 하면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알려줄……아, 아니. 조사를 할 자신이 있는데’

[아아악!]

구금실에서 들려오는 전직 치과의사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류안은 자신의 스타일과는 심문 방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재 그녀를 조사하는 사람들은 나치를 연상시키는 제복을 입은 여자 심문관들.

예쁘장한 얼굴과 채찍을 휘두르면서 들어가는 악녀스타일의 여성들이 그의 취향이었기 때문에, 현실이라면 그 SM플레이에 자신도 끼워달라는 요청을 보냈겠지만 게임의 설정대로 움직이는 그녀들은 역시 기계적이고 잔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막장 세계관에서는 구금을 통해서 조사를 받는 걸 감사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다름 아닌 전직 치과의사였다는 그녀가 그런 케이스다.

“흐흐흑, 고, 고맙습니다.”

끌려들어갈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초췌하고 상처투성이로 흐트러진 그녀였지만, 조사 결과 이민조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독한 꼴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쩔뚝거리면서 열심히 새로운 삶의 터전을 발을 옮기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수많은 난민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쏟아진다.

“저, 저도 구금시켜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입국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건 알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돈에 팔촌이 국가원수의 친척일지도 모르는 거 아닙니…….”

“여권 내놓으세요. 안 그러면 입국 거절 찍어버립니다?”

“…….”

남자에게는 가차가 없는 그였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목적 중에서 하나가 플레이어들이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연출도 과격할 뿐만 아니라, 상황도 아이러니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순순히 이민시켜주지 않으면 이 어린 12남매가 전부 굶어죽을 겁니다.”

“우에에엥. 아저씨! 배고파요. 따듯한 밥이 먹고 싶어요!”

“총살.”

“쳇, 들켰군. 우리들의 정체는 바로 스파이……크아아악! 형님. 우리들은 태어난 시간은 달라도 한날 한 시에 같이 죽는군요.”

“아우야! 으아아아아! 이 자식들, 동생들의 원수는 내가……크아악!”

‘아, 젠장.’

“내가 이 나라의 국가원수다! 전용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국경지대로 오게 되었지. 자, 여기에 입국에 필요한 여권과 구비 서류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확인해 보거라.”

“입국허가.”

“크흠, 수고했네. 사회의 톱니바퀴 제군. 앞으로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조건 없는 충성과 헌신을 계속하도록 하게. 하하하하!”

‘아, 젠장.’

각양각색의 함정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도전하는 단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실수할 때 발생하는 패널티는 커지고 심사대상의 기준들은 점점 더 애매해진다.

4단계를 성공할 즈음에는 노골적으로 수상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방금 전의 예시처럼 입국을 허가시켜야만 하는 대상이 출현하거나, 반대로 터무니없이 허점을 찾아내기 어렵고 불쌍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스파이로 등장.

설상가상으로 국경심사장을 테러하려는 집단들까지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재빠르게 총살 커맨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순간의 방심으로 게임오버가 되버리는 더러운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5단계에 돌입하자 약속한 듯이 또 다른 자신이 나타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나라가 멸망했습니다. 당신은 불완전한 서류를 가지고 다른 나라로 몰래 망명을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입국심사를 통과하세요.]

그리고 입국심사관으로는 또 다른 류안이 그를 반겨주고 있다.

“오랜만에 하는 미니게임이 오랜만에 거지같군.”

매 번 속임수를 간파해내며 게임에 숙달되었다 싶은 상황에서 마지막에는 거꾸로 자기 자신을 적수로 만나게 되는 상황.

다행이라면 그를 속이기 위한 몇 가지 작업을 할 수가 있다는 거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미스를 저지르지 않은 자기 자신을 상대한다는 것, 류안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로 느껴지고 말았다.

‘아니, 아니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미니게임을 수행했지만 클리어가 불가능한 게임은 존재하지 않았어. 입국심사는 100%들통 날 게 틀림없지, 그렇다면 이 게임을 클리어 하는 방법은 입국 심사를 통과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소리.’

시스템 메시지가 함정이라는 결론을 내린 그는 잠시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변수들을 확인하고는, 마지막 정답을 알아내고는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과 완벽하게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자신에게로 걸어갔다.

“여권을 주세요.”

“당신이야말로 여권을 주셔야 할 겁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입니까?”

“이런 소리입니다. 경비병! 이 남자가 지금 내 소지품을 강탈하고 입국심사관의 행세를 하고 있다. 당장 녀석을 향해서 발포하라!!”

투타타탕!

아이러니와 패러독스.

마지막까지 블랙 조크와 같은 결론으로 게임의 막을 내려버리는 그 어처구니없는 게임의 결말을 확인한 류안은, 또 다른 자신을 대신해서 새로운 입국심사관이 되는 것으로 놀랍게도 엔딩까지 감상하면서 게임을 클리어할 수가 있었다.

[작전에 성공할 확률은 40%입니다. 모든 능력들이 비약적으로 강화되며 존의 영역에 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새롭게 각성한 영혼의 능력은 수인화 F급이었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추가 후기

참고로 이번 편의 미니 게임에서 이루지 못한 꿈은 주인공이 나중에 현실에서...크흠.

코멘트 답변

제르디엘//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귀여워하지 말아주세요. ㄷㄷ

MardiGras// 설정상으로도 드래곤이 최강이 아니기는 하지만 인간보다 훨씬 강한 건 사실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드래곤 전용 마장기 같은 것도 존재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마장기가 스펙의 한계상 드래곤보다 약합니다.(일부 특장기나 결전병기는 다르지만요.)

물고기인간// 마법이 별볼일없는 게 아니라 제 개인적으로 마법과 과학이 경쟁을 계속하면 과학이 이길거라는 생각 때문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그렇습니다. 마법은 아무나 사용할수 없지만, 과학은 원리만 알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말씀하신대로 다구리에 당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평범하게살고파//히잉!

루크란제// 네?

NeoGGM//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힉// 어, 호칭이 이상한 건 오타겠죠? 오타라고 믿겠습니다.

노스아스터// 이럴 수가, 다들 드래곤이 살아있을거라고 믿고 있다니...네, 살아있습니다. 흐규흐규. 그냥 말씀드릴게요. 어떻게 살아있는지는 스포일러라 나중에 밝히겠...참고로 여성체가 있기는 있습니다만. 걔들 기본적으로는 란마처럼 원하는 대로 성을 바꾸는...크흠.

벌레//우오오오?

KeinHoof//설레이셨...크흠.

ccurikket// 그러게요. 물병은 어디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을까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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