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9 ----------------------------------------------
지상편
“아무것도 아니야.”
류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섬주섬 고양이 귀와 꼬리를 장착했지만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확실히 바보 같은 작전이기는 하죠호? 세상에 어떤 멍청한 여자라도 이렇게 단순한 방법에는 속아 넘어가지 않을 거예효.”
“꼭 그렇지는 않아. 그녀가 조그에게 당한 세뇌는 기억변이와 인지장애의 영역이니까. 멍청한 건 천연이라도, 진짜 고양이 귀와 가짜 고양이 귀도 구분하지 못하는 건 그 자식이 걸어놓은 저주 때문이니까.”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카티아의 파일을 열람한 류안은 그녀의 비참한 과거와 조그의 잔인함을 확인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치를 떨었다.
13구역은 슈발츠 제국이 pec(processing environment change)기술을 사용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밀림이다.
제국은 독립되어있는 야생의 생태계를 만들어서 치열한 경쟁체계를 구축하고 종의 진화과정을 관찰하고 연구해 왔는데, 지금으로부터 불과 10년 전에 더 이상의 방치는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본격적으로 연구 단지를 조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연구할 가치가 없거나 생태계를 구성하는데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종들에게는 제시카가 표현했던[솎아내기]가 진행되었다.
[진화에 뒤쳐진 열등한 생명체들을 몰살하라!]
그 열등한 생명체들에는 카티아가 속한 묘인족의 부락도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작전을 실행한 장본인이 바로 조그.
[적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전사들이여. 그것이 바로 제군들이 사랑해야할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음악이다! 그들이 흘리는 내장과 피를 눈에 각인시켜라,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나신일지니! 연민을 버리고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있는 위대한 선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라. 그것이야말로 위대한 심연의 인도, 나락이 제군들을 축성하리라!!]
[Si vis pacem, para bellum!!]
슈발츠 군인들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심연의 악마들의 피를 일깨운다는 명분으로, 그들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끔찍한 방식으로 묘인족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13구역 밖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묘인족들에게 첨단무기로 무장한 제국군의 침략은 그야말로 대재앙이나 마찬가지.
카티아는 그런 상태에서도 용케 몇 년 동안이나 도망치면서 저항을 계속해 왔지만, 그런 강력한 전투능력이 오히려 조그의 호기심을 사는 바람에 사로잡혀서 인체실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젠장, 차라리 카티아에 대한 기록들을 열람하지 않았다면…….’
기억이 변이당해서 조그를 원수가 아니라 은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카티아지만, 단 두 가지만은 온갖 세뇌에도 불구하고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나는 그녀가 동족들을 사랑한다는 것.
또 하나는 동족들을 학살한 인간들을 뿌리부터 증오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잘해주니 좋은 인간과 나쁜 인간을 구분하면서 기뻐하는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류안은 그녀를 이용하려는 자신이 얼마나 추악한지를 자각하고 말았다.
턀리아도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를 속여서 이용하려는 게 양심에 찔리시냐요?”
“……부정은 하지 않을게.”
그의 대답에 턀리아가 갑작스럽게 울먹거리면서 외친다.
“너무햐세요. 주인님! 주인님은 턀리아를 이런 몸으로 만들어놓고 지금 고양이년에게 연민을 느끼시는 건가요?”
“아, 아니 그게…….”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격한 반응에 당황한 류안이 말을 더듬자 그녀는 재빠르게 그의 품으로 안기면서 입을 열었다.
“주인님은 턀리아를 만든 걸 후회하고 있나효?”
“당연히 후회하지 않지. 이렇게 귀여운데…….”
“고마워효. 저도 세상에 태어나서 너무너무 기뻐효! 사랑해효, 퍄파!!”
그녀의 외침에 류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자, 잠깐만 지금 뭐라고 했어?”
“턀리아는 주인님 덕분에 세상으로 나올 수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니야, 그런 말 말고 맨 마지막에 했던 단어가 있잖아!”
그의 외침에 턀리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입을 열었다.
“퍄파?”
“우오오오오오!!”
“꺄앗! 아흣, 하으응, 주인님, 아니 퍄파. 너무 격렬해효. 조금만 살살 하윽, 아앙!”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철썩!
두근, 두근!
퍄파라는 단언에 흥분한 그는 그 자리에서 그녀를 3번이나 범하고 나서야 간신히 이성을 되찾을 수가 있었다.
그 행위가 지나치게 격렬했기 때문에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릴 뻔 했던 턀리아지만 여전히 낙천적인 미소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입을 열었다.
“주인님은 너무 상냥해서 탈이예효. 그런 주인님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가끔씩은 아쉽기도 하다고효? 주인님이 그녀를 속이려고 하는 건 단순하게 속여서 이용해먹으려고 그러는 건가효?”
“아니. 전혀 아니지.”
그렇게 대답하는 그는 자신이 지나친 연민에 빠진 나머지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통수를 맞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러면 왜 그녀를 속이려고 했던 거죠호?”
“그거야 물론…….”
거기까지 말하던 류안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허공을 향해 선언하듯이 외쳤다.
“귀여운 고양이귀 소녀와 H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꺄악, 주인님, 멋져효! 귀축, 배란해버려!”
제정신이 아닌 정신 나간(?)대화기는 했지만 깨달음을 얻은 류안의 머릿속은 마치 먹구름이 걷히는 것처럼 맑게 개여나가기 시작했다.
그 또한 조그와 마찬가지로 순진무구한 묘인족을 속이려고 하는 데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것은 비열하다고 말하면 비열할 수 있는 행동.
하지만 두 사람의 행동원리에는 아주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조그는 주변의 모든 대상들을 자신이 마음대로 다루는 도구 이상으로는 취급하지 않아. 내키는 대로 소모하고는 쓸모가 없으면 주저 없이 버리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지. 그녀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를 가지고 있어. 그렇다고 도구 취급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나는 아끼고 아껴서 닳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오래오래 사용하는 타입이거든?’
류안이 편리한 도구로 취급하는 대표적인 사람은 클라크다.
당번병부터 잡일, 카메라맨, 전투기록 정리, 애인들의 수발 및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자신의 대리인까지.
약간 불평불만이 심하기는 하지만 한 집에 하나씩 있으면 편리한 빵셔틀이다.
가끔씩은 차에 기름을 넣듯이 월급도 주고 소원수리도 해주지만 그 대가로 몇 배는 되는 노동으로 혹사시키고, 혹사시킬 예정인 남자. 물론, 그 명단에는 리틀보이나 정신과 시간과 목장에서 열심히 노가다를 하고 있는 양아들 벤틀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류안의 손아귀에 사로잡힌 순간부터 그들은 관 뚜껑이 닫히는 순간까지 영원한 노예로 부려 먹혀질 운명인 예정.
그들의 면면을 떠올린 그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사랑해 턀리아, 너는 정말로 최고의 걸작품이야!!”
“저도 사랑해효. 주인님. 그러면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불러주실 거죠호?”
“가능하면 노력해볼게. 하지만 지금은 냐옹이를 타락시키는 것이 먼저다!”
“네, 주인님!”
두 사람은 희희낙락하면서 고양이 귀와 꼬리를 장착하고는 준비해놓은 코스튬으로 갈아입으면서 간단하게 모습을 변장해나갔다.
잠시 후에는 준비를 마치고 카티아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입장.
푸슉-!
세 번이나 정사를 나누느라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면서 기다리던 그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냐옹거리면서 투덜거렸다.
“둔해 터졌다냥! 도대체 카티아를 언제까지 기다리게……어머냥?”
“이거이거, 귀여운 키티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든 모양이군냥. 내 소개를 하지냥. THE 류안냥이라고 한다냥.”
“THE 탈리아냥예효냥! 누님이라고 불러도 될까효냥?”
샤방샤방한 오오라를 뿜어내는 두 미청, 미소묘들의 등장에 카티아는 넋을 잃어버린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꼬리를 ♡모양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메이크업을 통해서 완벽한 남자 제비묘로 탈바꿈한 두 사람.
도수가 없는 안경을 착용하고 어른스러우면서도 나쁜 고양이의 매력을 발산하는 류안과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연하의 귀여움을 어필하는 미소묘로 변장한 턀리아는, 순진한 묘인족 소녀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건 문제도 아닌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이 HR돔을 열고 접근해오자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물러나는 그녀.
“자, 잠깐만 기다리라냥. 누, 눈인사도 없이 그렇게 함부로 다가오면 안 되는 거다냥!”
“후후후. 이런 앙큼한 키티 같으니라구냥. 우리 업소(?)에서는 사회의 그런 미적지근한 룰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한 사교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냥.”
“바, 발상이 위험한 묘인족들이다냥. 어쩐지 카티아까지 나쁜 어른이냥이 되는 기분이다냥! 이, 이러면 안 된다냥!”
“누님, 누님은 우리 두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겁니까효냥? 우리들은 모처럼 만난 동족을 최대한 대접해드리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이러는 건대효냥…….”
눈물을 글썽거리는 턀리아의 명연기에 카티아는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마,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다냥! 다만 카티아한테는 달링이 있는거다냥. 다른 묘인족 남자들과 너무 친해지면 달링한테 미안한거다냥…….”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꼬리를 연신 흔들면서 양쪽 검지를 마주치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에 류안은 턀리아를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턀리아 굿 잡!’
‘서포트는 맡겨만 주세효, 주인님!’
“후후후. 이런 순애보라니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는 키티냥이군냥.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냥. 우리들은 단지 모처럼 만난 동족들 사이에 친목을 다지고 싶을 뿐, 음란한 짓을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냥.”
“맞아효냥, 누님! 누님이 바깥에서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으셨는지는 우리들을 구해주신 친절한 인간들에게 전부 들었어효냥.”
“조금 전에 나간 인간들이 구해준거냥?”
“그럼효냥! 게다가 얼마나 잘 해주는데효냥?”
“맞는 말이다냥. 우리 귀여운 키티냥이는 아직 인간들을 믿지 못하는 눈치라서 여기에 갇혀있지만, 우리들은 이런 일을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냥.”
류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리모콘을 눌러서 웨이터(?)를 호출했다.
잠시 후.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얌전하게 술과 안주를 접시에 담으면서 방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웨이터. [입구에서 클라크]
“주문하신 개다래 페리뇽과 정키 치킨, 신선한 과일들을 안주로 가지고 왔습니다.”
“수고했다냥. 이제 꺼지라냥.”
“……휴우.”
류안의 명령에 뭐라고 대꾸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결국에는 한숨만 내쉬면서 터벅터벅 밖으로 걸어나간다.
“이, 인간을 하인으로 부리는 거냥?”
“뭐를 그렇게 놀라냥? 듣자하니 우리 키티도 와이즈 캣이라는 집단의 리더였다고 들었다냥. 수십, 수백명의 인간들을 꼬리 하나로 다루었을 게 아니냥?”
“전혀 아니었다냥. 달링이 카티아한테 인간들을 자극하면 안 된다고 싸울 때가 아니면 철창 속에서 혼자 생활해야만 한다고 그랬다냥.”
‘그 새끼가…….’
고생이 느껴지는 카티아의 이야기에 류안은 이미 죽음을 확인한 달링이라는 남자에게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지나간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다냥. 어쨌든 지금은 동족들의 만남을 축하하는 시간이다냥. 잔을 들라냥, 오늘은 개다래 페리뇽으로 축제다냥!”
“저도 찬성입니다냥!”
호쾌하게 잔을 부딪치는 두 가짜 묘인족의 행동에 카티아는 발그레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면서도 잔을 들어 조심스럽게 잔을 마주치고는 개다래 페리뇽을 할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취한 듯이 몽롱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흐느적거리는 그녀.
“냐아아아, 기분이 이상하다냥. 이런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이다냐앙~.”
‘후후후. 고양이 한 마리 타락시키는 건 문제도 아니군.’
개다래 페리뇽을 가장한 포도쥬스를 홀짝거리면서 류안은 무방비하기 이를 데 없는 카티아를 음흉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생각 같아서는 비몽사몽한 상태를 이용해서 곧바로 거사를 치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는 밑밥을 뿌리는 단계. 섣부르게 건드렸다가는 괜한 반발심을 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연회를 몇 번이나 개최하면서 차츰차츰 타락시키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일단은 13구역을 정리하고 카스티아를 먼저 떨어트리는 게 우선이니까.’
============================ 작품 후기 ============================
1줄 후기
카티아와 이벤트는 13구역을 정리하고 이어집니...ㅌㅌㅌ
추가 후기
그냥 다음 편까지 쓸 걸 그랬나...
코멘트 답변
한뫼사람// 하하하 ㅌㅌㅌ
mislandis// 그래서 바꿨습니다!
물고기인간// 그 부분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Nearthals// 턀리아...
teadow// 그 부분도 역시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GudSyn// 제대로 보셨군요.
Atticus// 아, 안 돼. 도망쳐야겠어...
여관집아들// 탈리아의 변신도 아직 남아있기는 합니다. 후후.
St0// 저도 자다가 문득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쳤습니다.
노스아스터// 사실은 카티아도 일종의 ntl이기는 하죠. 그런 것도 예정되어 있기는 있습니다만...분위기 봐서 H가 모자라다 싶은 타이밍에서 써보겠습니다.
벌레// 나중에 하렘 리조트 행성을 구입하기는 합니다. 후후
그레이드론159//아주 좋은 사기꾼이죠.
KeinHoof// 어, 오늘은 안 괴롭혔지만 다음에 제대로 괴롭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