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06화 (10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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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조그의 본거지에는 딱히 빈틈이라고 할 만한 침입경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피해를 감수하고 정면 돌파를 결심한 류안은 바라모스에 대한 대책은 뒤로 미루고, 아일라의 도움을 받아서 조그의 본거지 내부에 진입했을 때 적들의 움직임을 교란시켜 줄 조력자들을 확보하기로 결심했다.

[레지스탕스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시켜만 주세요.]

“뭐, 뭐든지 말입니까?”

미니 스파이더로 올려다보는 시야에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셔츠 위로 드러나는 계곡을 발견한 류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네, 물론이에요. 그런데 왜 갑자기 말을 더듬으시는 거죠?]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일라양께서 해주실 일이 있기는 있습니다. 일단은 미니 스파이더들을 회수해서 충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난 다음에는 레지스탕스에 가담할만한 사람들의 정보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보만 알려드리면 되나요? 제가 직접 설득해서 사람들을 모으는 편이 훨씬 더…….]

“절대로 안 됩니다.”

류안은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누가 조그의 편이고 아군인지를 확실히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조직화를 시키는 편이 훨씬 더 위험합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서로의 안면을 모르는 상태에서, 개인에게 역할을 분담시켜주는 편이 훨씬 더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작전은 조그의 본거지 내부에 점조직을 만드는 것이었다.

누가 누구의 편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단지 익명으로만 그들이 수행해야만 하는 임무들을 간단하게 전달하면서도, 그런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렇게 한다면 누군가가 조그에게 밀고를 한다고 그래도 여러분들이 일망타진을 당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니 레지스탕스가 무엇을 계획하는지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겁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작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엉뚱한 임무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정말로 중요한 임무에는 몇 사람을 동시에 섭외해서 반드시 실현되도록 만든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그 행동 하나하나에는 커다란 의미가 없는 사소한 움직임이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조그의 본거지 전체를 불태우는 거대한 화재로 변질시키는 것이 류안이 생각한 작전이었다.

“이 작전에 제일 중요한 건 아일라양의 역할입니다. 이제부터는 저는 당신을 여왕 거미라고 부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미니 스파이더들을 관리해주시고 절대로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여왕이 죽거나 잡히면 말 그대로 게임 오버입니다. 밀고자가 나오거나, 누군가가 걸린다고 그래도 모르는 척 외면해주세요. 저 또한 가능하면 들키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다해서 작전을 짜겠습니다.”

류안의 작전을 전해들은 아일라는 그의 치밀한 계획을 듣고는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정말로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실 수가 있죠? 조그가 요즘 들어서 계속해서 짜증을 부리던 이유가 전부 대장님 덕분이었군요. 그것 때문에 동료들은 많이 죽어나가기는 했지만……정말로, 당신이라면 그 작자를 심연으로 돌려보내 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는 아일라의 눈동자에는 흥분과 기대가 충만해져 있었다.

거미줄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포섭작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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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스파이더들의 조종을 마친 류안은 이번에는 사로잡은 새로운 포로를 심문하기 위해서 격납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좁다냥, 아늑하다냥, 진정된다냥!]

카티아는 아직까지도 타이거 샤벨의 조종석에 갇혀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느긋하고 태평하기 이를 데 없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고양이는 좁은 곳을 좋아한다는데 저 장소가 완전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에요. 전투식량으로 혼자서 배도 채우고, 낮잠에, 화, 화장실 문제까지 알아서…….”

카메라를 통해서 조종석의 내부를 감시하고 있던 애니의 보고에 류안이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배변 영상은 기록해 놓았나? 한 번 시급하게 체크를…….”

“다짜고짜 무슨 변태 짓을 하려는 거야, 이 호색한이!!!”

퍽!

주먹을 날린 사람은 재규어를 끌고 머포크의 시체들을 처리하는 작업을 거들다가 돌아온 탈리아였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이 가까운 오후 5시.

잭은 또 다른 보급물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13구역을 떠나 5사단의 점령지로 물물교환을 하러 떠났고, 악어의 어금니도 어제 밤새도록 벌어진 전투의 뒷수습을 하느라 일과 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카티아의 포획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소문을 듣고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그들 중에는 카스티야도 포함되어 있었다.

“역시나 대단한 수완이만, 동맹군 대장님! 설마 그 미친 고양이년을 마장기채로 통째로 잡아오실 줄이야.”

겉으로는 호탕하게 어깨를 두드리면서 칭찬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투에는 명백하게 빈정거리는 태도가 섞여져 있었다.

하지만 류안은 그런 도발을 무시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녀를 알고 있습니까?”

“물론, 알고 있지. 저 빌어먹을 고양이 년 때문에 예전에 본거지에서 우리 정글레인저 대원을 5명이나 잃어버렸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처형할 생각이라면 우리들한테 맡겨달라고…….밀림의 여왕이 적들을 어떻게 대접하는지 톡톡하게 몸에 새겨줄 테니까.”

우드득.

“크윽.”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류안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아귀에 힘을 주면서 그를 압박했다.

순순히 자신에게 넘기라는 협박.

그 행동을 눈치 챈 탈리아의 표정이 단숨에 사나워졌지만 류안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제지하는 한편으로, 카스티야의 커다란 손을 있는 힘껏 밀어내면서 떨쳐버렸다.

“죄송하지만 카티아는 제가 직접 생포한 전리품입니다. 그녀의 생사여탈권은 전적으로 제가 잡고 있으니까 동맹군의 일에는 간섭하지 마십시오.”

“쳇.”

가볍게 혀를 찬 그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무기를 잡는 류안의 부대원들을 발견하고는 양손을 들면서 능청을 떨기 시작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냥 농담한 거니까 너무 정색하지들 말라고. 이거야 뭐, 질투 한 번만 더 하면 칼춤을 출 기세들이네.”

“아무리 그래도 할 게 있고 안 할 게…….”

“탈리아!”

“…….”

류안의 호통에 움직임을 멈춘 탈리아지만 두 사람의 불화를 처음으로 목격한 그녀의 표정은 심상치가 않아보였다.

별말 없이 그녀에게 다가가서 손을 꼭 붙잡아 주면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태도로 조종석 앞쪽에서, 카티아를 제압할 준비를 마치고 있는 부하들을 향해서 외쳤다.

“고양이를 생포할 준비는 끝났나?”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제압팀의 대장을 맡은 스피아의 외침에 류안이 미소를 지으면서 외쳤다.

“좋아, 조종석을 개방해!”

푸슈욱!

“냐아아아아앙!!”

조종석이 열리기가 무섭게 털을 곤두세우면서 위기를 느낀 카티아가 쏜살같이 바깥으로 달려나왔다.

“스턴 건 발사!!”

텅! 텅! 텅! 텅!

스피아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일제히 스턴 건을 발사했지만 놀랍게도 카티아는 허공에서 몸을 비틀면서 그것들을 전부 피해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마주 뛰어오르면서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러대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는, 그녀의 힘을 이용해서 마치 축구에서 오버해드 킥을 하는 것처럼 단숨에 바닥으로 내리꽂아 버렸다.

쿵!

“냐아아앙!”

그리고 이어지는 십자꺾기.

“냐아아앙! 기브, 기브 업! 살려달라냥!”

단숨에 제압당해버린 카티아는 바닥을 두드리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얌전하게 있으십시오.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꺾어버리겠습니다.”

“잔인하다냥! 인간, 악마냥?!”

그 솜씨를 구경하던 카스티아가 놀랍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면서 외쳤다.

“휘유~! 굉장한데?!”

“아, 젠장. 나 저거 엄청나게 싫어하는데…….”

탈리아도 익히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크게 놀라고 있는 사람은 류안이었다.

‘스피아의 실력이 저 정도였나? 아니,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까지 압도적이라니…….’

그동안 영혼과 육체의 괴리를 핑계로 신체단련을 게을리 한 류안이지만 잭에게 강압적으로 교과서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약간이나마 백병전을 펼치는 비법과 무술에 대한 안목들을 키워온 그였다.

덕분에 로아 같은 일반인들은 이제 어린애 다루듯이 가지고 놀 수가 있는 경지에 이르렀고, 전생을 기준으로는 웬만한 유단자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넘치는 그였지만 조금 전에 목격한 싸움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순간가속으로 움직이는 나를 어린애 다루듯이 할 때부터 범상치는 않다고 생각했지만……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그녀는?’

유라디스 은하에서 그가 목격한 최강자는 루치아였지만 그녀의 강함이라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이었고, 스피아의 강함에는 약간이나마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있는 거대한 산을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육체수련에 대한 묘한 열망과도 같은 것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영혼의 능력을 먼저 얻으라는 충고를 떠올리고는, 입술을 다시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결심하는 류안이었다.

‘다음에는 반드시 쓸만한 능력을 손에 넣겠어.’

그런 심정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제압팀에게 명령을 내렸다.

“카티아에게 마나구속 장치를 착용시키고 독방으로 끌고 간다. 내가 직접 심문을 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려고 하는 카스티야에게도 경고를 날렸다.

“죄송하지만 정보를 공개하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공화국의 심문방식은 아무리 동맹군이라도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따로 성과에 대한 보고서를 건네 드릴 테니, 이쯤에서 물러나시죠?”

“쳇, 알았어. 어디 한 번 잘 해보라고!”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을 흔들면서 자리를 떠나는 카스티야를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쳐다보던 탈리아는, 그녀가 떠나자 마자 류안의 멱살을 붙잡고는 따지듯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쟤 미쳤어? 다짜고짜 너한테 왜 그런 짓을 하는 건데?! 자신만만하게 꼬시겠다니 어쩌더니 허세를 부리더니 완전히 비호감으로 변해버렸잖아? 자, 잠깐만 설마 너 혹시 카스티야한테 무슨 짓을 했다가…….”

“뭐를 상상하는지는 알겠는데 전~~~~~~~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아직 공략 날짜까지 시간도 남았는데 자꾸 중간에서 설레발칠래? 자꾸 그러면 확 귀여워 해버린다. 72시간 연속 스페셜로?”

“윽, 아, 알았어! 하여간 걱정을 해줘도 꼭…….”

작은 목소리로 투덜대는 탈리아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으면서 그녀를 달래준 류안은 슬그머니 잡고 있던 손을 풀면서, 마치 화장실을 가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카티아를 가둬놓은 독방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순수하게(?) 고양이와 놀고 싶은 마음으로 부하들에게 준비시켜놓은 이런저런 소도구들의 사용법을 떠올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

하지만 어느새 그림자처럼 뒤따라 붙은 탈리아가 그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화사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가시는 걸까?”

‘쳇.’

속으로 혀를 찾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도 같이 갈래?”

“당연한 소리.”

‘기왕 이렇게 된 거 플랜 B로 가야겠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탈리아의 손을 붙잡고는 카티아가 있는 독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2줄 후기

삼국지13이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스팀을 확인했다가 가격을 보고 포기했습니다.

왓 더...

코멘트 답변

물고기인간// 저는 예쁘기만 하면 거인도...아, 아닙니다.

spadel// 그건 어디에 있는 전설인가요?(진지)

벌레// 농장도 좋고 목장도 괜찮죠.

NeoGGM// 역시 다들 BFG라고 그러면 둠만 떠올리시는 듯. ㄷㄷㄷㄷ

호야[虎夜]// 사실 주인공이 대부분의 전략은 이미 세워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바라모스에서 약간 멘붕해버린 상태...

슈퍼세슈// 아아, 이 분이 내가 기다리던 분인가...

파멸의아리아// 영생불멸!

MardiGras// ㅎㅎㅎㅎ

때구니™// 새로운 여자라기 보다 이미 나왔던 여자기는 합니다. 다른 이름은 식스였죠. 식스, 세...크, 크흠.

평범하게살고파// 더 락 형님이 의외로 BFG의 지분을 많이 가지신 듯...

Ghozt// 아닙니다. 기승전고양이입니다. (진지)

여관집아들// 고양이는 길들이는 게 아니라 길들여진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동물따위는 결국 본능에 충실한...후후후. 아, 사악하게 웃어서 죄송합니다.

힉// 야옹아 도망쳐!

노스아스터//그렇다고 상체만 여성형이면 종족번식에 장애가 생깁니다. 특정 부위는 역시...크흠.

시원한바람s// 후후후.

돔페리뇽// 태그!

KeinHoof// 고양이 발바닥은 중독되죠. 하악하악.

폭탄z기// 카티아가 있는데 다른 고양이는 아직 이르죠! 아, 아닌가?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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