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04화 (10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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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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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조그는 자신의 계산을 번번이 뛰어넘는 미지의 적수의 정보를 살펴보면서그렇게 중얼거렸다.

[류안에 대한 조사 보고서]

가온공화국 5사단 소속의 독립부대 트라이엄프의 대장.

계급: 소위

나이: 21세

경력: 범죄자 출신 혼성부대의 부사관 출신.

제론V행성의 테러리스트 샛별회를 토벌하는데 일조한 전공을 인정받아 장교로 고속 승진.

특이사항: 엔포서의 지도자 길로틴 준장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됨. 구체적인 이력은 정보 통제로 차단되어 있음.

“정보 통제라고?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렇게 비싼 정보료를 지불했는데 겨우 이런 걸 조사 결과라고 보내왔다고? 거기 너, 기계제국의 분점으로 가서 지금까지 확보한 이 남자의 전투기록들을 넘겨주고 똑똑히 조사하라고 그래! 이놈은 절대로 피라미가 아니니까,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조사하라는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의 호통을 들은 슈발츠 병사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레지스탕스를 전멸시킬 작정으로 돌입시킨 머포크 군단이 카스티야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지휘로 패퇴하는 순간부터 원정대의 조력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력자의 규모라고 해봤자 겨우 1개 중대.

트라이져 강습함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약간 성가시기는 했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강습함을 이용해서 카스티야를 악어의 어금니에서 쫓아내고 난 다음에 점점 더 몰아세우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내려져, 도발을 당하자마자 주저 없이 악어의 어금니를 박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

승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갑자기 전열을 회복한 레지스탕스가 머포크 군단의 공세를 신들린 듯이 막아내면서, 성벽을 철벽처럼 단단하게 지켜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전투의 막바지에는 뜬금없이 주시자의 화력지원까지 쏟아지는 황당한 사태의 연속.

위기감을 느끼며 박살난 멘탈을 허겁지겁 수습하며 머포크 군단을 큰 피해없이 후퇴시키기는 했지만, 그 중대를 지원한 인물이 다름 아닌 이번 전쟁 최고의 경계대상이라는 율리안 중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5사단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된 지역을 2사단이 서포트를 한다고? 그것도 일개 중대를 지원하기 위해서 주시자를?’

머포크 군단의 남아있는 숫자는 약 20만.

마음만 먹으면 악어의 어금니를 공략하는 건 문제도 아니었지만 적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이상에는 함부로 공격을 들어갈 수는 없었다.

특히나 그 지원이 주시자라면 더욱 더.

차폐물로 뒤덮인 장소라면 모를까 악어의 어금니처럼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인 장소를 공격해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당분간은 율리안 중장의 의도가 뭔지를 알아내야만 해.’

한 순간의 변덕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이것이 13구역에 대한 대대적인 침공의 신호탄이라면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었다.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략의 판도를 완전히 새롭게 갈아야만 하는 심각한 사태. 그래서 조그는 적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레지스탕스의 보급을 끊어버리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실패.

“와이즈 캣의 보급물자를 전부 털리고 카티아까지 붙잡히다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죄송합니다! 카티아가 명령에 따르지 않고 멋대로 설치는 바람에 일이 꼬여버렸습니다. 그 멍청한 묘인족 년이 제멋대로 설치지만 않았어도……저, 전부 그년이 잘못한 겁니다!]

와이즈 캣의 지도자 퍼드는 그렇게 외치면서 연신 변명을 늘어놓았다.

한 눈에 봐도 가짜라는 게 뻔히 보이는 고양이귀와 가짜 꼬리를 달고 있는 뚱뚱한 남자의 모습. 카티아가 달링이라고 부르는 남자의 정체는 진짜 묘인족이 아니라, 그 모습만 어설프게 흉내 내고 있던 가짜였다.

“시답지도 않은 변명은 집어치워라! 너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에 비교하면 카티아는 전투능력만 따지면 카스티야에게도 밀리지 않는 실력자였다! 네놈이 그녀의 무력만 믿고 방심했다는 걸 모를 줄 알았느냐?!”

“히이이익! 요,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조그님!!”

“지옥으로 꺼져라. 퍼드! 그런 전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겨우 강습함 한 대와 마장기 한 대에게 농락당하다니……몰 헌터들이여 일어나라, 식사 시간이 찾아왔노라!!”

크오오오오오!

조그의 명령을 받은 몰 헌터들이 사방에서 뛰쳐나오면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안 돼.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살려주십시오. 조그님. 제발, 크아아아악!!!”

몰 헌터들의 촉수에 칭칭 동여매어진 그는 산성 독에 뼈와 피부가 녹아버리면서 순식간에 절명해버리고 말았다.

퍼드는 죽기 전까지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종 장치를 사용해서 몰 헌터들의 움직임을 바꾸려고 시도했지만, 마스터 코드를 가지고 있는 조그의 명령 앞에서는 모든 시도가 허사였고 부질없는 몸부립이었다.

처형을 마친 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른 슈발츠 병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와이즈 캣의 지도자를 쓸 만 한 놈으로 교체해라. 이번에는 적어도 지원물자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넘겨주는 멍청이를 배치하지는 말도록!”

“네, 알겠습니다!”

또 다른 명령을 받은 부하가 밖으로 나가자 조그는 찝찝하기 이를 데 없는 기분을 뒤로하고 자신의 연구와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류안에게 당한 스트레스로 그는 자신이 넘버즈라고 이름붙인 연구 보조 3명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죽여 버렸다. 그 중에서 7명의 여성 연구 보조들을 범했고, 5명의 덩치들을 실신할 때까지 두들겨 팼으며 자신의 신경을 거슬린 2명의 보조들을 강화몬스터의 합성 재료로 사용해 버렸다.

그런 분풀이를 마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연구원들의 숫자가 부족해지는 바람에 강화몬스터 군단의 생산과 연구에 약간의 차질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조그는 다른 생각을 접고 열심히 작업에 몰두했지만 그러는 사이에 문득 기지의 공기가 탁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기정화 시스템과 환풍구의 상태를 표시해주는 정보 패널을 오픈했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황당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난장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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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의 본거지는 역시 로이케 강으로 이어지는 늪지대 인근의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

그 규모는 어지간한 소도시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했으며 지상으로 이어진 수많은 환풍구로는, 연구와 강화몬스터 제조에 쓰이는 다양한 화약 약품들이 뿜어내는 연기가 정화장치와 필터로 걸러지며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강화몬스터의 합성과 실험에 자주 활용되는 다양한 동물들과 벌레들이 존재한다.

그런 생명체들이 질리지도 않고 환풍구로 기어들기 때문에 1차로는 전자 필터를 입구에 설치해서 퇴치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세한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명체들이 끊이지를 않았다.

조그는 그런 생명체들과 쥐새끼(첩자)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온갖 종류의 방범 장치들을 환풍구에 설치해 놓았다.

스피아가 좌절한 소나 탐측장치는 30초마다 반경 50m로 소나를 방출해서 이물질을 탐지하고는, 무려 미니 건과 화염 방사기로 그 물질을 조준해서 순식간에 제거해버리는 무시무시한 방범 장치였다.

그 처리가 끝나고 난 다음에는 청소도구를 가진 미니 드론들이 날아와서 그 이물질을 청소하는 것으로 환풍구의 정리가 마무리된다.

류안은 그 미니 드론들을 납치해버렸다.

“등짝, 등짝을 보자! 음하하하하!!”

지이이이잉-

미니 스파이더들에게 덮쳐진 미니 드론들은 강제로 직결을 당하고 난 다음에 하나의 편리한 자가용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그 기동력을 활용해서 소나 탐측장치들은 순조롭게 돌파할 수 있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범 장치들의 행렬에 미니 스파이더를 5기나 잃어버리자 조그의 본거지를 공략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방범 시설에 도대체 얼마를 투자시킨 거야? 이런 변태 같은 새끼.’

원래는 12마리였던 미니 스파이더의 숫자가 이제는 7밖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알람을 울리거나 감시카메라에 들키지는 않았다는 사실이지만 초입에서 그렇게 막혀버리자, 그대로 진행한다고 그래도 조그에게 당도할 수 있을 자신감이 생기지를 않았다.

‘미니게임의 도움을 빌리면……아니, 아니야. 승부를 걸어야 하는 타이밍은 돌 메이커를 녀석의 등 뒤로 꽂는 순간이야. 그 때까지는 자력으로 어떻게든지 해야 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문득 인근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는 밀림 쥐 마이누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겁이 많고 민감한 생물이라서 포식자를 만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떼로 몰려다니는 습성을 가지고 있……그래, 바로 이거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될 시간이다!!’

류안은 주저 없이 환풍구의 전자 필터를 뚫고 밖으로 나가서 마이누스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번식능력을 자랑하는데다가 공포에 질리면 포식자를 피해 도망치면서도 메뚜기 떼처럼 뭐든지 닥치는 대로 박살내고 다니는 아이러니한 짐승들.

그런 습성과 닥치는 대로 잘 먹고 잘 번식하는 습성 덕분에 밀림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생명체들이라, 그 집단을 찾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찌익?”

허공에 떠있는 7마리의 미니 스파이더 라이더들을 발견하고는 귀엽게 고개를 갸우뚱하는 무리를 향해서, 류안은 주저 없이 새로운 종류의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일할 시간이다. 아가들아!”

피슝!!

“찌이이이이이익!!!”

허공에서 레이져 빔을 발사하는 무시무시한(?)포식자들의 등장에 이성을 잃어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하는 마이누스의 무리들.

그들의 무리를 컨트롤하면서 환풍구로 능숙하게 드리블을 하면서 몰고 들어가 조그의 본거지, 환풍구의 리틀 월드를 쑥대밭으로 짓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투타타타타타!!

“찌이이익!!”

소나 장치들을 박살내고 돌진에 돌진을 거듭하면서 동작 감지 센서, 레이져 감지 센서, 감시카메라들의 마이누스때의 습격에 반응하면서 회전포탑, 화염방사기, 프레스, 레이져 그물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진입을 저지해 왔다.

“찌이이익!!”

썰리고, 태워지고, 짓눌러지며 갈기갈기 찢어져버리는 대학살의 향연.

마치 디펜스를 하는 것처럼 온갖 종류의 함정들이 튀어나오면서 마이누스들을 박살내고, 마이누스들은 그것을 또 공격해댄다.

미니 스파이더들도 열심히 레이져를 발사하며 그런 마이누스들을 지원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디펜스 팀의 압승.

하지만 인근을 날아다니면서 지속적으로 추가 지원군(?)을 파견하면서 밀어붙인 결과 마침내 심장부에 깊숙한 장소까지 진군하는데 성공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그 작은 공성전을 눈치채버린 조그가 대규모 정화 시스템을 가동시켜서 마이누스들을 모조리 학살시켜 버렸다.

“찌이이이잉!”

덕분에 조그의 심장부까지 들키지 않고 안전하게 도착하는데 성공한 류안은 미니 스파이더의 카메라로 그들의 장렬한 최후를 지켜보면서 잠시 동안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쏘리.”

수천마리에 이르는 마이누스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본거지의 핵심 구역까지 잠입하는데 성공한 류안은, 감시가 느슨한 틈을 노려서 적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며 본거지를 제압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머포크 군단을 제외하면 본거지를 지키고 있는 강화몬스터의 숫자는 2만이 조금 넘는군. 슈발츠 군인들의 숫자는 2천에 바이스 출신의 사람들은 민간인까지 합쳐서 1만이라……흐음, 그들 중에는 원래는 레지스탕스였던 사람들도 많군. 이건 좀 쓸 만하겠는데?’

조사를 마친 결과 몬스터를 제외한 60%의 사람들은 조그에게 가족들이 인질로 잡힌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그에게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들 중에서 일부라도 설득할 수 있다면 본거지를 공략하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건……인체실험에 대한 연구 내용인가? 젠장, 역겹군.”

류안은 조그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자행하고 있는 온갖 종류의 끔찍한 실험들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성공해서 평범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종류의 몬스터가 되는 경우도 소름이 끼쳤지만 인간도 아니고 몬스터도 아닌 기이한 형태로 합성당한 실험체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들 대부분이 실패작이라고 낙인찍혀서 처분당하거나 새로운 돌연변이를 탄생시키기 위한 촉매로 재활용되어 합성의 재료로 소모되거나 끔찍한 형태의 이종교배로 사용되는 일들도 많았다.

일단은 상부에 보고할 필요가 있는 정보라서 전부 살펴보는 류안이었지만 입맛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착한 놈은 아니지만……사람을 실험동물 취급하는 새끼들은 우주를 정복할 때 싹 다 쓸어버려야 되겠군. 어라, 이건?’

실험 데이터를 살펴보던 류안은 흥미로운 문서를 발견하고 눈동자를 크게 떴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1월도 벌써 끝나가네요.

코멘트 답변

오늘까지만 쉬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104편 코멘트 답변만 달겠습니다.

너무 많으니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네요.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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