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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야옹이가 아니라 카티아다냥!!]
그렇게 외치면서도 그녀는 타이거 샤벨을 조종해서 한 마리의 날렵한 야생 고양이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공격해 들어왔다.
후우우웅!
지이이이이잉!!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카티아의 공격을 정글도로 받아내자 초진동 블레이드의 소름끼치는 공명음이 울려 퍼졌다.
류안은 그녀의 돌진력을 이용하기 위해서 무게중심을 뒤로 옮기고 받아내는 것과 동시에 반대쪽으로 넘기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공중에서 자세를 고치다니……진짜 고양이잖아!’
유도로 비유하면 업어치기를 당해서 날아가는 도중에 순식간에 공중제비를 돌면서 자세를 잡아버린 그녀는, 착지와 동시에 튕겨져 나오듯이 달려들면서 믿을 수 없는 스피드로 연타를 하기 시작했다.
투쾅! 투쾅! 까드드득!
캣 너클을 장착한 손과 발을 모두 이용해서 들어오는 연속공격에 결국에는 가슴에 일격을 허용하면서, 대각선으로 발톱모양의 스크래치를 만들어버리는 타이거 샤벨.
‘스피드에서 밀리는 건 처음이군. 공격방식도 제멋대로라서 변칙적이야……패턴만 파악하면 별 건 아니겠지만. 어쩌면 스피아보다 강할지도…….’
투쾅!
슈우우우욱-.
기습적으로 마나봄버를 발사해서 거리를 떼어놓는데 성공했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사각을 노리며 공격해 들어오는 카티아의 변칙적인 움직임은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하룻밤을 꾸벅 세우면서 머포크 군단과 전투를 수행했고 그나마 워 게임으로 온존시켜놓은 체력과 마나는 와이즈 캣을 상대하느라 대부분 소진해버린 상태.
방어기제강화의 도움으로 항상 또렷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피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자신도 모르게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져있는 상태였다.
캉! 투쾅!
덕분에 류안은 발할라에 와서 처음으로 마장기전에서 밀리고 있었다.
[인간 주제에 제법이다냥! 하지만 카티아의 움직임을 따라올 수는 없는 것 같다냥! 순순히 항복해라냥. 이대로 붙잡아서 달링에게 선물로 가져다가 줄거다냥!]
약 5분 동안 이어진 전투에서 일방적인 수세에 몰려버린 그는 자존심이 상해버린 상태에서도 애써 냉정을 되찾으면서 그녀를 사로잡기 위해 강습함의 도움을 빌리기로 결심했다.
“애니, 대답해. 애니!”
[네, 대장님!]
“레이더로 보고 있었지? 카티아에게 발목을 잡혀버렸다. 이참에 부대에서 짬 타이거나 한 마리 키워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정말로, 그냥, 고양이를 키우고 싶으신 거죠?]
오싹
“어, 애, 애니? 낮은 목소리로 갑자기 왜 그래? 무, 무섭잖아.”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갑자기 한기를 느낀 류안은, 마치 바람을 피우다가 탈리아에게 걸렸던 때의 느낌을 애니에게도 받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 말을 더듬었다.
[아, 노, 놀라게 해드릴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이라서……카티아를 붙잡고 싶다는 말씀이시죠? 안 그래도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근처의 개활지로 와주세요. 좌표를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별 일 아니었다는 듯이 급하게 화제를 전환하기는 했지만 그 감정이 절대로 가벼운 영역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류안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자신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에 애니의 이름을 갱신했다.
‘애니에게 얀데레의 기질이 있음. 탈리아와 똑같이 극도의 주의가 필요함.’
[어디에 정신을 파는 거냥!!]
그렇게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그를 향해서 카티아가 네발로 뛰면서 돌격해 들어왔다.
투쾅!!
“선물이다, 카티아!”
그런 그녀의 공격을 살며시 물러나면서 회피하는 류안은 동시에 그녀의 눈앞으로 안전핀을 뽑을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두 번은 안 속는다냥! 그럴 줄 알고 이미 선글라스 모드로……우냥!! 아무것도 안 보인다냥!]
펑!
이번에 던진 것은 섬광탄이 아니라 타르처럼 끈적끈적하고 검은 점액들이 뿜어져 나오는 페인트 탄이었다.
덕분에 외부카메라 전체가 새까맣게 뒤덮여버린 카티아는 우왕좌왕하면서 허겁지겁 와이퍼를 작동하며 그것을 걷어내려고 애썼다. 그리고 류안은 그런 그녀를 마나 봄버로 날려버렸다.
투쾅!!
[냐아아아아아!]
‘역시나 튼튼하군.’
직격으로 맞았지만 폭발과 함께 튕겨져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치명적인 대미지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류안은 미련 없이 애니에게 받은 좌표를 향해서 질주해 나갔다.
‘플라즈마 캐논을 버린 게 이제 와서 아쉽군. 정글도의 내구도도 아슬아슬하고 말이야. 수류탄은 바닥났고 남아있는 것 중에서 쓸 만 한 건……소드 오프 샷건 밖에는 없나?’
와이즈 캣의 기지에서 신속하게 빠져나오기 위해서 쓸모가 없는 병기들은 바로바로 버리면서 스피드를 올렸더니, 남아있는 무장들의 숫자가 빈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철컥!
한 손으로 소드 오프 샷건을 장전하고 다른 한 손으로 정글도를 든 그는 페인트 탄을 걷어내고는 네발로 달려오는 타이거 샤벨을 향해서 총을 발사했다.
타앙! 타앙! 타앙!
[느리다 인간, 느리다냥! 그 정도로는 카티아를 맞출 수가 없다냥!]
그것을 이리저리 잽싸게 피해내면서 조롱하듯이 거리를 좁혀오는 카티아.
“그래? 그러면 이건 어때?”
탕!
[안통한다……냥?]
류안이 사격 자세를 취하면서 탕!하는 폭발음이 터져 나오자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허공으로 뛰어오른 그녀였지만, 총성은 단지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온 가짜 효과음이었다.
덕분에 허공에서 무방비해진 카티아를 겨냥할 수 있었던 류안은 이번에는 진짜 실탄을 발사했다.
탕!
[우냐아아아앙!!]
투콰콰쾅!
허공에서 튕겨져 나간 타이거 샤벨이 균형을 잃어버리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지만 그 와중에도 용수철처럼 튕겨져 일어나면서 오뚜기처럼 자세를 잡은 카티아는, 질리지도 않고 노발대발하면서 류안에게 따라붙었다.
[치사하다 인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냥!]
‘와이즈 캣이 왜 카티아한테 꼼짝도 하지 못한 싶었는데……뭐가 이렇게 터프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멍청하기 이를 데 없고 속여 넘기기 쉬운 상대였지만, 아무리 함정에 빠트리면 함정 자체를 박살내면서 전세를 뒤집어버리는 괴력을 발휘하는 괴물들이 존재한다.
류안이 판단하기에는 카티아가 정확하게 그런 스타일.
전생에 로드스타에서도 가끔씩 경험했던 일이지만 전략에서는 완벽하게 승리했다고 자신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는 전투력을 보여주면서 단지 남자의 주먹 한 방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이들이 존재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인데…….’
기교와 전략, 전술과 컨트롤을 좋아하는 그는 전생에 로드스타 평론가들에게 남자다운 일대 일 대결에서는 약한 거 아니냐는 평가를 들었다.
현생에서도 똑같이 격투기나 근접전은 약하다.
스피아에게 마장기 격투전은 밀리는 거 아니냐는 평가를 듣고 자존심이 상하고 있던 상황.
‘지금은 일단 포획하는 일에만 집중하겠어. 하지만 나중에 가면 두고 보자. 침대 위에서만 아니라 남자다운 싸움에서도 약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전략적인 후퇴를 거듭하는 와중에 드디어 트라이져 강습함이 대기하고 있는 강습함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입니다, 대장님! 드랍포트를 강하시켜 놨습니다. 바티칸 카메오입니다! 드랍포트를 열고 새로운 무장으로 교체해주세요!]
스피커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애니의 은어를 확인하고는, 그녀의 의도를 파악한 류안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그 역시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외부 스피커로 답변했다.
“좋아! 안 그래도 쓸 만한 무장이 없어서 고전하고 있었는데 고마워 애니!”
그리고 그 낚시에 보기 좋게 걸려드는 카티아.
[그렇게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냥! 카티아가 먼저 달려가서 무기를 가로챌 거다냥!!]
바티칸 카메오란 류안이 전생에서 얻은 지식으로 만들어내서 트라이엄프 중대만이 사용하고 있는 은어로 원래의 뜻은“총알을 피해서 숨어라!”라는 의미다.
쉽게 말하면 함정이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소리.
하지만 그런 의미를 알 리가 없는 카티아는 류안을 제쳐버리고 쏜살같이 달려 들어가서 드랍포트를 개봉해 버렸다.
[우냐아아앙!]
투쾅!!
사방으로 터져 나오는 갤(gel)형태의 점액질이 타이거 샤벨에 달라붙으면서 끈끈이처럼 그녀를 붙잡아버렸다.
달아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더 달라붙으면서 움직임을 둔화시키는가 싶더니 이내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포획 성공.
“좋아! 이제 어떻게 데리고 가지?”
[타이거 샤벨을 응고시킨 나머지 부분들을 박살내주세요. 점착성은 공기에 닫는 순간에 빠르게 사라지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냐아아아앙! 팔다리가 안 움직인다냥, 조종석도 안 열린다냥! 비겁하다냥!!]
“이래서 혼자 다니면 안 된다니까.”
류안은 응급물자와 함께 B급 마장기 + 파일럿 후보를 한 마리(?) 확보하는 쏠쏠한 수확을 거두면서 기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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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를 발휘해서 레지스탕스의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한 류안은 나머지 일처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고는 침대에서 쓰러져 반나절 동안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잭에게 작업의 진척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전해 들었고, 뒤이어 따라 들어온 탈리아에게 새로운 여자를 데리고 왔다고 구박을 당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스피아에게 시켜놓은 일의 성과를 보고받았다.
“스파이더들이 조그의 본거지로 잠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단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잠복시키기는 했지만 소나 탐지 장치에 가로막혀서 깊숙하게 진입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좋아, 잘했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교장에게 선물로 받은 스파이더를 3D프린터로 10대 이상 복제하는데 성공한 류안은 레드폭스의 도움을 받아서 버전을 1.02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가벼운 통신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원거리 조종이 가능했고, 장착하고 있는 레이져를 발사해서 통풍구의 철망이나 간단한 선 정도는 절단할 수 있는 완벽한 스파이 로봇으로 재탄생.
스피아는 그 스파이더들을 자루주머니에 담아서 기지로 돌아가고 있는 바실리스크에게 작살로 꽂아 넣어서 조그의 본거지로 배송하는데 성공한 상태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는 모건 박사.
“진짜 제대로 작정하고 13구역으로 찾아왔군. 도대체 뭐하는 부대인가? 아니, 그냥 자네의 머리가 비상한 건가? 어디에서 이런 지원군이 튀어나온 건지…….”
“옆에서 그냥 지켜보다가 놀라기만 하실 생각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레지스탕스가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상황은 아닌 걸로 아는데요? 여기까지 능력을 보여드렸으니 이제 그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조그를 토벌하는 데 협력해주시죠.”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류안의 날카로운 질문에 모건이 당황하면서 시치미를 뗐다.
“조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자네가 어떻게…….”
꿈도 희망도 없는 저항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한 번 찔러봤지만, 모건의 반응으로 자신이 정확하게 맞췄다는 생각에 류안이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그렇지. 나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을 줄 알았다, 카스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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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후기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100화 기념 3연참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쓰고나서 살펴봤는데 좀 맣이 이상해서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습니다. ㄷㄷㄷㄷ
일단 오늘은 12시 7분, 17분에 2연참을 하고, 나머지 1편은 괜찮다는 판단이 들 때 내일 중으로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본편 내용을 준비하지 못하면 다음 날 12시 7분에 올릴지도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