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8 ----------------------------------------------
지상편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는 거냥, 인간! 무례하다냥!]
‘프레이야님 감사합니다. 또 다른 동물 귀 미소녀라니…….’
청풍명월을 운영하고 있는 흑호족의 화영도 그랬지만 통신의 화면으로 보이는 묘인족 역시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랑스러운 외견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팔 다리가 드러나는 군청색의 군복을 입고 있는 그녀.
고양이 귀에 고양이 꼬리는 물론이며 팔과 다리까지도 고양이와 인간을 합쳐놓은 것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실례지만 양 발, 아니. 손을 앞으로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이냥?]
갑작스러운 부탁이었지만 그녀는 의아해하면서 고양이의 앞발을 연상시키는 팔을 내밀어 보였다.
‘핑크빛 육구라니 프레이야님 맙소사!’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고 깨끗한 핑크빛 육구를 발견한 류안은 화면의 너머로 뛰어들어서 그것을 만져보고 싶다는 격한 충동에 휩싸이며 몸부림을 쳤다.
그 모습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눈치로 질문을 던지는 그녀.
[괜찮은 거냥, 인간? 어딘가 안 좋아 보인다냥.]
“심장에 잠시 문제가 생겨서 그렇습니다. 별 일 아니니까 결혼해주세요. 평생 당신의 털을 빗어주는 집사로 취직하고 싶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본심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지만 그녀가 반응하는 내용은 엉뚱한 부분이었다.
[흥이다냥! 카티아는 어린 애가 아니다냥! 털 관리 정도는 집사가 없어도 알아서 잘하는 훌륭한 어른 묘인족이다냥!]
그녀의 말대로 분홍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고양이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위의 털은 고운 윤기가 흐르면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털의 색은 밝고 연한 계열의 갈색이었으며 호랑이처럼 검정색의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지만 선은 훨씬 더 가늘고 보들보들해서,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새끼 고양이처럼 사랑스러운 느낌을 줬다.
그런 동물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도 와인색의 커다란 눈동자와 긴 속눈썹을 가진 조그마한 미형의 얼굴이나,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 흑염룡도 역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그렇게 사랑스러운데도 불구하고 공화국이나 유라디스 은하의 인간들은 머리의 어디 한 군데가 잘못되었는지(류안이 생각하기에는)수인들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녀의 옆에 있는 병사들도 대개 비슷한 눈치.
수인족의 신체능력은 인간보다 보통 10배에서 20배는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녀가 조그에게 조정을 받고 강화된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면, 와이즈 캣을 지배하고 있는 건 그녀의 무력과 어디에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강화몬스터 군단의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류안은 카메라를 통해서 비추는 화면을 통해서 와이즈캣의 전력을 재빠르게 파악했다.
‘구형의 대공포가 15개. 터틀이 6……아니, 숨어있는 것 까지 7기. 자잘한 무장까지 합치면 상당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누구 한 명 그녀에게 터치하는 사람들이 없군.’
거의 대대급에 이르는 인원이 전부 무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허수아비처럼 경직되어 있는 모습들을 보니, 그들의 목줄을 잡고 있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숨어있는 강화몬스터 군단일 가능성이 높았다.
‘강습함의 레이더로 포착되는 인원은 저게 전부야. 그러면 가능성이 있는 장소는……땅 속이군.’
레지스탕스의 전투기록을 살펴본 류안은 몰 헌터라고 불리는 조그의 강화몬스터를 떠올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땅 속으로 들어가서 잠복하고 있다가 적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튀어나오며 강력한 산성 독이 묻어있는 끈적끈적한 촉수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괴물.
그 독이 얼마나 강력한지 단백질로 이루어진 생명체들은 순식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아버리며 마장기의 장갑조차도 부식시킬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체의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머포크들과 마찬가지로 크게 강력한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성가신 것은 그 촉수가 한 번 달라붙으면 어지간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데다가 잘라내기가 쉽지도 않고 길이만 해도 거의 1km에 육박했다.
게다가 땅 속에 잠복하고 있는 도중에는 에너지 소비를 극소화하는 가사상태에 빠져드는데, 지진파나 소나 같은 장비로 음파탐지기술을 사용해서 탐지를 해도 땅 속에 묻혀있는 광물들과 구별하기 어려운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대대급의 병력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적어도 수천이 넘는 몰 헌터가 잠복하고 있을 거야……문제는 누가 그들을 조종하고 있냐는 건데 조그가 이런 소규모 집단까지 통제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도대체 누가 컨트롤러를 잡고 있는 걸까?’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에 그녀가 통신을 향해서 다시 한 번 따지듯이 외쳤다.
[그나저나 언제 내려올거냥, 인간? 기다리다가 목이 빠질 것 같다냥!]
류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소속과 신분을 먼저 밝혀주시겠습니까? 저는 원정대 5사단 소속의 독립부대의 대장 류안입니다.”
[와이즈 캣의 리더인 카티아라고 한다냥 참고로 와이즈 캣이라는 말은 현명한 고양이라는 뜻이다냥! 카티아는 고양이는 아니지만 그냥 알아두고 있으라냥!]
“사랑합니다.”
[……냥?]
“아, 아닙니다. 그나저나 필요한 물자와 인력을 지원해주신다고 들었는데 그게 정말입니까?”
자신도 모르게 고백을 해버린 류안은 스스로의 뺨을 때리면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던졌다.
[물론이다냥! 필요한 보급물자들은 활주로의 입구에 쌓아놨고 레지스탕스에 지원하는 인원들도 근처에 대기시켜 놓았다냥! 그러니까 빨리 강습함을 착륙시켜서 가져가라냥!]
‘지원자들을 전부 무장시켜놓고 뻔뻔하군.’
보아하니 몰 헌터로 강습함을 묶어두고 함선 내부로 돌격해서 정리하려는 속셈인 것 같았지만 류안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많은 지원을 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강습함을 착륙시키기 전에 제가 먼저 내려가서 화물의 내용물을 확인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아무래도 처음으로 거래를 하다보니까 쉽게 믿어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의심도 많은 인간이다냥. 우리들은 인간과는 다르게 함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냥. 카티아를 믿고 그냥 내려오라냥!]
류안의 의심에 카티아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고 보니까 처음 대화를 했을 때도 우리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서, 설마 어딘가에 또 다른 고양이귀 미소녀가?!’
[뭐하는 거냥, 인간. 빨리 내려오라냥!]
그가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망상에 부풀려져 있자 카티야는 조급했는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재촉했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류안은 실망한 목소리로 연기를 하면서 입을 열었다.
“내용물을 먼저 확인할 수 없다면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군요. 죄송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애들아 가자!”
[자, 잠시만 기다리라냥!!]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강습함이 떠나려는 액션을 취하자 카티아가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그러더니, 통신을 끊어버리고는 어디론가 연락을 하면서 상담을 하는 것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 연락을 해왔다.
‘컨트롤러는 적어도 다른 사람이 잡고 있군.’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것을 확인한 류안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냥. 직접 내려와서 먼저 확인을 해보라냥!]
허락이 떨어지자 곧바로 건틀렛과 레깅스를 착용한 류안은 마지막으로 VR헬멧을 착용하면서 엘리게이터 가아의 출격준비를 마쳤다.
“사출부를 열어. 곧바로 강하를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위이이이잉-.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격납고로 통하는 모든 통로들이 닫히고 마장기가 크레인으로 옮겨지면서 사출부로 향한다.
원래대로라면 2대의 마장기와 추가무장, 거기에 50명의 병사들을 함께 수용할 수 있는 드랍포트를 사용해서 전술 낙하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강하 방식이지만, 이번에는 예외로 류안 혼자서 단독으로 지상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마장기를 조종하는 파일럿들이 전부 빠진 마당에 보병은 방해만 되는 상황이니까……스피아나 잭을 데리고 왔으면 훨씬 편했을지도 모르지만, 카스티야가 레드폭스나 탈리아를 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보험은 남겨둬야지.’
공동의 적인 조그를 치기 위해서 동맹을 맺고 있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야심을 눈치 챈 이상은, 100%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짐작하건데 조그를 대신해서 13구역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는 것. 그렇다면 조그의 조종 장치는 물론이고 류안의 워 게임같은 강력한 힘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비열한 수단과 방법이라도 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그녀가 탈리아를 인질로 잡고 워 게임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류안은 주저 없이 물건을 넘겨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준다고 그래도 그녀가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는 하지만……자칫 잘못했다가는 그 전파를 계기로 유라디스 은하 전체로 터무니없는 신병기를 넘겨주는 꼴이 날수도 있어. 그리고 레지스탕스는……반으로 갈라져서 끝장이 나겠지.’
물론, 지금처럼 조그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멍청한 짓을 쉽게 저지르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녀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 억제력은 어느 정도 남겨놓을 필요는 있었다.
‘뭐 좋아. 고생하는 만큼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만들어 줄 테니까. 두고 보자 카스티야! 이런 고생들은 나중에 100배 1000배로 되돌려 받아주마!’
그렇게 생각하면서 류안은 크레인의 고정장치를 떼고 자유낙하를 시도했다.
쿠우우우우우우!!
“호버링 모드로 전환. 엔진 점화!!”
일정한 고도에 이른 류안은 마장기의 등 뒤에 비행용으로 장착시켜놓은 제트 엔진을 수직으로 전환시키면서 천천히 바닥으로 향해 내려왔다.
자세제어장치가 완전하지 않다는 애니의 충고대로 이리저리 불안하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수동으로 엔진의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해가며 어떻게든 자력으로 활주로의 입구로 착륙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쿵!
‘애초에 비행 유닛이 아니라서 그런지 불안하기 짝이 없군.’
나름대로 조심하면서 내려오기는 했지만 터무니없이 커다란 소리가 나는 바람에, 류안은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러는 사이에 카티아는 B급 마장기인 타이거샤벨에 탑승하고 있었다.
엘리게이터 가아와 마찬가지로 밀림전에 특화되어 있는 병기.
차이가 있다면 엘리게이터 가아는 늪지대의 전투에 특화되어 있고 타이거샤벨은 밀림속에서 야생의 고양이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평지에서 맞붙을 경우에는 기동성에서는 타이거샤벨이 앞서지만 방어력이나 공격력은 엘리게이터 가아가 우세.
하지만 종합적인 전력을 따지면 사실상 호각이나 마찬가지라서 승부를 하면 조종사의 실력에 따라서 명암이 갈린다. 물론, 특기분야의 지형에서 맞붙을 경우에는 1등급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메기로군.’
새로운 마장기를 감상한 류안이 짧은 감상에 잠겼다.
연맹의 경우에는 지상군은 육지동물의 이름을 붙이고 우주군은 조류의 이름을 달지만 슈발츠 제국의 경우에는 지상이나 우주의 모든 마장기들에게 수중 동물의 이름을 붙인다.
참고로 마왕군의 경우에는 곤충의 이름을 마장기로 붙이는데 나머지 세력들은 특별히 사용하는 이름은 없으며, 세상에 1대밖에 없는 특장기의 경우에는 전혀 이 세 가지 생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특별한 이름이 붙는 경우도 있다.
[컨테이너를 열고 물건들을 직접 확인해 보라냥. 스캐너를 사용하면 전부 진품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거다냥!]
“알겠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류안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혹시라도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원물자의 내용물을 꼼꼼하게 조사했다. 그리고 그게 전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트라이져 강습함을 조종하고 있는 이반을 향해서 통신을 보냈다.
“페이즈 1 종료. 이제부터 페이즈 2로 진행한다.”
[알겠습니다!]
트라이져 강습함이 지원물자의 위쪽으로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2줄 후기
설문조사 연참은 100편을 찍고 101, 102편을 번외편으로 연참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직 다 준비를 못했다는 게 함정…….
teadow//아, 아닙니다. 클라크는 애정입니다. 그래서 죽이는……야, 얀데레 아닙니다.
0Haru0// 일어나!
물고기인간// 그래서 이번 편에 상세하게 묘사해 놨습니다. 냥
라프하임// 제가 예전에 고양이 집사였던 적이 있어서……그치들이 얼마나 멍청한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NeoGGM// 그래서 이번 편에 상세하게 묘사해 놨습니다. 냥
생략// 100화 기념 연참은 100화 찍고 나서 하는 겁니다. 냥
라시아이언//떴다!
벌레// 이분은 채소 고양이 키워보신 분…….
한뫼사람//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데 키워도 괜찮을지 알겠습니다.
호야[虎夜]// 음, 저도 모르게 또 명언을 만들어내고 말았군요. 후후후. 거만해서 죄송합니다.
Ghozt//사실 클라크를 살려두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나중에……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토우지// 바보는 사랑입니다.
spadel// 딱히 캐릭터 붕괴는 아닌 것 같지만 조금 더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펄미스트// 네?
노스아스터// 오오, 고급 정보 감사합니다.
KeinHoof// 그러게요 날씨가 너무 춥고 길도 얼어서 위험하더라고요. 감기 조심하시고 고양이 미소녀 떴다!!!
Kalon// 끌리네요. 좋은 플레이 정보는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힘세고강한아침// 리콜이 어설퍼서 죄송합니다.
철마군// 고양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집사님들이 많으시네요. 후후후후. 노력해 보겠습니다.
파닭맛을알어// 감사합니다!
Nearthals// 냥!!
그레이드론159//사실 저그에서 따운 게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었는데 뭔 뜻이었는지 까먹었습니다.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