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5 ----------------------------------------------
지상편
현재 시간은 오전 10시.
카스티야를 뒤로하고 강습함에 탑승한 나는 쉴 틈도 없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전투인원만을 갖추고 항행을 시작했다.
지난밤의 전투로 요새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되었다.
대부분이 인원이 탈진해서 쓰러졌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생사를 오가는 수많은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진과 약품들이 바닥들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마장기들을 수리하기 위한 정비물품이나 병기, 보급품들이 터무니없이 모자랐기 때문에 강습함에게 쉴 틈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잭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바키가 파견한 감시팀을 처리하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동시에, 레지스탕스가 텃밭이라고 표현하는 안전지대를 돌면서 보급물자를 확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협상이 쉽지가 않았다.
“조그가 13구역 전체로 카스티야에게 협조하는 세력들을 일망타진하겠다는 경고방송을 송출한 모양입니다. 덕분에 주민들이 모두 겁을 집어먹고 나가라고 외치더군요.”
“설득해보기는 했어?”
“일단은 지원을 중단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지난밤의 전투기록을 보여줬습니다. 어젯밤의 승리와 주시자의 화력지원을 확인하고 눈초리가 변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조만간 입질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안전지대에서 보급물자를 확보하는 건 어렵겠군.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인데…….”
“남은 방법은 중립지역이나 위험지역으로 가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투준비를 해야겠군.”
중립지역은 말 그대로 레지스탕스와 조그를 지지하는 세력을 구분하기 힘든 장소를 말했고, 위험지역은 13구역의 주요도시들로 그가 직접적으로 관리를 하는 장소를 가리켰다.
위험지역으로 가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고 중립지역으로 가는 게 그나마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문제는 누가 레지스탕스를 후원하는 세력이고 누가 조그의 앞잡이들인지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하늘에 떠있는 강습함을 파괴할 정도의 대공능력을 갖춘 세력들은 없겠지만 지상으로 내려가면 반드시 습격해오는 무리들이 있을 겁니다. 지원을 가장해서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세력들도 있겠죠.”
잭이 걱정하는 투로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모험이나 도박을 마다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걱정하지 말고 요새의 숙소로 가서 쉬라고. 내가 직접 중립지대로 가서 지원물자를 공수해 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건승하십시오!”
잭의 경례를 받으면서 강습함에 탑승한 나는 주력 전투인원들을 대부분 배제하고 엘리게이터 가아 1기와 30명의 인원들만 선발했다.
참고로 탈리아는 세상물정 모르고 숙소에서 곯아떨어진 상태.
13구역의 지상은 대체적으로 지옥이지만 하늘은 평화로웠다.
조그의 대공 방어능력이 이렇게까지 무능한 이유는 카트린을 광적으로 신봉하는 그가 비행몬스터 군단 전체를 헌상해버린 것이 1차적인 이유였고, 둘째로는 잭의 말처럼 높은 고도로 운행하는 강습함을 위협할만한 대공 병기들이 원정대의 궤도포격으로 씨가 말라버렸다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했지만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그는 공중전에 별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들로 인해서 나는 비밀통신이 들어온 중립지대로 도착하기 전까지 약 2시간 동안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바로 흑염룡의 해피 타임!
“히끅!”
그리고 나는 계획대로 강습함의 복도 한복판에서 야생의 귀요미 리어와 마주쳤다.
그녀는 딸국질을 하면서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다가 그대로 몸을 180도 돌리면서 반대편으로 도망치려고 시도했지만, 치타보다 빠른 속도로 그녀의 앞을 막아서면서 내 품으로 뛰어들어 오는 그녀를 캐치했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사, 살려줘.”
“하악하악. 귀여운 아가씨. 오빠랑 좋은 거 하지 않을래?”
“놔줘~~.”
눈동자를 >.<같은 이모티콘처럼 질끈 감으면서 발버둥을 치던 리어는 이내 내 완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포기한 듯이 추욱 늘어져 버리면서 얌전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검은색의 단발 머리카락에서는 막 샤워를 끝냈는지 향기로운 샴푸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리는 게, 흑염룡을 한 층 더 건강하게 만든다.
그녀는 현재 평소에 늘 입고 다니던 정비복이 아니라 가벼운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상태. 상의는 하얀색의 탱크 탑이고 하의에는 주황색의 짧은 치마, 그 속으로는 검은색의 반바지 타이즈를 입고 있었다.
나는 풀이 죽어버린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디를 가려고 한 거야?”
“휴게실…….”
“나도 휴게실 가는데 같이 가면 되겠다.”
“이 아니라, 격납고…….”
“나도 격납고 가는데 같이 가면 되겠다.”
“도 아니라, 화장실.”
“나도 화장실 가는데 같이 가면 되겠다.”
“…….”
우리 두 사람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봤다.
“살려줘~~~~.”
필사적으로 바동거리는 그녀는 자신의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지만, 평소에도 워낙 조용한 목소리였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언성을 조금 높이는 수준의 음량밖에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안 잡아먹으니까 원래 가던 대로 휴게실이나 가자. 오빠 믿지?”
“꺄아아아……덮쳐진다, 범해진다, 임신해버려…….”
“하하하하! 임신은 안하니까 걱정하지 마.”
“……임신만?”
고개를 끄덕거리자 한층 더 새파랗게 질려버린 그녀가 한층 더 격렬하게 비명을 지르면서 바동거린다.
그 귀엽고 손쉬운 사냥감(?)을 허리에 갈무리한 나는 약속한 것처럼 아무도 없는 조용한 휴게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대낮의 함선에서 이런 무법행위가 가능한 이유는 오직 하나.
‘내가 대장이니까.’
현재 나는 함선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최소인원만을 남겨두고 모두 쉬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소형 단말기를 통해서 함선 내부의 모든 감시카메라를 관리하고 있던 나는 숨어 있다가 몰래 나타나서, 그녀를 낚아채는데 성공했다는 소리다.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애니와 교대로 근무를 시킨 보람이 있었군. 보호자들이 아무도 없으니까 이렇게 손쉬운 먹잇감일 줄이야.’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그 천성적인 귀여움으로 애니나 정비반장을 포함하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살핌을 받던 그녀였기 때문에 놀랍도록 포획하는 일이 어려웠다.
“……우에에에에~~~”
그리고 그녀는 현재 내 무릎에 강제로 앉혀져서 필사적으로 바동거리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오빠는 그냥 책을 읽어주면서 애니한테 하던 식으로 야한 짓이나 조금 하려고 그러는 거야.”
“훌쩍훌쩍, 살려줘.”
“알았어. 그러면 새로운 친구를 소개시켜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지퍼를 내렸다.
“히끅!”
자신의 허벅지 사이로 튀어 오르는 흑염룡을 확인하고는 놀란 눈초리로 딸꾹거리는 그녀.
“자 서로에게 인사해. 이쪽은 흑염룡이라고 해, 흑염룡. 이쪽은 미개한 필멸자인 리어야. 두 사람은 구면이지? 제법 많이 봤을 테니까…….”
소매치기 스킬을 처음 배웠을 때 그녀의 언니인 애니와 관계를 나누는 모습을 목격당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도 그녀와 관계를 맺을 때마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리어가 훔쳐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흑염룡은 그녀에게 상당히 익숙한 존재라고 할 수가 있었다.
“자, 우리 흑염룡이랑 악수해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리어의 손을 붙잡았다.
조물조물.
“그, 그만 둬.”
메카닉의 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작고 부드러운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풋풋하면서도 흑염룡을 기분 좋게 자극해온다.
게다가 얼굴은 붉어졌지만 이런 행동에는 저항이 약하다.
‘역시 야한일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다니까.’
절반은 그녀의 성적인 호기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일부러 노출시켰지만, 애니와 성관계를 맺을 때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그녀가 훔쳐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서 나는 은근슬쩍 그녀에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덕분에 그 이후로는 애니와 관계를 할 때마다 그녀도 함께 즐기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혼자서 즐기는 수준이었지만…….
“리어는 내가 싫어?”
“그건…….”
흑염룡을 쥐게 만들었던 손을 살며시 떼면서 물었지만 그녀는 양 손을 놓지 않으면서 뚫어져라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것 봐. 흑염룡은 너랑 사이가 좋아지고 싶어서 이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흑염룡 가라! 너의 귀여움을 어필해!’
크오오오오오!!
하지만 흑염룡은 다시 한 번 사납게 포효하면서 필멸자를 공포에 빠트리고 말았다.
“흐걋!”
‘젠장……너란 자식. 강한 자식…….’
소개팅의 실패로 리어는 양손을 떼면서 화들짝 놀라고 말았지만 복잡한 여심인지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이제는 내 무릎(정확하게 말하면 골반 쯤.)에서 내려오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조그마한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든다.
‘조금만 더 평화적으로 시도해보자.’
당장에라도 로데오를 경험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처녀였기 때문에 신사적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나는 리어가 좋은데 말이야…….”
내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언니가.”
“애니가 왜?”
“대장님은, 위험하대, 한 번이라도, 걸리면,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애니 이 앙큼한 것이…….’
리어에 대한 가드가 단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런 충고를 했을지는 몰랐던 나는, 조만간 테이밍 스킬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그녀에게 올바른(?)가치관을 새겨넣어주자는 다짐을 했다.
‘기왕이면 두 사람을 함께 교육시키면 더 좋고 말이야.’
리어의 표현대로 애니는 내가 어떤 행위를 요구해도 거절하지 못하는 순종적인 상태다. 성격도 기본적으로 온순했거니와 그 기반에는 내가 리어의 성적인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상냥하게 대해주면서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온 역사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를테면 남자의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여자의 판타지를 만족시켜주는 데 주력하는 봉사행위.
‘뭐, 나도 내 나름대로 신나게 즐기면서 하기는 했지만……그래도 감히 내 애욕전선에 훼방을 놓다니! 하늘이 허락해도 흑염룡과 나는 용서를 할 수가 없다. 고로 자매덮밥이다!!’
크오오오오!!!
“히끅!”
리어는 흑염룡이 다시 한 번 사납게 포효하자 겁먹은 표정으로 뒤로 몸을 밀착시키면서 내 품에 기대어 왔다. 그리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턱을 붙잡아서 내 쪽으로 돌리면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흐읍!”
붉어진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이 귀엽다.
‘성감대 추측.’
고유능력으로 확인한 성감대를 부드럽게 애무해가면서 입을 틀어막고 키스를 계속하자 순식간에 몸이 달아오르면서 거칠게 숨을 토해내는 그녀.
“츕, 츄르릅, 츄읍, 하아으으으, 하앙.”
“기분이 어때?”
스스로를 위로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쾌감을 경험했는지 몽롱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애니의 말이 맞아. 나는 한 번 붙잡은 여자들은 절대로 놓아주지 않거든……하지만, 굳이 빠져나오려고 애쓸 필요가 있어?”
리어는 목이 타는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입술을 열었다.
“모르겠어.”
나는 그녀의 음부를 향해서 손가락을 뻗어나갔다.
============================ 작품 후기 ============================
2줄 후기
음, 그냥 3인칭으로 쓰는 게 더 편한 거 같기도 하네요. ㄷㄷㄷㄷㄷ 그나저나 오늘 코멘트 분량이…….
코멘트 답변
s초록불꽃s// 저도 가끔씩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폭주할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 제한을 너무 촘촘하게 걸어버린 건 아닐까하고……ㄷㄷㄷ
물고기인간//사실은 그냥 드립입니다. 헤헷.
Dunkel// 그렇습니다. (끄덕끄덕)
려환// 흑염룡은 생명체입니다! 존중해주세요!
벌레// 스피아는 좀 걸립니다. 사실……페어리 자매의 h씬을 예정대로 썼다면 스피아에 대한 이야기가 좀 나왔을 텐데……다음 메인이벤트는 가야 주목받는 캐릭터입니다.
teadow// 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진지)
소설광머터러// 어 그러네요. 정신없이 쓰다보니까 가끔씩 이런 실수가……피드백 감사합니다.
KeinHoof//그냥 발할라도전자라고 치죠 뭐. 하지만 앞으로의 전개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그냥 사망할겁니다. 헤헷.
한뫼사람// 츤츤!
토우지// 하렘까지의 길이 생각보다 멀지는 않습니다!
호야[虎夜]// 피드백 감사합니다. 굿럭 정주행 라이더!
LauraStuart//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미라클가히//행성점령전이 지상편의 1차 메인이벤트라서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더 재밌을 겁니다.(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다만, 서둘러서 쓰면 설명이나 표현이 늘 만족스럽지가 못해서 약간 길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90-94편도 너무 빨리 진행시킨 감이 ㄷㄷㄷㄷ
노스아스터// 그런 공격들은(스포일러)이후에 나옵니다. 헤헷.
show1203, 나는움직인다// 듣고 보니 조금 비슷했던 것 같기는 한데, 그게 아마 전혀 다른 물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게 아마 적 로봇을 탈취해서 식별신호를 해킹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네요. 워 게임은 참고로 아직 미완성인 기술입니다. 작품 내부에서요.
폭탄z기// 넵. 그렇게 의견을 주시면 되는 겁니다.
힉// 흑염룡은 귀엽죠. 저도 좋아합니다.
은근이//그러게요. 저도 사실은 설명 별로 안 좋아하는데……SF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항상 적당이 하는 게 힘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