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94화 (9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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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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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청은 받아들여야 해요!]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레베카양! 주시자의 포격지원은 제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 율리안 중장님이 결정할 사항…….]

부관의 말처럼 율리안은 트라이엄프 중대의 궤도포격지원을 무시하지 않고 류안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이 정도의 작전을 구상하는 지휘관이라면 전략적으로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지원을 해 줄 가치는 충분해 보이는군.’

그 보고서에는 13구역을 제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그에 따라서 주시자의 지원이 필요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발상과 아이디어에 비범한 면모가 엿보이면서 그의 기분을 흐뭇하게 만들어 줬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잠깐만 도와주는 정도라면 적어도 3시 27분에는 지원이 가능하겠어. 그 정도만 해도 머포크 군단을 후퇴시키는 필요 최소 조건으로는 충분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시자를 제어하는 오퍼레이터에게 단말기로 명령을 하달하려는 찰나에, 부관을 밀친 레베카가 그가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오더니 흥분한 모습으로 외쳤다.

“류안 소위에게 전술포격의 지원을 해주세요!”

“……그것을 실행해야만 하는 이유를 보고서로 작성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약혼자의 부탁이라는 것으로는 안 될까요? 그게 아니라면 대통령의 딸이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그 간절한 외침이 오히려 율리안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바람에 명령을 내리려던 손길을 늦추게 만들었다.

‘그녀가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가 뭐지? 대통령의 딸이 관심을 가지는 남자라니……그런 사람에 대한 보고를 받은 기억은 없는데?’

바키와 길로틴의 양쪽 진영 모두가 류안의 존재를 외부로는 알리지 않는 상황이라서, 그의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등장한 수수께끼의 인물의 정체가 레베카같은 주요인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거슬렸다.

‘주시자의 지원은 보류다. 류안이라는 남자의 정체를 먼저 조사해봐야 되겠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율리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답변을 건넸다.

“검토해보겠습니다.”

그는 재빠르게 VR네트워크로 접속해서 인사기록을 열고 류안에 대한 조사를 하기 시작했지만, 안절부절 못하던 레베카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의 손을 붙잡으면서 간절한 목소리로 간청을 하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드릴게요. 저를 믿고 그냥 전술포격을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부탁하는 그녀의 모습이 평범한 남자라면 애간장이 녹을 정도로 가련하고 애처로웠지만, 율리안의 대답은 언제나 율리안의 방식대로였다.

“검토해보겠습니다.”

[젠장,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중장님은 남자, 아니. 사람 맞아?]

[내가 대신 들어주고 싶다. 아니, 류안이라는 새끼가 미치도록 부럽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남자들은 아름다운 미녀의 지고지순한 간청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겼다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렇게 절규하기 시작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애원에 율리안의 답변에 추가된 사항이라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밖에는 없었다.

“빠른 지원을 원하신다면 그 이유를 보고서의 형식으로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벽창호 같은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녀였지만 사관학교에서 배운 교훈을 되새기고는, 마지못해서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결심했다.

“……알겠어요. 원하는 대로 보고서를 작성해드리죠.”

하지만 지나치게 의욕이 앞서는 그녀가 작성한 보고서는 지나치게 엉성했고, 허점투성이에 거짓말까지 섞여져 있는 결함투성이의 물건이었다.

율리안은 그런 그녀를 위해서 몇 번이나 수정해야만 하는 부분에 대한 지적과 수정방향에 대한 조언까지 첨부해서 돌려줬지만, 류안을 지원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횡설수설하는 경향이 강해서 번번이 퇴짜를 맞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율리안이 생각하던 최고의 지원 타이밍은 지나가버렸고, 설상가상으로 보고서를 몇 번이나 체크하는 사이에 연애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둔감하기 이를 데 없는 그조차도 레베카의 마음을 눈치 채고 말았다.

‘류안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군…….’

레베카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하는 행동은 자신의 약혼자를 향해서 다른 남자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는 러브레터를 작성해서 가져다가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동이었다.

‘짜증나는군.’

어차피 윗사람들이 정한 정략결혼이었고 레베카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던 율리안이지만, 그녀의 반응에서 단순하게 자신의 업무를 방해받은 것 이상의 불쾌감을 느낀 그는 평소의 무표정함이 한 층 더 굳어버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합리적으로 보이는군요.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에는 사적인 감정을 개입하지 않는 그다운 결론이었다.

그리하여 새벽 5시가 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주시자의 전술 포격을 발사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때까지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눈치 채지 못한 레베카는 아르고스 시스템에 접속해서 13구역의 상황을 살피면서 다음과 같은 소리를 중얼거렸다.

“따, 딱히 도와주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니까!”

그리고 예정에는 없던 야근으로 밤을 꼴딱 새워버린 율리안은 그답지 않게 업무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머리를 맹렬하게 회전시키면서 한 가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결혼. 물러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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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티야가 나를 경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글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별명이지만 그녀 스스로도 자신을 여왕이라고 부르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부터, 그녀가 13구역의 지배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야망을 위한 밑천이라고 할 수가 있는 레지스탕스가 한 순간이마나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내게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그녀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

하지만 그녀는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던 때와는 별도로 승리의 전공을 치하하는 자리에서, 내 손을 붙잡고 번쩍 들어 올리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어젯밤의 승리는 모두 동맹군 사령관인 류안 소위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서 그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시하며 정글의 여왕의 이름을 걸고 그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약속하겠다!”

우와아아아아!!!

류안! 류안! 류안! 류안!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악수를 건네는 카스티야였지만 남들이 보지 않는 장소에서 둘만이 남았을 때는 맹수처럼 나를 벽으로 밀치면서 으르렁거리며 외쳤다.

“워 게임을 내놔!”

“준다고 그래도 못 쓰실 겁니다.”

“네 수작을 모를 줄 알고? 연맹에서 그런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어. 이 사실을 네 상관에게 보고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해보려면 해보시죠? 이 물건이 제가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맞기는 하지만 상부에서는 이미 몇 차례나 거절당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거절당하기만 하면 괜찮은데 비웃음까지 산 물건이죠. 장담하는데 저랑 똑같은 일을 경험하실 겁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누군가가 워 게임을 탐내는 상황을 염려해서 일부러 과대 포장을 한 덕분에 내려진 조치였다. 만약에 이 발명품을 눈썰미 좋은 높으신 누군가가 눈여겨봤다면 지금쯤 원정대 전체에서 워 게임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어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린 덕분에 보안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물건의 진가를 알아본 카스티야는 내게 대여했던 엘리게이터 가아를 회수하면서, 제일 먼저 워 게임을 접수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삭제를 한 것은 물론이고 전 레지스탕스에 설치했던 워 게임 어플도 삭제해버렸다.

그러면서 전 레지스탕스에게 흘려보낸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이 프로그램은 연맹군의 보안법에 의거하여 회수하겠습니다. 하지만 동맹을 유지하는 이상은 아낌없이 지원을 약속드릴 테니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배신하면 죽도 밥도 없다는 섬뜩한 메시지로 들릴 수도 있었지만,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나긋나긋한 로아 케이트의 목소리로 녹음한 음성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대부분의 레지스탕스들은 좋게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워 게임의 체험을 잊지 못한 레지스탕스들이 이곳저곳에 모여서 자신의 경험담을 떠들기 시작하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더 가시화 되었다.

[……내가 그렇게 찾아도 없는 수류탄이 바로 옆에 있다고 그러는 거야! 겨우 발견했는데 눈앞에서 그 거대한 괴물 새끼가 입을 쩍 벌리면서 석화 가스를 뿜으려고 하고 있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키는 대로 안전핀도 뽑지 않고 집어 던졌지. 그랬더니…….]

[아 봤어! 봤어! 거기에 추가타로 P6가 날린 바주카가 입속으로 들어가면서 대가리가 쾅! 하고 터져나는데 보는 내가 다 속이 시원하더라니까?]

[잠깐, 잠깐. P6도 그 때 바주카를 날리라는 명령을 받았다는데 그렇게 동시에 명령을 내리면서 화력을 증폭시켜 주는 게 가능한 거야? 우연이 아니고?]

[그렇다니까?]

[그런 지시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니까? 예전에는 분명히 죽어라 쏴 갈겨도 안 죽던 놈들이거든……그놈의 급속 치유인지 뭔지 때문에 말이야. 그런데 시키는 대로 했더니 그냥 픽픽 쓰러져 나가더라니까?]

[맞아! 나도 그 때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어디로 발사하는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총을 쏴 갈겼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눈앞에 머포크 새끼들의 시체가 즐비하더라고……마치, 근육질의 영화배우가 된 기분이었어. 그 뭐였지? 꼭 람……]

위험한 발언에 누군가가 급하게 입을 열면서 참견을 했다.

[그런 명령을 부대 전체에 동시다발적으로 내릴 수 있다니, 미친……동맹군의 사령관이라는 작자는 도대체 뭐하는 새끼야?]

[솔직하게 말하면……앞으로도 나는 그 사람한테 지휘를 받고 싶은데 말이야. 까놓고 말하면 카스티야 대령님은 우리들의 목숨에는 별로 관심이 없잖아? 이번에 제일 적게 죽은 부대도 동맹군이라고 하던데.‘

[야, 조용히 해! 정글 레인저들이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래 인마! 기분은 이해하지만……피, 필승!]

카스티야갸 다가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농땡이를 피우면서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기 때문에, 마치 나비효과처럼 파장이 퍼져가면서 레지스탕스에서 류안의 주가는 상승했고 그녀의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맹신하는 정글 레인저들을 제외하고는…….

“뭔가를 단단히 오해하시는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힘을 합쳐서 조그를 쓰러트리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동맹군의 기술을 탐내다니……솔직히 제정신인지를 물어보고 싶군요. 조그보다 제가 두려운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그, 그건…….”

정곡을 찔렸는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밀치면서 거리를 벌리면서 경고를 보냈다.

“걱정하지 않아도 조그는 조만간 제거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반응하신다면……제가 직접 보상을 챙겨가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마음을 조금은 더 넓게 가지시지요. 여왕님.”

카스티야는 분한 듯이 어깨를 떨었지만 내게 해코지를 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그녀를 호위하며 나를 둘러싸고 있던 정글레인저들도 마찬가지. 살짝 째려보는 것만으로도 기선을 제압당해서 물러나는 나보다 강력한 전사들의 두려움을 향신료로 만끽하면서, 나는 나만의 안식처로 걸음을 옮겼다.

잭은 내 명령에 따라서 워 게임의 정체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쥐새끼들(바키가 로아와 함께 파견한 감시팀)전체를 제압하고, 전부 발가벗겨버린 상태에서 나이프 1자루를 지급하고 위대한 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밀림 속으로 집어던져버렸다.

조그가 그 속에 풀어놓은 강화몬스터들의 숫자를 감안하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지만, 그런 식으로나마 희망을 남겨두는 쪽을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그들을 처리하기 전에 이제는 내 편으로 완벽하게 전향해버린 로아의 부탁이 그랬다.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마세요.”

‘그냥 총살당하는 게 훨씬 더 편할 텐데 말이지.’

13구역 밀림의 무서움을 모르는 그녀는 그걸로 만족하는 눈치였지만 굳이 현실을 말해줄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후크 선장이 된 기분으로 그들을 악어들에게 던져주라고 잭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피아 또한 자신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지만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 사연이 또 길어지기 때문에, 잠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는 트라이져 강습함을 향해 서둘러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것보다는 우리 흑염룡한테 포상을 주는 게 더 급하니까…….’

밥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녀석이 졸린 눈을 비비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이럴 수가, 롤 드립이 싫다고 그래서 피하려고 열심히 돌려서 말했는데……독자들은 천재야!

코멘트 답변

한뫼사람//츤츤!

teadow// 흐규흐규. 이분이 시작이었어…….

려환(黎煥)// 스파이 그룹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물고기인간// 헛…….

깨앵// 그 생각은 솔직히 못했습니다만……ㄷㄷㄷㄷ

awkawr// 이것도 듣고 보니 그러네요. 다른 기술이기는 합니다. 초강력 합성 와이어로 순식간에 끌어올리는 기술인데 함선에 도달하기 직전에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리죠, 참고로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강습함과 마장기가 박살납니다.

벌레// 쓰다 보니 이번 편도 흐규흐규…….

Ghozt, 라프하임// 아, 안 돼. 롤 드립에는 반응하지 않겠어!! 소환사의 계곡이 호출하면 연중할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ㄷㄷㄷㄷ

KeinHoof// 좀 더 막 나가는 발암녀들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런 애들 보다보면 탈리아가 천사로 느껴지실 지도……전, 이미 탈리아가 천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Atticus// 캔슬러는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언제 읽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호야//정주행 라이더다!

노스아스터//카스티야에게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놨습니다. 후후후후.

KeaR、Royal//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힉// 정주행 라이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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