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89화 (8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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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모건 박사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팀은 류안의 작전이 실현할 수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작전에 대한 실험은 혹시라도 모를 조그의 스파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극비리에 진행되었으며, 총 15명으로 이루어진 연구원들 대부분이 모건의 제자와 지인들로 구성되었다.

트라이엄프 부대에서는 레드폭스, 애니, 리어, 리틀보이가 연구원들을 보조하는 엔지니어로 차출되었고, 작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특수한 장비들은 트라이져 강습함으로 13구역 밖에서 공수해 왔다.

그 중에서 몇몇 장비들은 위장막에 감싸여져 엘리게이터 가아들의 도움으로 늪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모건이 지휘하는 연구원들은 잠수복을 입고 늪 속으로 뛰어들면서 다양한 탐측장치들로 그 생태환경을 조사하게 시작했는데, 그렇게 얻은 데이터들은 고스란히 VR머신으로 입력되어 작전의 가부와 변수를 파악하는 가상 시뮬레이션의 실험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류안과 함께 요새의 성벽에 걸터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카스티야가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아직도 나는 저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그래도 지원은 화끈하게 해주시던데요?”

작전에 들어가는 거의 대부분의 지출이 그녀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그거야 당연하지! 선생님이 저렇게 흥분할 때는 꼭 좋은 일이 생긴다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사람 죽이는 것 말고는 재주도 없는 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건 모두 선생님 덕분이라니까?”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았지만 류안은 자세하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녀도 딱히 대답할 생각은 없었는지, 이야기가 끊어지자마자 전투식량을 포크숟가락으로 호쾌하게 퍼먹고는 우물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우물우물, 뭐.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 있다고 그래도 오늘 밤에 죽어버리면 아무런 소용도 없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죽지 말라고! 동맹군의 대장 나으리…….”

그렇게 말한 카스티야는 나머지 전투식량을 과자처럼 입 속으로 털어넣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엘리게이터 가아들이 도열해있는 반수水 격납고로 걸음을 옮겼다.

“네가 끌고 온 지원군은 대부분 성벽을 사수하는데 투입할거야. 니들이 사용하는 재규어가 튼튼하기는 한데 솔직하게 말하면 구닥다리거든? 뭐 어차피 성벽이 뚫리면 다 같이 뒈지는 거니까 부하들이 늦게 죽는다고 투덜거리지는 말라고…….”

“뭐, 어차피 저는 일찍 죽으니까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류안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카스티야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외쳤다.

“아, 정말이지! 어디에서 이런 미친놈들이 튀어나왔는지 귀여워 죽겠다니까? 설마하니 우리 정글 레인저들의 2번 기와 3번 기를 강탈해가는 녀석들이 튀어나올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그녀가 말하는 [녀석들]은 다름아닌 류안과 스피아다.

머포크 군단의 야습에서 요새를 방어하는데 C급의 재규어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류안은, 카스티야를 찾아가서 밀림전에 특화된 엘리게이터 가아를 자신에게 대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 말에 1인 평균 15년을 밀림에서 산전수전을 다 경험했다는 카스티야의 특수부대, 정글 레인져들을 낄낄거리면서 그의 무모함을 비웃었지만 이어지는 모의전에서 넘버 6,5,4,3,2가 스트레이트로 박살나면서 얌전하게 악어 1마리를 공물로 바쳤다.

설상가상으로 스피아까지 튀어나오며 류안과 똑같은 요구를 하기 시작하자 이 스페셜리스트들은 화가 단단히 났지만, 차마 남자답게 붙어보자는 말은 하지 못하고 카스티야를 찾아가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고 한다며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상황을 원만하게 중재하기 위해서 카스티야가 직접 나서서 스피아와 마장기 모의전을 펼쳤는데, 결과적으로는 카스티야가 승리를 쟁취하기는 했지만 스피아가 종이 몇 장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보여주는 바람에 지켜보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에 간만에 호적수를 만나서 신이 난 카스티야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엘리게이터를 넘겨준 것은 두말할 것도 필요도 없는 일이다.

“마음 같아서는 스피아라는 여전사가 자연스럽게 2번 기를 양보한 너와도 한 번 붙어보고 싶은데 말이야. 데리고 다니는 부하들도 그렇고, 하나부터 열까지 범상치가 않다는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탐욕과도 같은 묘한 열망을 감지한 류안은 눈치채지 못한 척 시치미를 떼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조금 잘나기는 했습니다.”

“하하하!! 어디 오늘 밤을 보내고 나서도 그렇게 까불거릴 수 있는지 두고보겠어.”

“오금이나 단단히 조여 놓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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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11시.

덥고 습한 열대야가 계속되는 밀림의 늪지대에서 돌연 짐승들과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잠잠해지고, 물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물결이 일어나면서 악어의 어금니를 향해 파죽지세로 전진해가기 시작했다.

수중레이더의 감지로 그 행렬이 머포크군단의 진군이라는 것을 포착한 엘리게이터 가아들은, 미리 설치해놓은 저지선에서 그들에게 맞서며 방어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펑! 펑! 펑! 펑! 펑!

수중에 설치한 기계수뢰들이 머포크의 무리를 향해서 돌진해 들어가면서 폭발한다.

한 발, 한 발에 수백 마리의 머포크들이 죽어나가고 마장기들도 뒤질세라 어뢰와 총탄을 뿜어내지만, 추풍낙엽으로 죽어나가는 몬스터들을 마치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면서 돌진해 들어오는 머포크들의 기세는 멈추지를 않았다.

그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고속으로 후퇴하면서 공격을 퍼부어대던 마장기들은, 특정한 지점에 도달하자 리모콘으로 철조망을 내리며 발전기를 작동시켰다.

파지지직!

맹렬한 전기를 뿜어내는 철조망이 머포크들의 진군을 가로막는 것도 잠시.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머포크들은 감전의 충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철조망으로 달라붙으며, 그 거대한 질량과 중량으로 밀어붙이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불과 몇 초 만에 돌파해버리고 말았다.

[7차 저지선이 뚫렸습니다. 계속해서 8차 저지선으로 후퇴하면서 교전을 수행하겠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본 정글레인져 대원이 카스티야에게 상황을 알렸다.

[지나치게 힘을 빼지는 말라고! 어차피 쟤들하고 본격적으로 붙는 건 지상에서 해야 되는 일이니까. 물속에서 죽는 얼빠진 새끼들은 나중에 지옥으로 떨어져도 선임으로 취급 안 한다!]

[Yes, ma`am!]

레지스탕스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악어의 송곳니답게 그곳에 있는 레징스탕스 군인들의 숫자는 1만을 넘는다.

전투에 참가하는 인원만 따지면 약 8천.

총 500여기에 이르는 마장기들이 요격준비를 마치고 머포크들의 군단을 기다리고 있었고, 5백기의 전투드론과 트라이져 강습함이 전투헬기처럼 화력지원을 해주기 위해서 공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약 1시간 후.

모든 저지선이 돌파당하고 수중에서 악전고투를 마치고 돌아온 엘리게이터 가아들이 하나둘씩 전열에 합류했고, 조그가 조종하는 머포크 군단은 늪 속에 숨은 상태로 악어의 송곳니를 포위해버렸다.

수중에서 펼쳐진 치열했던 전투가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폭풍전야의 고요함.

[요새를 둘러싸고 있는 늪지대의 반경 5km가 머포크 군단으로 가득 찼습니다.]

레이더를 통해서 터무니없이 거대한 적들의 덩어리를 확인한 레드폭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 주변의 늪지대는 수심이 평균 20m는 된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몇 마리인지 한 번 어림잡아서 계산을 해 봐…….]

류안의 전생을 기준으로 볼 때는 늪이라기보다는 강이라도 해도 될 만한 수심이지만, 훨씬 더 터프한 동식물들이 살아가는 유라디스 은하에서는 이런 생태조건을 갖춘 환경을 늪지대라고 부르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그의 짓궂은 장난에 속아 넘어간 레드폭스가 진지하게 계산을 하기 시작했지만 모건이 통신에 끼어들면서 입을 열었다.

[약 30만 마리네. 그 중에서 바실리스크는 5천 마리를 조금 넘지.]

[네?]

[그걸 어떻게 압니까?]

대답한 사람은 레드폭스와 클라크였다.

[지난 전투에서는 31만 마리였고 그 때 2만 마리 이상을 죽였지만 조그가 생산시설을 가동시켜서 보충했을 테니 그 정도는 되겠지. 선발대가 몇 천 마리는 죽였겠지만 그래봤자 절망적인 차이라는 건 변함이 없네.]

[잠깐만요! 격전을 치른 것은 바로 어제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29만 마리에서 30만 마리를 채웠다면 머포크의 생산력이라는 것은…….]

[못해도 하루에 5~6천 마리는 생산할 수 있을 거네. 머포크는 생물이라고 하기보다는 유전자 조작으로 찍어내는 공업품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런 생산력의 차이를 생각하면 절망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그나마 많이 죽여 놓으면 생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힘들 내게나. 어쨌든 저게 현재로써는 모그의 모든 수중 병력이라는 건 사실이니까.]

[…….]

별로 기운이 나지 않는 모건의 응원에 클라크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는 와중에 상황의 변화를 감지한 류안이 통신으로 주의를 줬다.

[수다를 떠는 것도 좋지만 비전투 요원들은 슬슬 입을 다물고 서포트에 주력하세요. 박사님은 농땡이 피우지 말고 연구나 계속하시고요.]

[뭣이 어쩌고……아, 알았네. 하여간 뒷방 늙은이 취급하면서 싸움구경도 하지 못하게 만들다니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치지직.]

통신단말의 대화창에서 강퇴당한 모건은 쓸쓸하게 사라져갔다.

철퍽, 철퍽.

그러는 사이에 늪 속에서 걸어 나온 특이한 모습의 머포크 한 마리가 짊어지고 있던 영상 투영장치를 바닥으로 내려놓더니, 스위치로 짐작되는 붉은색 발판을 발로 짓밟았다.

그러자 허공으로 조그로 짐작되는 남자의 거대한 영상 비전이 투영되었다.

마치 피에로처럼 얼굴 전체에 새하얗게 분칠을 하고 눈에는 팬더처럼 다크서클을 진하게 그려 넣은 상태로, 올빽머리에 연구원의 하얀색 가운을 입은 정신 나간 복장을 차려입고 있는 남자.

[…….]

하지만 그는 말이 없었다.

[왜 가만히 있는 거죠?]

[저 새끼가 조금 또라이라서 숫자나 시간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거든. 정확하게 12시가 되어야 입을 열어. 뭐, 펜져스 새끼들은 대체로 그런 정신병을 가지고 있으니까 놀랄 것도 없지만…….]

탈리아의 질문에 카스티야가 답변을 해줬다.

잠시 후.

그녀의 말대로 시계의 초침이 정각 12시를 가리키자 양손으로 깍지를 끼면서 앉아있던 조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연극을 하는 것 같은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새로운 날에 영광이 있으라! 황금의 여신님이여 만수무강하소서!! 그리고 적들에게는 어둠의 자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노라! 카스티야! 오늘도 어김없이 너를 설득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참고로, 그가 황금의 여신이라고 표현하는 인물은 그의 직속상관이자 파비안의 딸인 카트린을 가리키는 소리다.

[내 대답은 언제나 하나야. 꺼져 병신아!!]

[도대체가 너의 완고함은 이해를 하지 못하겠군. 너도 한 때는 우리 제국을 위해서 헌신하던 전사가 아닌가? 지금 네가 경험하고 있는 혼란들은 모두 인간의 나약한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비천한 바이스 출신인 네가 펜져스로 다시 태어나는 건 어렵겠지만 황금의 여신님과 나의 손을 거치면 그에 필적하는 완전무결한 전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분노한 카스티야가 총구를 겨누면서 영상장치를 파괴하려고 했지만 류안이 급하게 개인회선을 열면서 그것을 만류했다.

[고민하는 척 하세요.]

[뭐라고?]

[아주 잠깐이라도 좋습니다. 요청을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고 약간 고민하는 것 같은 뉘앙스만 풍기고 난 다음에 전투를 개시하셔도 됩니다.]

[……무슨 수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아. 알겠어.]

카스티야는 사격자세를 풀더니 류안이 시키는 대로 큰 소리로 외쳤다.

[완전무결한 전사라니 그거 좋지!!]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태도변화에 레지스탕스가 잠시 술렁거렸다. 그리고 반색하는 조그.

[오오오오!! 드디어 내 기나긴 설득이 빛을 보는 것인가?]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병신아!]

펑!

그 말을 끝으로 카스티야는 총탄을 발사해서 영상장치를 파괴해버렸다.

[……]

할 말을 잃어버리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류안을 엘리게이터 가아를 무시하면서 늪 속을 빠져나와 사방에서 달려드는 머포크군단을 조준해가던 그녀가 외쳤다.

[네가 시키는 대로 망설이는 척 했다. 꼬마야! 네가 재간둥이라는 건 인정하겠는데 낄 때와 안 낄 때는 확실하게 구분하라고……전략이라면 모르겠지만 전투는 말이야. 기세로 먹고 들어가는 거야!!]

투타타타타타타!!

여왕의 사격을 시작으로 기나긴 밤의 전투가 시작을 알렸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내일은 바쁜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올라오거나 아예 그 다음 날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코멘트 답변

정말로 죄송하지만 오늘은 코멘트 답변을 하는 대신에 조금이라도 더 글을 써보겠습니다. 정말로 바빠서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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