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85화 (8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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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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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카드의 배신으로 교장이 부탁한 영상을 찍는 데 실패하기는 했지만 알콩달콩하는 인증샷을 보내는 것으로 그녀의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데 성공했다.

‘상태창 확인’

이름:류안 제르너

직업: 가온공화국 방위군 5사단 독립유격부대 대장. 소위

신체능력

체력: 320/320 마나: 582/582

근력: 56 민첩: 72 지력: 92 매력: 73(매력보정을 통해서 증가하고 있다.)

계승하고 있는 능력: 게임(SS), 성교(S)

기술: 마나(D), 사격술(B), 격투(C), 근접전(D), 카리스마(B), 전술(A), 전략(A), 순간 가속(F), 말재주(B), 마장기 조종술(S), 예지몽(F), 마사지(B), 소매치기(F), 프로파일링(C), 영혼의 각인(F), 테이밍(B)

격투 스킬: 마샬아츠(C)

고유 능력: 방어기제강화, 기억재생, 임무확인, 미니게임, 퀘스트 추가보상, 상태 창 확인, 절륜, 매력보정, 성감대 추측.

루치아가 드림이터를 제압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던 시간은 3년.

물론, 내 예측으로는 길로틴이 그것보다는 훨씬 빠른 시일 안에 그녀를 풀어줄 거라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그는 의외로 오랫동안 루치아를 구속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길로틴에게 물어봤지만“아직 조사할 게 남았네.”라는 대답밖에는 돌아오지 않았고, 헌병대원들에게도 철저한 함구령이 내려졌는지 찔러봐도 반응이 신통하지를 않았다.

‘혹시 아르카리우스의 레어를 뒤져서 뭔가 찾아낸 거 아니야?’

당시에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준 단서였지만 생각해보니 호프만 같은 어중이떠중이도 드림이터를 사역하는 물건을 발견했는데, 엔포서를 지휘하는 길로틴이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찾아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최악의 경우에는 드라코니안 나이트에 대한 비밀을 들켰을지도 모르는 일.

‘너무 경솔했는지도 모르겠어.’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오지만 그래봤자 해결되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현재의 일에 주력하기로 했다.

로아트라 성계로의 진입을 앞두고 중계기지에 집결하고 있는 가온공화국의 병력은 약 450만. 총병력이 518만쯤 된다고 하며 거기에서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다시 구분해야 되겠지만, 어쨌든 평시유지병력의 약 4분의 1이 집결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병력이다.

동원된 수송선의 숫자는 약 3천척으로 규모나 구성은 제각각이지만 주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현재 우리 부대가 탑승하고 있는 아시모프 수송선으로 최대 1만 명의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

원정군의 호위를 맡아주는 이들은 역시나 우주군으로 수백 척에 이르는 호위함대를 파견해줬지만, 수송선이 대부분이라고는 해도 함포사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서 전투능력만 따지면 어지간한 우주해적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팔란티오 행성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의 숫자가 10억이고 민간군사교육을 의무적으로 실행하는 슈발츠 제국은, 결사항전을 각오했을 때 인구대비 군사력을 30~40%까지 끌어올리는 게 가능한 미친 국가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팔란티오 행성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잠재적인 적의 숫자는 약 4억.

4억 vs 500만이라면 병력비율로만 따져도 80대 1인데 전생에 군대에서 하던 농담 식으로 표현하자면 적들한테 죽빵 1대씩만 얻어맞아도 죽는 비율이다.

물론, 원정군이 레밍도 아니고 집단으로 자살하려고 원정을 시작하는 건 아니었지만 막상 전쟁을 눈앞에 두니 슈발츠 제국과 펜져스에 대한 공포가 부대 전체로 확산되면서 근거없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극도로 겁먹고 긴장한 탈리아와 바보들이 그나마 제일 똑똑한 나에게로 찾아와서 시도 때도 없이 질문공세를 해버리는 바람에, 아예 우리 부대의 수뇌부를 모아놓고 간단하게 강의를 해주기로 했다.

“그게 뭐야?”

칠판 앞에 놓인 고깔모자들을 보면서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탈리아.

“바보모자(dunce cap)라는 건데 우리 탈리아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여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좀 예쁘고 귀엽기는 하지.”

“이리와 귀요미, 오빠 무릎에 앉아서 강의를 듣자.”

“그럴까?”

최근에 내가 로아와 함께 얌전(?)하게 행동한다고 믿고 있는 그녀는 이런 닭살행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내 양심은 걸레짝이 되다 못해서 분자단위로 분열되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보상이라고는 역시 최선을 다해서 닭살을 떠는 일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쌍의 바퀴벌레들에게 보내지는 세간의 눈길은 언제나 차가운 법.

[누가 바보커플 아니랄까봐. 이런 장소에서까지…….]

[여보, 오늘따라 당신이 그립구려. 그대는 도대체 언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오…….]

[세상에 죽여도 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저는 오늘 그들을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이 은하에 존재하는 1조 2천억의 솔로들이여 제게 힘을 주소서…….]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보 모자를 몇몇 사람들에게 씌워주고 난 다음에 교단 앞의 편안한 의자로 탈리아와 함께 과시하듯이 주저앉으면서, 자연스럽게 성희롱을 시도하다가 한 대 얻어맞고는 평범하게 강의를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니들이 걱정하는 건 우리들이 팔란티오 행성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냐는 거잖아? 확실하게 말해줄게. 100% 승리한다고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패배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 말에 바보 모자를 쓴 클라크가 손을 들면서 질문을 던졌다.

“승률은 얼마나 됩니까?”

“내가 생각하기로는 한 40%? 뭐 자세한 건 싸워봐야 알겠지만 작전회의나 사령부에게 들은 정보로 파악해보면 그 정도는 되는 것 같아.”

솔직하게 말하면 30%이하라고 생각하지만 부하들이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거나 비관하는 걸 원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차이처럼 보이도록 거짓말을 했다.

“일단은 로아트라 성계에 도착하면 우리 사령부의 높으신 어르신들께서 팔란티오 행성의 주요 인사들과 외교적인 접촉을 하실 거야. 1차로는 최고 지도자와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서 전면전을 시작한다고 그래도, 그 휘하에 있는 수많은 세력들과 접촉을 하면서 설득작업을 시작하지. 일종의 편 가르기를 하는 셈이야.”

비유가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슈발츠 제국의 행성점령전은 민주주의의 선거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그 행성의 구성원들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쥐고 있는 건 슈발츠 제국의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스들인데, 그들은 기본적으로 펜져스를 두려워하며 증오했고 연맹을 선망하면서도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행성점령전을 시작했을 때 통상의 지지율은 6:4. 물론 6이 슈발츠 제국이다.

그나마도 전황에 따라 이편으로 붙었다가 저 편으로 붙었다가를 반복하면서 눈치게임을 시작하는데, 사실 실질적으로 전쟁을 주도하는 세력들보다 이 박쥐들의 파워가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이 민주주의나 전쟁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대체적인 편 가르기가 끝나면 그 다음에는 적대세력들에게 무력시위를 하는 퍼포먼스가 남아있어. 방위군이 유일하게 적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하는데 그게 바로 궤도 포격이거든.”

“어, 그거는 원래 우주군이 해주는 일 아니야?”

탈리아가 귀엽게 질문을 해주는 바람에 나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솔로들의 어그로를 모았다.

참고로 여기에 모인 수뇌부들 가운데 내 하렘의 구성원이라고는 탈리아와 로아 밖에는 없다. 다른 인원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일을 시켜놨고 나중에 침대위에서 전쟁학개론을 들려주면서 안심시켜줄 예정이다.

“물론 우주군의 궤도폭격과 비교하면 규모나 화력, 정밀성 등에서는 상대도 안 되지만 방위군에서도 궤도의 낙차를 이용하는 공격수단은 얼마든지 가지고 있어. 제일 단순한 것은 폭탄을 떨어트리는 거지만 그게 아니라 주시자의 새틀라이트 어택, 수송함대의 지원 사격.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운석을 떨어트려서 아마겟돈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가능하지.”

“그러면 싹 쓸어버리고 쉽게 승리할 수도 있겠네?”

뇌가 청순한 탈리아가 손뼉을 치면서 좋아하는 바람에 머리 위로 바보 모자를 씌워주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그랬다가는 내 안면으로 날아올 게 분명한 문답무용의 폭력이 무서웠기 때문에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미안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아. 정말로 그럴 수 밖에 없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연맹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대의명분이거든. 그래서 전쟁을 시작하면 외국에서 온 종군기자들이나 NGO, 사회적인 유력인사들이 벌떼처럼 몰려와서 감시를 하기 시작하지. 웃기지만 전쟁을 인도적으로 진행하는지, 아닌지를 참견하기 위해서 말이야.”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대의명분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파워는 무시무시하다. 오죽하면 양심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펜져스들조차 자국민들에게는 자신들이야말로 정의라고 선전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행성점령전에 실패하면 가맹국들이 그 행성의 이권에 비집고 들어갈 틈을 노리는 세력들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힘 있는 국가들은 가맹국들이 행성점령전에 실패하기를 바란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종족들은 모두 대량학살을 금지하는 전쟁법에 서명을 했으니, 할 말은 다 했다.

물론, 그걸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는 대부분 자기들 마음대로였지만.

“게다가 궤도폭격에서 잠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런 상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면 적들도 행성방어병기를 사용해서 궤도상에 떠있는 아군을 공격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바보모자를 쓰지 않은 잭이 설명을 추가해준다.

“하지만 행성방어병기는 우주군이 전부 파괴해주는 거 아니야?”

“1차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원정군이 가는 도중에 적들도 새로운 생산라인을 가동시켜서 새로운 행성방어병기들을 배치시킵니다. 게다가 지상군을 보유하지 않은 우주군의 검사라는 것도 그렇게 신용할 수 있는 절차는 아닙니다. 정말로 위험한 행성방어병기들은 대체로 처리를 해주지만 자잘한 방어병기들은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 그러니까……한 마디로 우주군이 개자식들이라는 소리네?”

“바로 그거야.”

탈리아가 이해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했다는 소리였기 때문에 나는 그녀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어쩐지 농구가 하고 싶다!

참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바보 모자를 쓴 페어리 자매들은 테이블 위에 퍼져서 자신들의 얼굴 크기만 한 콧방울을 피워내면서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얘들은 돈이나 장난에 관련한 이야기가 아니면 애당초 반응하지를 않으니…….’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리들이 전쟁터에 투입되는 건 1차적으로는 외교협상이 끝나고 선전포고를 한 다음에, 팔란티오 행성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조건을 클리어하고 나서의 일이야. 게다가 우리들은 독립부대니까 5사단의 작전 범위 안에서는 원하는 전장을 선택하고 원하는 작전을 마음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소리지.”

“더 짧게 요약하자면 우리들의 목숨은 류안 대장님이 하기 나름에 따라서 달렸다는 소리입니다.”

잭의 보충 설명으로 잠들어 있는 꼬맹이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나는 처음부터 걱정 같은 건 하나도 하지 않았으니까. 우리 류안이 얼마나 똑똑하고 잘나고 쪼잔한데 설마 사지로 들어가기야 하겠어?”

마지막에 살짝 거슬리는 단어를 집어넣기는 했지만 자신만만하게 허세를 부리는 탈리아.

내 기억이 인셉션에게 조작당한 게 아니라면 그녀는 어젯밤에 밤새도록 안겨오면서 온갖 쓸데없는 걱정들을 놓았던 것 같다.

사실, 이번에 개최한 수뇌부 회의도 대부분은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행위였다.

“저도 대장님을 믿습니다.”

“고마워 클라크. 그런데 나는 너 안 믿으니까 로아 밑에서 카메라맨 역할이나 잘 해.”

“잘 부탁드릴게요. 호호호호호!!”

“…….”

클라크를 절벽에서 밀어버리는 것으로 회의는 끝났다.

공포라는 것은 원래 상상력과 결합하면서 군인들의 정신을 끝도 없이 갉아먹는 기생충 같은 것이라서, 한 번 퇴치한다고 그래도 좀비처럼 부활하면서 되살아나는 악질적인 물건이다.

이번에는 냉정하게 전황을 분석해주는 것으로 부하들을 진정시켰지만 전쟁터에서 그들을 이끌어가는 제일 좋은 방법은, 계속해서 빛나는 승리들을 떠안겨주며 명령에 복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몇 차례고 각인시켜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휘관이 지켜야 하는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부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어떤 상황에서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것.

둘째로는,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이 될 것.

셋째로는, 그 속내를 부하들에게 들키지 말 것.

“참 거지같은 일이지.”

내 손에는 현재 팔란티오 행성으로 1차 외교협상을 위해서 달려간 선발대의 협상 결과가 도착해 있었다.

[협상 결과는 절망적. 행성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세력들이 펜져스들의 수장인 파비안의 지지를 표명했음. 52개 지역에서 3개의 상륙 안전지역을 확보. 행성 전역에서 격렬한 저항이 예상됨.]

그리고 5일 후에 행성 점령전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이번 편은 설명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벌레// 후후후. 덮밥의 세계는 심오하기 이를 데 없죠.

MikuHatsune// SS급의 세계는 더욱 더 심오합니다. 그런데, 써도 되려나...ㄷㄷㄷㄷ

메카닉덕후// 노력했습니다.

노스아스터// 아, 가, 가보겠습니다.

Croness// 그는 좋은 신사였습니다.

天空意行劍// 기계가 너무 섬세하고 똑똑하면 항상 문제를 일으키죠. 으아아아, 이놈의 아이패드 자동완성기능!!

매후// 더 웃기는 건 중국의 황제들 후궁 숫자에 비교하면……워후!

NeoGGM// 피드백 감사합니다.

물고기인간// 4명입니다. 한 사람은 탈리아 확정이고 나머지 3명은 제가 맞춰보라고 했었는데, 아마 맞추기가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참고로 힌트를 드리자면 2명은 나왔고 1명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KeinHoof// 어떻게 사용해서 메모리가 부족한지는 비밀입니다. 주인공의 하드 갈매기, 직박구리…….

GudSyn// 쥬디스라고 주인공의 피가 이어지지 않은(중요!)여동생인데 제가 상상하던 모습이랑 조금 많이 다릅니다. 신체적인 특징은 똑같습니다.

Ghozt// 저도 그 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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