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81화 (8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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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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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마지막에 마지막에서 놓쳐버리다니!!”

임무에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은 길로틴은 집무실의 책상을 쾅하고 내리쳤다.

때 아닌 전쟁으로 수백 명에 이르는 엔포서들이 희생되었지만 얻은 것이라고는, 바키를 둘러싸고 있는 인의 장막들을 약간 걷어낸 것이 전부다.

그러는 사이에 공화국 전체에서 수천, 수만의 피가 흘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평화로운 일상을 불렀다. 양대 파벌도 어둠 속에서는 서로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달려들었지만, 공개석상에서는 서로의 손을 붙잡고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나누었다.

소리 없는 내전이 지나갔다.

“진정하게, 길로틴.”

“루퍼트 위원님.”

연초를 피우던 루퍼트는 소파에 등을 기대면서 연기를 훅하고 내뿜었다.

대학교 시절에 럭비 선수 출신으로 체격이 좋고 다부진 인상이지만, 그의 얼굴 오른편에는 십자로 난 거대한 흉터와, 흉터 속에 파묻힌 눈동자가 빛을 잃어버리고 하얀색으로 빛나고 있다.

선거유세를 할 때, 절대로 아이에게 접근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그다.

정치가라는 말보다 범죄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흉악한 인상이지만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가온  공화국에서는 그런 외모조차도 무기가 되엇다.

약 2년 전.

샛별회의 자폭테러에 휘말려서 딸과 아내를 눈앞에서 잃어버린 루퍼트는, 그 자신도 폭발로 튀어나온 파편물이 얼굴에 박히면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의사들은 그에게 인공피부와 인공안구를 이식받을 것을 권장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참하게 살해당한 순간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기 때문이다.

종신대통령인 바키는 둘째 치더라도 1당 독재국가인 사회라서 선거로 뽑힌 국회위원들은 반드시 걸프당에 입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당원들이 자신들을 뽑아준 모든 지역구의 민심을 만족시켜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재선 확률이 높은 소위 텃밭이라고 불리는 소수의 지역구들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지역구들이 경쟁률은 높고 투표율은 바닥을 긴다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떠안고 있었다.

루퍼트는 3선 재임에 성공한 국회위원이었지만 가족들을 잃어버리고 불행의 계속되는 것인지, 주류 파벌에서 밀려나면서 7명의 후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제론V행성의 한 지역구로 출마하게 되었다.

약 15%의 지지도로 승리를 할 수 있다고 예상되는 지역구에서 그의 지지율은 불과 3%.

수석 참모들은 그가 성형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그래도 어려운 선거를 망칠 거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모든 조언들을 무시하면서 연단에 섰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시민들은 그를 무시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회장에는  캠페인단이 돈을 주고 고용한 동원된 사람들이 몰린 상황.

실질적으로 그에게 표를 줄 사람은 회장에 별로 존재하지 않았다.

마이크를 쥔 루퍼트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동원된 사람들은 캠페인단의 지시대로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가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서있자,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연설회장을 지나가다가 호기심을 가지고 그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루퍼트의 흉측한 외모에 겁먹으면서 걸음을 재촉했고 소요가 커지기 시작하자 캠페인단은 그를 연단에서 내려오게 하려고 했다.

[그만.]

루퍼트가 손을 들어서 그런 캠페인단을 중지시켰다.

넥타이를 풀고 외투를 벗어던진 그는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러면서 연단을 마치 으스러트려버릴 기세로 양 손으로 붙잡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치꾼 루퍼트는 3달 전에 가족들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유권자들에게 아무런 존경을 표하지 않는 독백과도 같은 말투.

[……그리고, 이 땅의 민주주의 역시 사멸한 지도 오래다.]

그렇게 시작된 연설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가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걸프당을 비난했으며, 바키 대통령의 무능력함을 토로했고 부패할 대로 부패해서 병들고 나약해진 가온 공화국의 실태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지나가다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청년 하나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외쳤다.

[당신도 우리 사회를 말아먹은 썩어빠진 놈들 중에서 하나가 아니냐!!]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는 말이오. 나 역시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하지만 여기는 속죄의 자리가 아니오. 신은 나에게 이미 벌을 내렸소. 내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자신의 품으로 데려가 버렸고,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만 바라보던 눈을 이렇게 만들어버렸지. 그래서 나는 더 이상은 거짓을 볼 수가 없소. 지금 내 눈에는 세상이 지옥으로 보이오. 고통 받는 사람들이 절규하는 모습만이 보이오. 그리고 나는 신이 나에게 준 사명을 깨달았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들 모두를 구원하라고…….]

그의 말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자아도취에 가득한 궤변에 가까운 소리였지만, 동시에 투박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묘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연설이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그의 말에 빠져들어 갔고, 처음에는 잔잔하게 시작되었던 연설도 점점 더 열기를 띄면서 고조되어가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 동원된 사람들, 캠페인단과, 지역 언론의 기자들까지 그의 말에 호응하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그의 목소리가 고조될 때마다 그가 외치는 슬로건을 따라서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그가 궤변을 지껄인다고 생각하면서 견디지 못하고 연설회장을 떠나버렸다.

하지만 시간제한 없이 무려 4시간이나 계속해서 진행한 그의 연설이 끝날 무렵에는, 어느새 맑게 ro인 하늘아래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 장소에 있던 기자들은 그 날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대서특필했다.

INFAMOUS.

슬픔을 딛고 탄생한 영웅인가, 아니면 분노에 사로잡힌 괴물인가?

확실한 건 그 날 자신들의 연단에서 연단을 한 모든 정치인들이 그의 파워에 완전히 압도당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지역방송의 토론장에서는 그가 미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서 회개한 정치인이라는 주장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지역구에서는 어디를 가나 그가 옳은지, 아닌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고 이내 전 가온공화국의 논란으로 퍼져나갔다.

중요한 건 그가 변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소리다.

선거기간동안에 그는 정말로 괴물이라도 된 것처럼 누구보다 살인적인 스케쥴을 소화하면서 연설을 하고 다녔다.

사람들의 반응도 신문기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그가 연설을 하면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과 욕을 하면서 떠나는 사람들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확실한 건, 어느 쪽이라도 그의 말을 무시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선거 당일. 그의 지역구에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60%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고 그 중에서 36%의 사람들이 루퍼트에게 표를 던졌다.

2위와 30%의 차이가 넘는 압도적인 승리.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과 그를 찍지 않은 사람들의 숫자를 합치면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가 4선 위원으로 화려하게 복귀를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그가 걸프당으로 복귀할 때는 수많은 당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들 대부분은 루퍼트가 진심으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단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극약처방을 사용했다고 믿었을 뿐이고, 그의 인기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길 수 있는 정책들을 조금 더 시원스럽게 밀어붙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에 핵심 파벌에 있던 대부분의 인사들은 루퍼트와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검은 돈으로 맺어진 유착관계였다. 그래서 설마 그가 자신들의 등에 칼을 꽂으러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착각이 깨지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현재, 그는 걸프당에서 가장 큰 파벌의 우두머리다.

부정부패에 관계된 수많은 고위인사들이 그와 길로틴의 손에 최후를 맞이했고, 한 때는 거물이라고 거들먹거리던 국회위원들이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비록 그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는 데 실패해서 검은 돈을 주고받은 장부로 말미암아 그를 협박해오고 있지만, 루퍼트의 파벌 역시도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으며 바키의 인의 장막에 맞서는 엔포서라는 군대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길로틴은 그가 가장 신뢰하는 동료이자, 부하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건 정의가 아니네. 누가 더 진지하게 상대방을 끝장낼 수 있는 각오를 가지고 있느냐가, 승패의 명암을 가르는 유일한 조건이라고 볼 수가 있지. 이번에는 우리들의 각오가 모자랐을 뿐이네.”

“하지만 누군가가 바키의 진영에게 우리들의 기습을 알리지만 않았으면…….”

항변하는 그를 향해서 루퍼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더 각오가 중요했다는 소리네. 조건은 비교적 공평했어. 아니, 우리들이 더 유리했다고 봐야지. 만약에 우리들이 이런 상황에 더 효율적인 대처방법을 가지고 있었다면, 정보를 얻는 순간에 곧바로 바키 일파를 일망타진시킬 수 있었을 것이네…….”

“…….”

엔포서들의 능력이 모자랐다는 소리였기 때문에 길로틴은 입술을 깨물면서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패한 과거에 언제까지나 연연하지 말게나.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지금이니까.”

“……알겠습니다.”

가볍게 한숨을 쉰 길로틴이 마지못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직의 넘버2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그였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루퍼트에게는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루퍼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한 의문의 세력이 누구인지를 한 번 조사해봐야 되겠습니다. 그들이 바키 진영에게도 같은 정보를 흘렸다면 걸맞은 대가를…….”

“부질없는 짓이네.”

“하지만 이렇게 당하고 넘어간다면 체면이…….”

“엔포서가 총력을 기울이고도 발견하지 못한 정보를 보내온 집단이야. 바키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그런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눈을 돌릴 여력은 없네.”

“하지만 그들이 바키와 한 패일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럴 리는 없네. 만약에 그랬다면 바키가 그렇게 허둥지둥 방어를 하는 건 이상하지. 엔포서들도 함정에 빠져서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걸세. 그들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양패구상을 하는 걸 바라는 게 틀림이 없어. 만약에 그들이 공화국 밖의 세력이라면……어쩌면 그들에게 대적하기 위해서 바키와 손을 붙잡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설마 그런 경우가……젠장.”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길로틴은 욕지거리를 뱉었다. 바키만 하더라도 점점 더 노골적으로 연맹의 지원을 받으면서, 상대하는 게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마당에 가온공화국을 노리는 제 3세력의 출현이라니…….

모든 세력들이 가온공화국이 멸망하기를 바라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세력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감시의 눈길을 멈출 수는 없지. 하지만 우리들에게 휴식을 취할 시간은 없네. 길로틴, 자네는 제론 성계를 벗어나서 팔란티오 행성으로 향하는 원정군에 합류하게나. 자네는 집무실보다 야전사령관으로 있을 때 빛이 나는 사람이네. 엔포서들을 이끌고 가온공화국을 위해서 승리를 쟁취하게나.”

“하지만 그러면 위원님을 보호하는 임무가…….”

“내 걱정은 하지 말게. 이번에는 트리니티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으니까.”

가온공화국 최대의 반정부세력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길로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들이 순순히 협조를 약속했습니까?”

“물론, 적의 적은 친구인 법이니까. 그들도 바키가 이번 원정에서 저지르려고 하는 짓을 어렴풋이는 눈치 채고 있다네. 나와는 생각하는 바가 조금은 다른 친구들이지만……이번에는 자네의 역할을 대신하기로 약속했지.”

루퍼트의 말에 길로틴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고지식한 그들이라면 적어도 이런 일로 뒤통수를 치지는 않겠죠.”

신뢰라는 단어가 어색한 시대였지만 트리니티의 약속이라는 것은 그중에서도 예외로 할 수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것이다.

혁명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아네타가 이끄는 트리니티.

그들이 정부보다 많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내세우는 혁명의 기치가 바로 정의와 신뢰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준군사조직에 필적하는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다. 그들은 우주해적이나, 범죄조직들에게 맞서 싸우면서 선량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에 주력했고, 부패한 정치 관료들과 고위공무원, 악덕기업들의 비리를 폭로하는데 그들의 온 힘을 쏟았다.

또한 정부에 의해서 부당하게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풀어달라고 청원을 하거나,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구하는 등, 반정부 조직이라기보다는 인권단체, 사회봉사조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들이다.

그런 활동이 너무 유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떠나면서 샛별회처럼 과격한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돌변하는 일이 허다하기는 했지만…….

요컨대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기에는 지나치게 선량한 이들이라는 소리다.

“제가 원정군에서 할 일이 무엇입니까?”

길로틴의 질문에 루퍼트가 입을 열었다.

“일단은 율리안 중장의 움직임을 감시하게.”

“율리안 중장을 말씀입니까? 하지만 그는…….”

“그가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네. 하지만 이번에는……솔직하게 한 방 먹었다고 해야 되겠어. 바키, 그자가 자신의 딸과 율리안을 약혼시켜버렸네.”

“그, 그걸 그가 받아들였습니까?”

충격적인 발언에 길로틴의 목소리가 떨렸다.

“거절하지는 않았네. 알다시피 그자는 그렇게 보여도 일단은 효자니까 말이야……그리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공화국의 공주님이라고, 바키의 딸이 대단하기는 하지. 명색이 공화국 최고의 신붓감이라고 불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양가의 어른들은 아주 흡족한 거래였다는 소리지…….”

신랑신부의 감정이 배제된 정략결혼.

뼈대 있는 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율리안 중장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 마가렛의 슬하에서 자랐다.

허영심의 화신이었던 그녀는 율리안을 누구보다도 뛰어난 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조기교육에 어마어마한 열정을 쏟았는데 그 결과, 친구도 하나 없이 기계처럼 무뚝뚝한 그가 탄생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런 교육을 받으면서도 마치 청개구리처럼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의 기풍을 물려받은 그는, 마가렛의 바램과는 다르게 우주군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절하고 온갖 청탁이나 뇌물을 거절하는 청백리로 명성을 떨치면서 그녀를 실망(?)시켜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원칙 이외에는 마가렛이 시키는 어떤 부당한 요구라도 순응했기 때문에, 이처럼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결혼까지도 무감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소리다.

“율리안 중장이 자신의 원칙을 고수한다면 문제는 없네. 하지만,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드는 법이야. 혹시라도 그가, 공화국의 공주님에게 빠져서 뇌신을 허사로 만든다면……팔란티오 행성의 원정군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네. 다른 장군들은……아쉽지만 하나같이 역량이 모자란 사람들이지.”

그 순간에 길로틴의 머릿속에서 류안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그는 일군을 통솔하기에는 아직 경력이 모자랐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만약에 그가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서 자신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제 손에는 비장의 카드가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드림 이터를 말하는 것인가?”

“아르카리우스의 레어를 샅샅이 수색한 결과, 드림이터와 새로운 계약을 맺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루치아라는 계집년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는 했지만……원래 대의를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한 법이죠.”

루퍼트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으로 연초를 입에 물었다가 때면서 말했다.

“가능하면 그 카드는 사용하지 말도록 할게. 드림 이터가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은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안 그래도 지난번에 찾아온 천족이 사건을 저지른 원흉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분노해서 돌아갔네. 그들이 가온공화국 전체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악마의 힘을 빌렸다가는…….”

천족의 능력은 워프존을 뛰어넘으며 발현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악마의 힘을 감지하는 천리안의 능력은 무시무시할 정도였기에, 루퍼트 일파는 드림 이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고도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그들이라도 팔란티오 행성까지 감시를 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성계에서 드림이터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엔포서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습니다. 그리고 공화국이 승리를 거두는 날에는, 드림이터와 관계되어있는 모든 이들을 죽여서 그 증거들을 세상에서 지워버리도록 하겠습니다.”

루퍼트는 연기를 후욱 하고 내뿜으면서 입을 열었다.

“믿겠네.”

길로틴과 엔포서가 원정대에 합류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 작품 후기 ============================

오늘 코멘트는 내일로 미루겠습니다!!!

솔직히 수위 문제가 제일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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