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9 ----------------------------------------------
지상편
류안은 탈리아와 함께 오붓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그녀와 함께 양치질과 세면, 아침식사를 마치고 잠옷을 벗으며 실내복으로 갈아입었다.
스타킹을 신다가 느긋하기 이를 데 없는 그를 바라보고는 의아한 눈초리로 물어보는 그녀.
“출근 안하고 뭐해?”
“휴가 냈어.”
“휴가, 나한테 말도 안하고?”
“응, 1박 2일 동안…….”
“뭐하려고?”
따지는 말투에 자리에서 일어난 류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가서 양쪽 어깨를 붙잡으며 심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탈리아…….”
“뭐, 뭔데?”
“세상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사실 유라디스 은하는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어.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은하대괴수 발리모스의 등장으로 온 성계가 공포에 빠져 있지. 그래서 우리는 넬라딘의 임무에 따라서 원정대를 구성해 세계를 구하기 위하는 대모험을 떠나기로 했어. 비록,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이것만은 기억해 줘. 사랑…….”
그 고백(?)에 감정이 복받쳤는지 어깨를 부들부들 떨던 그녀가 이내 류안의 멱살을 붙잡으면서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폐인 새끼가……너 또 게임하면서 밤 새려고 그러는 거지!!”
“1, 15시간짜리 대 원정 퀘스트라서 그래. 오늘 딱 하루만……딱 하루만 눈감아주면 되니까…….”
“되기는 뭐가 돼! 내가 너 따라서 게임하다가 어지러워서 죽는 줄 알았다! 남은 훈련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밤새도록 유령마냥 피식피식 거리면서 VR머신을 하는 꼴을 지켜보라고? 됐네요!! 오늘 밤은 내 방에서 잘 테니까, 오늘 밤에는 게임이나 끌어안고 푹 주무시죠!!”
탈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쾅! 하고 닫고 나갔다.
“자유다!!”
그렇게 외치며 양손을 드는 류안이었지만 곧바로 문이 열리더니 그녀가 고개를 슬쩍 내밀고는 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돌봐줄 사람으로 로아를 불렀으니까. 밥은 거르지 말고 챙겨먹어.”
“기왕이면 애니나 레드폭스가 챙겨주는 밥이 좋은데…….”
“죽는다?”
주먹을 쥐면서 그렇게 경고하고 떠나기가 무섭게 교대하듯이 로아 케이트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자고 갈 생각인지 여행용 가방을 대동하고 있는 그녀는, 실례한다는 말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더니 외투만 대충 풀어서 옷걸이에 걸고는 곧바로 TV를 켜고는 소파에 걸터앉으면서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예쁘기는 예쁜데 말이야. 싸가지가…….’
하얀색 테두리의 선글라스를 머리에 걸치고 웨이브진 단발머리의 그녀. 풍만한 가슴이 부각되는 아이보리색의 폴라티와 짧은 치마에 검정색 스타킹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볼 테면 보라는 식으로 무방비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찬장에서 멋대로 꺼내온 팝콘과 콜라를 마시기 시작하는 그녀.
“대장님! 제가 팝콘은 치즈캬라멜팝콘으로 준비해두라고 했죠! 그리고 저 제로칼로리 콜라만 마시는 거 몰라요? 하여간 센스가 없다니까…….”
“…….”
안하무인이지만 예뻐서, 예쁘기 때문에 그런 태도마저도 귀엽게 느껴지면서 흑염룡이 건강해지는 류안이지만, 오늘만은 그녀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 참을 인忍자라는 단어가 달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탈리아는 내가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거고, 로아는 어떻게든 내 꼬투리를 잡으려고 일부로 도발을 하는 거지. 하지만 둘 다 올 마이티를 얕봐도 지나치게 얕봤어.“
류안은 입술을 꾹 다물면서 미리 준비해놓은 치즈캬라멜팝콘과 차가운 제로칼로리 콜라를 가져와서 공물로 바쳤다.
“오오오~. 센스쟁이! 그런데 여기에 뭐 타신 건 아니죠? 하기야, 요게 있는데 그럴 리는 없나? 호호호호호!!!”
거치대에서 내 움직임을 따라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깔깔거리는 로아. 덕분에 미약하게 남아있던 일말의 망설임을 깨끗하게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래 실컷 웃어라, 그렇게 웃는 것도 지금뿐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먹고 마시고 있는 공물에는 요의를 촉진시키는 이뇨제가 들어있다. 반응하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리지만 인체에는 무해하고 약물검사로도 걸리지 않는 순한 제품.
하지만 그녀가 화장실을 찾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류안은 재빠르게 기계제국의 군수상점의 지점에서 전달받은 교장의 선물, 미니 스파이더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영락없이 영화에 빠진 것 같았던 그녀가 언제 보고 있었는지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외쳤다.
“어머! 그게, 뭔가요? 진짜 귀엽게 생겼다!!”
“지, 집안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먼지들을 처리해주는 가사로봇입니다. 여, 여기 머리에 달린 더듬이들이 집진봉의 역할을 해서 먼지가 자동으로 달라붙죠. 해충도 잡아주고요.”
즉석으로 생각해낸 변명이지만 말해놓고 보니 지나치게 편리한 기능이라서, 그녀의 눈이 마치 홈쇼핑광고를 발견한 쇼핑중독자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안 그래도 청소부들이 객실 청소를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마음에 안 들었는데……감사합니다!!”
손을 뻗으면서 냉큼 잡아채려고 시도하지만 류안이 먼저 손을 빼냈다.
“안 됩니다!”
“아이이이잉.”
애교를 부리면서 상체를 흔들어대며 조르는 그녀. 하지만 류안의 태도는 오랜만에 단호했다.
“그래도 안 됩니다!”
“흥, 쪼잔 하기는……그냥 좋게 말할 때. 순순히 내놓으시죠. 제게 잘 보이셔야 조금이라도 대장님에게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해드리지 않겠어요?”
‘역시 내가 목적이었군.’
레베카를 건드렸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핑계로 류안, 자신만이 아니라 부대 전체가 조사당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어쩌면 길로틴을 견제하기 위해서 조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으로 메인 타겟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녀를 심문해서 바키의 의중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내기로 다짐했다.
‘레베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탈리아에게서 회수한 각인과는 다르게 레베카에게 걸었던 각인은 아직까지 회수되지 않고 있는 차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연락은커녕 거취조차 불분명해지는 바람에 그녀가 어디에서 뭐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던 류안이었다.
바키의 외가에 관련된 그녀라면 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돌아가실 때 선물로 드릴 테니까, 그 전까지는 방청소를 할 수 있게 내버려두세요. 그거라면 괜찮겠죠?”
“으음……좋아요, 까짓 거. 남이 쓰던 물건을 사용하는 건 취향이 아니지만 탈리아 사모님을 봐서라도 그 정도는 양보할게요. 고맙죠? 착하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죠?”
‘으아아아아아아!!! 짜증나!!! 귀여운데 짜증나!!!’
방어기제강화를 뚫어버리고 들어오는 그녀의 정신공격에 심상공간에 결계를 펼치고 폭력과 학살로 스트레를 풀던 류안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영업용 스마일을 지어주면서 공손하게 답변을 해줬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정말로 다정하십니다. 물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우시고말고요! 그러니까 저 이제 게임해도 되죠?”
“ㅋㅋㅋㅋㅋ 넵, 마음대로 하세요. ㅋㅋㅋㅋㅋ”
초성체로 웃어대는 비호감의 그녀를 애써 무시하면서 스파이더를 작동시킨 류안은 VR머신을 착용하고 곧바로 교장에게 음성채팅을 시도했다.
“딸내미 1. 딸내미 1. 여기는 스네……아니, 스파이더. 작전 지시를 부탁 바란다.”
[여기는 헤드마스터. 사위는 지금부터 본인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기를 바란다. 오버.]
서로가 부르는 호칭은 다르지만 대화는 통하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면서 두 사람은 곧바로 작전을 개시했다.
교장의 설명에 따르면 스파이더는 블루투스를 사용하는 해킹 장비로, 전자장비에 직결로 연결한 이후에 원격으로 해킹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소형의 드론이라고 한다. 참고로 주요 동력원은 번개의 정령의 힘이 잠들어있는 리튬 전지.
한 번 마나를 충전시키면 48시간은 버틸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미니 스파이더 발진!]
“발진!”
류안의 조종에 따라서 희망과 꿈 가득 실은 미니 스파이더는 실을 뿜어내면서 가구들을 이리저리 타고 다니면서 민첩하게 움직여갔다.
초소형 카메라는 현재 로아와는 떨어져서 거치대에 걸려서 그를 감시하고 있다.
로아는 그런 카메라나 류안의 움직임에는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등지고 앉아서 깔깔거리며 영화를 감시하고 있는 상황.
그녀가 그렇게 여유로운 이유는 감시카메라로 24시간 그를 지켜보는 감시팀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만약에 그가 카메라가 포착하는 범위를 벗어나면 그녀의 귀에 달린 초소형 통신 단말을 통해서 카메라를 움직이라는 명령이 떨어지게 된다.
만약에 그녀가 1분 안에 카메라를 회수하지 못한다면 아웃.
대기하고 있던 경호팀이 곧바로 달려오며 류안을 제압해버린다.
그나마 24시간 모든 상황을 감시하는 건 아니고 화장실처럼 프라이버시에 관련한 일이나, 탈리아와 둘이 있을 때는 터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로아 같은 미인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를 미치게 만들어버렸다.
‘덕분에 내가 M의 성벽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 솔직하게 감사하도록 하지, 로아! 내가 그동안 너무 착한 여자들만 상대하느라, 잠시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고 있었으니까……오늘의 나는 조금 더 스페셜할 거야.’
소형카메라의 머리 위로 올라간 스파이더는 배 부분에서 삽입부를 꺼내서 마치 먹잇감을 포획하는 것처럼 등짝, 아니 직결을 해버렸다.
파직!
[좋아! 해킹 성공……지금부터 감시팀에게 송출할 가짜 영상을 제작할 테니까. 잠시동안 기다리면서 시간을 끌고 있으라고!]
“얼마나 걸립니까?”
[네가 보내 준 로아라는 여자와 네 음성 샘플 덕분에 별로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VR기술이라는 게 이럴 때 참 편리하거든. 진짜 같은 가짜영상을 만들어내는 데 한 순간도 걸리지 않으니까……그래도, 그럴 듯한 영상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 노가다는 필요할거야. 물론, 고생은 우리 아이들이 하는 거지만 말이야. 호호호!]
홈페이지 미니월드 카운터에서 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영상물을 만들고 있는 아바타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바람에, 류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전사들의 영혼이 발할라로 가도록 기원해줬다.
약 1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교장에게서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누가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2일 동안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다고 그래도 감시팀에서 알아채지 못할 거다. 뭐, 통신 단말이나 호신용 장비가 있을지도 모르지만……그런 건 사위가 알아서 해야지.]
“감사합니다. 따님, 아니 교장님”
진심으로 고마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드립을 고쳐서 말하는 류안이다.
[뭘, 그나저나 약속이나 잊지 말거라. 우리 아가한테 신경을 쓰지 않으면 학교에서 노리는 다음 타겟은 사위가 될 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후후후후후후.”
이미 레드폭스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였다. 교장과의 대화를 마친 그는 곧바로 VR헬멧을 벗고 깔깔거리면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는 그녀에게로 접근해 나갔다.
“으음, 그나저나 갑자기 왜…….”
등 뒤에서 최후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는 요의를 느끼면서 다리를 웅크리는 로아.
‘마사지, 소매치기, 영혼의 각인, 성감대 추측…….’
그동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던 능력들을 나열해가며 손을 까딱거리던 류안은 어느새 코에서 흐르기 시작하는 피를 훔쳐내면서, 미니게임 5단계로 새롭게 각성해 낸 새로운 잠재능력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테이밍…….”
============================ 작품 후기 ============================
오늘의 한 줄 후기.
이번 미니게임 내용은 스킵합니다. 썼다가는 폭동이 일어날 것 같아서...아, 근질근질.
려환(黎煥)// 아, 안 돼. 이대로 가다가는 남자를 덮칠지도 모릅니다. 사단장님!
NineBreaker// 교장은 사실 최종보스라 야한 장면을 못 쓸지도 모릅니다. 제가 잡혀갈지도 모르니까요(진지)
물고기인간//ㄷㄷㄷㄷㄷ
나데스// 맨 이터다. 도망쳐!
벌레// 잡혀갈지도 몰라서 안 됩니다.(진지, 정색)
[炎風]// 감사합니다.ㅡ.ㅡb
KeinHoof// 귀요미!!!!!
scver// 폭스!!
레츠고고// 감사합니다!
노스아스터// 교장님을 야한 이야기에 사용하면 제가 잡혀갈지도 모릅니다.(진지, 정색, 우울)
브레들리// 은하편은 지상편이 끝나고 나오며, 무림편은 제 친형님께서 제작해주시는 중인데……프롤로그 보여주고 난 이후로는 소식이 없습니다. 전 연령판으로 제가 쓸까 고민 중입니다. (응?)
철마군//저도 엄청~~~~쓰고 싶은데 너무 떡씬만 나오면 안 좋아하시더라고요. 앞으로 스토리 진행 5~6편, 야한편 1~2편 정도로 분량을 정하고 쓸까 고민 중입니다. 이 패턴이 익숙해지면 스토리 진행해달라고 조급해하는 분들도 익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폭탄z기// 주인공만 보시다니 너무하 -3-
피즈치자// 제시카의 성격이 원래 그렇습니다. 레베카의 경우에는 작중에서는 생략되었지만, 첫 대면 이후에 상당한 시간을 같이 보내서 친해져서 반 존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안 친한 사이에게는 깍듯하게 존댓말을 하는 게 그녀의 성격입니다. 외부 교관이라서 약간 거리를 두는 거죠. 원래 군대에서는 외부교관이 오면 상하관계를 확실하게 정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제시카처럼 학교장의 특별초청으로 오는 경우에는 재량권을 인정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쓰다보니까 설명이 엄청 길어졌네요. ㄷㄷㄷㄷ
때구니™// 아, 스님 이야기는 제가 리콜하기 전에 쓴 삽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ㅠ.ㅠ 그 노래. ㅋㅋㅋㅋ 원래는 론리 아일랜드 노래인데, 보고나서 기억에 남는 건 흑인 청년의 환한 치아뿐이죠.
한가한세월// 아, 제가 측실이라고 써서 그렇게 말씀하셨군요. 뭐, 후궁도 엄밀하게 따지면 왕의 여자니까요.
초음미쿠// 언젠가는!! (진지, 정색, 우울, 희망)
프리워커// 흑염룡 출진합니다!! 다음 편에!! ㅌㅌㅌㅌㅌ
10시 25분에 예약 아이템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