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71화 (7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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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하앗, 하으윽, 하아앗!!”

둔부를 흔들면서 신음소리를 터트리는 제시카를 끌어안은 나는 몰려드는 사정감을 억누르면서 그녀의 귓가로 속삭였다.

[지금 이 장소에 레베카가 있습니다.]

“뭐, 뭐……흐읍!”

소리를 지르려는 그녀의 입술을 키스로 틀어막은 나는 성감대를 애무하며 그녀를 절정으로 인도해 나가면서,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흑염룡을 뽑아내었다.

푸슉, 푸슉, 푸슉!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액체들이 제시카의 등과 엉덩이 위로 떨어져 내린다.

“흐으으읍!!”

몸을 부르르 떨면서 경련하는 그녀.

모의전에서 이런 상황으로 이어지게 될 줄은 몰라서 애프터 필이나 콘돔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은 성행위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험했다.

운에 기대하는 심정으로 질외사정을 하기는 했지만 만약에 그녀가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줄줄이 사탕으로 다른 여자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수라장에 휘말릴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오딘의 임무고 나발이고 언젠가 꾸었던 악몽이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

‘앞으로는 언제 어디에서 이런 이벤트가 일어날지 모르니까 애프터 필은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되겠어. 그,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만약에 딸이 생기면 절대로 무사수행을 보내지는 말아야지.’

그런 다짐과 함께 잡생각을 멈춘 나는 키스를 멈추고 대신에 그녀의 입술로 검지를 가져다가 대면서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지켜보고 계세요.]

[……믿을게요.]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의미에서 미소를 지어주며, 순간 가속을 사용해서 레베카의 앞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꺄, 꺅!”

“비명소리가 귀여운데?”

“벼, 변태 새끼야. 저리로 꺼져!!”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그게 무슨……읍!”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놀라는 그녀의 얼굴을 음미하면서 혀를 깊숙하게 집어넣어 향기로운 맛이 느껴지는 그녀의 입속을 만끽해가고 있으려니, 이내 눈초리가 사나워지는 것을 발견하고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이, 이,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새빨개진 얼굴로 말을 더듬는 모습이 날카롭다고 하기보다는 새끼 고양이가 화를 내는 것 같아서 귀엽기만 할 뿐이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뭐 어때? 아, 참. 너는 이런 건 서툴렀지……뭐, 좋아.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라고. 나는 제시카 교관님과 즐기면 그만이니까.”

“마, 말하지 않아도 갈 거야!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이런 짐승 같은 짓을…….”

그렇게 말하면서 도망치려는 레베카의 손목을 붙잡은 나는 그녀를 동굴의 벽으로 밀치면서 벽치기를 시도했다.

쿵!

‘아 씨, 손목 아프네.’

물론, 내색하지는 않았다.

“뭐, 뭐야?”

잔뜩 겁먹은 눈초리로 그렇게 항의하는 그녀.

“미안하지만 그 말은 그냥 듣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나는 모르겠지만 설마 교관님까지 짐승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 그건…….”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을 가리며 앉은 제시카는 내가 말했던 대로, 돌아가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그런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차마 막말을 퍼붓지는 못하는 그녀.

“내가 말했잖아. 나는 원래 이런 놈이라고……어떤 백마를 탄 왕자님을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만 생기면 아무한테나 껄떡거리는 놈이야. 그러니까, 나 같은 놈은 잊고 돌아가라고……도와주러 온 건 고마우니까.”

이 부분에서는 솔직하게 말해서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해졌다.

울까, 도망칠까, 아니면 분노를 터트릴까.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뭔가, 뭔가 사정이 있는 거지. 그렇지?”

‘……진심이냐…….’

사랑에 빠진 소녀는 무섭다고 하더니 스위치가 제대로 들어가 버린 모양이다. 탈리아도 그랬지만, 그녀들의 이해심이라는 것은 썩을 대로 썩어버린 내 양심을 투명하게 비춰오는 마법의 거울과도 같아서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애써 지워버렸던 죄책감이 마구마구 심장을 찔러온다.

누군가는 그런 그녀들을 놓아주는 것을 자비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했다면 그 거짓말을 관철시키고 사랑을 맹세했다면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이라도 걸 것이다. 그것이 프레이야를 믿고 하렘의 길을 계속해가는 내가 그녀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자 속죄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거짓 연기를 계속해 나갔다.

“흐읍, 츕, 츄르릅, 츄읍…….”

이번의 키스는 조금 더 길게 이어졌다. 탈리아의 경우에는 눈매가 사나워졌을 때, 주저 없이 깨물어왔지만 그녀는 같은 반응에서도 마지못해 그 행위를 받아들여 주었다.

마침내 눈썹이 풀어지면서 두 눈을 감는 것을 목격했을 무렵에, 나는 여운을 주기 위해서 입술을 떼어내었다.

새하얀 침이 실처럼 길게 늘어져간다.

“하아…….”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

나는 그녀에게 새롭게 각성한 잠재능력으로 저주를 걸어주었다.

영혼의 각인(F)

자신이 원하는 문장을 최대 2명의 영혼에 주입시킬 수 있다. 등급이 낮기 때문에 상대방이 진심으로 떨쳐내기를 원다면 금방 떨쳐버릴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상대방은 영원히 당신의 말을 기억할 것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무시무시한 능력이라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가지고 놀다니 어떻게 보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귓속으로 저주의 말을 속삭였다.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어. 그것만은 기억해달라고……그리고, 잘 가.]

힘없이 주저앉아버리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모포와 난로를 챙긴 나는 제시카에게 돌아와서 그녀의 몸을 따듯하게 감싸주었다. 행위를 계속할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한 모포를 두 사람이 함께 덮으면서 그녀의 몸을 끌어안는다.

“…….”

저항하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그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정말로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던 건가요?”

“질투나세요?”

“따, 딱히 질투를 하는 건…….”

“질투하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앞으로는 사양하지 말고 마음껏 질투하세요. 그러면 밤새도록 안아드릴 테니까…….”

“아, 아직 그런 사이가 된 건 아니잖아요. 오늘은 어쩌다가 우연히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우리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레베카는 조용히 일어나서 힘없는 걸음으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모습이 약간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내 손을 떠나버린 일이었기 때문에 결정은 그녀가 내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 품속에 있는 제시카를 다시 희롱해나가면서, 다시 불이 붙어버리자 주저 없이 덮쳐버렸다.

그녀는 앙탈을 부리면서 가볍게 저항해왔지만 까무러칠 때까지 몇 번이고 교성을 지르도록 만들어 주었다.

다음 날 늦은 아침.

레베카가 두고 간 통신 단말기로 구조대에 연락을 취한 우리들은 무사히 사관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그녀가 외부초청 강사를 그만둘 때까지 교내에서 마주칠 때마다, 손을 붙잡고 조용한 곳으로 끌고 들어가서 몇 번이나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때로는 음부에 로터를 집어넣으면서 남들이 보는 앞에서 수치플레이를 즐기는가 하면, 식당의 옆자리에 앉혀놓고는 성희롱을 하면서 차분하게 조교시켜 나갔다.

그 정도가 지나친 나머지 몇 번은 혼나기도 했지만 레베카를 범하지 않는 대신에 뭐든지 해주겠다는 약속을 상기시키면 꼼짝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돌아갈 무렵에는 얼굴을 마주치기만 해도 유두를 발기시키고 부끄러워하면서 몸을 베베 꼬아대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뭐, 3p를 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레베카를 떨어트리는 것도 시간문제니까 말이야.’

느긋해지기로 마음을 먹은 나는 우선은 제시카를 공략한 것에 만족하면서 졸업장을 수여받았다.

현생에서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학창시절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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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를 졸업한 레베카는 새로운 부대로 배치 받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바키의 말에 따라서 펠리스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가온공화국의 대통령 일가는 기본적으로 주화궁主花宮이라고 불리는 관저에서 생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졸업식장에서도 표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울해하는 그녀를 공개석상으로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에 취해진 비공식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녀의 기분이 나아지지 않자, 참다못한 바키 대통령이 화상통신을 통해서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아무것도 아니야. 파파. 그냥 좀 이것저것 피곤한 일들이 많아서 그래…….”

그의 질문에 힘없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레베카.

[보고에 의하면 조난당한 사람들을 구하러갔다가 중간에 돌아온 다음부터 급격하게 우울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 그에 관련한 일이냐?]

“아, 아니야.”

조난이라는 단어에서 동요를 숨기지 못했기 때문에 바키는 흥분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설마 그 류안이라는 자식 때문이냐?!!]

“아니라고 했잖아!! 지금은 그, 그런 녀석한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으니까, 파파는 참견하지 마!!”

누가 봐도 정곡을 찔렸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 반응이었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미간을 주억거린 바키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파파!”

[내가 그동안 너를 왜 제멋대로 행동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방치해온 줄 아느냐?]

“…….”

[그건 바로 네가 관리를 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하고 알아서 똑 부러지게 행동하는 착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알겠느냐 아가야. 대중들은 기본적으로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좋아한단다. 그러니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경호원들에게 대놓고 보호를 받거나,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행동들은 피해야만 하는 것이지. 물론, 천한 잡놈들과 뒤섞이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구분은 필요하지만, 요는 그놈들을 어떤 식으로 능숙하게 속이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나도……알고 있어.”

항상 들어왔던 말이기 때문에 레베카는 마지못해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가온공화국의 공주님으로 불리면서도 서민들과 차별 없이 눈높이를 맞추는 교육을 받으면서,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해 온 레베카의 성공신화는 미디어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면서 대중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그 인기는 고스란히 펠리스 가문의 후계자 교육법이라는 타이틀로 이름이 붙게 되면서, 고스란히 바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게 되었다.

냉정하게 표현한다면 그녀는 바키의 사업 파트너나 마찬가지였던 셈.

[아니, 알고 있다면 그런 식으로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아가야……하필이면 그런 비천한 놈에게 열을 내느라 그런 황당무계한 약속까지 하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그 놈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알고 있느냐.]

“알고 있다니까…….”

배게 속으로 얼굴을 파묻으면서 흐느끼듯이 말하는 레베카의 모습에 바키는 길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이쯤에서 정신을 차리면 조금 더 커리어를 쌓게 하려고 했지만, 미안하다. 아가야. 이, 파파가 그동안 너무 너를 방치해놓은 모양이구나.]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정색하면서 반문을 했다.

[말 그대로였다. 네가 더 이상은 자기 스스로를 추스를 수 없다면 곁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을 하나 준비해놓았다.]

정략결혼.

그가 하려는 말의 의도를 깨달은 그녀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절규했다.

“파파!!”

[어리광은 이쯤에서 그만두거라. 너도 네 입장을 자각한다면 이 혼담을 거절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거라. 혹시라도 반항한다면 네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관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류안이라는 놈팡이도 끝장을 내버릴 테니까…….]

“류, 류안은 관계가 없잖아!!”

바키는 답변을 듣지 않고 화상 통화를 중단해버렸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씩씩거리다가 이내 전화기를 들어서 비서에게 연락하고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류안인지 뭔지 하는 애송이에 대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그래! 감히, 내 딸이 저 지경이 되도록 건드리고도 무사히 넘어가려고 그래? 길로틴이 후견인이고 나발이고 아주 작살을 내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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