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65화 (6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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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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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안은 다리로 돌격해 들어가기 전에 짐꾼 2, 3을 향해서 비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무기 내놔.]

[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무기를 들고 돌입하는 편이…….]

[필요 없어.]

[!!]

[니들은 토마호크들을 부채처럼 펼치면서 쏟아져 들어오는 총탄들을 막아낼 궁리나 해. 엄호사격은 내가 따라가면서 알아서 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류안은 전투불능이 된 짐꾼4와 거점을 방어하는 짐꾼1에게서 강탈해 온 토마호크 2자루를 두 사람에게 배분해 줬다.

그 면적이 방패가 될 정도로 넓지는 않지만 인파이터처럼 가능하면 몸을 작게 수그리고, 토마호크 두 자루를 펼치면, 어느 정도까지는 탄환들을 막아낼 수 있는 견적이 나오게 된다.

무기에는 센서가 달려있지 않아서 파괴불능 판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맹점을 이용하는 꼼수.

집중사격을 받으면 그렇게 막아내는 일에도 결국에는 한계가 찾아오고 말겠지만, 요점은 그 두기가 전투불능에 빠지기 전에 다리를 돌파해버리고 난전상황을 유도하기만 하면 조건이 클리어 된다는 거다.

그런 상황이라면 4대 1로 붙어도 얼마든지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 류안.

게다가 제시카가 모든 재규어를 동원하면서 다리사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알아내었기 때문에, 통신 단말로 직선로를 지키고 있는 재규어를 출격시켰다.

아무래도 거리가 거리인 만큼 달려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서는 승패가 좌지우지될 수 있는 중요한 변수였기 때문에, 대세는 확실하게 류안의 쪽으로 기울었다고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싱겁게 이겨버리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강행돌파를 결심.

모의전이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이다.

우르릉 쾅!

쏴아아아아.

결전을 앞두고 쏟아져내려오는 비를 감상하던 신후는 제시카와 대화를 마치기가 무섭게 다리를 향해서 돌진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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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소대 집중 사격! 후방에서 엄폐하는 적들은 무시하고 전위에서 공격을 방어하는 재규어에게 전 탄을 쏟아 부으세요!!]

그렇게 공격명령을 내린 제시카는 자신도 빔 캐논을 들며 레베카가 그랬던 것처럼, 류안을 노리면서 저격을 시도했다.

투타타타타타타타!!!

투쾅!

정확하게 머리를 노리며 발사했지만 순식간에 고개를 꺾으면서 피해버리는 류안. 설상가상으로 비의 영향으로 시계가 어지러워진 탓인지, 전위의 마장기를 격파하는 작업도 시원치가 않았다.

게다가 한 손에는 어설트 라이플, 다른 한 손으로는 빔 캐논을 들고 있는 류안은, 전력질주를 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앞에서 달려나가는 마장기를 거치대로 사용하면서 총기를 발사하는 묘기를 선보여온다.

투타타타타타타타!!!

투쾅!

빔 캐논에 어깨를 얻어맞은 제시카의 팀원 하나가 깜짝 놀라면서 엄폐물의 뒤로 숨어버린다.

[으앗!]

[움츠러들지 마세요! 저런 공격을 제대로 명중시킬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 그렇지만…….]

실재로는 BB탄에 불과했지만 VR시스템으로 진짜 포격에 얻어맞은 것 같은 공포를 경험하고 만 팀원은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여기가 뚫리면 모든 게 끝장이에요! 만약에 여기가 진짜 전쟁터고 뒤쪽으로는 가족들이 떨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그래도 숨어버릴 작정인가요?!]

[아, 알겠습니다!]

그녀의 일갈에 정신을 차린 팀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사격을 재개시켜 나갔다. 그러면서 그녀 자신도 류안을 노리는 것을 포기하고, 선두에 선 재규어의 다리를 노리면서 빔 캐논을 발사해 나갔다.

투쾅! 투쾅! 투쾅!

침착하게 조준사격을 퍼부은 결과 적 1기를 전투불능에 빠트리면서 격파.

하지만 질수 없다는 듯이 류안 또한 팀원 하나를 아웃시켜버렸기 때문에, 잠시나마 기울어졌던 균형추가 다시 평형으로 돌아온다. 아니, 전력비를 생각하면 급격하게 그의 쪽으로 기울었다는 표현이 맞다.

[전투불능에 빠진 팀원들은 교전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신속하게 이탈해주세요.]

교전 상황을 통제하는 오퍼레이터의 말에 탈락당한 팀원들이 허겁지겁 전장을 벗어났다. 그런 움직임에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계속해서 이어져가는 교전.

순식간에 중간 지점을 통과해버린 류안은 정말로 다리를 돌파할 기세로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이럴 때 레베카 생도가 있었으면…….’

대전차 라이플을 사용하는 그녀의 저격 지원이 있었으면 직선로의 방비를 비우는 일도, 류안이 이렇게 거침없는 돌파를 시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어나버린 일을 후회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제시카는,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는 옆에 있는 팀원을 향해서 외쳤다.

[토마호크를 넘겨주세요!]

[토마호크 말씀입니까?]

[질문으로 대답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세요!]

[네, 넵!]

신경질적인 그녀의 외침에 허겁지겁 토마호크를 던져오는 팀원. 그것을 한 손으로 받아내면서 빔 캐논을 내려놓은 그녀는 양손으로 토마호크를 들고, 적 팀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세를 잡으면서 다리를 향해 질주해 들어갔다.

[엄호하세요!!]

[네!!]

투타타타타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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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만만치가 않은 여자란 말이야.’

엄폐물을 버리고 돌격해 들어오는 배짱도 배짱이지만 순식간에 그런 판단을 내리는 대응능력도 놀랍다. 순간적으로 다른 팀원이 도착하는 걸 기다리는 게 좋았을까 하는 후회가 몰려들었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이겨버리면 훈련의 목적도 목적이거니와 흥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

일단 고기방패, 아니 마장기 방패들을 앞세우고는 있지만 어설트 라이플의 난사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해서 조종하는 재규어의 내구도가 상당히 떨어졌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다리에 발이 묶이면 묶일수록 불리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빔 캐논으로 그녀의 다리를 조준하면서 발사했다.

투쾅! 투쾅! 투쾅!

세 발이 연속으로 명중하면서 부위파손 판정이 나왔는지 그녀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것으로 마지막……젠장!’

투쾅!

쏟아지는 빗줄기로 시계가 불량해지면서 조준이 흐트러졌다. 급하게 와이퍼를 작동시키면서 영상의 시야를 회복했지만, 순간적으로 발사가 늦어지면서 조준 실패.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파고들어온 그녀는 자세를 낮추면서 사각에서 돌격해 들어온다.

[우와아악!]

자신을 공격해오는 제시카를 보면서 놀라는 짐꾼 3이 우왕좌왕하면서 토마호크를 막무가내로 휘둘러댄다.

“멍청아, 너무 빨리 자세를 풀었잖아!”

투타타타타!

투캉! 투캉! 투캉!

아니나 다를까 빈틈이 생기기가 무섭게 엄호사격으로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녀석은, 이어지는 제시카의 연타에 얻어맞으면서 순식간에 전투불능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재빨리 빔 캐논을 버린 나는 거리를 벌려서 엄호사격의 사선으로 나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제시카를 향해서 돌진해 들어갔다.

그러자 필사적으로 토마호크를 휘두르면서 떨쳐내려는 시도를 하는 그녀.

후우우우웅!

사선으로 휘둘러지는 토마호크를 상체를 움직여서 가볍게 피해낸 나는, 달려가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면서 오른쪽 팔의 관절로 어설트 라이플을 조준하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투타타타타타타!!!

[오른쪽 팔. 파손! 기능 정지.]

전투불가 판정 대신에 기능 정지 판정이 떨어지면 힘없이 늘어져버리는 재규어의 오른쪽 팔. 나머지 한쪽의 팔로 토마호크를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지만, 반걸음 물러나면서 피해버리고는 그 손을 붙잡아서 뒤로 꺾어버렸다.

다시 한 번 어설트 라이플로 관절을 파괴하면서 나머지 한쪽 팔의 기능도 정지.

실질적으로 전투불능이 된 그녀를 인질로 붙잡은 나는, 어설트 라이플의 총구를 남아있는 적 팀원들에게 겨누면서 대치 상황에 빠졌다.

잠시 후.

허탈한 목소리로 개인 통신을 보내는 그녀.

[접근전에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쉽게 제압당하니까 허무하네요. 아무리 실력이 다르다고 해도 같은 기체에, 같은 성능인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걸까요?]

“항복하실 생각입니까?”

[설마요. 다리를 건너려면 한참은 남으신 걸요. 저를 아웃시키면 집중포화에 단독으로 노출되실텐데, 재규어의 내구도가 만전인 상태라면 몰라도 지금은 좀 아슬아슬하지 않아요?]

“눈치 챘군요.”

그녀의 말대로 한 대라면 몰라도 두 대의 난사를 피하면서 전진하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쪽에는 아직 와일드카드가 한 장 남아있습니다.”

[네. 하지만 이곳에서 당신을 쓰러트릴 수 있다면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죠.]

“제가 그렇게 내버려둘 것 같습니까?”

[해보려면 한 번 해보세요.]

제시카의 팀원들은 아예 엄폐물 뒤로 꽁꽁 숨어버렸기 때문에, 나는 제시카의 재규어를 밀면서 앞으로 전진하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떡하니 버티고 서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그녀.

한참을 끙끙거리다가 결국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투덜거리고 말았다.

“치사하게 이렇게 나오실 겁니까?”

[미안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체면을 따지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재규어의 장점이면서 단점은 완력보다는 중량이 더 무겁다는 사실이죠. 그러니 뚱뚱한 여자라고 놀리신다고 그래도 저는 여기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껌딱지 같고 귀찮은 여자라고 생각하시면 여기서 버리고 가셔도 상관없고요. 흑흑, 남자들은 다 그런 식이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태도가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에, 나도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 화가 풀어지고 말았다.

“설마요. 제시카 교관님이라면 제 허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공주님안기를 해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끌어봤자 제 팀원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혹시라도 모르죠. 이쪽으로 접근했다가 난전에 휘말려서 두 사람을 전부 잡을 수 있을지도.]

“그럴까봐 깃발을 빼앗으라고 그쪽으로 보냈습니다. 난전에 휘말릴 이유는 없죠.”

[제가 팀원들에게 본거지를 지키라고 명령했다면 어쩌실 건가요?]

“설마…….”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엄폐물을 노려봤다. 어설트 라이플의 총신이 보이기는 했지만, 단지 엄폐물 뒤에 거치해놨다고 볼 수가 있는 절묘한 구도.

만약 그들이 엄폐물 뒤에 어설트 라이플을 걸쳐놓고 몰래 전장을 빠져나가서 본거지의 언덕에 매복해 있다면, 제시카의 빔 캐논과 레베카의 대전차 라이플을 이용하면서 희희나락 접근해가는 팀원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확인하러 가기에도 애매한 상황인 것이 사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심리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그런 식으로 저를 뛰쳐나가게 하려는 속셈이겠지만 소용없습니다. 아무리 시계가 불량하다고 그래도 그들이 도망치는 기척을 놓쳤을 리는 없죠. 즉, 이대로 시간을 끌면 결국에는 제가 승리를 차지한다는 소리입니다.”

[……아쉽군요.]

최후의 도박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힘없는 목소리다.

이런 상황에서도 심리전을 걸어오는 것을 보면 그녀는 역시 무섭도록 머리가 좋다.

다소의 핸디캡을 짊어지는 불공평한 모의전이라고 하지만, 내 S급의 마장기 조종 능력을 감안하면 전술 능력으로는 호각. 어쩌면 그녀에게 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래에 무시무시한 여장군으로 성장할지도 모르겠어.’

쏴아아아아-.

비는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투항을 권고했다.

“항복하시죠?”

[저는…….]

그녀가 패배를 선언하는 걸 기다리고 있으려니, 그 순간에 강의 상류에서 커다란 물결이 밀어닥치면서 다리를 덮쳐버렸다.

지지하는 기둥이 높아서 다리 위로 물결들이 밀려들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으로 다리가 기울어져버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어, 어어어?”

[난간, 난간을 붙잡으세요!]

갑작스럽게 균형이 흔들리는 바람에 난간을 붙잡은 다음에서야 겨우 자세를 잡을 수가 있었지만, 안정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다음 물결이 밀려들면서 다리 전체가 수면 위로 주저앉아 버렸다.

펑!

“으아악!”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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