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60화 (6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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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젠장, 더럽게 따갑군!”

통풍이 잘되는 남국풍의 등나무 침대에서 반라의 상태로 엎드려서 치료를 받던 가온공화국의 대통령 바키는, 등에서 느껴지는 타는 것 같은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마치 괴물처럼 기괴하기 이를 데 없는 형상으로 번져나가는 갈색의 반점들.

그것이 목뒤를 타고 뺨까지 올라오면서 누구보다도 믿음이 가고 정치가다운 인상을 지녔다는 평판이 자자했던 그의 얼굴을 흉악하게 만들어버렸다.

“좀 더 빠르고, 끄응. 따갑지 않은 치료법은 없나. 파낙스 박사?”

바키가 불만을 터트리자 우려낸 약재들을 새하얀 천으로 싸매어 일종의 한방찜질을 해 나가고 있던 파낙스가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존재가 뭔지 아십니까?”

“뭐지? 갑자기 수수께끼 풀이라도 하자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무뚝뚝한 그의 태도가 거슬리는 바키였지만 화를 내는 대신에 턱을 쓰다듬으면서 수수께끼의 답을 알아내려고 머리를 굴렸다.

잠시 후에 그럴듯한 정답을 찾아냈다고 생각한 그가 외친다.

“인간, 인간이 아닌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태초에 인간은 정말로 보잘것없는 존재가 아니었나. 천둥을 무서워하고 비를 피해서 동굴로 숨어살아야만 했지. 마족들에게는 노예로 부려지고 탐욕스러운 드래곤 앞에서는 집도 밭도, 마지막으로 남은 한 톨의 식량까지도 바쳐야만 했어. 하지만 끊임없이 문명을 발전시켜온 결과 모든 종족들을 제압하고 은하의 지배자가 되지 않았나?”

파낙스는 천천히, 말 그대로 뜸을 들이면서 대답을 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틀렸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더 원인가? 코퀴토스의 악몽이라면 확실히 단일 개체로서는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성장하는, 우주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것도 한 대답이 될 수는 있겠죠.”

이번에도 역시 틀렸다.

그 외에도 다른 6대 세력들의 다양한 종족들을 차례대로 언급하면서 수수께끼를 맞히려고 했지만 박사의 태도는 시종일관 시큰둥하며 같은 대답을 반복할 뿐이다. 결국에는 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하는 바키.

“됐네. 됐어. 지금은 연설문을 궁리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네. 그래서 박사가 생각하는 정답은 뭔가?”

“바이러스입니다.”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잘 모르네만 진화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던가?”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몇 백 년 전에 일로리 박사라는 사람이 바이러스가 단순하게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진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 냈습니다. 단지 그들이 생물인지 무생물인지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그렇게 어정쩡한 존재라면 별로 무서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세상에서 존재이유와 목적을 알 수 없는 존재들보다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아무리 죽이려고 애를 써도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하고, 보완해서 돌아옵니다. 그 방식이 더 원의 리다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셀수도 없이 많은 바이러스들이 전 은하 구석구석에 퍼져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리다조차도 그들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들이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하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혹시라도 모르죠. 그들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인류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공포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바이러스라…….’

파낙스의 말에 바키는 얼마 전에 합참에서 있었던 전략회의를 떠올렸다.

팔란티오 행성을 점령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던 중에 열변을 토하던 한 남자의 주장.

[생화학전을 실시합시다. 그거라면 별로 비싸지도 않고 제국 놈들을 한꺼번에 몰살시킬 수 있을 겁니다.]

불가능한 작전은 아니었지만 현실을 잘 모르거나 전쟁에 미친 미치광이들이나 낼 법한 끔찍한 제안이었다.

그 제안이 기각된 이유들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생화학전은 외교를 할 수 있는 4대 세력에서 전쟁법으로 엄격하게 사용을 통제하는 대량살상병기다.

둘째. 팔란티오 행성에서 광산을 채굴하려면 어마어마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생화학전을 실시하면 노동력은 물론이고 사회 인프라 전체가 파괴되어버릴 수 있다.

셋째. 병기화한 바이러스들은 기본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자연적으로 소멸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그 기간이 지나치게 길었다. 게다가, 생물체들의 유전 형질과 결합하면서 어떤 변이를 일으킬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에는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생물학적 아포칼립스가 일어나거나 생태계에 영원히 되풀이되는, 또는 리다와도 같은 새로운 재앙을 창조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사태를 일으킨 세력들은 단순하게 지탄을 받는 수준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야기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는 생화학 병기를 사용한 국가 자체가 멸망해버릴 수도 있다.

어떤 원리로 그렇게까지 강력하게 규제하는지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던 바키였지만, 그가 원하는 그림은 방위군이 패배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맹이 개입해오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반대에 표를 던졌던 기억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그렇군, 확실히 바이러스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네. 하지만 우리 의료진들은 바이러스의 침략을 잘 막아내고 있지 않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서 매년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고 그 바이러스에 맞춰서 나노머신 치료제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이 싸움은 인간이 승리했다고 봐야지 않겠나?”

파낙스는 어린애처럼 투덜거리는 바키를 보면서 조용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상대방이 일부러 살려주는 것을 승리라고 본다면 그렇게 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똑똑하다는 제약회사와 의료 기관의 연구원들이 이름만 조금씩 바꿔서 찾아오는 똑같은 바이러스들의 백신을 만드느라 왜 그렇게 애를 먹는지, 왜 계속해서 새로운 백신들을 개발하는지를 생각하면 답을 알 수가 있을 겁니다. 그 모습을 비유하자면 바이러스는 매년 찾아오는 약탈자들이고, 인류는 약탈자들에게 농작물을 빼앗기는 농민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농기구 대신에 잠시 동안은 칼과 방패로 맞서 싸우면서 그들을 몰아냈다고 그래도, 전멸시키지 못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무장을 들고 끊입엇이 쳐들어오니 승리를 거두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죠.”

“……그렇군.”

바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수긍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외쳤다.

“그러면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소린가?”

“아닙니다.”

“…….”

맥빠지는 대답에 바키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인상을 썼다.

“각하의 병명은 아토피입니다. 조금 더 긴 이름을 원하시면 과민성 아토피라고 표현을 하는 게 적당하겠죠.”

“그러면 도대체 바이러스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뭔가?”

“아토피의 어원이 뭔지는 아십니까?”

“……또 수수께끼인가? 이제 그만. 수수께끼라면 지긋지긋하니 곧바로 정답을 말하게.”

“아토피의 어원은 이상하다 또는 비정상이다. 그러니 제가 아토피라는 단어를 꺼냈다면 이렇게 알아들으시면 됩니다. 거 참 이상한 병이네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

그 장난스러운 표현에 바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면서 호통을 터트렸다.

“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건가!!”

“장난을 할 생각이라면 귀찮게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바이러스만큼은 아니지만 면역체계가 혼란을 일으키는 아토피에 대한 이야기도 그만큼 길고 복잡하니까요. 면역체계 역시 바이러스만큼 빠르지는 않더라도 인류가 태초부터 세대에, 세대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성장시켜온 정교하고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그렇게 정교한 시스템이 혼란을 일으킨다는 건 애초에 의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기 관리와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

딱 집어서 “네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파낙스의 말에 바키는 눈동자를 껌뻑거리고 말았다.

“물론, 그렇다고 의사의 도움을 받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무리 뛰어난 명의라도 아토피를 100%치료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민간요법이나, 주관에 의지해서 치료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큰 도움을 줄 수가 있으니까요.”

“……그렇군.”

복잡하게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요약하자면 자신의 치료를 얌전하게 따르라는 소리였기 때문에, 바키는 얌전하게 침상으로 엎드리기로 했다.

일부러 창피를 준 거 같아서 분한 마음도 들었지만 파낙스는 천족들도 인정한다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명의. 게다가, 바키 또한 과거에는 그에게 목숨을 구해진 경력이 있어서 다소 건방지게 굴어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던 바키는 불만은 참지 못하고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그냥 좋게 이야기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환자를 놀라게 하다니, 박사는 좋은 의사가 아닌 것 같군.”

“각하도 좋은 환자는 아니십니다.”

“그렇기는 하지.”

명성이 자자한 주치의를 믿지 못하고 알량한 지식으로 꼬치꼬치 캐물었으니 빈축을 사도 할 말이 없기는 했다. 그쯤에서 끝났다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인상을 굳힌 파낙스는 뭔가를 각오한 사람처럼 한 마디를 더 꺼내고 말았다.

“그리고 좋은 정치인도 아니십니다.”

“…….”

“이런 말을 하는 건 비겁하다고 여기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때는 각하의 생명을 구해드렸던 사람으로서 한 마디만 드리고 싶습니다.”

등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바키는 무의식적으로 외쳤다.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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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는 메이크업 당당에게 진한 화장을 받으면서 얼굴로 번진 반점들을 숨겼다.

넥타이를 고쳐서 메며 연설문의 내용들을 재확인하고 마치 연극을 준비하는 배우처럼 카메라의 배치나, 서는 위치, 시선, 억양, 목소리와 톤에 대한 문제들까지 하나하나 리허설을 하면서 어떻게 들리는지를 물었다.

가온공화국 최고의 명가로 알려진 펠리스 가문에서 태어난 남자.

어린 시절부터 리더로 키워진 그는 수사학을 기반으로, 명문을 만들어내고 청중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 연설을 하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압도적으로 지지를 받으면서 종신 대통령으로 선출된 아버지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종신 대통령의 자리. 비록 더 이상은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궁지에 몰려서 연맹과 내통을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야말로 진정한 대통령이라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의 장벽이 되어 그의 권력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각하. 지역의 언론에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면서 이번 연설에 대한 내용을 취재하고 싶다는 요청을 보내왔습니다. 배경을 살펴보니 반정부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고, 쉽게 물러날 기세가 아닙니다.]

“요청은 기각해버리고 관련 언론사에 세무조사와 감찰 실시해. 배후까지 조사해서 싸그리 날려버려.”

[각하. 트리니티가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시위대가 각하의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연설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전경 투입해서 진압하고 전부 감옥으로 연행시켜. 최루탄이던 뭐든지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그래. 경찰총장한테는 내란죄든지 뭐든지 알아서 적용시키라고 그러고.”

[경호팀이 연설장으로 총을 들고 들어오려는 인물을 체포했습니다.]

“죽이지 말고 배후를 밝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끝나면 제거해버려.”

[파낙스 박사의 시체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자연사로 보이도록 알아서 처리해. 내가 그런 일까지 하나하나 신경써야 하나?”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바키에게 열변을 토하던 파낙스 박사는 그 자리에서 살해당하고 말았다.

평소에 그답지 않게 사설이 긴 게 수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설마 바이러스니 면역체계니 떠들어댄 이유가 언론의 자유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포석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다.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각하께서는 얕보셨던 면역체계와 바이러스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합니다. 그런데 토론과 논의를 통해서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라니요? 그것은 병에 걸리고도 방치하면서 병을 키워버리는 환자와 똑같은 겁니다! 언론에게 자유를 주십시오! 그것이야말로 가온 공화국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병을 고치는 방법은 하나뿐이 아니네, 박사. 그리고 세상에 의사가 자네 하나뿐인 것도 아니지.]

[각하!!]

탕!!!

‘의사 놈이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 찢어 죽였지만서도 시원치가 않은 건방진 놈.’

기분 탓인지 통증이 더 쓰라려오는 것 같아서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지만, 바키는 자신이 통제하는 언론사들에서 보내온 보도진들의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양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와아아아아아아!!!

마침내 그가 연단으로 오르자 수많은 기자들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트리면서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파도처럼 들썩거리며 환호했다. 쉴 새 없이 박수를 치면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하는 대중들.

중간의 교량에서는 그의 지지자들이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담긴 거대한 플랜카드를 펼쳤다.

[우리의 희망, 우리의 미래, 우리의 영원한 지도자 바키 대통령!]

오직 그 문장이야말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내용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키는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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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증스러운 놈.”

바키의 연설을 TV중계로 지켜보던 길로틴은 낮게 으르렁댔다.

언제라도 바닥을 뚫고 끊임없이 추락할 것 같은 지지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연설의 대가라는 표현답게 미디어를 통해서 몇 마디의 궤변을 지껄여대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다시 수직으로 인기를 되찾아버리는 그.

지금만 해도 팔란티오 행성을 점령한다는 비전 전부가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떠들어대기 시작하면서, 그 행성을 가온 공화국의 품으로 가져오는 것만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빛나는 미래와 내일을 가져다줄 것처럼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있다.

동시에 방위군 개혁을 은근슬쩍 꼬집으면서 임시증세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주군의 힘을 빌리는 것만이 팔란티오에서 젊은이들의 피를 흘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양 떠들어대고 있다.

‘누구 때문에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된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의 입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화국의 모든 언론과 카메라들은 오직 그를 위해서 존재하니까.

덕분에 그의 궤변을 듣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가온공화국의 유일한 휴머니스트이자 국가의 내일을 생각하는 유일한 애국자인 것으로 착각하게 될 정도다.

‘웃기지 마라. 네놈의 속셈은 전부 꿰고 있으니까. 정권을 유지할 자신이 없으니 공화국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만드는 것을 대가로, 연맹의 고위 인사들에게 일신의 안위를 보장받을 생각인 것을 모를 줄 아느냐?! 그 거래의 증거들을 도대체 어디에 숨겨놨는지는 모르겠지만 엔포서들을 전부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

그렇게 다짐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과제는 팔란티오 행성에서 방위군으로 최소한의 피해를 내며 승리하는 일이다.

루퍼트 의원이 당을 장악했으니 아무리 종신 대통령이라도 단독으로 연맹군을 끌어들이는 행위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방위군이 실패하면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그가 의원들을 설득해서 돌발적인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제일 좋은 경우의 수는 적들이 싸우지 않고 항복하는 거지만 지금까지의 전례를 봤을 때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그래서 길로틴은 기계제국의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그들이 비밀리에 개발한 신병기를 몰래 입수해 왔다.

그 병기를 사용하려면 합참의 허가를 거쳐야만 했지만, 다양한 전쟁병기들의 사용 승인을 받는 서류들 속에 몰래 끼워 넣으면서 바키의 사인을 받을 수가 있었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런 병기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상황이니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최후의 인선으로 그 병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인물로 율리안 중장을 선정했는데, 그는 계획서를 살펴보더니“합리적으로 보이는군. 합참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의견을 피력해보겠네.”라고 대답하면서 비밀 병기의 독립 작전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 작전명은 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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