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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연맹력 533년 2월.
잭과 용병들의 도움으로 겨울동안 독립유격부대로서의 기반을 다지는데 성공한 나는 정해진 수순대로 육군사관학교로 입학하면서 동시에 부사관의 계급을 버리고 소위로 다시 임관하게 되었다.
이 학교의 정확한 명칭은 가온공화국 제론V행성 방위군 육군사관학교.
그냥 방위군사관학교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고 간결해 보였지만, 육군과 지상군이라는 단어에 강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군 상층부의 어르신들은 기회만 발견하면 이런 식으로 그런 호칭들을 끼워 넣으면서 이름들을 복잡하게 늘려나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방위군 개혁의 성과로 부사관 출신의 장교후보생 1기의 생도로 뽑히게 된 나와, 비슷한 처지로 선출되어진 200명의 생도들은 부사관과 중복되는 교육과정들을 간단한 필기테스트와 실기테스트로 대체받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최소 2년 동안은 받아야 되는 장교후보생들의 교육을 3개월 동안 속성으로 습득하기 위한 조치다.
덕분에 교육내용도 상당히 타이트하고 스파르타식으로 진행되어지면서 중대규모 이상의 병력을 전술,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방법, 6대 세력의 역사와 무기체계의 발전, 각 세력들의 관계, 주적과 가상의 적들의 전력분석과 대응방안, 각 부대 간의 작전 연계 방식, VR가상전투를 통한 전술, 전략의 모의전 훈련과 토론, 각개전투와 청백전, 등등의 온갖 지식들을 주입식으로 단기간에 철저하게 때려 박아 넣어지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지력이 높아서 그런지, 아니면 방어기제강화로 정신적인 피로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지, 그렇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이론교육들도 대부분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일개 부사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넘어서 한 부대의 장으로서 어떻게 사고하고 처신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존의 영역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한 나는, 이번에 새롭게 습득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영혼이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잠재능력을 일깨우는데 성공했다.
[전략적인 안목을 습득하면서 새로운 스킬이 생겼습니다. 전략. 현재등급 F]
[잠재되어있는 능력이 각성하면서 스킬레벨이 상승합니다. 현재등급 E]
[잠재되어있는 능력이 각성하면서 스킬레벨이 상승합니다. 현재등급 D]
[잠재되어있는 능력이 각성하면서 스킬레벨이 상승합니다. 현재등급 C]
[잠재되어있는 능력이 각성하면서 스킬레벨이 상승합니다. 현재등급 B]
[잠재되어있는 능력이 각성하면서 스킬레벨이 상승합니다. 현재등급 A]
스킬 상승의 알림은 A급에서 멈춰버렸다.
‘최소한 S급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이게 지금의 내 한계라는 건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손자의 말이 있듯이 6대 세력들의 전력과 이해관계를 대체적으로나마 파악하고 난 다음에서야 전략이라는 스킬을 각성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생에 로드스타를 재패하고 온갖 새로운 전술과 전략들을 창조해온 올마이티의 자존심에는 커다란 상처를 받고 말았다.
‘이 세계의 전략가의 수준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소리지? 좋아. 그렇다면 최소한 이 사관학교에서만이라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들을 만들어주지.’
그렇게 결심을 한 나는 육군사관학교의 도장 깨기를 시작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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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교육과정을 1기 부사관 출신의 장교후보생들에게 맞춰서 변경해주세요!”
“레, 레베카 생도. 갑자기 교장실로 찾아와서 이러면…….”
쾅!
"변경해주세요!!"
책상을 내리치면서 강압적으로 외치는 레베카의 모습에 학교장 크라이프 대령은 진땀을 흘리면서 쩔쩔매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하극상으로 다스린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다름 아닌 공화국의 대통령인 바키.
가온공화국 최고 권력자의 외동딸이 난동을 부린다고 그래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일단은 제발 좀 진정하게나. 생도! 생도의 교육과정은 아직 1년이나 남아있지 않은가? 아무리 자네가 최우수 성적을 자랑하는 모범생이라도 그런 특례를 허락해줄 수는…….”
“아버지랑 통화하실래요?”
그 협박에 크라이프는 재빠르게 이어지는 말의 내용을 바꿨다.
“있지. 물론, 학교장의 재량으로 그런 특례쯤이야 얼마든지 가능하고말고! 하지만 갑자기 그런 식으로 생도의 진로를 변경했다가는 그, 아버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지…….”
“잠시만 기다리세요.”
손바닥을 내밀며 대화를 멈춘 레베카는 주저 없이 통신단말을 꺼내서 1번 단축키를 눌렀다.
뚜르르르르. 달칵.
“여보세요, 파파! 응, 물론 나야 잘 지내고 있지. 그나저나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어, 어, 아 글쎄. 그런데, 학교장이 벽창호라서 말귀를 제대로 알아먹지 못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응, 응. 그래. 그렇게 해 줘. 물론이지! 나도 사랑해 파파! 쪽!”
통화를 마친 그녀는 통신 단말기를 크라이프를 향해서 내밀었다.
“아버지가 잠깐 할 이야기가 있으시데요.”
“…….”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통신 단말기를 받아낸 크라이프는, 곧바로 터져 나오는 고성 소리에 맞춰서 허리를 90도로 굽혀가며 연신 사과를 거듭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될 거라는 확신을 얻은 레베카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패배의 쓴맛을 알려준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 같은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고 말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부사관 출신 장교후보생들과의 교류전에서, 자신이 자랑하는 용병술을 상상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박살내어버린 남자.
[뭐 온실 속의 화초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실력이네.]
‘감히 나한테 그딴 식으로 지껄이다니!’
패배의 충격도 충격이지만 정곡을 찌르는 그 말이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당일 밤에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잠시 동안은 아버지인 바키의 권력을 빌려서 그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아버릴까 하는 유혹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깨지고 나서는 그런 소리까지 들은 마당에 비열한 방식으로 갚아주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은 나도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 아버지가 연출한 소꿉장난에 어울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교육을 설렁설렁 받아왔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야!! 그 때의 패배는 단순하게 방심해서 그런 거니까……내가 진짜 실력을 발휘하면 너 따위는 문제도 아니라고!!’
레베카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면서, 오늘 훈련에서도 기존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1위 랭크 란으로 이름대신 올마이티라는 별명을 새겨버리는 밉상 맞은 남자의 이름을 읊조렸다.
‘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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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의 교육은 VR머신으로 진행하는 마장기 사격훈련인가…….”
교육의 일정표를 체크한 나는 가벼운 외출준비를 마치고 기숙사의 방을 빠져나왔다.
통로를 지나가는 과정에서 동기들과 몇 번씩 시선을 마주쳤지만 그러기가 무섭게 고개를 돌려버리는 녀석들.
아무래도 전략을 겨우(?)A판정밖에 받지 못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신나게 가지고 놀았던 것이 화근이 된 모양이다. 근 2주 동안에 신기록 갱신이라는 빌미로 모의전의 대전 상대로 나오는 동기들과 교관들을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짓밟아오던 나날.
‘살짝 지나치기는 했지.’
그중에서는 더러워서 못하겠다며 울면서 학교를 때려치우고 나가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취업난이라고 하는데, 어딘가 에서는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잘 먹고 잘 살아야만 할 텐데.
‘상태 창 확인’
이름:류안 제르너
직업: 가온공화국 제론V행성 방위군 육군사관학교의 생도. 소위
신체능력
체력: 230/230 마나: 382/382
근력: 51 민첩: 64 지력: 90 매력: 64(매력보정을 통해서 증가하고 있다.)
계승하고 있는 능력: 게임(SS), 성교(S)
기술: 마나(D), 사격술(B), 격투(D), 근접전(D), 카리스마(C), 전술(A), 전략(A), 순간 가속(F), 말재주(B), 마장기 조종술(S), 예지몽(F), 마사지(D), 소매치기(F)
격투 스킬: 마샬아츠(E)
고유 능력: 방어기제강화, 기억재생, 임무확인, 미니게임, 퀘스트 추가보상, 상태 창 확인, 절륜, 매력보정, 성감대 추측.
영혼과 육체의 괴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충돌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는지, 아니면 잭에게 받은 1대 1의 훈련과 혹한기 훈련이 효과를 본 덕분인지 내 능력들은 최근 몇 달 동안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신체 능력도 이정도면 엄백호 수준은 뛰어넘었지.’
특히 B급 마나연공법인 라테르나 마기카를 수련하면서 마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에 나날이 늘어나가는 마나량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역시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자랑하는 물건인 만큼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해내는 것에 대만족.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마나연공법을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겠다는 목표 또한 새롭게 수립하게 되었다.
어쨌든 이런 무시무시한 능력들을 바탕으로 나는 대부분의 실기훈련에서 사관학교의 신기록을 갱신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내 전문분야가 아닌 격투기 분야나 각개전투와 서바이벌 홍백전처럼 몸으로 때우는 분야들의 실기훈련에서는 가끔씩 신기록을 세우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몇몇 훈련에서는 미니게임 5단계의 버프와 순간 가속 같은 사기적인 능력들을 사용하면서 공화국 전체 장교후보생들의 신기록을 갈아치워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들쑥날쑥한 능력을 보여주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진짜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상황.
‘실제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야.’
우주군에 비교하면 마이너리그라서 그런지 신기록을 수립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라이벌들이 없어서 그런지 훈련들의 난이도가 별로 높지 않아서 그런지 존의 영역에 진입하고도 흥이 깨져버리자, 새로운 영혼의 능력을 각성시키는데 번번이 실패하면서 무료함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일반 장교후보생들과 교류전을 하면서 팀의 리더가 되어 제법 쓸 만한 용병술을 발휘해오는 레베카라는 생도와 재미있는 실력 겨루기를 했지만, 역시 존의 도움을 빌릴 이유는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다.
‘내가 너무 강해진 건가?’
사치스러운 감상에 사로잡혀 있으려니 교관이 더듬거리면서 나를 부른다.
“다음 차례는……추, 출석번호 41번 류안 생도!”
“네!”
간단히 복창을 한 나는 입구를 개방해오는 VR머신의 조종석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저번에 신기록을 갈아치운 훈련이니까 딱히 열심히 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적당히 심심풀이나 하려는 생각으로 건틀렛과 레깅스를 착용하는데, 마이크를 통해서 장내로 울려 퍼지는 교관의 알림이 터져 나오면서 생도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가 따라나왔다.
[레베카 생도! 훈련 난이도 5단계 퍼펙트 클리어. 격파한 드론의 숫자는 총 200기로 클리어 타임은 1분 32초. 사관학교 신기록 달성!]
오오오오오!!
“……뭐?”
생도들의 경쟁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중앙으로 걸어놓은 기록화면.
그 최상단에서 1위로 랭크하고 있던 올마이티라는 이름을 2위로 밀어낸 레베카라는 이름이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참고로 내 격파기록은 같은 5단계로 192기. 클리어 타임은 1분 41초
레베카는 한 기의 드론도 놓치지 않으면서 거의 10초는 빠르게 클리어타임을 갱신시켜버린 것이다.
그 결과에 만족했는지 VR머신을 빠져나오면서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상쾌한 미소를 짓는 그녀.
이윽고, VR머신의 조종석에 앉아있는 나를 도발하듯이 쳐다보면서 씨익하고 양쪽 입 꼬리를 올리더니, 휴식용의 소파로 걸어가 거만한 포즈로 걸터앉으면서 어디 한 번 깨볼 테면 깨보라는 식으로 고개를 까딱거린다.
‘후후후후. 그래,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거지?’
그녀가 부사관 출신의 장교후보생들이 받는 수업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바키 대통령의 하나뿐인 외동딸이면서 사관학교, 아니 공화국 최고의 미녀이자 공주님으로 소문난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보. 덕분에 남자 생도들의 반응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기 때문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화려한 영전이었다.
나 또한 발키리의 모습을 하고 있던 스쿨드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잠시 동안은 넋을 잃었던 게 사실이지만, 섣부르게 접근하기에는 그녀의 배경이 상당히 껄끄러웠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껄떡대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막상 교류전에서 전장의 여신과도 같은 그녀의 모습을 마주치게 되자, 나도 모르게 못 먹는 감은 한 번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도발을 시도한 것도 사실.
설마 그 여파가 이런 형태로 나타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쪽에서 접근하는 건 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오는 여자를 마다할 수는 없는 법이지.’
길길이 날뛰는 탈리아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애써 모르는 척 진실을 외면해버렸다. 안 그래도 스피아에게 단련을 받는다면서 부대에 남기는 했지만 내가 바람을 피울까봐 걱정된다면서 남성용 정조대의 구입까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녀.
매일 정기적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합의를 보기는 했지만 점점 헤라여신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 그녀의 집착이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랑과 증오는 원래 한끝차이라고 하지 않던가?
‘증오를 사랑으로 바꾸는 것도, 사랑을 증오로 바꾸는 것도 저울추를 어떻게 움직여나가느냐에 따라서 달린 일이지.’
레베카의 반응에서도 그런 식으로 상황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해 낸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공략할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들을 머릿속으로 구상해 나가기 시작했다.
[반복적으로 주변인물을 관찰하면서 사악한 음모들을 수립해 온 결과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프로파일링 F]
‘엥?’
어째서인지 시비를 걸어오는 것 같은 알림창과 함께 새로운 스킬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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