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51화 (5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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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합당한 이유를 찾게 되자, 오딘의 임무도 해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은 역시 간사한 생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기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 쉽게 결정하지는 마세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발할라로 안내하면서 느낀 거지만“절대로 불가능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일이, 생각보다는 훨씬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거든요.]

‘그래, 사람이 너무 쉽게 한계를 정해버리면 안 되지.’

스쿨드의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 나는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 탈리아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뭐 재밌는 프로라도 있어?”

“……딱히.”

“내가 너를 위해서 선물을 하나 준비해 왔는데, 구경해 볼래?”

“괜찮아.”

안 괜찮다는 소리다.

쥬디스에게 한 방에 나가떨어져 버린 일이 어지간히도 충격이 컸는지, 탈리아는 요즘 만사에 의욕을 잃어버리고 계속해서 이런 식이다. 어떻게든 기분전환을 시켜주려고 터무니없이 야한 일을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너무 고분고분하게 따라주는 바람에 오히려 흥이 식어버리고 말 정도.

‘탈리아는 역시 까탈리아해야 제맛인데!’

나는 준비해 온 선물상자를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그러지 말고 준비해 온 성의를 봐서라도 한 번 구경해보기라도 해.”

“……알았어.”

마지못해 대답하면서 내가 들고 있는 선물상자의 뚜껑을 개봉하는 탈리아.

그러자 그 상자 속에서 내 흑염룡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이야말로 Dick in a box!!

이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밟아야 하는 세 가지 절차가 있다.

1.상자에 구멍을 뚫는다.

2.내 물건을 집어넣는다.

3.그녀가 상자를 열게 한다.

‘좋아, 이런 개드립이라면 탈리아도 원래대로 쌍욕을 퍼부으면서…….’

“재밌어?”

무표정한 얼굴로 묻는다.

“……어, 그게…….”

기대를 벗어나는 시무룩해져버리는 흑염룡. 이처럼 Dick in a box는 여자 친구의 기분이 별로 안 좋은 상태에서 시도했다가는, 평생 이불킥을 하는 걸로는 모자랄 정도로 쪽팔려진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드립 쳐서 미안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흐어어엉.”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는 탈리아의 자상함에 나도 모르게 서운함이 몰려들면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려버렸다.

‘탈리아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야한 게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내가 류안한테 해줄 수 있는 일은 그 정도밖에는 없으니까…….”

프리섹스라니 그런 신나는……이 아니라, 이런 반응이야말로 탈리아가 슬럼프에 빠지게 만들어버린다는 게 가장 성가신 문제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

내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녀가, 내 경호를 한다는 건 빚을 갚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편리한 핑계거리였다.

사실 그녀의 전투능력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건 나도, 그리고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암묵적으로는 서로가 모르는 척을 하고 있던 내용이다. 그녀가 지나칠 정도로 운동에 집착하는 것도 그런 상태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게 고생한 결과가 쥬디스에게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수준이라니, 그녀는 현실이라는 벽이 얼마나 차갑고 높은지 실감해버렸다는 거다.

설상가상으로 내게 지켜졌다는 사실이,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탈리아는 너무 착한 게 문제야.’

암캐 행세를 할 때와는 정 반대로 자신이 마음을 허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무르다는 게 그녀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너무 순수해서 사소한 부분조차도 이기적으로 되지 못하다니.

물론 그런 사실을 이용해서 요 며칠간 무릎베개라던가 펠라치오라던가 메이드복의 봉사라던가, 마치 임금님이라도 된 것처럼 온갖 봉사를 실컷 받을 수는 있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자기주장과 의사표현이 확실하면서도 내 남자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예전의 그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준비해 온 두 번째 선물을 사용하기로 했다.

“좋아, 그러면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 볼까?”

“……알았어.”

맥 빠지는 반응을 보여주는 탈리아지만, 절조가 없는 내 아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해 온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일부러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옷걸이에 걸려 있는 루비아이 부티크 의상 몇 가지를 체크했다.

“어떤 게 좋을 거 같아? 방어력이 엄청나게 높은 여전사 갑옷도 있고, 달의 요정 복장도 있네.”

“류안이 하고 싶은 걸로 골라.”

“그러면 이걸로 하자.”

나는 그녀가 구입한 경호원의 복장을 선택했다.

“그, 그건…….”

“왜, 싫어?”

“……아니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평소였다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탈리아는 내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경호원의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그냥 알몸으로 뒹구는 것도 좋겠지만, 두 번째 선물을 주기 위해서는 탈리아의 멘탈을 어느 정도 뒤흔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후후후. 그러면 어디 한 번 시작해 볼까?”

“…….”

새하얀 셔츠에 탈리아가 활동하기 편하도록 딱 맞춰진 검은색의 정장은, 그녀의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나게 하면서도 단정함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준다.

예전의 암캐 복장이 대놓고 성욕을 자극해 왔다면, 지금은 그 단정한 모습을 어떻게 유린해나갈지를 기대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상태로 성희롱을 하는 직장상사의 마음으로 빙의하면서 플레이를 시작했다.

“우리 탈리아는 역시 엉덩이가 끝내준다는 말이지.”

“……바보.”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말하자 살짝은 붉어진 표정으로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그녀. 이거는 이거대로 귀여운 반응이지만, 역시 사라진 독기가 돌아오려면 한참은 멀었다.

나는 성감대 추측을 사용하면서, 그녀의 목덜미를 핥는 동시에 어깨를 잡았던 손을 셔츠 안에  집어넣으면서 가슴을 주물러 나갔다.

“흐읍, 흣, 하아…….”

“후후후. 이 몸의 초절 테크닉이 어떠신가?”

평소의 그녀라면“까불지 마 멍청아!”라는 대사가 날아왔겠지만, 풀이 죽어버린 그녀는 착잡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해 온다.

“류안은 뭐든지 너무 잘해서 문제야.”

“……어?”

“……가끔씩은 내가 해주고 싶을 때도 있다고. 읏!”

이런 상황에서도 우울해하는 걸 보니까 중증인 것 같다. 한시라도 빨리 삽입을, 아니 그녀의 멘탈을 원래대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준비해 놓은 선물 2단계를 사용할 때가 다가왔다.

“얼마 전에 옷장을 하나 구입했는데 어떤 것 같아?”

“어, 음? 괜찮기는 한데 덕분에 조금 좁지……하악! 물어보면서…….”

“물어보는 건 물어보는 거고 하는 건 하는 거니까.”

“…….”

나는 탈리아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한쪽 손으로 그녀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동안 조교한 보람이 있는지 이제는 전희를 길게 가지 앉아도 축축하게 젖어버려서, 삽입하기가 딱 좋은 상태.

상의는 내버려두고 이대로 바지만 벗기도록 한다!

나는 큰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의사처럼 탈리아의 모습을 가장 애로하다고 느끼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데헷!’

“앞으로 엎드려 봐.”

“알았어.”

훈련을 시킨 보람이 있는지 이제는 엎드린 자세에서 살며시 엉덩이를 들어 올리면서, 삽입하기 좋은 자세로 만들어오는 그녀. 나는 팬티를 옆으로 살짝 밀면서 우뚝 솟아오르고 있는 내 흑염룡을 속으로 밀어 넣었다.

“흐으읍!”

“여전히 끝내주는 조임이라니까.”

처음 할 때와 비교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들어가게 되었지만, 음란하게 달라붙어오는 질내의 주름들은 수많은 미녀들이 한꺼번에 달라붙으면서 애무를 해대는 것 같다.

철썩, 철썩!

“흐읍, 핫, 하앙, 흐그읏!”

나는 탈리아를 운전(?)해 나가면서 그녀가 옷장 앞으로 가서 매달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양쪽 다리를 잡고 들어 올리면서 옷장을 향해 나와 그녀의 결합부가 드러나도록 과시하면서, 신나게 피스톤질을 해 나갔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하앙, 하악, 하앙, 하아악!”

고조되어가는 움직임과 함께 점점 더 높아져가는 탈리아의 신음소리. 몰려드는 사정감에 맞춰서 그녀의 흥분이 높아지는 게 동시에 느껴진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결정적인 건 사정이 아니다.

나는 탈리아가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에 맞춰서 옷장의 문을 개방해 버렸다.

“흐으으으으읏읏!! 으, 어? 뭐?!!!”

“흐귯!!”

옷장 속에 숨어있던 화영이 깜짝 놀라며 딸꾹질 같은 비명을 지른다. 그 속에 숨어서는 우리들의 행위를 지켜보며 양쪽으로 다리를 벌리고, 꼬리를 입에 물며 소리를 죽여가면서 열심히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던 그녀.

나는 그녀들에게 서로를 소개시켜줬다.

“인사해 탈리아. 이쪽은 내 애인이자 마누라(예정)인 화영이고, 인사해라 화영아. 이쪽은 내 현재 여자 친구이자 약혼자(예정)가 될 탈리아라고 해.”

Dick in a box 대신에 옷장 속에 숨어있는 세컨드를 선물로 보여준 나는 두 사람의 위험한 상견례를 시작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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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디스는 나머지 휴가를 제르너 가에서 보내고 로아트라 성계에 있는 본대와 합류하기 위해서, 트리아스 방면의 워프존으로 향했다.

먼 옛날에 워프시온이라고 하는 위대한 존재들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워프존.

푸른색의 오로라를 뿜어내는 반경 10km에 이르는 이 원형의 우물을 통과하는 것만이, 터무니없이 드넓은 은하를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파괴할 수도 없고,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전해지는 지역.

무중력 상태의 은하가 아니라, 가속도에 저항이 걸리는 유라디스 은하에서는 광속으로 항행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류의 생활권이라는 것도 사실 워프존을 중심으로 반경 1광년 이내에 존재하는 게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통신으로조차 다른 성계에서 다른 성계로 교신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워프존 근처에는 봉화대의 역할과 전령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우주기지가 있기 마련.

쥬디스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리그랑쥬7의 우주기지에서 마지막 정비를 마치고 피닉스에 올랐다.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본대에 합류하는 일만이 남은 상황.

막 성계를 벗어나려는 찰나에 기다렸다는 듯이 한 통의 메일이 vr네트워크로 날아왔다.

“뭐지?”

무심코 메일의 제목을 확인한 쥬디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너의 제페토 왕자님으로부터♡]

“이 자식이…….”

보지도 않고 지워버리려고 했지만 삭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손이 멈췄다.

‘그러고 보니까 누가 내 메일 주소를 알려준 거지?’

경고를 했으니 제르너가에 찾아가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의 메일 주소를 아는 건 우주군 밖에 없을 텐데. 자신에게 정확하게 편지를 보내는 게 이상했다.

메일에 붙어있는 빨간 여우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여러 가지 복잡한 상념이 교차하는 가운데, 쥬디스는 류안이 무슨 이야기를 지껄이는 지나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메일을 열어서 내용을 확인해 봤다.

[제르너가에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해서 앞으로는 너한테만 편지를 쓰기로 했어. 하루에 1통씩. 장담하는데 네가 이 드넓은 은하 어디에 있더라도 심심하지는 않을 거야. 기대하라고 나의 일레느 양. 처녀자리에 운명을 느끼고 있는 제페토 왕자님께서.]

“…….”

쥬디스는 그 날부터 새로운 종류의 스토커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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