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 ----------------------------------------------
지상편
-----------------------------------------------------------------------------
내가 청풍명월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설화영, 그녀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건은 루치아를 2번째로 방문했을 때 일어났다.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인데, 길로틴이 너를 풀어주면 싸우기 전에 잠시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답례로 지난번에 해준 마사지를 해줄 테니까…….”
“좋지. 딱 3분만 시간을 주도록 하겠다.”
‘지나치게 짧은데.’
지난번에도 최선을 다해서 애무했지만 성감대를 나타나게 하는 데만 3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미니게임의 효과를 빌리면 그 시간을 조금 더 단축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자레인지에 카레를 데우는 것도 아니고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안 될까? 지난번에는 너도 좋아했었잖아.”
“그래서 하는 소리다. 지난번에 받은 그 이상한 마사지 때문에 드림 이터와 싸우다가 하마터면 낭패를 볼 뻔했다. 내 정신을 흐트러트려서 전투력을 약화시키려는 속셈이겠지만, 그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아니야, 아니야. 나는 단지 그 느낌에 흐름을 맡기다보면 싸우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서 물어본 거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고 말았지만 루치아는 비웃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지만 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과거의 내가 발정기 때문에 방황을 했던 건 사실이지만, 자꾸 반복되다보니까 이 고양감을 정신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면서 강해지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지. 덕분에 더 강한 적수들과 싸울 수 있게 되었으니 지금은 오히려 발정기를 고마워하고 있다. 그러니 나보다 강한 상대도 아니고 약한 상대와 교미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
드라코니안의 출산율 저하가 걱정되는 그녀의 망발에 나는 좌절하고 말았다.
‘그런 식으로 결혼은 포기하고 삶의 보람을 찾았다는 여성처럼 말해버리면 곤란하다고!!’
한동안은 머리를 쥐어짜면서 그녀에게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봤지만, 리미트 브레이크 현상에 빠진 타이거를 날려버리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면 도저히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연습상대가 필요해. 그것도 루치아와 최대한 비슷한 성감대를 가지고 있는 여자를 찾아내서 3분 안에 공략하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해.’
그녀의 신체적인 특징으로 생각해 보면 성적인 자극에 극단적으로 둔감하거나, 불감증에 가까운 체질로 추정되었다.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서 VR네트워크에 접속한 나는 각종 성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돌아다니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기고 다녔다.
신후: 혹시 불감증을 가진 여성과 할 수 있는 매춘업소가 있습니까?
댓글1:니 실좇에는 어차피 아무도 못 느낌.
댓글2:화끈한 밤 보장! 긴 밤 20S, 짧은 밤 10S. 입싸, 74ok! BUT, 불감증은 없다 병시나.
댓글3:불감증이언정 고소미나 쳐드셈.
댓글4:못 느끼는 여자랑 하고 싶으면 비료포대나 따먹고 잠이나 쳐 자라. 여기에서 병신 같은 글 싸지르지 말고.
신후:…….
예상대로 온갖 조롱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쓸 만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은 있었다.
댓글1:그러고 보니까 청풍명월이라는 기생집 오너가 불감증이라고 하던데?
댓글2:헉, 님. 그런 장소에 출입하시는 걸 보니까 쩐 좀 있으신 듯…….
댓글1:나도 그냥 들은 거야 병시나 ㅋㅋㅋ 아무튼 관습인지 불감증 때문인지 아직 아다라고 하던데 돈 많고 빽 있으면 한 번 도전해보시던가.
그래서 돈 많고 빽 있는 내가 도전을 해 봤다.
설화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사전조사를 마친 나는 그녀와 마주치자마자 성감대 추측부터 사용했다. 그리고 루치아와 마찬가지로 파란색 점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의 자존심과 약점을 자극하면서 여기까지 끌고 오는 데 성공했다는 거다.
‘그게 청풍명월까지 통째로 딸려오는 특전인 줄은 몰랐지만…….’
초야의 의식을 준비하겠다는 말에 나는 별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준비를 마쳤다는 연락을 받고 미호의 안내를 받으면서 내실로 들어갔다.
촛불만 밝혀져 있는 어두컴컴한 온돌방.
새하얀 이불 위에 속살이 비치는 얇은 소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녀가 나를 향해서 공손하게 절을 해온다.
“부족한 몸이지만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잠시 넋이 나갔던 나는 눈을 끔뻑거리면서 질문을 던졌다.
“누구세요?”
“소녀, 화영이옵니다.”
“네?”
카운터에 서있던 섹시한 누님은 어디로 가고, 웬 조그마한 소녀가 자신을 화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풍만한 가슴크기는 변함이 없었지만 키가 30cm는 작아져 있다던가, 가체를 벗어던지니 검청색의 여우 귀가 튀어나와 있다던가, 마찬가지로 검청색을 하고 있는 북실북실한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다던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깜찍한 외모라던가…….
완벽한 내 취향이다.
“손님들을 접대할 때는 항상 치마 속에 키높이 신발을 신고 화장을 진하게 합니다. 겉모습을 감추는 게 실례라는 건 알지만 드러내고 다닐 수가 없는 형편이라서…….”
‘화장발 무서워!’
아니,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쓰담쓰담.
‘부드럽다!!’
“흐읏-. 갑자기 그러시면…….”
꼬리를 만지자 얼굴이 새빨개지는 화영이 애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 괴로워하는 모습에 묘한 배덕감을 느끼고 있으려니 미호가 내 뒤통수를 후려쳐 버린다.
퍽!
“언니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이 변태 새끼야!!”
“미, 미호야. 귀인께 무슨 실례니!”
“역시 안 되겠어요. 언니, 이런 놈에게 언니를 넘기느니 차라리 제 몸을 희생하는 게…….”
나는 재빠르게 사과했다.
“미안. 처음 보는 거라서 무심코 만져버렸어.”
정확하게 말하면 전생에서 일러스트나 그림으로는 자주 봤지만, 현실에서 리얼하게 움직이는 귀와 꼬리는 처음 보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흥분해버리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대답이 의외였는지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깜빡거리는 두 사람.
“귀인께서는 혹시 수인족을 보는 게 처음인가요?”
“처음인데 왜?”
“거북하지 않으신지요.”
놀라는 이유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의미였군.’
연맹법에는 모든 유사인종들은 인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적혀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맹국들은 그 국가를 지배하는 메인 플레이어에 따라서 다른 종족들을 차별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다.
메인 플레이어가 인간인 가온 공화국에서는 대표적으로 수인족을 싫어했는데, 과거에 슈발츠 제국에게 정복당했던 이유가 수인족들에게 있다는 선동가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정서에 무의식적인 반감으로 남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는 아예 수인들의 출입을 금지시켜버리는 장소도 있고 일자리도 제대로 구할 수가 없어서, 공장에서 터무니없이 값싼 임금으로 부려지다가 통보 없이 해고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들이 공화국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매춘이나 고리대금업 같은 혐오업종들이 대부분.
전생으로 따지면 유대인들이나 집시들과 비슷한 고초를 겪는 수인족들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인간과 수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도 상당한 푸대접을 받는다.
‘동물귀 미소녀들을 탄압하다니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
남자 수인족들이야 솔직히 어떻게 되도 상관은 없지만, 국보, 아니 신적으로 떠받들어야 하는 동물귀 미소녀들이 탄압당하는 잔인한(?)사회현상에 몸을 부르르 떨었던 기억이 난다.
현재 청풍명월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수인과 인간의 혼혈이다.
“언니는 말이죠, 흑호黑狐족에서는 유명한 가문의 진짜 아가씨라고요! 원래는 동포들과 함께 선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는데도 저희들을 지키기 위해서 이 나라에 남으셨다는 말이에요!”
“미, 미호야…….”
화영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처럼 꼭 끌어안으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미호. 다른 여성들의 태도도 그렇고 그녀를 아끼는 모습이 친 자매보다도 애틋해 보였다.
문제는, 언니가 아니라 귀여운 여동생을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지만.
“딱 잘라서 말하자면 나는 수인족을 싫어하지 않아.”
“네?”
“아니, 오히려 동물귀만으로도 반칙인데 검청색털을 가진 여우 미소녀라니 반칙이잖아! 그런 의미에서 제 완벽한 이상형이십니다. 결혼해주세요!! 하악하악…….”
“…….”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내 고백을 들은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은 상태로 약 5m쯤 뒤로 도망쳐 버렸다.
잠시 후.
방어기제강화의 도움으로 심쿵사를 겨우 모면한 나는,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녀들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 약 2시간 동안 그녀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화영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다보니까 미호에게 이상한 스위치가 들어가게 만들었다는 것.
“하, 그 정도로 우리 언니의 귀여움을 표현하려고 하다니 가소롭군요! 잘 들으세요. 우리 언니는 말이에요, 유부를 간식으로 드리니까 꼬리와 귀를 필사적으로 흔들면서도 방청소가 먼저라고 하시는 대견한 분이라고요! 옆에 놔드리니까 일과 욕망의 충돌로 갈등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아세요? 그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모든 화사모(화영을 사랑하는 모임)회원들의 보물로 영구보존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 충격발언(?)에 안색이 창백해지는 화영.
“그, 그게 무슨 소리니 미호야??”
“오오오오! 부디 그 레어한 영상을 이 미천한 중생에게도…….”
“하! 가소롭군요. 우리 화사모에 들어오려면 마커스 친위대만큼이나 험난한 시련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저는 화사모에 들어가기 위해서 언니가 깎아놓고 간 손톱을 달여서 마셨어요! 맛있었습니다!!”
“저도 화영양의 가슴과 허벅지라면 맛있게 핥을 수 있습니다!!”
“히이이익!”
두 씹덕(?)들의 소름끼치는 대화에 컬쳐쇼크를 경험한 화영이 비명을 질렀지만, 열띤 토론을 마치고는 우정이 싹터버린 우리들은 서로의 손을 붙잡으면서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아무래도 수인족을 사랑한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군요.”
“훗, 그쪽이야말로 진정한 의리를 알고 있는 여장부 중에서도 여장부 같습니다만…….”
서로가 서로의 취향과 덕력을 인정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졌지만,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화영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항의했다.
“더, 덕담으로 덮으려고 하지 마세요, 이런 변태들! 저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니 더러워요, 무섭다고요!”
그제야 자신들이 저지른 근본적인 실수를 깨달은 우리는 눈빛을 교환했다.
이대로 화영에게 미움을 받으면 아무리 그녀에 대한 박애정신을 주장한다고 해도 본말전도나 마찬가지.
그래서 그녀에게 우리들의 사랑을 주입하기로 공모를 하고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것처럼 양쪽으로 둘러싸며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언니…….”
“화영…….”
“다, 다가오지 마세요!”
슬금슬금 다가오는 공포의 그림자 앞에서 꼬리를 곤두세우면서 저항하는 그녀였지만, 수인족답지 않은 형편없는 운동능력으로 허무할 정도로 쉽게 사로잡을 수가 있었다.
“하아아앙! 언니, 언니의 가슴. 하아악!”
“그만 둬. 미호야!”
누가 봐도 남아도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으로 빙의해버린 미호는, 화영의 풍만한 가슴으로 얼굴을 파묻으면서 부비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충동에 맡기는 행위가 불감증인 그녀를 함락시킬 수는 없는 법.
양팔을 붙잡고 있던 나는 성감대 추측을 사용해서 활성화되는 푸른 점들을 애무해 나가기 시작했다.
“지, 지금 도대체 뭘 하시는 거예요?”
“단순한 마사지야. 어깨가 뭉친 것 같아서 풀어주려는 거지. 두 사람은 계속해서 재미나 보고 있으라고…….”
활성화되는 점들을 따라가다 보니 이번에도 역시 마사지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나마 미니게임의 효과를 받아서 그런지 푸른색이 빠르게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지금 우리들이 하는 행위는 성행위라고 표현하기보다는…….
‘토라진 동생을 달래기 위해서 두 사람이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군.’
신나게 부비부비를 하는 레즈가 하나 끼어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리광의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누가 보면 가족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훈훈한 풍경.
아니, 적어도 순진한 화영은 우리 두 사람의 행위가 정말로 그런 걸 위해서라고 생각했는지 한숨을 쉬면서 어쩔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에휴, 역시 또 소녀를 놀리려고 한 장난이었군요. 아무리 그래도 아까 전에 한 말들은 너무 심했어요!”
꼬리를 마치 회초리처럼 바닥에 두드려대고 있는 걸 보니 화가 나기는 한 모양이지만, 두 사람의 애교(?)가 꼭 싫지만은 않았는지 미간의 주름들은 서서히 풀려나가고 있었다.
‘이 얼마나 기특한 심성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런 천사 같은 그녀도 앞서서 나온 망언들에 대해서만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는지, 우리들을 무릎꿇려놓고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잘 들으세요!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매사에는 정도가 있는 법이에요. 그, 그렇게 파렴치한 이야기들을 입에 담다니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줄 아셔야죠!!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갈…….”
설교보다는 꼬리와 귀를 요란하게 흔들어대면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에 신나는 재롱장치를 관람하는 기분이었지만, 문득 뭔가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긁적거리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까 나는 여기에 뭘 하려고 찾아온 거였지?’
그 미스터리는 설교가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