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 ----------------------------------------------
지상편
그곳에서는 짐승들의 연회가 펼쳐지고 있다.
“헉, 헉, 헉, 간다!!”
푸슉, 푸슉!
제시카의 둔부로 정액들을 쏟아낸 남자가 헐떡거리면서 땅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동시에, 다른 남자가 입속으로 사정.
두근, 두근.
“우윽, 컥! 컥!”
헛구역질을 하면서 정액들을 뱉어버리고, 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다른 테러리스트가 달려들면서 또다시 그녀의 입속으로 육봉을 강제로 집어넣는다.
입과, 손, 머리카락, 엉덩이, 음부, 등.
범해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범해져버린 그녀의 새하얀 나신은 어느새 정액과 타액, 그리고 피와 땀으로 얼룩지면서 더럽혀져버렸다.
“으아악! 이, 개 같은 년!”
입속을 범하다가 육봉을 깨물린 테러리스트가 제시카의 뺨을 때린다.
“네놈들 따위에게, 커억!”
아직까지도 저항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그녀의 정신력은 칭찬할만했지만 그럴수록 남자들의 폭력성은 격화되어만 간다.
퍽! 퍽! 퍽! 퍽!
‘최대한 서둘러야 되겠어.’
계속되는 지독한 구타로 그녀가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직감한 나는 서버룸에 남아있는 벤틀리를 향해서 통신단말로 진행 상황을 물었다.
“감시카메라는 전부 처리했어?”
[넵! 지금 방금 30분 전의 영상으로 바꿔놨습니다. 이제 습격위치를 잡으셔도 작전 지휘소에는 들키지 않을 겁니다!]
“좋아. 시작하지!”
부하들과 수신호를 주고받은 나는 미리 정해놓은 내 위치를 향해서 이동해 들어갔다. 컨테이너 위에서 납작 엎드린 탈리아는 저격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고, 닥돌 4형제와 리틀보이는 적들을 포위하는 형태로 자리를 잡으면서 기습할 준비를 마쳤다.
불량품콤비는 광학위장을 사용하면서 적들의 상공에서 대기.
클라크에게는 특별한 명령을 내렸다.
“이거, 내가, 개조했다, 특제, 마이키 최루탄, 바닥, 놔두면, 원격으로, 조종, 원하는, 타이밍, 퍼엉, 가능하다.”
리틀보이가 직접 개조를 한 특제 마이키 최루탄은 평범한 캔 음료수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리모콘으로 원거리에서 터트릴 수 있는 특별한 개조품이다.
쇼크웨이브로 처리할 수 없는 적들을 어떤 식으로 요리해나갈까 고민하는 도중에, 그야말로 리틀보이님이 내려주시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었다.
동시에 이걸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지만, 어리버리한 클라크를 보면서 재밌는 발상이 떠오르고 말았다.
“네가 설치하고 와.”
“그냥 던지면 안 됩니까?”
“그 정도로 가깝게 다가가면 들켜버릴 가능성이 높아. 타이밍을 조절하기도 어렵고, 잘못해서 난전으로 번지기라도 하면 마장기를 상대해야만 할지도 모르는 거야.”
“다른 사람을 시켜도 되지 않습니까?”
“다른 애들은 노냐? 어차피 너는 총도 못 쏘잖아. 게다가 여차할 때는 방위군 장교를 구하려고 달려가야 하니까 최대한 가깝게 있는 편이 좋잖아.”
“들키면 어떻게 합니까!”
“그때는 네가 들고 있는 최루탄을 놈들한테 던져. 그걸 신호로 바로 쇼크웨이브를 날려버릴 테니까. 항상 그 범위에 신경 쓰면서……아, 기왕에 접근하는 거 최루탄에 휘말리지 않도록 방독면도 쓰고 가라고.”
“오히려 더 수상해보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절규하면서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막무가내로 몰아세운 끝에 결국에는 마지못해서 임무를 받아들였다.
“명심해. 네가 이 작전의 핵심이야! 네 손에 우리 소대의 전원의 목숨과 사모하는 소령님의 목숨이 걸려있다는 걸 잊지 마! 이건 너밖에 해낼 수 없는 일이야!!”
그렇게 부담감과 중압감을 아낌없이 퍼부어주니 예상대로 클라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그리고 적들을 향해서 걸어가라며 등을 떠밀자, 마치 기계처럼 팔다리를 같은 방향으로 휘저으면서 나아가는 녀석.
리모콘으로 조종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락없이 미친놈으로 보이는군.’
나는 내가 완성한 작품이 활약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클라크의 행색을 보면서 의아해하기 시작하는 테러리스트들.
“저건 웬 병신새끼지?”
“야, 넌 왜 방독면을 쓰고 다니냐?”
“아, 아니. 그게……토할 것 같아서…….”
“뭐야, 이거. 완전히 또라이 새끼잖아.”
“야야.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자.”
원래 지나치게 수상하면 오히려 수상하게 여기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게다가 겉으로는 수색대의 복장을 하고 있는 클라크라서, 적들은 얼굴을 잘 모르는 아군이겠거니 하면서 아예 신경을 꺼버리고는 방위군 장교를 윤간하는 모습으로 고개를 돌렸다.
개중에는 클라크가 최루탄을 설치하는 모습을 주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미친놈의 행동을 상식적으로 이해하려는 건 멍청한 일이라고 판단을 내렸는지 금새 관심을 돌려버린다.
‘나는 터무니없는 괴물을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어.’
자연스럽게 적들 사이로 녹아들어가는 클라크의 놀라운 은신술(?)에 전율이 멈추지 않는다. 물론, 이런 황당한 작전이 가능한 것도 적들이 방심을 하고 있다는 게 제일 큰 원인이겠지만 그의 혼신이 담긴 명연기(?)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쉬운 일처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적들 사이로 잠입을 하는 기본 원칙은 적들과 비슷하게 차려입고 비슷한 행동을 하는 거다.
하지만 사람의 감각이라는 건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이 있어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 똑같은 사람으로 보이면서도, 그들끼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채버린다.
마치 군바리가 칼각을 잡고 외출을 나오면 사람들은 다 똑같은 군바리로 보면서도, 자기들끼리는 감탄을 하는 원리와 같다고나 할까?
반대로 지나치게 이상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를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터무니없이 적다. 이상한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깊게 생각을 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충 납득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클라크의 모습이 그 누가 봐도 번듯한 미친놈이 것처럼.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할 때도 정도는 있다.
마지막 최루탄을 설치하는데 성공한 클라크는 어지간히도 기뻤는지, 내 쪽을 바라보면서 양팔을 흔들면서 신호를 보내어 왔다.
‘저 바보자식이!’
역시나 그 모습을 수상하게 눈여겨본 한 남자, 발자크가 손가락으로 클라크를 지목했다.
“야, 너!”
긴장되는 순간.
“네, 으왑, 네!”
웅성웅성
허둥지둥하면서 대답하는 클라크의 어리버리한 모습에 적들이 웅성거렸다. “신병인가?.”, “신병이네”, “쯔쯧, 신병이 어쩌다가.”등등의 다양한(?)의견들이 쏟아져나오는 상황.
덕분에 처음에는 수상하게 여기던 발자크의 맥이 풀어지면서, 벌벌 떨고 있는 그의 모습이 측은했는지 그답지 않은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수색대의 신병이냐?”
“네, 넵. 그렇습니다!!”
“보아하니까 아직 방위군 계집 맛을 보지는 못한 것 같은데. 기회를 줄 테니까 이리로 와봐.”
“아, 아니 그게 저는…….”
“야, 임마. 네 선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중에서는 내가 제일 높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와. 임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대로 내버려둬도 무사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습격준비가 끝난 마당에 더 이상은 지체할 필요가 없어보였다.
“전원 공격!!!”
내 명령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드러내는 불량품콤비가 적들을 향해서 쇼크웨이브를 방사했다.
파지지지직!!
“으갸갸갸갸갹!”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전기에 감전된 적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으로 쓰러져 나간다. 페어리 자매들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감전되지 않은 적들을 조준하면서 개틀링을 난사해 나갔고, 테러리스트들이 혼비백산하면서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퍼엉!
클라크가 설치한 최루탄이 도망치는 적들을 덮친다.
살아남은 적들이 산소를 갈구하면서 연기의 바깥으로 달려 나왔지만,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되면서 헛구역질을 하며 땅바닥으로 주저앉아버렸다.
이미 저항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나는 비정하게 명령을 내렸다.
"포로를 만들 여유는 없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사살해버려!!"
그렇게 외치면서 나도 직접 소총을 겨냥하면서 달려 나오는 적들을 조준사격으로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탕! 탕! 탕! 탕! 탕! 탕!
[사격술이 향상됩니다. 현재 등급D]
몇 번 쏘지도 않았는데 사격술 스킬까지 레벨업한다.
‘사격술 스킬이 묘하게 잘 오르는데?’
“지옥으로 꺼져라. 개자식들!!”
투타타타타타!
그 상황에 피가 끓어올랐는지 닥돌 4형제들과 리틀보이가 미친 듯이 난사를 퍼부어 나간다. 너무 신을 내는 바람에 몇몇 병사들이 포위망을 빠져나왔지만, 탈리아가 침착하게 조준을 하면서 저격으로 하나씩 처리를 해 나갔다.
모두가 제 역할을 하는 가운데 오직 클라크만이 그 일방적인 학살에 넋을 잃어버린 상태로 우두커니 서있다.
"정신 차려! 소령님을 구한다는 임무를 잊어버렸어? 빨리 달려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제세동기로 소생시켜!!"
"아, 예, 넵!!"
그제야 허겁지겁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웬지 불안해진 나는, 분대장인 탈리아에게 정리를 해달라는 제스처를 보내면서 녀석의 뒤를 쫓아가 봤다.
다행스럽게도 아예 정신줄을 놔버린 건 아니었는지, 제대로 된 응급조치의 절차를 밟아가면서 방위군의 장교를 소생시키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응급치료용으로 제작된 나노머신 주사를 사용한 나는, 부하들과 합세하면서 잔당들을 정리해 나갔다.
“항복, 항복!”
“미안하지만 내 코가 석자라서 말이야.”
탕!
항복을 외치는 적들을 사살하는 건 기분이 더러웠지만 살려두기에는 위험부담이 지나치게 크다. 전생에 나였다면 며칠 동안 악몽을 꾸거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방어기제강화는 잔인할 정도로 완벽하게 제정신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나는 한층 더 이성적이고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쇼크웨이브를 맞고 쓰러진 녀석들에게 확인사살을 실시한다. 총상이 없는 녀석들에게는 반드시 2발 이상을 사격하고 난 이후에 접근하도록!”
그렇게 확인사살을 실시하고 있으려니 벤틀리와 탈리아가 합류를 해 온다.
“우와. 이거, 완전 난리도 아닌데요?”
200명이 넘는 적들이 똬리를 틀듯이 쓰러져있는 모습은 슬래터무비의 한 장면처럼 그로테스크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어지간히 미친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속을 게워내도 이상할 게 없는 장면이지만, 클라크를 제외하면 소대원들 대부분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수준.
‘어쩌면 우리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인 사람은 클라크밖에 없을지도 모르지.’
사소한 감상을 뒤로 넘긴 나는 벤틀리를 시켜서 마장기들의 상태를 조사하도록 시켰다.
“D급 마장기인 쟈칼들은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B급 마장기인 타이거에는 시큐리티 락이 걸려있네요. 이건 생체인증 시스템을 사용하는 거라서 해제하려면 약간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얼마나 걸리는데?”
“한 10분쯤 걸릴 것 같습니다. 어쩌면 더 걸릴지도 모르고요.”
미니게임의 남은 시간은 30분.
그 정도면 충분히 투자해볼만한 시간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벤틀리에게 작업을 진행하라고 이야기하는데, 탈리아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 류안?”
몸을 베베 꼬면서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다.
‘혹시 내 멋진 활약을 보고 새삼스럽게 반했다던가?’
“왜 그러는데?”
그런 대답을 하면서 입을 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허탕이다.
“나 저거 한번만 타보면 안 돼?”
저격총을 받을 때보다 몇 배는 흥분한 모습으로 쟈칼에게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는 그녀. 살짝, 서러움이 몰려왔지만 겉으로는 쿨한 척 탈리아의 요구를 시원스럽게 받아주었다.
“원하는 놈으로 골라.”
“아싸, 고마워 류안!”
그렇게 외치면서 내 뺨에 키스하고는 쟈칼로 달려가는 그녀.
‘고작 이런 걸로 좋아할 줄 알면 크나큰 오예입니다. 으흐흐.’
전고 4m에 이르는 쟈칼의 조종석으로 마치 프리런닝을 하는 사람처럼 날렵하게 올라간 탈리아는, 조종석으로 손을 가져가면서 마나를 주입해 나가기 시작했다.
“으효! 이놈 마나 잡아먹는 거 보게!”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며 쟈칼을 이리저리 움직여대는 그녀.
‘저러다가 뭔가 발사하는 건 아니겠지?’
주 무장인 빔 캐논만 한 발 날아와도 소대 절반이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살짝 불안하기는 했다. 그렇게 탈리아의 시운전을 지켜보는 가운데, 방위군의 장교를 보살피던 클라크가 나를 호출해 왔다.
“소대장님. 잠시만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가까이 다가가자 의식을 회복한 소령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경례를 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경례를 하면서 입을 열었다.
“필승! 방위군 소속의 중사 류안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무리하지 말고 쉬십시오. 나노머신 주사를 주입했으니 잠시 후에는 움직이실 수 있을 겁니다.”
“제시카, 소령이다……귀관의, 용전에……경의를, 표하고……싶군.”
그 태도에 살짝 감동이 몰려온다.
‘방위군에도 의외로 제대로 된 장교가 있었군.’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고, 자기 자신을 추스르기도 힘든 와중에 답례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동안 방위군의 막장스러운 행보에는 진절머리가 나고 있던 터라서, 혹시라도 그녀를 구하는 게 내심으로는 짐을 하나 만드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클라크의 충고대로 구출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그 남자는, 확실하게……처리를 한 건가?”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주군……출신의, 파일럿이……있었다. 쇼크웨이브만으로는……기절시킬 수, 없을…….”
그 순간에 등 뒤에서 섬뜩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