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6화 (1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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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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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아와 그런 해프닝이 일어나기 얼마 전.

hell in a cell에서 입은 부상은 2일 만에 완치되었다.

장기간의 코마 상태로 재활훈련을 받아야만 했던 첫 번째 입원과는 다르게, 이번에 입은 부상은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구입한 나노머신 치료로 빠르게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신체 상태는 흔히 3가지 상태로 분류된다.

그린 존, 옐로우 존, 레드 존.

그린 존은 현재 평상시의 컨디션으로 상태 창의 수치로 적어도 70%이상의 체력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유지를 할 수 있는 상태다.

현재 내 최대 체력이 150이니까 약 110이상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소리.

옐로우 존은 30%이상의 체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뼈가 부러지거나 대규모 출혈이 발생하거나, 독에 걸리거나 기타 등등의 상태이상으로 신체를 사용하는데 장애가 발생하면 옐로우 존에 진입했다고 볼 수가 있다.

우주전함이 날아다니는 시대라서 의료기술은 전생보다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에, 옐로우 존의 부상은 적절하게 치료만 받을 수 있으면 큰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경험하지 않고 완치를 할 수가 있다.

문제는 레드 존.

체력이 30%이하로 떨어지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빈사상태에 이르게 되면 진입하는 영역.

그 때가 되면 사실상 신체를 제대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 영역에 진입하는 걸 피해야만 한다.

정보에 의하면 크로이츠의 법국의 천족은 빈사상태에 빠진 사람도 멀쩡하게 치료하는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1억 광년은 떨어진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까지 나는 옐로우 존에 2번 진입했다.

한 번은 5연속 미니게임 도전에서 실패했을 때.

또 한 번은 바스코에게 엉망진창으로 두드려 맞았을 때.

전자의 경우에는 불행으로 인해서 각종 상태이상에 걸리는 수준이지만 내복약을 복용한다던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레드 존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 때 남은 체력이 49.

그나마 바스코가 나를 고문하려고 힘을 조절했으니까 망정이지, 그러지 않고 단숨에 죽이려고 했다면 지금쯤 스쿨드의 얼굴을 다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스쿨드가 보고 싶네.’

스쿨드의 출렁거리는 가슴을 생각하자 흑염룡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녀가 옆에 있었다면 화를 낼 게 뻔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양을 세면서 가라앉히는 데 성공했지만 최근 내 욕구불만은 명백하게 도를 넘어서고 있다.

‘어젯밤에도 4번이나 자위를 했는데 이 모양이라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녀석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직까지는 공적인 장소에서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고 있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혹시 이게 절륜의 부작용일까?’

내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스킬은 현재 절륜이 유일했다.

사정량과 지속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고유능력이라는 건 직접 사용해보지 않으면 구체적인 감을 잡을 수 없는 알쏭달쏭한 부분들이 많다.

정자들이 빠르게 충원되고 있으니 분출하지 않으면 참기 어려운 건 당연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자위를 하면 풀어지는 게 아니라 갈증이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할 뿐이다. 방어기제강화로도 감당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조만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들거나 클럽을 방문해서 원나잇 상대를 구해야겠어.’

가장 쉬운 방법은 부대 주변의 창녀촌을 방문하는 거지만, 관리상태가 안 좋아서 매독 같은 성병들이 판을 치는 장소라서 접근을 하는 게 꺼려졌다.

어쨌든 지금은 살아남는 게 제일 큰 문제다.

바스코를 죽이고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조만간 테러리스트 본부를 토벌하기 위해서 출전한다는 소문이 병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길로틴을 통해서 이미 들은 사실이기도 했지만 이 정도의 분위기라면 오늘 당장 출전을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준군사조직에 해당하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정확한 전력을 파악하지 못하는 세력인 만큼 그에 걸맞은 대비가 필요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신체능력과 전투 스킬도 꾸준하게 올려나가야 해.’

예전의 전투로 대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순간가속이라는 능력을 얻기는 했지만 F급이라서 그런지 이동거리도 짧았고 사용횟수도 3번이라는 제한이 걸린다. 그 제한을 넘겨도 일단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신체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이상이 발생하는 걸 확인했다.

류안의 기억을 토대로 부사관 시절의 훈련을 떠올리면서 몸을 단련하고 있지만, 전생에서도 몸치였던 내가 혼자서 수련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바스코와 싸울 때만 하더라도 미니게임이 일시적으로 부여해주는 ‘존’ 이라는 감각이 없었으면 신체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패배해버렸을 게 틀림이 없다.

‘누군가한테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으면 제일 좋은데.’

제일 쉬운 방법은 범죄자 출신의 병사들에게 신체를 단련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지만, hell in a cell에서 승리한 마당에 그런 걸 물어보고 다니는 것도 모습이 이상했다.

비록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 보여줬던 수준을 생각하면,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힘들었다.

인정, 감탄, 호승심, 경외심, 질투, 증오, 등등.

지나다니는 장소마다 그런 시선들이 쏟아졌고 소문이 소문을 나으면서 나는 헌병대라는 든든한 배경에, 무술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부대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대상 1위로 랭킹을 올리게 되었다.

덕분에 그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

하지만 그런 관심이 꼭 나쁘기만은 한 게 아니라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섞일 수 있게 되었고, 그중에서는 제법 말이 통하는 놈들과 친해지게 되면서 이런저런 유용한 정보들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병원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당장 쓸 데는 없는 잡담에 불과했지만 언제 어떻게 쓸지 모르는 귀중한 지식들이다. 게다가 목숨을 건 내기에서 승리한 덕분에 배당금으로 900골드를 벌게 되면서 총 1천 골드라는 거금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 돈의 대부분을 소대에 투자하기로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강한 군대는 병사들의 무장을 강화시키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법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소대의 무장을 사적으로 구입한 병기로 무장시키는 건 군법위반이라고 봐야 정상이지만, 막장 중에서도 막장으로 불리는 방위군에서는 그런 황당한 일을 실현시키는 게 가능했다.

[개인의 사비로 군수상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함!]

돈만 많으면 이등병도 우주전함을 구입할 수 있는 군대.

그것이 방위군.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지, 또 왜 방위군이 막장이라는 소리를 듣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소 지루하더라도 역사를 살펴봐야만 한다.

슈발츠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사하스 연맹은 제국의 군대에 맞서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방위예산을 확대시켜 나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군은 현재 연맹에서 사용하는 90%이상의 국방예산을 전부 투자시키고 있다.

방위군은 원래 지상군이라는 이름으로 우주군과 함께 연맹군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지상군을 유지하는 일이 예산낭비라는 판단을 내린 연맹은 지상군을 아예 해체시켜 버렸다.

대신 가맹국들에게는 자치군을 유지하는 일을 허락해줬지만 말이 좋아서 자치군이지 가맹국들에게 최우선 과제라는 명목으로 우주군을 유지하는 막대한 세금을 뜯어갔고, 설상가상으로 유능한 인재들과 자원을 싹쓸이해버렸기 때문에 자치군 이라는 건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은 군대다.

그렇게 허울만 남은 자치군을 유지한다는 건 천문학적인 예산을 잡아먹는 일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맹국들은 고육지책으로 자치군을 다시 2가지로 나누어 하나는 치안유지군으로 또 하나는 방위군으로 나눈다.

비교적 가벼운 무장을 사용하는 치안유지군은 이름 그대로 경찰, 헌병대, 전경처럼 치안을 유지하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력들이다.

그래서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나름대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방위군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천문학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전쟁병기를 유지, 사용해야 되는 건 물론이고 각종 보급품과 전력유지비용을 잡아먹기 때문에 말 그대로 골칫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아예 해체해버리는 편이 속이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상유지를 원하는 세력이라면 모를까, 세력의 확장을 원하는 가맹국들은 그럴 수만도 없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우주군의 교전 수칙 때문이다.

1.우주군은 인근 성계의 적 주류함대를 무찌르고 적 성계를 고립시킨다.

2.적의 방위시설에 궤도폭격을 퍼부어서 행성들의 방어력을 무력화 한다.

3.가장 높은 입찰금을 부르는 가맹국에게 성계를 판다.

여기에서 제일 큰 문제는 적 성계의 방어력을 무력화시킨다는 부분이다.

우주군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병기.

그러니까 지상에서 우주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방위시설만을 파괴시키는 것으로 행성 제압을 마무리한다.

덕분에 적 행성에는 수백만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적국의 국민들이 고스란히 남게 되고, 그 뒤치다꺼리는 성계를 구입한 가맹국의 방위군이 떠맡게 된다.

물론, 가맹국들이 요청을 하면 궤도폭격이나 행성소개병기인 카타스트로프를 사용해서 지원을 받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방위군을 파견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추가요금을 지불해야만 한다.

더럽고 치사했지만 이런 정책들은 모두 우주군을 유지하는 예산을 확보하려는 연맹의 정책으로, 만약에 가맹국들이 이런 조건을 거절해버리면 우주군의 비호가 사라지고 단독으로 5대 세력들에게 맞서야만 한다.

그러니 우주군에게 들어가는 막대한 지출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일.

카타스트로프의 경우에는 행성의 지표면을 통째로 갈아엎어버리는 기술이기 때문에 행성의 모든 생명체들을 일거에 학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행성의 생태계도 파괴되므로 천문학적인 복구비용을 들여야만 한다.

궤도폭격의 경우에는 훨씬 더 정밀하게 저항세력들을 소탕시켜나갈 수 있지만, 궤도상에서 확인을 할 수 없는 적들은 공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위군이 직접 적의 저항세력들을 찾아내야만 한다.

참고로 상당히 오랫동안 지원을 받아야하는 만큼 카타스트로프보다 비용도 더 비싸다.

그러니 제일 좋은 방법은 방위군으로 적 행성을 점령하는 일이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적들이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으면서 항복한다면 모르겠지만 제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들은 대부분 결사항전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적 성계를 확보했을 때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짭짤한 벌이가 공짜인력, 즉 노예들을 확보하는 일이라서 부당한 항복조건을 내세우면 곧바로 결사항전을 시도해 오기 일쑤다.

특히 동네 호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방위군으로만 점령 작전을 시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욱더 거센 저항을 하게 된다.

생각해 보라.

만성적인 예산부족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된 병기도 없는 방위군이 행성의 사활을 걸고 저항하는 적들을 상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병력의 양이면 양, 질이면 질. 거의 모든 분야에서 뒤떨어지는 게 보통이었기 때문에, 행성점령전을 방위군이 단독으로 승리하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덕분에 대중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집 지키는 개, 탐지견, 돈 낭비, 우주군의 걸림돌, 등등…….

덕분에 실망을 금치 못한 가맹국들은 방위군을 아예 해체시켜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가온공화국의 경우에는 상당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방위군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옛말이라서 지금은 만성적인 예산부족을 핑계로 월급에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게 현실,

범죄자, 의무복무, 노예, 난민, 등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저임금의 사병전력들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그 실태를 살펴보면 한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월급으로는 도저히 생활할 수가 없어서 장군부터 일반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수많은 방산비리가 관행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나고 있다. 덕분에 대부분의 병기들이 심각하게 낙후되거나 불량품이 대부분이라서 그에 관련한 각종 사건, 사고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오죽했으면 범죄자출신 병사들은 지급받은 병기를 시한폭탄이라고 부르면서, 분해해서 몰래 팔아버리는 걸 당연하게 여길 정도다.

덕분에 병사들의 무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상천외하기 이를 데 없다.

총은 어디에 팔아버리고 마나톱을 들고 다니는 놈이 있는가 하면, 쇠파이프와 징이 박힌 부츠,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면서 세기말적인 패션을 보여주는 놈들도 있다. 가끔씩은 여기가 정말로 군대가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

하지만 방위군이 지급하는 무장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복무병들의 현실은 더 비참했다.

거의 무보수로 근무하는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지급되는 병기를 받으면서 제발 불량품이 아니기를 하늘에게 비는 수밖에 없다. 덕분에, 각종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부상을 입고 의과사 전역을 하는 비율이 무시무시할 정도.

오죽하면 멀쩡한 사람도 방위군에 들어가면 병신이 되는 게 당연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어떤 지독한 부대에서는 제작된 지 300년이 지난 골동품을 병기랍시고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상황이 가온 공화국에서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가맹국에서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덕분에 연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300인 위원회에서는 가맹국들의 전력약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터무니없는 제도를 통과시킨다.

바로 방위군의 군인들이 사비를 들여서 군수상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그런 제도가 통과되자 언론은 벌떼처럼 달려들면서 방위군의 방산비리를 비난한기 시작했다. 연맹의 수도인 루딘 행성에서는 매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어떤 위원은 죽음의 상인들에게 떼돈을 벌게 해주는 악마의 정책이라면서 비난을 퍼부어댔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이 제도는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하면서 방위군들의 전력이 실질적으로 향상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월급이 아깝다고 그래도 전쟁이 코앞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무기에 신경을 쓰기 마련.

복무병들의 부모님도 자식들의 안전을 위해서 사재를 털어서 병기를 마련해줬기 때문에, 방위군 내부의 병기폭발 사고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비록 방산비리는 더 심해지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런 배경 덕분에 현재 1천 골드라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나는 커다란 기회를 얻었다는 소리다.

‘여기에서 어떤 병기를 구입하느냐에 따라서 소대의 전력을 몇 배로 강화시킬 수 있다는 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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