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1화 (1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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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상태 창 확인!’

신체능력(부스트 상태)

체력: 200/150 마나: 110/110

근력: 46 민첩: 60 지력: 95 매력: 46(매력보정을 통해서 증가하고 있다.)

기술: 마나(F), 사격술(C), 격투(D), 근접전(D), 카리스마(D), 전술(D), 대쉬(D), 말재주(F)

비약적으로 강화된 신체능력과 기술등급을 확인한 나는 바스코를 향해서 전력으로 질주해 들어갔다.

후웅!

철구가 바람을 가르면서 머리 위를 스친다. 기세를 멈추지 않고 품속으로 파고들려는 시도를 하자 그가 박치기로 반격을 해 왔지만, 존의 영향으로 그런 움직임들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재빠르게 방향을 바꾸며 스킬을 사용했다.

‘대쉬!’

촤아악!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들고 있던 나이프를 가속도를 이용해 녀석의 허벅지를 있는 힘껏 그어버렸다. 그러자 선혈과 함께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마치 돌 벽을 긁는 것처럼 감촉이 얇았다.

‘터무니없는 새끼.’

일반인이라면 중상은 입었을 공격인데 철판처럼 단단한 근육에 가로막혀서 피부만 긁어낸 수준이다.

지금의 내 근력이라면 급소를 노리지 않는 이상은 이 정도가 한계일 터.

하지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서 그런지 묘한 고양감에 휩싸여있던 나는, 오히려 호승심을 불태우면서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몇 번이라도 시도해서 상처를 벌려주겠어!’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한 번 돌격해 들어가자, 바스코는 철구가 쓸모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지 통째로 집어던졌다.

가볍게 피해 넘기자 시간차를 노리고 날아오는 녀석의 로우킥.

하지만 나는 체조선수처럼 재빠르게 도움닫기를 하면서 녀석의 킥을 뛰어넘어 버리고는, 다시 한 번 상처를 노려 나이프를 휘둘렀다.

촤아악!!

열십자로 그어지는 상처에서 다시 한 번 피가 뿜어져 나온다.

와아아아아!!!

곡예와 다름없는 움직임으로 관중석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싸움으로 잔뼈가 굵은 설명충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그래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큼 일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싸움. 어지간히 눈썰미가 좋고 판세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내게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바스코는 놀라는 눈치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어서, 녀석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표정을 일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어리버리, 예전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네! 자신만만하게 떠들어댄 게 단순하게 허세만은 아니었나봐? 그동안 제법 발버둥을 친 모양이야.”

“그러는 너는 오히려 퇴화한 거 같은데? 예전에는 고릴라 같았는데 지금은 나무늘보가 따로 없어. 너무 느리고 지루해서 하품이 다 나오려고 하네.”

초조한 마음을 감추면서 나는 허세를 부리면서 녀석을 도발했다.

미니게임의 남은 효과는 4분 20초.

다행스럽게도 참을성과 여유라는 단어가 심각하게 결핍된 그는, 내 도발에 곧바로 반응하면서 육탄돌격을 시도해 왔다.

“언제까지 건방지게 떠들어댈 수 있는지 시험해주마!”

쿵! 쿵! 쿵! 쿵!

‘성난 멧돼지가 따로 없군.’

지축을 울리면서 돌진해 들어오는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전생에서 VR(가상현실)게임을 하면서, 단검 하나로 보스전을 치러야 했던 하드코어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기분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프로게이머의 자존심을 걸고 수십 번을 도전해가며 적 보스가 움직이는 패턴과 공략법을 연구하면서 여유롭게 클리어를 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진짜로 목숨을 코인으로 삼으면서 오직 한 번의 기회로 녀석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기왕에 고유능력을 줄 거라면 세이브, 로드 같은 능력들을 줬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어딘가에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오딘을 향해서 그렇게 투덜거린 나는, 철창의 벽으로 최대한 달라붙어 있다가 돌진해 들어오는 녀석을 피해서 재빠르게 옆으로 회피해 나갔다.

‘대쉬!’

쿵!

육중한 소리와 함께 튼튼하고 거대한 철창의 벽이 찌그러진다.

터무니없는 괴력이지만 그런 무모한 공격을 시도했으니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거라는 판단을 내린 나는 재빠르게 녀석의 등으로 뛰어올랐다.

머리를 공격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느껴지는 오한에 반응한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뒤쪽으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재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부우우웅!!

얼굴의 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면서 휘둘러지는 녀석의 주먹이, 무시무시한 풍압을 뿜어내면서 전신을 오싹하게 휘감아 온다.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데미지가 없다고?’

마치 푹신한 침대로 뛰어들었다가 나오는 사람처럼 멀쩡하기 이를 데 없는 바스코의 모습에 전율이 느껴진다.

기회만 있으면 녀석의 신체구조를 조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솟구쳐 올랐지만, 어쩌면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보여준 위협처럼 녀석이 물리내성에 특화된 스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미라클 엔젤 크래셔♡를 피해내다니 제법이군.”

“……네?”

터무니없이 깜직 아니, 끔찍한 기술명을 들은 나는 방어기제강화를 뚫고 들어오는 정신공격에 머리가 멍해지면서 존댓말로 대꾸하고 말았다.

‘위, 위험해. 바스코의 정신 공격인가?’

고개를 흔들어서 겨우 정신을 차리자 가볍게 목을 까딱거리던 바스코가 다시 한 번 미라클 엔, 아니 육탄돌격의 자세를 취했다.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기술이지만 브레이크가 존재하지 않는 중세 기사들의 돌진처럼 위협적이기는 했다.

‘그렇다면 중세 시대와 같은 방식으로 상대해 주지.’

나이프를 버린 나는 바닥에서 창을 집어 들어서 바스코를 향해 겨눴다.

날카로운 첨단의 끝이 조명 빛에 반사되면서 위협적으로 번뜩였지만 녀석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으면서 육탄돌격을 감행해 왔다.

원하는 구도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지만 또다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는, 존이 속삭여오는 상황판단에 귀를 기울여 나갔다.

파지직!!

아니나 다를까 제대로 찔러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창끝을 후려쳐내는 바스코는, 그것을 종잇장처럼 박살내 버리면서 순식간에 쇄도해 들어왔다.

대비하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당했을지도 모르는 아찔한 순간.

다행스럽게도 본능의 경고를 받아들인 나는 지체 없이 창을 놓아버리면서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빠져나오는데 성공을 할 수가 있었다.

‘이게 바로 존의 능력이군.’

프로 운동선수 중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경험한다는 무아지경의 경지. 상대방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고 머리보다는 신체감각이 먼저 반응을 해 준다. 몸을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 이상적인 집중 상태.

쿵!

그런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스코를 무너트릴 수 있는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를 않았다.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나가야만 해.’

나이프를 다시 집어든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각오를 다져다.

남은 시간은 2분 15초.

그런 초조한 상황을 눈치 채기라도 했는지 갑자기 육탄돌격을 멈춘 바스코가 무기들을 집어 들면서 패턴을 바꿔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망치,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도끼.

‘대쉬!’

부우우웅!

날아드는 망치를 피하면서 돌진해 들어가니 교차하듯이 도끼가 날아 들어온다. 찰과상을 입히기는 했지만 그 공격을 완벽하게 피해내지는 못했기 때문에, 뺨으로 조그마한 실선이 그려지면서 피가 흘러나온다.

‘의외로 파고들 수 있는 틈이 없어!’

아무리 속도를 높여봤자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볼 수가 있는 상황.

“허억, 허억.”

설상가상으로 계속해서 대쉬를 사용해 온 바람에 스테미나도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반면에 미라클……아니, 육탄돌격을 2차례 사용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체력소모가 없었던 바스코는 여유로운 눈치다.

‘이대로는 안 돼. 녀석이 공격을 하게 만들고 내가 방어를 하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야만 해.’

승부를 걸 때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직감한 나는 일부러 과장스럽게 숨을 몰아쉬면서 지쳐가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발 속아 넘어가라!’

“크윽!”

일부러 몇 차례의 무리한 공격을 시도한 나는 바스코에게 밀쳐지는 순간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바닥에서 주운 비수를 소매로 감추면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는 듯이, 재빠르게 자세를 고쳐 잡으면서도 다리를 부르르 떨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 약한 모습에 곧바로 반응을 해오는 녀석.

“슬슬 지쳐가는 모양이지?”

“개자식이…….”

“하하하하!”

분하듯이 내뱉은 말에 희희낙락하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린 그는 공격을 할 타이밍을 잡았다는 판단을 내렸는지,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방어를 포기하고는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위협적으로 휘둘러지는 망치공격을 주춤거리면서 물러나면서 피해 낸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몸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경계를 하지 않도록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피해 나가자.’

거대한 망치가 대기를 가르면서 오른쪽 팔을 스쳐지나간다.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튀어 오르지만 큰 타격은 아니다. 곧바로 도끼가 내 몸을 절단하려고 날아들었지만 급하게 바닥을 구르면서 피했고, 대신에 머리카락 몇 개를 헌납했다.

“쳇, 쥐새끼 같은 놈이 아직도 재빠르군!”

그렇게 투덜거린 바스코는 공격의 속도를 올리면서 쉴 새 없이 몰아붙여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피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시킨 나는 그런 공격들을 피해나가면서 오히려 여유를 되찾을 수가 있었다. 물론, 겉으로는 궁지에 몰리는 사람처럼 혼신의 연기를 펼쳤기 때문에 약이 오를 대로 오른 그는 더욱 더 무리를 하기 시작했지만…….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남은 시간은 불과 10초!

"헉, 헉! 약삭빠른 놈!"

‘대쉬!’

바스코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공격의 고삐를 늦추는 것을 발견한 순간에 나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뭣?!”

갑작스러운 반격에 당황한 녀석이 무기를 휘두르면서 달라붙지 못하도록 견제를 했지만, 처음부터 노리고 있는 건 정면돌파가 아니다.

나는 비수로 스스로의 팔에 상처를 내서 손아귀에 모아놓은 피를 녀석의 눈으로 뿌려버렸다.

“크아아악!”

장님이 된 바스코가 발악하는 사이에 다시 한 번 대쉬를 사용해서 뒤로 돌아가는데 성공한 나는, 녀석의 등을 짓밟으면서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죽어라 바스코!!!”

철창의 천장을 디딤목으로 추진력을 얻으면서 날카로운 나이프에 모든 체중을 실어낸 나는, 녀석의 정수리를 조준해 떨어져 내려오면서 단숨에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촤아악!!

퍽!

“크으으윽!”

챙그랑!!

그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는 온갖 부조리한 상황들이 연주해내는 불협화음. 그러면서 동시에 미니게임의 효과가 종료되었다는 시스템 알림음이 머릿속으로 울려 퍼졌다.

[time over]

채찍에 얻어맞은 손목이 욱신거린다.

목표를 잃어버린 나이프는 허무하게 바닥으로 나뒹굴었고 바스코를 해치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미니게임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전신의 힘이 빠져나가고, 나는 내 승리를 훔쳐가고 만 사람을 입술을 깨 물으면서 노려보는 것 밖에는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었다.

‘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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