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246화 (24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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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6: 근접 조우 (4)

Episode 56: 근접 조우 (4)

이준기의 톤파가 조슈아 테일러의 장난감 칼에 막혔다.

연결 부위가 조잡해서 힘을 조금만 받아도 부서져 나갈 것 같은 물건이지만,

조슈아 테일러의 정신력을 받아 진짜 무기처럼 단단한 상태로 이준기의 톤파를 튕겨냈다.

합을 풀고, 둘은 서로에게 멀어지며 바닥으로 착지했다.

조슈아 테일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뭡니까!”

대답 대신, 이준기는 달려 나갔다.

톤파의 끄트머리를 잡아 무기의 리치를 늘렸다.

뒤로 물러서는 대신, 조슈아 테일러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이준기의 검은 톤파가 달려드는 순간, 조슈아 테일러는 장난감 칼로 톤파를 내리쳤다.

그리고 마치 튕겨 나가는 듯이, 그는 뒤쪽 방향으로 도약해서 거리를 벌렸다.

조슈아의 장난감 칼에 타격받은 톤파가 진동했다.

조슈아의 무기와 맞닿았던 부분이 아직도 웅웅거리는 느낌이었다.

이준기는 눈을 들어 전방을 주시했다.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방어 자세로 선 조슈아가 있었다.

‘이르헬의 눈을 발동할 틈이 없어. 정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조슈아가 외쳤다.

“난 구원자입니다! 사람이라고요! 왜 공격하는 거죠!”

이준기가 입을 열었다.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가 싶었지만, 이준기는 대신 심호흡을 했다.

정신을 집중하는 듯, 이준기는 눈을 감았다.

‘이런··· 왜 동요하는 거지?’

이준기는 정신 집중에 실패하고 눈을 떴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껌을 씹고,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도 가능하던 컨트롤이 지금은 되지 않는다.

‘마음속에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아.’

이준기는 양팔을 펼쳐 들고 전방을 주시하며 눈에 힘을 주었다.

주변에 널려 있던 경찰봉, 방패, 군용 나이프, 막대기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걸 보고 조슈아가 소리 질렀다.

“그만두세요!”

공중으로 떠올랐던 수십 개의 물건들이 조슈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침착을 잃지 않은 표정으로, 조슈아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손을 땅으로 내리면서 외쳤다.

“아래로!”

조슈아 테일러를 향해 날아가던 물건들이 일제히 바닥으로 떨구어졌다.

챙!

털썩.

쿵!

날파리 떼가 살충제 스프레이에 떨궈지듯, 물체들은 한꺼번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은 마치 중력에 저항하기라도 하는 듯이 파르르 떨면서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걸 알아챘는지, 조슈아 테일러의 침착하던 얼굴이 표정을 바꾸었다.

“뭐··· 뭐지?”

바닥으로 내리누르는 조슈아의 염력, 그리고 그걸 저항하고 날아오르게 하려는 이준기의 염력.

바닥에 몸을 붙인 채 파르르 떨던 군용 나이프 하나가 조슈아의 통제를 벗어나 하늘로 떴다.

그리고 빨랫줄처럼 조슈아를 향해 날아갔다.

“이럴 수가!”

조슈아는 놀라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고개를 숙여 날아오는 칼날을 피하는 조슈아.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파르르 떨던 물건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조슈아의 정신 집중이 깨진 것이다.

“이런!”

자기 키보다 높이 날아올라 달려드는 물건들을 향해 조슈아는 고개를 쳐들었다.

방어 자세로 선 채, 조슈아는 오른팔을 전방 위쪽으로 들고 외쳤다.

“반물질장.”

이미 어두운 밤하늘.

조슈아의 몸에서 2미터쯤 떨어진 앞쪽으로 검은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향해 날아오던 물건들이 구체의 중력장에 이끌려 궤도를 이탈했다.

검은 구체에 부딪히며, 물건들은 하나둘, 차례로 사라져갔다.

조슈아의 오른팔을 따라 검은 구체는 움직였다.

마치 진공청소기로 물건을 빨아들이듯, 검은 구체는 이준기의 염력으로 날아오던 물건들을 차례로 없애버렸다.

발사체들을 모두 없애고 나자, 조슈아는 팔을 내리며 이준기를 향해 외쳤다.

“그만두시라고요! 저도 이제 방어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이준기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슈아 테일러를 향해 뛰었다.

손에 든 것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톤파.

몽둥이처럼 끄트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영어 몰라요?”

조슈아는 다시 장난감 칼을 꺼내 들었다.

팔을 털자, 장난감 사복검은 길이가 두 배로 늘어났다.

덜렁덜렁하던 접합부가 어떤 힘에 끌리기라도 하듯, 단단하게 정렬했다.

달려오는 이준기를 향해 조슈아도 달려 나갔다.

“경고했습니다!”

퍽!

무기와 무기가 맞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서로를 지나쳐 달려간 둘은 자리를 바꿔 선 모양새가 되었다.

둘은 몸을 돌려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툭. 툭··· 툭.

장난감 사복검의 칼날 조각들이 하나씩 분해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삼각형 플라스틱 조각들을 보며, 조슈아가 말했다.

“이럴 수가?”

조슈아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이준기도 손에 들고 있던 톤파를 앞으로 털썩 내던졌다.

초강력 플라스틱으로 만든 타격 부위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

“조슈아를 보호해라!”

북쪽에서 한 떼의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엉망이 된 도로 한복판에 아무렇게나 세운 자동차들이 여러 대 서 있었다.

람보르기니 한 대에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새겨진 101 길드 로고가 보였다.

조금 전에 도착했지만, 둘의 현란한 대결을 보고 다들 넋이 나가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나가자!”

검문소의 사각지대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산타마리아와 킬러포니아의 연합군.

그들도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뛰어나왔다.

101 길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넋을 잃고 둘의 대결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빛의 방패를 꺼내 들며, 추이가 외쳤다.

“보스를 보호해라!”

마빈 브리검도 도로 한복판으로 나와 산타마리아 멤버들에게 외쳤다.

“101 놈들을 쳐라!”

길마의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 타격 2팀의 글렌 리가 앞으로 달려 나왔다.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고, 조슈아 테일러를 향해 도약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공중에서 낚아 채어졌다.

누군가가 그의 목을 팔로 걸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착지하자마자 땅 위를 한 바퀴 구르고 일어난 글렌 리.

마찬가지로 자세를 추스르고 일어나면서 상대방이 말했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애송이.”

190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흑인이다.

단검을 꽉 쥐고, 글렌 리는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상대는 피식 비웃음을 지으며 글렌의 팔을 향해 오른쪽 주먹을 내질렀다.

챙!

무지막지하게 큰 브래스 너클(brass knuckle)이 글렌 리의 단검을 가로막았다.

‘이건··· 손가락 구멍이 달린 단검 수준이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의 명치를 향해 상대방의 왼쪽 주먹이 날아들어 왔다.

“커헉.”

글렌 리는 가슴에 격렬한 통증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뒤로 빠져!”

글렌 리의 어깨를 잡아 뒤로 밀치면서, 빅토리아가 난입했다.

빅토리아가 손에 든 삼단봉을 휘두르자, 상대방은 뒤로 빠지면서 피했다.

거리를 벌리고 나서, 상대방은 이가 드러나게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넌 좀 낫구나. 이름이 뭐냐?”

“난 산타마리아의 빅토리아 라슨이다. 넌 누구냐?”

“날 모른다고?”

“너 따위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안단 말야?”

“이런, 이런··· 제대로 혼내줘야겠군. 난 101의 귀염둥이, 리암 화이트헤드다.”

“이런··· 거물이잖아.”

빅토리아는 삼단봉을 쥐고 적을 향해 돌진했다.

빅토리아의 허벅지보다 굵어 보이는 리암 화이트헤드의 팔뚝이 삼단봉을 가볍게 막았다.

그와 동시에, 리암의 왼손이 그녀의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우왁!”

리암 화이트헤드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냈다.

그의 팔뚝에 단검이 꽂혀 있었다.

글렌 리가 달려들어 그의 왼 팔뚝에 단검을 찔러 넣은 것이다.

“이···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이!”

리암 화이트헤드가 글렌 리를 향해 오른발을 내질렀다.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고 글렌 리가 바닥을 굴렀다.

핑!

총성이 들리자, 빅토리아도 리암도 반사적으로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가오는 목소리가 외쳤다.

“리암, 괜찮아?”

“척! 이런 난전에서 총을 쏘면 어떡해? 위험하잖아!”

“두 놈을 상대하는 걸 보고 도와주려고 한 거야!”

“애송이 두 놈 정도도 못 처리할 것 같아 보여, 내가?”

“그건 아니지만, 내가 왔으니 2대2로 해보자구.”

“아니, 사양하겠어. 너는 조슈아를 습격한 저놈이나 잡으러 가!”

리암은 손가락을 들어 멀리 서 있는 이준기를 가리켰다.

이미 대여섯 명의 구원자들이 그를 공격하고 있었다.

척 브랜슨(Chuck Branson)이 항의했다.

“저긴 벌써 사람이 많잖아!”

“네가 안 가면, 저놈들 죄다 당장 뻗어버릴 거다.”

과연 그랬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으로, 이준기는 적을 하나씩 바닥에 쓰러뜨리고 있었다.

손에 쥔 무기는 바닥에서 주운 것으로 보이는 단검.

상대방을 베고 지난 다음에도 칼날은 광택을 머금은 채 깨끗하게 빛나고 있었다.

칼끝에서 떨어지는 핏방울 하나만이 적에게 남긴 상처를 증명하고 있었다.

“미친!”

그렇게 내뱉으며, 척 브랜슨이 권총을 들어 이준기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우리 편이 맞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이준기를 향해 서서 즉각 방아쇠를 당겼다.

총을 쏘려는 척 브랜슨을 밀치려고 글렌 리가 일어나 움직였으나 이미 늦었다.

빅토리아는 리암의 두 주먹을 삼단봉으로 막아내느라 바빴다.

총알이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펑!

그게 아니었다.

총알이 공기를 가르고 다가오는 소리였다.

이준기가 텔레키네시스로 받아친 총알이 그대로 돌아와 척 브랜슨의 총구로 들어왔다.

“으악!”

손안에서 폭발하는 총을 떨어뜨리면서 척 브랜슨이 비명을 내질렀다.

“소··· 손이!”

“이런, 바보 같으니라구··· 빨리 차원문으로 들어가! 치료하란 말야!”

리암의 채근에, 척 브랜슨이 손을 감싸 쥔 채로 차원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추이가 내던진 빛의 방패가 직선 궤도로 날아왔다.

지나가는 새라도 구경하는 것처럼, 조슈아는 빛의 방패를 바라보았다.

이준기와 그의 사이를 겨냥해서, 둘을 떼어 놓으려고 던져진 것이 분명한 빛의 방패의 궤도.

빛의 방패는 공중에 멈춰 선 채로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다.

“또야?”

빛의 방패를 따라 뛰던 추이 이아고닉이 짜증 섞인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준기에 이어 또 다른 구원자가 그의 빛의 방패를 공중에 멈춰 세웠다.

퍽!

공중을 날아온 키건 하워즈가 내리 휘두른 목검에 추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무릎만 땅에 대고 곧바로 다시 일어난 추이가 키건을 향해 말했다.

“키건 하워즈!”

“넌··· 멕시코 놈?”

“킬러포니아의 추이 이아고닉이다.”

“듣보잡이군.”

“뭐가 어째?”

추이가 품속에서 마체테를 꺼내 들자, 키건도 검집에서 칼을 꺼냈다.

목검처럼 보였던 것은 검집에 넣은 채로 휘두른 진검이었다.

“그렇게 무식한 칼을 들고 다녀도 되나 보구만, 캘리포니아에서는?”

“멕시코 갱들을 때려잡으려면 어쩔 수 없지.”

둘은 무기를 들고 서로를 향해 덤벼들었다.

둘의 무기가 교차하려는 순간, 자동차에 치이기라도 한 것처럼 추이의 몸이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상대방이 사라진 공간으로, 키건 하워즈는 사뿐하게 착지했다.

그리고 말했다.

“조슈아, 무슨 짓이야?”

“저런 녀석쯤, 떼로 덤벼도 문제없어요. 길마는 저쪽을 도와야 한다고요.”

조슈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이준기가 서 있었다.

여섯 명의 101 멤버가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단검, 몽둥이, 심지어 쌍절곤을 든 멤버도 있었다.

조슈아와 함께 차원문에 들어가기 위해, 또는 공격대를 배웅하러 나온 길드원들.

평화롭기만 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기습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기를 준비해 온 멤버는 쌍절곤을 든 여자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경찰 무기를 집었든 것이다.

조슈아를 향해 세 명이 달려오고 있었다.

키건은 조슈아와 이준기를 차례로 돌아보았다.

조슈아가 외쳤다.

“난 괜찮다고요!”

조슈아를 향해 달려오던 한 명이 철퍽, 바닥에 엎어졌다.

거인의 손바닥이 하늘에서 그를 덮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흐뭇하게 싱긋 웃으며, 키건은 이준기 쪽을 바라보았다.

두 명이 바닥에 쓰러져 다리를 붙잡고 신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잠깐 동안, 이준기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여 두 명을 더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가 손에 쥔 단검의 칼날이 가로등에 빛나 번쩍거렸다.

생선 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세포 단위로 회를 뜬다는 최상급 일식 요리사처럼, 이준기의 칼날에는 핏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준기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키건은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외쳤다.

“좋아, 조슈아. 나는 저쪽을 상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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