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244화 (24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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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6: 근접 조우 (2)

Episode 56: 근접 조우 (2)

오후 2시 49분.

산타마리아와 킬러포니아의 연합군, 그리고 이준기는 캘리포니아 엘 센트로(El Centro)를 막 지나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중국의 부탄 병합 뉴스와 플로리다의 대규모 전투 뉴스를 번갈아 가며 내보내고 있었다.

그것이 뉴스 속보에 의해 갑자기 중단되었다.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2시 30분경, 샌디에이고-티화나 국경에 차원문이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조금 전, 태평양 표준시로 오후 2시 30분경,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멕시코 국경에 차원문이 발생했습니다. 현장 연결하겠습니다.”

용한 점쟁이라도 봤다는 듯, 마빈 브리검은 이준기를 바라보며 무릎을 탁 쳤다.

앞자리 조수석에 앉아 있던 베라 로페즈도 뒤를 돌아보았다.

마빈 브리검이 웃음을 터뜨리며 이준기를 칭찬하려는 순간.

이준기는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서, 귀를 기울이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일단, 뉴스를 들어보죠.”

“아··· 알겠소! 이거 정말 대박인데!”

라디오에서는, 뉴스 앵커의 콜을 받은 현장 기자의 대답이 이어졌다.

“CNN 가르시아 게레로(Garcia Guerrero)입니다. 여기는 멕시코와의 국경 현장입니다.”

“국경에 차원문이 나타났다고요? 정확히 국경 어느 쪽입니까?”

“현재 차원문 북쪽은 SDPD 소속 경찰 십여 명이 급하게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비 중입니다. 그래서 접근이 불가능한 관계로 직접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아, 그래요? 국경 남쪽에는 멕시코 쪽 경찰이 나타났습니까?”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규모는 잘 알 수 없지만 국경 건너편에도 멕시코 경찰이 나타났습니다.”

“차원문 위치가 국경 어느 쪽인지에 따라서 관할권이 정해질 텐데요. 차원문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까?”

“곧 경찰의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입니다만, 일단 차원문 발생을 직접 목격한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라틴계 이름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미국 영어로 말하던 기자와는 달리, 인터뷰에 응한 라틴계 이름의 시민은 억양이 잔뜩 섞인 영어로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차원문이 생길 때, 직접 보셨다는 거죠? 차원문 위치가 정확하게 어디인지, 어느 나라 땅에 나타났는지가 중요한데요. 차원문이 정확히 어느 쪽에 있습니까?”

“제가 바로 그 시간에 차를 타고 국경 검문소에 대기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볼 수 있었죠. 바로 옆에 나타났으니까요. 차원문 위치는 정확히 국경선 위였습니다. 국경을 표시한 바로 그 선 위에 생겼어요.”

“바로 국경선 위에 발생했다는 말씀이죠? 어느 쪽에 치우쳤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그 위에요?”

“네. 정확하게 국경선 위에 생겼어요. 차원문이 나타나는 바로 그때, 제 차가 국경선 바로 앞에 서 있었거든요.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검문 중에 갑자기 차원문이 생겼는데, 국경 건너오시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저는 영주권자라서 신속 통과 차선(ready lane)에 서 있어서 금방 넘어왔지만, 다른 차선들은 차원문 발생이 확인되자마자 폐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뉴스 앵커가 말을 받았다.

“참 신기한 일이군요. 국경 근처에 차원문이 생기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죠?”

“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에서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미국에서도 주간 경계 근처에 차원문이 생겨서 관할권이 이슈가 된 적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국경선 위에 생긴 경우는 없다는 말씀이죠?”

“네, 그렇습니다. 차원문이라는 게 뿌옇기도 하고 구름 같이 생겨서 땅에 닿은 위치가 좀 모호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구분 선의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분 선 위에 정확하게 생긴 경우는 없습니다.”

“멕시코 쪽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죠? SDPD는 멕시코 경찰 쪽에서 연락받은 게 있습니까?”

“SDPD는 조금 후에 공식 발표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아직 멕시코 쪽에서 연락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차원문이 우리 땅에 있는 게 좋은 겁니까, 아니면 다른 나라 땅에 생기는 편이 나은 건가요?”

“차원문 봉쇄는 인명 피해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비용을 발생시키니까요, 차원문이 생기는 일이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다른 나라에 떠넘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차원문이 국경선을 살짝 넘어 멕시코 땅에 있다고 하더라도, 차원문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국경을 따져서 공격하지는 않으니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차원문 발생 장소가 하필 샌디에이고 인근이라서요. 샌디에이고라면 아무래도 조슈아 테일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샌디에이고 근방 100마일 내에는 현재 열려 있는 차원문이 없습니다. 조슈아 테일러 때문입니다. 고향 샌디에이고에 대한 애향심으로 유명한 조슈아 테일러는 샌디에이고 근방에 나타난 차원문을 결코 방관하지 않습니다. 차원문 발생에서 공격대 투입까지 평균 24시간이 걸리지 않죠. 그래서 샌디에이고 근방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차원문 몬스터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런 조슈아 테일러라고 해도, 국경을 넘어가서 멕시코 땅에 열린 차원문을 공략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네. 그래서 이번 차원문이 정확하게 국경선 어느 쪽에 발생했는지, 그게 중요한 겁니다.”

“멕시코 쪽에서 차원문 관할권을 그냥 넘길 가능성은 없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아까 청정 샌디에이고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바로 국경만 넘어가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죠. 멕시코는 종전의 러시아와 함께 세계에서 차원문 봉쇄율이 가장 낮은 국가입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구원자들이 범죄 조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차원문을 열린 채로 유지하는 것이 조직 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방치하는 겁니다. 따라서 멕시코가 차원문 관할권을 넘겨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차원문이라면 당장 닫고 싶어 하는 조슈아 테일러, 그리고 차원문을 열린 채로 방치하고 싶어 하는 멕시코 갱. 그 둘 사이에서 관할권 분쟁이 생기겠군요?”

“그렇습니다. 양측 경찰 사이에서 이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이상, CNN 가르시아 게레로였습니다.”

“현장 상황, 잘 들었습니다. 속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오후 2시 30분경 샌디에이고와 티화나 사이의 국경에 차원문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신속 통과 차선을 제외한 모든 차선이 폐쇄되었으며, 신속 통과 차선도 곧 폐쇄될 것이라고 하니 운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기자가 예상한 대로, 정확히 국경선 위에 발생한 차원문에 대해서 미국과 멕시코 경찰은 모두 관할권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차원문을 조속하게 봉쇄하는 조건으로 멕시코 쪽에 관할권을 양보할 수 있다고, SDPD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지만, 멕시코 경찰은 거부했다.

차원문 관할권은 차원문을 언제 어떻게 봉쇄할 것인지까지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권리라는 것이다.

사실, 멕시코 경찰은 내부적으로 혼란 상태에 있었다.

차원문을 실제로 관리하는 것은 멕시코 마피아.

티화나 갱의 대부, 개리 헌팅턴의 의견을 들으려고 멕시코 경찰은 아까부터 전화를 걸어대고 있었다.

멕시코 경찰이 자꾸 전화를 걸어오자, 개리 헌팅턴은 안절부절못했다.

이런 큰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보스도 추이 이아고닉도 다른 차에 타고 있다.

전화가 울리는 것을 멈추자, 개리는 추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하죠?”

“보스의 명령이다. 경찰 전화는 받지 마.”

개리 헌팅턴이 추이에게 전화를 걸어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준기는 이미 지시를 해놓았다.

미국 쪽으로 관할권을 넘기라고 하면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금 뒤에 일어날 사건 때문이다.

미국 측에 관할권을 넘기면 멕시코 쪽은 경찰 병력을 철수할 것이다.

멕시코 쪽이 병력을 철수한다고 해서 미국이 포위 병력을 두 배로 늘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관할권 싸움을 하는 동안은 차원문 포위 병력이 일반적인 경우의 두 배가 된다.

그게 필요한 상황이 조금 후에 발생한다.

*****

오후 4시 11분.

차에서 내린 공격대원들은 삼삼오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현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숨어서 기다리기 좋은 지점을 찾아 팀별로 대기 모드에 들어갔다.

팀을 급조해야 했던 킬러포니아 길드와는 달리, 산타마리아 쪽은 텍사스에서 운영하던 팀을 그대로 이용했다.

서열 2위 베라 로페즈가 이끄는 타격 1팀, 그리고 서열 3위 빅토리아 라슨이 이끌던 타격 2팀이 중심이다.

서열 5위 지미 글래빈이 이끄는 타격 4팀은 예비군 느낌으로 운용, 대기하다가 상황에 맞추어 투입하기로 했다.

킬러포니아 쪽의 병력도 산타마리아와 마찬가지로 16명.

추이 이아고닉이 이끄는 A팀이 주력이다.

도밍고 알바레즈가 이끄는 B팀은 미국 내전에 참전했던 구원자들을 중심으로 꾸렸고,

산티아고 라미레즈의 C팀은 멕시코 시티에 남아 있던 구원자들을 중심으로 편성했다.

연합 양측의 수뇌, 즉 이준기와 마빈 브리검은 상황을 보면서 개입하는 것으로 했다.

요약하면, 5인 파티 여섯 개에 양측 보스 1명씩을 더해 모두 32명이다.

둘만 남게 되자, 마빈 브리검이 이준기에게 물었다.

“101 놈들이 많이 몰려오면 어떻게 하지? 대책이 있소?”

“아뇨. 국경이 폐쇄돼서 티화나에서 새 병력을 끌어올 수도 없습니다. 티화나 병력은 얼마 되지도 않고 레벨도 낮아서 별 도움이 되지도 않겠지만요. 지금 병력으로 충분합니다.”

“허허허. 스즈키 선생은 매사 자신만만해서 좋군요. 32명으로 될 거라고 믿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아시겠지만, 샌디에이고 근방이라면 100% 조슈아 테일러가 직접 올 겁니다. 게다가 조슈아는 허례허식을 대단히 싫어하죠. 방송 타는 걸 좋아하는 길마 키건 하워즈가 사람들을 끌고 오기는 하겠지만, 많지 않을 겁니다.”

“민간인 공격 자제하라는 거, 괜찮겠소?”

“여긴 미국이고, 조슈아 테일러와 함께 나타날 민간인들도 미국인들입니다. 정말 미국인을 죽이고 싶은 겁니까?”

“아니··· 그건 그러고 싶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오. 작전 대상은 분명히 101 녀석들이지만, 민간인들이 방해가 된다면··· 함께 해치워야지 어쩌겠소? 갈 길에 방해물이 있으면 치우는 게 당연한 거 아니오?”

“브리검 씨의 목표가 세력 확장이라면, 점령 이후 민심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날 잘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난 캘리포니아 점령에는 관심이 없소. 101도 캘리포니아도 내게는 그냥 장애물일 뿐이란 말이오. 사라져주는 게 최고지.”

“점령지에 국한해서 민간인 학살을 해도, 본국 민심 역시 흔들립니다. 여기에서 죽는 것은 캘리포니아 사람들뿐이겠지만, 텍사스 사람들도 동요할 거란 말입니다. 산타마리아 길드가 민간인 목숨을 우습게 여긴다고 생각하겠죠.”

“아··· 알겠소. 어차피 그렇게 명령을 내려놨으니, 잘 알아서 할 거요.”

“공격 순서는 타격 2팀부터라고 하셨죠? 빅토리아 라슨의 팀.”

“그렇소. 그게 원래부터 우리 길드의 작전 순서요.”

“빅토리아의 실력은 제가 직접 봤으니, 만족합니다. 베라 로페즈의 실력도 보고 싶기는 합니다만.”

“빅토리아 팀에서 전투가 끝나면 더 좋은 거 아니겠소?”

“물론 그렇죠.”

*****

이준기는 머릿속에서 동영상을 반복해서 재생했다.

‘민간인 피해를 막는 게 최우선이겠지. 저 정도 경찰이라면···’

초조한 기분 때문인지,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자꾸 시각을 확인하는 이준기를 보고, 마빈 브리검이 물었다.

“뭘 그렇게 계속 시계를 보시오? 마치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군요.”

“제가 누굴 기다리는지는 잘 아시잖습니까.”

“101 길드 놈들을 기다리는 건 우리 전부 마찬가지지. 그런데 스즈키 선생은 마치, 뭔가 다른 걸 기다리는 느낌이란 말이오.”

“글쎄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것도 같군요. 뭔가가 일어날 느낌이라고 할까··· 기분이 묘합니다.”

“전투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가? 나도 긴장감은 충분히 느끼고 있소. 스즈키 선생한테는, 긴장감 말고도 뭔가 다른 게 느껴진단 말이지.”

휴대폰을 열어 시계를 확인했다.

4시 54분.

과연, 그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그 동영상대로 전투가 시작될까?

그렇다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준기는 검문소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경찰 병력은 많이 충원되었다.

40명 정도의 일반 경찰에 더해, SWAT 1개 팀이 완전무장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SWAT 팀 규모는 약 30명 정도.

방송사들이 급파한 기자들과 촬영 스탭들도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방송국 자동차에 달린 대형 화면을 통해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101 길드의 수장, 키건 하워즈다.

이등분된 화면 안에서 뉴스 앵커와 문답 중이었다.

“네. 지금 준비 중입니다. 자세한 건 이따가 현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말씀은, 하워즈 회장님도 오늘 현장에 오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지금 자동차로 이동 중입니다.”

“정확하게 국경 위에 발생한 차원문이기는 하지만, 샌디에이고 관할이죠? 그렇다면 조슈아 테일러가 오늘 공격대를 지휘하겠군요.”

“그렇습니다.”

“멕시코 쪽에는 혹시 연락을 해보셨습니까?”

“우리 길드에서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멕시코에 차원문을 왜 내줍니까?”

“인명 피해도 있을 수 있고 하니까요. 대통령은 멕시코 쪽에 비용 청구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만.”

“그건 정치권에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저는··· 아니 저와 조슈아 테일러는 차원문 봉쇄에 집중하겠습니다.”

5시 59분.

동영상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바로 그 시각.

이준기는 반사적으로 휴대폰에서 눈을 거둬들여 차원문을 바라보았다.

빛의 소용돌이가 꿀럭거린다.

크와아아!

괴성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차원문을 바라보던 몇몇이 놀라서 외쳤다.

“저··· 저건!”

“몬스터가 나타났다!”

“드··· 드래곤!”

전신이 붉은색으로 덮인 드레이크(drake) 한 마리가 차원문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입을 벌렸다.

최전방에 있던 경찰 십여 명이 바리케이드와 함께 불길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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