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208화 (20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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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0: 트루 컬러즈 (2)

Episode 50: 트루 컬러즈 (2)

“뭐··· 뭐라고?”

모두가 놀라서 웅성거렸지만, 한상태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

“이상덕을··· 네가 죽였다고?”

“이상덕은, 당신에게 패하고 일본으로 도주했습니다. 그리고 구라모토 회장의 하수인이 되었죠. 이름도 마츠야마 아키히로라고 바꾸고 말입니다. 믿을 만한 소스에서 나온 정보입니다.”

한상태가 놀란 눈으로 옆에 선 후지와라를 돌아보았다.

후지와라는 고개를 힘차게 내저었다.

“드··· 들어본 적 없어요.”

“훗, 후지와라 씨, 듣던 대로 한국어가 과연 훌륭하군요. 미안하지만, 이상덕 건은 당신에게 공개될 정도로 등급이 낮은 정보가 아니었죠. 하시바 세이이치로는 반대했다고도 하더군요.”

“하··· 하시바 상이?”

“변명 같이 들리겠지만, 하시바도 이상덕도 죽여야 할 상황이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군요. 두 사람 다, 결투 상황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고 했으니까요. 하시바고 이상덕이고, 엄청난 실력과 레벨의 구원자들입니다. 내 한 몸 방어하기도 힘든데 제삼자를 보호하면서 싸울 수는 없었어요. 살초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말은··· 하시바 상 역시 이준기 씨가 죽였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두 결투 모두 증인이 있으니 교차검증이 가능합니다. 그런 게 굳이 필요하다면 말이죠.”

“하··· 하시바 상이··· 어떻게···”

“하시바 세이이치로, 그리고 이상덕. 분명히 뛰어난 실력의 구원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맞서 싸웠던 상대들 중에는 더 센 자들도 있었습니다. 환상에서 벗어나세요.”

뭐라 말을 잇지 못하는 후지와라를 대신해서 한상태가 앞으로 나섰다.

“환상에서 벗어나라니?”

“러시아 정벌은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상태는 침을 삼키며 이준기의 입술을 주시했다.

“내가 막을 거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이준기는 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한상태, 후지와라, 김범규를 비롯한 몇 명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주머니에서 나온 이준기의 오른손에는 발리송이 쥐어져 있었다.

유즈노사할린스크의 노점에서 산, 빈말로라도 잘 만든 제품이라고는 할 수 없는 품질의 칼이다.

“이거, 영화에서 보면 뭐 휙휙 돌려서 좍 펴고 그러던데. 저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런 쓸데없는 기술, 익힐 시간도 없기는 하지만 말이죠.”

이준기는 양손으로 발리송을 잡고 조신하게 칼날을 살짝 꺼내 보이고는, 다시 접었다.

한상태가 외쳤다.

“뭐··· 뭐 하는 거야? 여긴 공항이야!”

“한상태 회장, 결정하시죠. 여기서 싸우든 어디 다른 곳이든, 차원문 바깥에서의 대결을 원한다면 나는 이 칼을 사용하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무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무··· 무슨 소리냐! 대결이라니!”

“한상태 회장, 당신은 나를 죽이고 싶은 게 아닙니까? 결투라는 포맷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구원자들끼리의 싸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법원 관할의 밖에 있습니다.”

“죽고 싶다는 건가? 아니면 날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거야?”

“그 질문에 굳이 말로 대답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하시바나, 이상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어느새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경계 태세를 취한 한상태.

억지로 웃어 보이며 대꾸했다.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이준기. 난, 혼자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까지 다치게 하는 선택은, 제가 절대 용납 못 합니다.”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다른 사람들까지 다친다니··· 네가 이긴다는 얘기냐?”

“하시바, 그리고 이상덕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드렸죠. 다른 사람을 개입시키는 건 참지 못합니다.”

“참지 못한다? 네가 우리 15명을 전부 이긴다는 허풍이냐?”

“한상태 회장··· 43레벨을 다신 것,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레벨이 얼마나 될까요? 레벨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지만, 숫자는 비교하기가 정말 편하죠.”

“한국 랭킹 1위인 나보다 네가 높다, 그 얘기냐? 비공식 1위라고?”

“그렇습니다. 레벨을 들이대고 싶지는 않지만, 레벨만 봐도 차이가 심하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한상태의 뒤에서 김범규가 속삭였다.

“한 회장님··· 이준기 저놈이 허세를 부리는 성격은 아니잖습니까.”

김범규에게 대꾸하는 대신, 한상태는 이준기를 향해 외쳤다.

“그게 네 작전이냐?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협회장이자 랭킹 1위인 나를 망신 주는 것?”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싸우지 않고 이 대치를 끝내고 싶습니다.”

“정의의 사도인 척하는 건 여전하군··· 그렇지만 말야···”

한상태가 경계 자세로 몸을 굽히면서 팔을 앞으로 뻗었다.

손목에서 튀어나온 권총이 그의 손아귀에 정확하게 쥐어졌다.

곧바로 총성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자세를 낮추었다.

****

출국 게이트 바로 바깥에서 울린 총성.

경찰이 권총을 손에 쥐고 서둘러 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달리는 도중에 멈추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넋을 놓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그는 걸음을 완전히 멈추었다.

이준기의 눈앞에서 총알이 공중에 멈춰 떠 있었다.

총성에 눈을 감았던 사람들도 눈을 뜨고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총을 앞으로 든 채 이준기를 주시하던 한상태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하나 흘러내렸다.

그의 표정이 복잡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여전히 차분한 어조로, 이준기가 그에게 말했다.

“2연발 데린저군요? 한 발 더 남았으니 쏘시죠.”

한상태는 대답 대신 침을 꿀꺽 삼켰다.

자세를 낮추었던 주변의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초··· 총알이 멈췄다! 공중에서!”

“이준기가 눈빛으로 총알을 막아냈어!”

“저··· 저게 가능하다고?”

냉정한 어조로, 이준기가 다시 말했다.

“그동안 총알을 몇 번 막아보기는 했지만, 한상태 회장, 당신을 상대로 이걸 해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내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랬어요.”

한상태가 겨우 입을 떼고 말했다.

“너··· 너는 대체 뭐냐?”

“항복하세요. 저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적어도, 구라모토의 요구 사항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하··· 항복하라고?”

그렇게 말하고 나서, 한상태는 자신이 입 밖에 낸 단어에 스스로 놀라 주변을 재빨리 돌아보았다.

다행히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그가 아닌 이준기를 향하고 있었다.

이준기가 말을 이었다.

“그건 주시고요.”

말을 마치고 이준기가 손을 앞으로 뻗자, 한상태의 손아귀에서 거칠게 낚아채어진 권총이 이준기의 손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준기는 총에서 총알을 분리하고, 먼발치에서 구경 중이던 경찰을 향해 러시아어로 말했다.

“경찰관님!”

“네···?”

“여기 총과 총알이 있습니다. 압수 부탁드립니다. 조금 전의 일은 죄송하게 됐습니다만, 구원자들 사이의 일입니다. 저희는 공항 건물을 나가겠습니다.”

“네··· 네!”

이준기의 손에서 출발한 총과 총알은 공중을 날아 경찰관의 손안으로 가볍게 옮겨갔다.

총구를 여전히 한상태에게 향한 채로, 경찰관은 날아온 압수품을 손아귀에 강하게 움켜쥐었다.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던 한상태는 이준기의 시선을 눈치채고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한상태 회장, 제 요구 조건을 전달하겠습니다.”

멍하니 서서 입을 떼지 못하는 한상태를 대신해서, 김범규가 대꾸했다.

“이··· 이준기 씨, 말씀하세요.”

“김범규 회장님께 대신 말씀드리죠. 제 조건은 간단합니다. 두 가지죠.”

“두 가지··· 네, 말씀하세요.”

“첫째, 한일 연합 공격대를 해체하고 러시아 땅에서 나가세요. 다시는 돌아올 생각 마시고요. 아, 개인 단위의 관광은 괜찮습니다. 여기, 새우가 맛있더라고요. 커피도 나쁘지 않고.”

“네, 네··· 두 번째는 뭐죠?”

“둘째, 일본과의 그 어떤 협력 사업도 다시는 추진하지 마십시오. 그뿐입니다.”

“그뿐···인가요?”

“네. 구원자로서 본분을 다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기도 합니다만, 그건··· 알아서 해주세요.”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차원문 봉쇄···”

“한국 땅 안에 열린 차원문들을 정리하시면 됩니다. 남의 나라까지 와서 차원문 닫으시려고 할 필요 없어요.”

“네, 네. 알겠습니다.”

이준기는 초점 없는 눈으로 전방을 주시 중인 한상태를 향해 물었다.

“한상태 회장님, 들으셨습니까?”

한상태의 입에서는 말 대신, 탄식과 신음이 섞인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한상태 회장님?”

“이··· 이준기!”

“네?”

“며··· 명예를 지키게 해다오. 네··· 네가 처음에 말했던 결투··· 그쪽을 선택하도록 해달란 말이다.”

이제야 초점이 맞춰진 한상태의 눈을 한번 쳐다보고, 이준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

“무··· 무슨 짓입니까!”

소리를 지른 것은 후지와라였다.

한상태, 김범규 등 연합군 멤버들이 그를 돌아보자, 그는 한국 구원자들을 둘러보며 다시 외쳤다.

“약속을 지키세요! 우리는 러시아를 해방하러 여기에 왔습니다!”

한국인 구원자들 사이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이준기가 입을 열자, 그 웅성거림은 즉각 가라앉았다.

“후지와라 씨? 이번이 제3차 원정군이죠?”

“그··· 그렇소.”

“앞의 두 차례 원정군이 왜 실패한 것 같습니까?”

“그걸 전부 당신이 막았다고 말하는 겁니까!”

“아뇨. 그렇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하시바 세이이치로, 그리고 이상덕 내지 마츠야마 아키히로를 처치한 것은 내가 맞지만, 앞의 두 차례 원정을 막아낸 것은 러시아 사람들이죠.”

“그, 그래서요?”

“야쿠자 놈들의 나와바리를 챙겨주는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구원자들이 수십 명 단위로 죽었는데? 상위 랭커들이 죄다 죽어서 20위권에 올라오게 되니까 좋아요?”

“극동 마피아도 이제 거의 전멸했잖습니까!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아니, 무리예요. 내가 빠진다 하더라도, 당신들은 러시아 마피아 4인방의 하나에 불과한 극동 마피아조차 이기지 못합니다.”

“어···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는 거요!”

“뭘 또 보여드릴까요? 아까 그걸로는 부족합니까?”

후지와라는 침을 꿀꺽 삼키고 대답했다.

“초··· 총알이라면··· 하시바 님도 멈출 수 있었을 거요!”

“그래서? 지금 하시바는 어디에 있죠?”

“구··· 구라모토 회장도 가능할 겁니다!”

“이런, 이런. 구라모토 회장의 스킬 트리도 몰라요? 텔레키네시스는 마나 스킬인데 말입니다.”

후지와라는 말을 더듬었다.

“그··· 그렇긴 합니다만··· 다··· 당신이 우리 전부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소?”

“글쎄요. 여기에 모인 정도라면, 적어도 다치지 않고 살아나갈 자신은 있습니다.”

“그··· 렇다면, 어디 한번 해보시지! 한상태 회장! 약속을 지키시오! 모두 함께 덤비면 분명히 이길 수 있습니다!”

김범규는 몰라도, 한상태의 얼굴에는 분명 동요의 마음이 드러났다.

한상태는 후지와라를 한번 쳐다보고, 이어서 김범규를 쳐다보았다.

김범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뒷걸음질 쳤다.

“시··· 싫어요!”

“김범규··· 이준기는 지금 혼자야!”

김범규는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눈을 감고 외쳤다.

“모··· 모르시겠어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한상태는 한 걸음 다가가 김범규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이대로 도망가자고? 우리 15명이 이준기 하나에게 꼬리를 내렸다는 게 당장 오늘 저녁 신문 헤드라인으로 깔릴 거다! 그러고 나서 구원자 행세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 저는 살고 싶어요.”

“김범규!”

“하··· 한 회장, 아니 한상태 형님! 겨··· 결투를 하겠다고 하셨잖아요. 우리가 증인을 서겠습니다. 결투로··· 명예를 지키세요.”

한상태가 헛웃음을 웃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내가 쓰러진 다음에는 네가 협회장이다, 이거야?”

“상태 형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전 협회장 자리 따위, 관심 없어요. 아시잖아요!”

“그럼 뭐야? 나보고 혼자 죽으라는 말이야?”

“겨··· 결투를 원한 것은 형님이잖아요! 그게 싫으면 그냥 지금 항복을 하세요!”

김범규를 붙잡은 한상태의 팔이 흔들렸다.

긴장감에 심장 박동이 빨라진 한상태가 거칠게 숨을 쉬며 김범규에게 말했다.

“지··· 지금뿐이야! 이준기를 쓰러뜨리는 게 가능한 건···”

“사··· 상태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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