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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8: 또 하나의 대조국 전쟁 (5)
Episode 48: 또 하나의 대조국 전쟁 (5)
2022년 2월 25일 현재, 이준기와 함께하는 구원자들은 다음과 같다.
세르게이 로스코비츠(Sergeri Rothkowitz).
극동 마피아 조직원이었으나,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이준기에게 제압되어 함께 행동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자의에 반하는 시작이었으나, 현재 시점에서 이준기에 대한 신뢰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
이제는 푸가초프에 정식으로 입회한, 당당한 레지스탕스의 한 사람이다.
불-흙 스킬 트리와 힘, 체력을 중시하는 스탯으로 근접전 특화 캐릭터.
바실리사 엘리셰프(Vasilisa Elyshev).
러시아의 구원자 레지스탕스, ‘푸가초프’의 멤버다.
극동 마피아에 이어 모스크바 마피아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이준기에게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준기와 만나기 전부터 그의 팬이었다고 한다.
푸가초프가 모스크바 마피아 대부, 아브람 쉬넨코가 만든 허위 조직임이 밝혀졌지만, 그녀는 점조직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푸가초프를 지속시키기로 결정한다.
푸가초프의 원래 멤버인 사벨리 아이바조프스키가 그녀를 도와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딜러 트리를 타다가 20레벨에 탱킹에 적합한 성흔을 획득한 이후 탱커 트리를 타고 있다.
잡트리에도 불구하고 천부적인 소질로 인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쿠로사와 카츠(黒沢勝).
일본 구원자협회, 그리고 사조직 ‘야마토 연합’의 멤버.
한일 연합군의 제2차 연해주 원정대에 포함되어 러시아에 왔다.
이준기의 압도적인 힘에 굴복하여 그의 밀정으로 활동 중이다.
쿠나이를 사용한 암습과 비기에 능하지만, 전면전은 약한 편이다.
김창수.
군소 길드, ‘구룡회’의 탱커였으나 길드 자체가 이상덕의 거대 길드 ‘서울연합’에 흡수되면서 소속이 바뀌었다.
이상덕이 사망하고 길드명이 ‘프리스타일’로 바뀐 다음, 한상태의 추천에 의해 한일 연합군 제2차 연해주 원정대에 포함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준기 일행을 만나고 ‘푸가초프’에 가입했다.
그는 던전 미션 중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으며, 따라서 현재 한국 길드 명단에서 빠져 있다.
딱히 재능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단기간에 급성장 중인 캐릭터.
이준기는 그를 남다른 책임감을 가진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문아린.
길드 ‘신선자’, ‘레인메이커즈’를 거쳐 현재는 한국에서 구원자 활동을 일체 그만두고 은퇴한 상태다.
얼마 전, 구원자로 구성된 국제 봉사단체, ‘국경 없는 구원자회(SSF)’에 가입했다.
SSF는 극동 마피아가 공중분해된 이후 방치된 연해주 지역의 차원문 감시 미션을 그녀에게 맡겼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준기와 재회한 그녀는 현재 SSF에 소속된 상태로 이준기의 활동을 돕는 중이다.
해운대, 그리고 종각 던전에서 이준기와 함께한 이후 그녀는 실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현재 한국 여성 딜러 중에서는 최상위권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SSF의 입회 실력 테스트를 맡았던 노르웨이인이 그녀의 실력을 보고 기겁할 정도였다.
쿠사나기 린(草薙りん).
일본 구원자협회, 그리고 사조직 ‘야마토 연합’ 소속 구원자.
‘야마토 연합’ 간사 하시바 세이이치로의 수행 비서 격이었으나, 하시바 세이이치로를 일방적으로 농락하는 이준기의 압도적인 힘에 매료되어 그를 따른다.
쿠로사와 카츠와 마찬가지로 이준기를 위해 밀정 역할을 하고 있으나, 힘에 굴복하여 이준기를 따르는 쿠로사와와는 달리, 자발적으로 그를 따른다는 점이 다르다.
마나 계열 스킬을 주로 사용한다.
*****
이준기는 우선 바실리사를 러시아 전쟁의 서부 전선으로 보냈다.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세계 대전 당시, 러시아에 대한 맹공을 주도한 것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하는 동유럽 연합군이었고, 연합을 주도한 것은 아가타 하바로프스키라는 구원자였다.
초기의 성공에 우쭐하던 연합군은 서로 더 많은 몫을 챙기려고 분열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준기는 연합군의 균열을 찾으라는 조언을 바실리사에게 건넸다.
“알겠어요. 첩보 활동이 주가 되겠군요. 이번 미션은.”
“맞아요, 바실리사. 유럽연합군의 주축을 이루는 구원자들은 프로퍼갠더에 휘둘린 사람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들이 따르는 그 대의라는 것이 허상이라는 걸 보여주면 됩니다.”
“그게 허상이라고 자신하시는 거군요?”
“이념이나 신념만으로도 사람은 무서운 일을 벌일 수 있죠. 히틀러도 그랬고 칼뱅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죠. 이 정도로까지 일을 벌이는 수고를 하고 나면, 뭔가 개인적으로 이득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죠.”
“개인적 이득이라면?”
“이권 계약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더 구체적인 모습의 것일 수도 있어요. 말하자면, 에르미타주의 미술품 같은···”
“네? 에르미타주라면?”
“그래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보세요. 키예프 황금문에서도 보셨잖아요. 전쟁 중에 문화재가 약탈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죠.”
세계 대전 당시 유럽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던 이준기.
아가타 하바로프스키의 에르미타주 약탈 사건은 그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언론이 대서특필할 정도로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으니까.
김창수의 레벨업, 그리고 새로 합류한 동료들 사이의 팀워크를 끌어올리는 것도 해야 할 일.
SSF의 연해주 미션을 맡은 문아린에게 필요한 것도 차원문 봉쇄를 함께할 동료들이다.
이준기는 문아린에게 부탁했다.
“SSF의 연해주 미션은 아린이 너에게 어느 정도 결정권이 있는 거겠지?”
“응, 오빠. 차원문 소멸에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면 내가 결정해서 할 수 있어. 본부 지원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본부 지원 없이 차원문 봉쇄가 가능하다면, SSF는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
“응? 오빠가 도와주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내가 직접 도와주는 것도 좋겠지만, 새로운 동료들끼리 팀워크를 맞춰보려고 하는데, 아린이 생각은 어때?”
“동료라면, 누구?”
“김창수 탱커님, 그리고 세르게이.”
“흐음. 로스코비츠 씨라면 레벨이 엄청 높으니까 도움이 많이 되겠네. 그런데 김창수 탱커님은···”
“최근에 고속 렙업 중이셔. 게다가 내가 한 번 던전을 함께 돈 적이 있는데, 아주 믿을 만한 분이지.”
“좋아. 오빠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팀웍도 레벨업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진행하는 게 제일 중요해. 힐링 포션 아끼지 말고, 안 되겠다 싶으면 페널티 같은 것 생각하지 말고 퇴각해야 해.”
“알겠어. 그 정도는 기본이지.”
김창수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김창수 탱커님. 당장은 레벨업이 우선입니다. 탱커님 기본기야 제가 잘 알고 있고, 푸가초프의 대의에 동감하시는 것도 십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잖아요?”
“알고 있습니다, 이준기 구원자님. 밥값을 하려면, 우선 열심히 레벨을 올려야겠죠.”
“러시아 마피아, 그리고 소위 한일 연합군이라는 야쿠자 침략자의 공통점이 뭐겠습니까? 그들은 구원자의 본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푸가초프가 다른 점은···”
“구원자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죠. 차원문 봉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연해주의 차원문 봉쇄는 SSF의 문아린 구원자가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문아린 구원자의 리드를 따라주시면 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문아린 구원자님을 돕겠습니다.”
다음은 세르게이.
“그래서, 대장, 나는 뭘 해야 하는 거지?”
“세르게이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어. 하나는 바실리사를 따라가는 거야. 러시아를 침략 중인 유럽연합군을 정탐하고, 분열을 노리는 거지.”
“음. 힘쓰는 게 아니잖아? 또 하나의 선택은 뭐지?”
“SSF와 함께 이곳 연해주의 차원문을 닫는 거다.”
“응? 그 얘기는··· 대장은 어디 다른 데에 가기라도 한다는 거야?”
“난 따로 할 일이 있어.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야.”
“흠. 나는 언제나 대장이 시키는 대로 할 용의가 있어. 이번에는 연해주 차원문을 닫는 SSF를 도우라는 거군?”
“그래, 맞았어. 바실리사가 할 일도 혼자 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거든. 세르게이가 보디가드로 따라가는 것도 좋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바실리사가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래. 아무래도 그렇겠지? 세르게이는 하바롭스크부터 시작해서 연해주를 돌면서 차원문 봉쇄를 맡아줘. SSF의 문아린 구원자, 그리고 푸가초프의 신입 멤버인 김창수 구원자가 함께할 거야. 괜찮지?”
“문아린 구원자라면, SSF의 그 여자?”
“그래.”
“좋아. 든든한 전력이 되겠군.”
“서로에게 든든한 전력이지. 좋은 팀이라고 생각해.”
브리핑을 마치고 나서, 이준기는 컴퓨터를 열고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 접속했다.
*****
옥션 사이트를 뒤져 보니 블라디보스토크의 아무개가 파는 마트료시카 상품에 이런 질문 글이 달려 있었다.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내는 물건이군요. 홍콩기준시간(HST)으로 3월 3일 목요일 오후 1시까지 배달 가능할까요?
홍콩기준시간(Hong Kong Standard Time), 즉 HST는 한상태를 뜻하는 암호다.
홍콩기준시야 북경기준시와 다르지 않을 테니, 아마 그런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암호로 못 쓸 이유는 전혀 없다.
판매자는 어이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블라디보스토크, HST라는 두 개의 문구를 포함해서 한상태의 제3차 원정대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쿠사나기의 일이었다.
아무 물건에나 그런 질문을 올리면, 이준기가 ‘블라디보스토크’와 ‘HST’라는 문구로 검색하면 되는 일이다.
쿠사나기는 굳이 정말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판매하는 물건에 질문을 달았다.
고리타분하다고 할까, 아니면 정공법을 선호한다고 할까, 쿠사나기의 성격을 보여준다.
‘좋아. 계획대로 되었군. 한상태로서도 일주일이면 준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겠지.’
이준기는 질문 글 말미에 달린 SNS 주소를 이용해서 화상 채팅을 시작했다.
신호 몇 차례 만에 쿠사나기 린의 얼굴이 화면에 떠올랐다.
쿠사나기는 기다렸다는 듯 만면에 미소를 띠고 이준기에게 인사했다.
“아! 이준기 님.”
“수고했어요. 명단은 직접 작성했나요?”
“네. 협회장은 거의 수정 없이 제가 만든 명단을 그대로 채택했습니다.”
“바뀐 부분은요?”
“진태형 딜러 대신 윤동직 탱커가 들어간 정도입니다.”
“HST가 이유를 설명했나요?”
“탱커가 더 필요하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기는 했는데, 그냥 횡설수설하는 느낌이었어요.”
“윤동직 탱커라면 진태형보다 레벨이 낮을 텐데···”
“레벨이 둘 낮다고 설명하더군요.”
“진태형을 제외하면, 2차 원정대에 포함되었던 멤버들은 그대로 3차에도 참가하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만한 변화는 아니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뭘요. 얼마 후에 뵙겠습니다.”
“그래요.”
이준기는 이어 쿠로사와를 호출했다.
제2차 원정대가 거의 전멸한 지금, 쿠로사와는 수하 둘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에 남아 매일 상황을 구라모토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이준기 님.”
“상황은 어때?”
“구라모토 회장이 한국 협회의 한상태 회장을 호출했습니다.”
이준기는 놀라는 척하면서 물었다.
“그래? 한상태를 직접 일본으로 불렀다고?”
“네.”
“무슨 말이 오갔는지 파악했나?”
“제3차 원정대 편성 건입니다. 한상태 회장이 직접 총지휘를 맞게 될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
“아니··· 같은 게 아니라, 그렇게 됐습니다. 한상태 회장이 구라모토의 말 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한상태 성격을 보면 쉽게 그러마 할 사람은 아닌데.”
“2차 원정대 생환자가 거의 한국인이어서, 한상태 회장도 구라모토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3차 원정대 규모는?”
“한일 통합 40명 규모로 전원 30레벨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전과는 달리, 한국 측에서 절반, 그러니까 20명을 편성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원정대 명단은 나왔나?”
“그··· 그게··· 이번에 양쪽 협회장들이 명단에 합의한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런데?”
“명단은 아직 입수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쿠사나기 린, 그 여자가 관리 중인 것 같습니다. 워낙 철저한 여자라···”
“언제까지 입수할 건가?”
“내··· 내일까지는 확실하게 입수해서 보고하겠습니다.”
“좋아. 난 약속을 어기는 걸 상당히 싫어한다는 것, 잊지 말고.”
“무··· 물론입니다, 이준기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