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197화 (197/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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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8: 또 하나의 대조국 전쟁 (1)

Episode 48: 또 하나의 대조국 전쟁 (1)

2월 21일 저녁, 극동 연방관구 하바롭스크.

장대한은 좌불안석이었다.

하바롭스크에 왔지만, 마음은 아직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다.

일이 벌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아지트를 벗어나 있는 것은 좋다.

최악의 경우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최현이 부러워했던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르는 것은 답답했다.

하바롭스크 팀장인 쿠로사와 카츠가 본부와 연락을 취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별말이 없다.

이준기가 미리 알려준 대로, 아지트가 습격을 받았다.

뉴스도 나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었다.

마피아 대 야쿠자의 항쟁보다는, 저택 냉동 창고에 쌓여 있던 10여 구의 시신에 관한 뉴스가 주를 이루었다.

- 무시무시한 집단 살인사건. 블라디보스토크 북동쪽 저택에서 벌어져.

- 블라디보스토크 경찰, 극동 마피아 관련자 입건. 일본 야쿠자도 연루된 듯.

- 러시아 마피아와 일본 야쿠자 사이의 항쟁이라는 소문이 사실인가.

‘이준기가 신신당부했으니 최현이나 유지호가 연락을 해올 리도 없고.’

쿠로사와 카츠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저 자기 앞가림만 하면 되는 장대한에 비해, 쿠로사와는 이준기의 밀정 역할 또한 해야 한다.

하바롭스크에 도착한 직후부터, 그는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쇼핑 사이트 게시판에 모호한 단어를 사용해서 글을 올리는 식이었다.

비행기에서 무사히 내렸다, 렌터카를 빌렸다 따위의 시시한 내용을 알리는 것이었지만, 쇼핑 사이트에 맞는 단어를 써서 각색을 해야 하니 그것도 나름 머리가 아팠다.

인터넷 쇼핑을 뭐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그의 휴대폰을 훔쳐보던 동료들이 한마디씩 했다.

‘이준기가 직접 하바롭스크에 오겠다고는 했지만, 언제 올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하시바가 죽었다면, 본부의 지령도 없이 이들을 통제해야 하는 건 나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쿠로사와의 눈앞에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다.

쿠사나기 린이 저녁 비행기로 하바롭스크에 온 것이다.

“왜 그래요? 제가 못 올 곳이라도 왔나요?”

“하시바 님은요? 무사하십니까? 난리가 난 것 같던데요.”

“뉴스가 벌써 났나요?”

“네, 이걸 좀 보세요.”

쿠로사와는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뉴스 사이트를 구글 번역한 내용을 보여주었다.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강 무슨 얘기인지는 알 수 있다.

뉴스 내용을 빠르게 훑어본 쿠사나기가 말했다.

“경찰이 들이닥친 것은 맞아요. 하지만 하시바 님은 피하셨죠. 잡혀간 것은 마피아 놈들과 한국 놈들뿐이에요. 아! 아베 신사쿠 그 멍청이는 잡혀갔지만요.”

“아베는 왜요?”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어디에서 납치해 온 러시아 여자를 강간 중이었어요. 그걸 어떻게 빼내요? 이곳 경찰은 외국인 성범죄라면 이를 간다고 하더군요.”

“아베··· 이 멍청한 놈.”

“처음부터 덜떨어진 놈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는 놈일 줄은 몰랐죠. 하시바 님도 혀를 차면서, 그따위 녀석 꺼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

쿠사나기를 포섭했으나, 이준기는 쿠로사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쿠로사와에게도, 쿠사나기에 관한 내용은 아직 알리지 않았다.

‘분할하고 통치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둘은 서로를 속이느라 이야기를 지어내며 진땀을 뺐다.

“갑자기 그런 일이 벌어져서 정말 당황했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하시바 님은, 어디로 피하신 겁니까? 아지트를 옮기신 거예요?”

“정확한 위치는 나중에 알려드리죠. 하시바 님 명령입니다. 일단은 정보를 제한하라는.”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곳 작전이 끝나면···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하시바 님이 직접 연락하실 때까지, 대기하라는 명령입니다. 저에게 연락이 오면, 지시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여기 작전은 잠시 보류인 겁니까? 일단 도착한 다음에 하시바 님 지령을 받기로 했는데요.”

“일단, 쿠로사와 님이 알아서 하라고, 그렇게 지시하셨어요. 차원문 현황, 그리고 현지 마피아 본거지 정도 파악하고 기다리죠.”

“알겠습니다.”

“저도 도울게요. 하시바 님 연락 기다리면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도 없으니.”

“쿠사나기 님이 도와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갑자기 전력 급상승이네요.”

쿠사나기가 손을 내밀자, 쿠로사와도 손을 내밀어 둘은 악수를 했다.

서로를 쳐다보며 왠지 어색한 웃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같은 팀으로 일하는 것이 처음이라 어색한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들은 어색한 악수를 나누었다.

*****

블라디보스토크 저택 살인사건.

파괴력이 충분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같은 날, 2월 21일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총격전 때문이다.

집단 살해 사건이라고는 하지만 사망자는 겨우 십여 명.

하루에도 수백 명이 죽어 나가는 전쟁과 비교하기에는 하찮은 숫자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여러 도시에서 일제히 시작된 총격전.

군도 경찰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바닥 민심은 우선 우크라이나부터 의심했다.

우크라이나 마피아의 역습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사실,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원정에 가장 많은 구원자들을 파견했다.

갑작스러운 총격전에, 타샤 카플론스카야 모스크바 경찰청장은 분노했다.

“무조건 총기 사용을 허가한다! 구원자든 누구든 사살해도 좋다! 다리에 쏘는 거라면 선제공격도 괜찮다! 공포탄 같은 거 빼버리고 실탄으로 탄창을 꽉 채워라!”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일선의 경찰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구원자일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침략자들을 상대로 총 하나 들고 덤벼들라고?

결국, 카플론스카야는 비장의 카드를 빼 들었다.

스페츠나츠 중에서도 최정예, 알파 그룹이 등장한 것이다.

혹독한 훈련으로 다져진 실력, 그리고 최고급 장비만으로도 그들의 가치는 충분했지만, 소문은 한술 더 떴다.

“알파 그룹에 구원자들이 많이 포함되었다는데?”

“구원자라니? 그럼, 마피아?”

“차원문은 마피아 나와바리이기도 하니까,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나온 거지.”

“아무리 그래도, 마피아에게 전투복과 무기가 지급되었다는 얘기잖아?”

“지금 그게 문제야? 우크라이나 놈들이 쳐들어왔는데!”

동시에 여러 도시가 공격을 당했지만, 가장 큰 피해는 모스크바에 집중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이유는 모스크바 마피아가 붕괴했기 때문이다.

상위권 구원자들이 줄줄이 사망해서 전력에 크게 구멍이 난 것은 물론이고,

지도부가 증발해 버렸기 때문에 남은 인력조차 제대로 통솔이 되지 않았다.

알파 부대의 등장으로 카플론스카야 경찰청장에 관한 그동안의 뜬 소문은 거의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녀가 사실은 모스크바 마피아의 뒤를 봐주는 바지사장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

그러나 사실은 조금 달랐다.

바지사장을 넘어, 그녀는 모스크바 마피아 지휘체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아브람 쉬넨코의 실종으로, 모스크바 마피아는 제2인자 ‘헤라클레스’의 지휘하에 놓인 상황.

바로 그 ‘헤라클레스’가 카플론스카야 경찰청장의 지시를 받고 뛰어다닌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런데도 전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

국경을 넘기 전에 딱 한 번 회동했던 그들.

서로의 신분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서 가면을 쓰고 만났다.

얼굴뿐 아니라 이름도 신분도 가장하기 위해 그들은 코드명을 사용했다.

러시아 원정군의 정식 명칭은 ‘러시아 해방군(Liberation Army for Russia)’이었지만, 유럽연합군이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통용되었다.

유럽연합군의 총사령관은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인물, 아가타 하바로프스키.

폴란드 최대 길드, ‘연대’의 마스터다.

그녀의 코드명은 몬테 크리스토 백작.

복수라는 테마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직접 골랐다고 한다.

그녀와 함께 화상회의에 참가한 사령관들은 모두 네 명.

자기소개를 다시 하는 것으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제1군 사령관 나폴레옹입니다. 코드명을 고른 이유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사람이라는 것도 별로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공격 중입니다.”

“제2군 사령관 바이런입니다. 코드명은 시인 바이런입니다. 오스만 제국과 독립 전쟁을 벌이던 그리스를 도우려고 나왔다가 병사했죠. 충분히 설명이 되는 코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를 맡고 있습니다.”

“제3군 사령관 반 고흐입니다. 목소리로 아시겠지만 여자입니다. 코드명은, 그냥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라서 골랐어요. 우선 볼고그라드를 공격 중입니다. 아시겠지만, 옛 도시명은 스탈린그라드죠. 그렇게 생각하니 제가 제일 중요한 도시를 맡은 것 같네요.”

“코드명 엘 시드. 제4군 사령관입니다. 크림반도 공략 중입니다.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이고, 최근까지 전쟁을 벌였던 곳이라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중한 말투이기는 하지만, 서로 자기가 제일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고 말하려는 듯한 사람들.

웃기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가타는 회의 주제에 집중했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가 평생 꿈꿔왔던 이런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긴 시간을 통해 쌓아 왔던 러시아와 소련에 대한 울분.

그 한을 풀어내는 이 전쟁을 위해서라면, 그녀는 악마와도 손을 잡았을 것이다.

실제로 일본 야쿠자와 손을 잡지 않았던가.

구라모토 회장은 일본 측이 야쿠자 병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오늘 회의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총사령관···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사령관님들의 지원을 맡은, 몬테 크리스토 백작입니다.”

잠시간의 침묵으로 무게를 잡고, 아가타는 말을 이었다.

“여백작(女伯爵)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원작의 캐릭터 그대로, 백작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지금은 제1군과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나와 있습니다. 우선, 군별로 현재 상황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나폴레옹 님부터 시작해 주시겠어요?”

눈만 가린 오페라 가면을 쓴 남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화면에 나타난 텅 빈 회의실에는 그 남자 한 명뿐이었다.

총사령관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고 말했지만, 둘이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제1군 사령관 나폴레옹, 전황 보고드리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마피아 4대 본거지 중 하나입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최근에 많은 피해를 입고 전력이 위축된 모스크바나 블라디보스토크와는 달리,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피해가 거의 없는 모습입니다. 예상하시겠지만, 고전 중입니다.”

“구체적으로, 수치로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차원문 두 곳을 중심으로 총격전을 벌였습니다. 마피아를 수십 명 규모로 사살하기는 했습니다만, 그중에 구원자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두 곳 모두, 차원문 봉쇄에는 실패했습니다.”

“아군 희생은요?”

“사망 둘, 중상 셋, 경상 다수입니다. 차원문 확보에 실패해서, 중상자들은 후송 조치했습니다. 헬싱키 차원문에 진입해서 치료할 예정입니다.”

“가까운 거리죠?”

“운전해서 4시간 거리입니다. 총상을 입은 채로 비행기에 탈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쾌유를 빕니다.”

다음으로는 모스크바 상황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모스크바는 좋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차원문 1개 봉쇄, 3개 확보했습니다. 부상자는 중상자, 경상자 모두 치료했습니다. 차원문을 세 개나 확보했으니까, 일도 아니었죠. 군인과 경찰로 위장한 마피아 수십 명을 사살했습니다. 구원자도 상당수 포함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상자는 모두 치료하셨다고 하셨는데, 우리측 사망자는 없었나요?”

“사망자는··· 불행하게도 좀 있었습니다. 모두 13명이 사망했습니다. 정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거든요.”

“13명이나요?”

“우리측 병력이 아직 88명이나 남아 있습니다. 첫날부터 병력 손실이 좀 있었지만, 우려하실 수준은 절대 아닙니다. 무엇보다, 적측에게 훨씬 더 큰 타격을 주었으니 의미 있는 희생이었습니다.”

“그건 바이런 님의 스타일입니까? 전과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측 손실도 커 보이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목숨 걸고 온 사람들입니다. 큰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 손실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가타의 질문에, 제1군 사령관 나폴레옹이 손을 들었다.

“바이런 님. 우리가 병력을 네 개로 나누어 동시에 여러 도시를 공격하는 것은, 적측 역시 그렇게 대응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겁니다.”

“나폴레옹 님, 당연한 얘기는 왜 하십니까?”

“각개격파라도 당해버린다면, 군을 나누어 여러 곳을 동시에 타격하는 이유가 없어집니다.”

“하하하. 걱정 마세요. 101명 중에 겨우 13명이 사망한 겁니다. 잘 죽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대의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모스크바 전선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다른 전선도 영향을 받습니다.”

“모스크바 전선이 무너진다고요? 지금 저를 모욕하시려는 겁니까?”

“발목 잡지 말라는 겁니다.”

“뭐요? 차원문 하나 확보하지 못한 그쪽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아가타가 마이크를 탁탁 쳤다.

제3군 사령관 반 고흐가 귀를 막았다.

“자자··· 진정들 하세요. 우리끼리 싸우면 어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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