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193화 (19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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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7: 압도적인 힘 (2)

Episode 47: 압도적인 힘 (2)

숨을 몰아쉬면서도 쉴새 없이 떠들어대는 하시바를 향해 이준기는 ‘이르헬의 눈’을 발동했다.

- 45레벨.

- 전문화: 어둠 15, 바람 20, 마나 10.

- 힘 90. 민첩 120. 체력 100. 정신력 20. 물리 저항 15. 마력 저항 15.

- 성흔: 안드릴의 친화력.

- 획득 스킬: 귀검, 검은 창, 텔레키네시스, 블러, 마나 드레인.

- 인벤토리: 안드릴의 나이프, 용의 이빨, 사무라이 흉갑, 고리 사슬 불와크, 제국기사단 장갑, 땅 위에 서는 자, 뱀 또아리 서클릿, 상급 힐링 포션 7개, 중급 힐링 포션 7개, 기본 식량 팩 2개.

아이템이 발동 효과를 터뜨리는 확률을 크게 올리는 에픽급 성흔, ‘안드릴의 친화력’.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성흔이지만, 이 성흔은 진가는 다른 데에 있다.

성흔과 함께 한 세트로 주어지는 단검, ‘안드릴의 나이프’가 바로 그것이다.

- 안드릴의 나이프.

- 13~17의 대미지. 공격 속도 2초.

- 쯔바이핸더. 전설 등급.

- 발동 효과: 유효 타격 시 일정 확률로 적의 다음번 스킬을 봉쇄합니다. 봉쇄 효과는 15초 동안 유지되며, 최대 3회까지 중첩됩니다. 지속 시간을 다한 봉쇄 효과는 사라지면서 적에게 ‘안드릴의 낙인’을 남깁니다. ‘안드릴의 낙인’은 봉쇄 효과가 지속한 시간 만큼 지속합니다. ‘안드릴의 낙인’을 받은 적은 유효타를 맞을 때마다 무작위로 스킬 책 1권을 빼앗깁니다.

- 발동 효과: ‘안드릴의 친화력’으로 다른 아이템이 발동 효과를 터뜨릴 때마다, 무작위로 스킬 책 1권이 재생됩니다. 이렇게 재생되는 책은 1시간 내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사라집니다. 스킬 시전 시, 이 효과로 재생된 책부터 사용됩니다.

- 발동 효과: 유효 타격 시 일정 확률로 1~3의 체력을 재생합니다.

- 착용 효과: 성흔 ‘안드릴의 친화력’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 매초 1의 대미지를 입습니다.

착용 효과에서 알 수 있듯, 이 무기는 사실상 성흔 ‘안드릴의 친화력’을 가진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

대미지도 준수하지만, 발동 효과는 더욱더 위력적이다.

한일 전쟁 당시, 수많은 한국인 구원자들이 스킬을 봉쇄당하고 당황하다가 하시바의 칼날에 쓰러졌다.

적에게 대미지를 입히면서 체력과 스킬 책을 재생하는 하시바는 마치 지옥에서 온 마귀 같았다.

“이준기··· 나와 손을 잡는 게 현명할 것이다. 너는 아직 내 진면목을 보지 못했어!”

“던전 안이라면 더 잘 싸웠을 거라는 얘기겠지?”

“그··· 그렇다! 이따위 일본도를 들고 싸우려니···”

“뭐가 문제라는 거지? 일본도는 원래 너의 스타일 아니냐?”

“네가 내 스타일에 대해 뭘 안다는 거냐!”

“안드릴의 나이프. 그것도 딱 일본도 정도의 크기잖아?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을 하는 법이지.”

“내 무기에 대해 들어봤군? 하긴, 좋은 무기니까 유명할 거다.”

이준기는 모자챙을 만지작거렸다.

“이봐 하시바··· 손에 익은 무기를 쓰지 못했다는 핑계는··· 나름 준수한 핑계지. 하지만··· 적의 스킬을 봉쇄하는 그 발동 효과도 네가 유효타를 날렸을 때나 발동하는 거다. 안드릴의 친화력으로 발동 확률이 크게 향상되었다 해도, 그건 마찬가지야. 아무리 높은 숫자라도, 0에다 곱해버리면 그냥 0이야. 그건 어렸을 적에 배우지 않았나?”

“무··· 무슨 얘기냐!”

“넌 단 한 번도 나를 맞히지 못했어. 그건, 던전 안이었더라도 달라지지 않지.”

“나··· 나에게 기회를 줘!”

“너에게 열 번의 기회를 주었다. 아직 한 번이 남아 있다.”

“우리가 서로 싸울 필요가 있을까? 손을 잡고 함께 큰일을 해내자는 말이다!”

“사양한다고 이미 말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봐! 나 정도의 수하를 네가 구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수하고 동료고 간에, 난 너 같은 유형의 사람과 함께할 생각이 없어.”

“내··· 내가 어때서?”

“우리나라 말에 강약약강이라는 게 있다. 넌 딱 그런 부류야. 지금 너의 태도가 딱 그거거든. 약자에게는 언제나 강하게 굴던 네가, 지금 나에게는 아주 약한 태도를 보이고 있잖아?”

“그··· 그건··· 인간 본성 아닌가?”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부류가 싫다는 거다.”

“그··· 그게···”

“단 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 들어와라, 하시바.”

하시바가 침을 꿀꺽 삼켰다.

“언제까지나 기다려줄 수는 없어. 나도 시간이 없다.”

“이준기··· 재고해 줄 수는 없는 건가?”

“열을 세겠다. 그사이에 쓰지 않으면 너의 마지막 공격권은 사라진다.”

“이준기!”

“하나.”

하시바가 침을 삼키며 긴장된 눈빛으로 이준기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둘.”

“내··· 내가··· 쿠사나기를 공격한다면?”

“셋.”

“너··· 너는 몰라도···”

“넷.”

“저년 하나쯤은 저승길 길동무로 삼을 수 있다.”

“다섯.”

“이준기이이이! 이 자식아!”

“여섯.”

하시바는 일본도를 앞으로 내밀어 찌르기 공격을 감행했다.

이준기가 아니라, 쿠사나기를 향해 그는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꺄악!”

군복 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쿠사나기는 귀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눈을 감고 소리를 질렀다.

치캉!

이준기의 레플리카 총검에 막힌 하시바의 일본도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돌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본도.

검날이 충돌할 때의 충격으로 나가떨어진 하시바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일본도의 공중제비를 바라보았다.

“하시바. 이제 내 차례다.”

“자··· 잠깐···”

“비겁한 너에게 자비는 필요 없는 가치다. 그러나···”

“그러나···?”

“쿠사나기에게 약속했거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뭐라고?”

“압도적인 방어는 보여준 것 같으니, 이제 압도적인 공격을 보여주겠다. 그 칼을, 일본도를 들어라.”

“저어··· 이준기 님!”

“어서!”

이준기가 매서운 눈매로 명령하자, 하시바는 바닥에 떨어진 일본도를 냉큼 집어 들었다.

“하시바 세이이치로. 마지막으로 할 말은? 그 정도 아량은 보여주마.”

“마··· 마지막이라니···요?”

“쿠사나기를··· 제삼자를 공격하다니. 난 지금 화가 아주 많이 나 있다. 그래서 단 한 방에 너를 죽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해라.”

“사··· 살려주···”

“지겹군 그런 말. 저마다 다양한 개성을 자랑하던 악당들이 결국에는 그 말로 수렴한단 말이지. 악당들의 수렴진화라고나 할까?”

“내가··· 죽을죄라도 지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나를 죽이면 넌 살인자일 뿐이야!”

“그런 변론은 지옥에나 가서 해라.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다는 거지?”

“저··· 전 일본 구원자협회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겠다. 저··· 정보가 필요하잖아!”

냉랭한 시선을 하시바에게 던지며, 이준기는 건조하게 말했다.

“가드 해.”

얼어붙은 듯 입을 떼지 못하는 하시바는 일본도를 수평으로 들고 뒷걸음질 쳤다.

레플리카 총검을 왼손에 쥐고, 이준기는 하시바를 향해 달려들었다.

왼손의 총검으로 하시바의 오른손에서 일본도를 날려버리고, 이준기는 오른손으로 하시바의 멱살을 잡아 벽으로 밀어붙였다.

“끄아악!”

석조 저택의 둔중한 벽에 어깨를 부딪힌 하시바가 비명을 내질렀다.

오른손으로 하시바를 벽으로 밀면서, 이준기는 왼손의 총검을 어깨 위로 들었다.

하시바가 울먹이며 애원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이준기 님···”

“버러지 같은 놈.”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수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라고 했던가.

전국시대의 천하인과 성이 같은 하시바 세이이치로.

자신을 영웅이라 생각하며 킬 수를 늘려가던 그의 심장이, 장난감 총검에 찔려 박동을 멈추었다.

*****

이준기가 하시바를 상대하는 사이, 바실리사와 세르게이는 저택 지상층의 나머지 부분을 정리했다.

쿠사나기가 하시바의 방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복도 끝방에는 스무 명 남짓의 마피아들이 모여 있었다.

2교대로 순환 중인 저택 앞마당 경비의 대기조다.

“쿠로사와의 지도 그대론데.”

“잔뜩 겁을 먹었으니, 거짓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 거겠지.”

방안의 마피아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남녀 2인조 총잡이를 보고 당황했다.

스무 명이나 되는 적들을 앞에 두고 여유롭게 대화하는 둘을 보며 그들은 벙찐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너··· 너희들은 뭐냐? 혹시··· 일본에서 온 신규 병력이냐?”

“아무리 봐도 러시아인이잖아···”

세르게이가 소총을 앞으로 들면서 방안을 향해 소리쳤다.

“극동 마피아 제군들! 나, 세르게이 로스코비츠다!”

몇몇이 그를 알아보고 웅성거렸다.

“로스코비츠? 우리 간부다!”

“사할린의 로스코비츠?”

세르게이가 의기양양해져서 외쳤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본놈들을 몰아낸다! 알겠나?”

마피아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반격하는 겁니까?”

“보로닌 님이 돌아오신 겁니까?”

세르게이가 소총의 개머리판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자신에게 주의가 집중되자, 세르게이가 말했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나, 세르게이 로스코비츠의 지휘를 받는다.”

“로스코비츠 님, 무엇부터 할까요?”

“앞마당에 있는 너희 친구 녀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라. 그리고 일본놈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저택의 모든 출구를 막아.”

*****

마츠야마 아키히로는 점심 식사 후 오수를 즐기던 중이었다.

하루 스케줄이 미팅과 면담의 연속이던 협회장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한국 길드협회장 이상덕은 이제 없다.

구라모토 신스케의 비밀 요원, 마츠야마 아키히로가 있을 뿐이다.

구라모토의 비밀 요원으로 지내는 것은 생각 외로 나쁘지 않았다.

부리는 입장에서 부림을 받는 입장이 되었지만, 적어도 구라모토는 그의 사용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지 않은가.

하네다 공항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해독제를 맞아야 한다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 구라모토에게 속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잠귀가 밝은 그는 지상층으로부터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음에 눈을 떴다.

제일 먼저, 그는 맞은편의 감옥 안을 체크했다.

아무 일 없다.

홈디포(Home Depot) 스타일로 뚝딱 지은 감옥이기는 하지만 튼튼하다.

구원자도 아닌 노인네가 부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잠깐 귀를 기울여 바깥소리를 들은 마츠야마는 직감했다.

이건, 일상적인 소란이 아니다.

그는 감옥으로 다가가 철제 창살을 살짝 두드렸다.

“이봐, 영감.”

한쪽 눈두덩에 멍이 선명하고, 입가에는 핏자국이 말라붙은 노인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예브게니 오블론스키.

구원자가 아닌 일반인 마피아로서, 극동 마피아 서열 2위를 지키던 인물이다.

“여기서 나가야겠어. 걸을 수 있겠어?”

예브게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너, 그리고 너! 둘은 나를 따라 지하층으로 가자.”

일본에서 온 구원자들에게 힘으로 제압당해 야쿠자 휘하로 들어갔던 극동 마피아의 졸개들.

세르게이 로스코비츠의 명령에 따라 그들은 곧바로 다시 극동 마피아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간부급 인물의 귀환으로 사기가 충천한 그들은 의욕이 넘쳤다.

시키지도 않은 일까지 자진해서 하려고 했다.

“지하층은 왜?”

“거기에 일본에서 온 고문 기술자 놈이 하나 있다. 당장 가서 조져버리자.”

“고문 기술자?”

“심부름을 갔다가 슬쩍 봤어. 행색이 꾀죄죄한 노인을 고문하고 있더군.”

“그런 개자식이라면 당연히 손봐줘야지.”

셋은 의기양양해서 저택 뒤편 길로 돌아 지하층으로 진입했다.

식자재 같은 것을 배달할 때 쓰는, 대로변에 가까운 입구다.

안 쓴 지 오래되었는지, 철문 바깥은 키가 큰 잡초가 무성했다.

“이런 데 문이 있었어? 이 저택에 대해 잘 아는군.”

“내가 조직 경력이 얼만데··· 이 집 주인이 현역일 때부터 들락거렸었지.”

“잠겨 있잖아?”

“이깟 자물쇠쯤이야.”

마피아는 자물쇠에 대고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소음기로 착 가라앉은 총소리가 잠깐 들렸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소리가 났지만, 셔터는 잘 올라갔다.

문을 올리자, 한 손에 일본도를 든 남자가 서 있었다.

그가 말했다.

“아하! 바깥에서 잠겨 있었던 거군. 부술까 하던 참이었는데, 잘했다.”

셋은 모두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맨 앞의 마피아가 소총을 들이대며 윽박질렀다.

“일본말은 집어치워! 네놈이 고문 기술자냐?”

“놈의 뒤를 봐! 고문받던 노인을 끌고 어디로 가려는 거야.”

“이런 악랄한 놈···”

일본도를 오른손에 든 남자의 왼손에는 애완견용 목줄 손잡이가 들려 있었다.

목줄을 걸고 있는 것은 구부정하게 선 노인이었다.

똑바로 서 있었다면, 마피아들과 비슷한 키였을 것이지만, 신발도 없이 구부정하게 서 있어 왜소해 보였다.

산발이 된 머리는 눈매를 반쯤 가리고 있고, 얼굴에는 멍과 핏자국이 가득하다.

아는 얼굴이더라도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노인을 이렇게까지 고문하다니, 네놈은 내가 죽여주마, 쪽빠리.”

마피아가 그렇게 얘기했지만, 러시아어를 못 알아들어서 그런지 저쪽은 평온했다.

일본도의 남자가 다시 일본어로 말했다.

“보아하니 네놈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킨 것 같구나. 무능한 하시바 놈을 대신해서 내가 정리해주지.”

“뭐라고 자꾸 지껄이는 거야! 세상이 바뀌었어! 우린 더 이상 네놈들의 졸개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마피아는 소총의 총구를 상대의 어깨춤에 겨누었다.

남자의 일본도가 휙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였다.

마피아의 오른팔이 소총과 한 세트로 바닥을 굴렀다.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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