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166화 (16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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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3: 아브람의 탑 (6)

Episode 43: 아브람의 탑 (6)

아브람이 칭퉁 야우에게 물었다.

“이준기? 유명한 자요?”

칭퉁 야우 대신 콜랴가 대답했다.

“얼굴은 처음 보지만 저도 들어본 이름입니다, 보스. 한국 랭킹 2위 정도 되는, 고레벨 구원자예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칭퉁 야우가 말을 받았다.

“그것보다는, 사상 최고 속도로 레벨업을 한 구원자로 유명하죠. 전 세계를 통틀어,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으니까요.”

“뭐라고? 도대체 얼마나 빨랐길래?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꽤 빠른 편인데 말이오.”

“이준기. 각성 시점은 작년 8월 말입니다. 현재 각성 5개월밖에 안 된 놈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레벨이 적어도 40은 넘을 겁니다. 실종 이후에도 렙업을 했다면.”

“뭐라고? 각성 다섯 달째라고?”

모스크바 마피아들은 물론, 미겔도 놀랐다.

화들짝 놀라며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듯한 표정의 미겔을 바라보며, 세르게이는 왠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세르게이의 안 어울리는 표정을 눈치채고, 콜랴가 물었다.

“넌 뭐야?”

“난 알료샤의 동료다. 우리 대장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이제 좀 알겠냐?”

“그게 네가 좋아할 일이냐? 등신 같은 배신자 새꺄.”

“마피아를 배신한 걸 얘기하는 거라면, 난 얼마든지 배신자라는 이름을 자랑스러워하겠다.”

칭퉁 야우가 말했다.

“쉬넨코 회장. 이 정도면 정리가 된 것 같은데요? 그 유명한 이준기를 상대로 회를 좀 떠볼까 합니다.”

아브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감이오, 야우 선생. 오늘 가볍게 즐겨볼까 했는데, 조금쯤은 전력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자는 토끼를 잡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지. 나도 최선을 다하겠소.”

콜랴, 니키타, 툐마도 아브람을 향해 외쳤다.

“보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준기가 그들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어 보였다.

“그래. 최선을 다해야 할 거다. 어차피 전부 죽겠지만.”

*****

아브람이 회의 탁자의 한가운데를 눌렀다.

조금 버티는가 싶던 탁자는 산산이 부서졌다.

탁자의 잔해를 발로 차 옆으로 밀면서, 아브람이 이준기에게 말했다.

“시작해 볼까?”

“준비됐나? 기습당했다는 핑계는 듣고 싶지 않다.”

“와라.”

아브람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도발했다.

“귀검!”

“뭐야?”

시야에서 이준기가 사라지자, 아브람이 흠칫 놀라며 뒤로 도약했다.

스팟!

“끄아악!”

마피아 팀의 힐러, 콜랴가 무릎을 잡고 쓰러졌다.

피핏!

“억!”

아브람도 발목을 잡고 쓰러졌다.

“뭐 하는 거야! 쳐라!”

아브람의 외침에, 툐마와 니키타가 세르게이와 바실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칭퉁 야우는 미겔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준기를 상대하고 싶었지만, 일단 보이는 적부터 처리하겠다고 생각했다.

“보호막!”

콜랴는 힐을 시전하기 전에 우선 자신을 보호막으로 감쌌다.

그 순간, 바실리사와 세르게이 뒤편에 있던 미겔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 나왔다.

“뭐··· 뭐야?”

칭퉁 야우와 아브람이 달려드는 미겔을 피해 양편으로 늘어섰다.

미겔은 뒤로 돌면서 콜랴를 향해 스킬을 날렸다.

“리버설!”

콜랴에게서 보호막이 벗겨져 미겔에게 옮겨갔다.

급히 자신에게 시전한 ‘재생’ 버프 역시 미겔에게 빼앗겼다.

퍽!

이준기가 콜랴의 바로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콜랴가 어리둥절해 할 겨를도 없이, 단검 ‘프로스트바이트’가 콜랴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0.5초.

잠시 동안이었지만 콜랴의 몸이 얼어붙었다.

이준기의 왼손과 함께 날아온 카데쉬의 칼날 역시 그를 베고 지나갔다.

“크헉!”

프로스트바이트의 동결 효과가 풀리자마자, 콜랴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마나 폭발!”

피가 튀는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일곱 색깔 불꽃놀이가 터져 올랐다.

콜랴는 더 움찔거리지도 꿈틀거리지도 않았다.

아무런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는 시체가 되었다.

“이런··· 어이없는!”

아브람이 힐링 포션 빈 병을 집어 던지며 이준기에게 달려들었다.

이준기가 뒤로 살짝 피하면서 말했다.

“이런··· 괜찮겠어?”

“죽어라!”

아브람이 장검을 휘둘렀으나, 이준기는 가볍게 옆으로 비켜섰다.

연속 동작으로, 이준기는 미겔을 향해 청룡도를 휘두르는 칭퉁 야우의 다리를 차서 넘어뜨렸다.

넘어지는 칭퉁 야우를 향해 이준기가 외쳤다.

“덤벼라, 칭퉁 야우.”

빗나간 장검을 거둬들이며, 아브람이 이준기에게 소리 질렀다.

“네놈의 상대는 나다!”

이준기가 뒤로 돌면서 둘을 향해 외쳤다.

“둘 다, 덤벼라.”

*****

아브람도 칭퉁 야우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건방진 놈!”

“둘을 상대하겠다고?”

이준기와 가볍게 눈빛을 교환한 미겔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미겔 산체스 역시 스킬 ‘귀검’의 소유자.

사전에 조율한 대로, 그는 마피아 팀에서 가장 실력이 부족해 보이는 멤버를 향해 달려갔다.

“덤벼라.”

이준기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건방진 놈!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마!”

칭퉁 야우가 크게 외치며 한발을 들었다가 바닥에 쿵 하고 내려놓았다.

“마나 드레인!”

칭퉁 야우가 스킬 시전을 하는 동안, 아브람이 이준기의 칼날을 한차례 막아냈다.

‘마나 드레인’의 시전이 끝나자, 칭퉁 야우의 몸이 녹색 오라로 둘러싸였다.

유효타를 먹일 때마다, 적의 스킬 책을 하나씩 날려버리는 희귀 스킬.

청룡도의 날을 앞으로 향하고, 칭퉁 야우가 이준기를 향해 덤벼들었다.

프로스트바이트에 여러 차례 가격당해 속도가 굼떠진 아브람.

이준기는 아브람을 향해 뒷발 차기를 날리고 칭퉁 야우를 향해 도약했다.

“건방진 놈!”

달려드는 이준기를 향해 칭퉁 야우가 청룡도를 휘둘렀으나, 이준기가 더 빨랐다.

이준기의 등 뒤로 청룡도가 허공을 가르고 내려왔다.

이준기는 칭퉁 야우를 왼쪽으로 끼고 돌면서 그를 향해 왼손의 단검을 날렸다.

핏!

어깨가 베였으나, 칭퉁 야우는 신음을 내지 않았다.

“간지럽다.”

“여러 번 맞아도 간지러울까?”

반시계방향으로 스핀을 돌아 원을 그리는 궤적을 완성하는 이준기.

그의 오른손과 함께 단검 프로스트바이트가 칭퉁 야우의 어깨를 다시 베었다.

“단검 따위···”

“마나 폭발!”

이준기가 마나 폭발을 터뜨리는 동시에 칭퉁 야우의 등을 발로 찼다.

발차기에 맞고 잠깐 휘청거렸으나, 칭퉁 야우는 곧바로 균형을 되찾았다.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무시한 채, 그는 청룡도를 들어 이준기를 향해 가로 베기를 날렸다.

“귀검!”

“또··· 또냐?”

이준기의 잔상을 향해 아브람이 짜증을 냈다.

츠팟!

거의 동시에, 아브람과 칭퉁 야우의 허리를 단검이 베고 지나갔다.

아브람은 허리를 붙잡고 뒷걸음질 쳤다.

이준기에게 단검을 맞은 자리에서 거리를 벌렸다.

그의 눈앞에서 칭퉁 야우가 춤을 추고 있었다.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상태에서, 칭퉁 야우의 몸 여기저기에 자상이 하나씩 나타났다.

소리를 내지 않고 고통을 삼키는 칭퉁 야우의 정신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의 몸에 가해지는 대미지는 허상이 아니다.

칭퉁 야우가 앞으로 쓰러졌다.

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준기가 그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나 드레인. 좋은 기술이지. 하지만 적을 맞혀야만 효과가 있는 거지.”

경악하는 표정으로 아브람이 이준기의 이름을 되뇌었다.

“이··· 이준기!”

“쉬··· 쉬넨코 회장··· 좀 도와주시오···”

“야··· 야우 선생! 알았소! 내가 놈을 상대하는 동안 치료하시오.”

아브람이 장검을 가로로 들고 이준기를 막아섰다.

칭퉁 야우는 바닥을 손으로 짚고 기어서 이준기에게서 멀어졌다.

인벤토리로 손을 뻗어 힐링 포션을 꺼낸 그는 붉은 액체를 게걸스럽게 들이켰다.

“아브람!”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드는 이준기.

아브람은 저도 모르게 흠칫하면서 물러섰다.

이준기는 그대로 아브람을 지나쳐 칭퉁 야우의 손을 향해 사커킥을 날렸다.

반이나 남은 힐링 포션이 공중을 짧게 날아 사무실 바닥으로 착지했다.

유리병 조각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칭퉁 야우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걸 쳐다보고 있었다.

칭퉁 야우의 등 뒤에서 돌아서면서, 이준기가 말했다.

“쯧쯧, 안됐군. 러시아 땅에서 죽는구나.”

죽음이라는 단어가 아브람의 귀에 울렸다.

칭퉁 야우가 쓰러지면, 이 괴물과 일대일 대결을 펼쳐야 한다.

정신이 퍼뜩 들었는지, 아브람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준기이이!”

등 뒤에서 아브람의 고함을 들으며, 칭퉁 야우는 이준기를 쳐다보았다.

출혈이 심해서 그런지, 그의 시야는 주황색 틴트가 들어간 상태로 출렁거렸다.

그렇게 몽환적인 배경 속에서, 그의 눈이 이준기의 눈을 잠깐 마주쳤다.

‘이 내가··· 여기에서··· 죽는 건가?’

달려드는 아브람을 향해 이준기는 도약했다.

검날 세 개가 교차해서 1초 정도 끼긱거리는 소리를 냈다.

간신히 이준기를 밀쳐 내고 아브람은 뒷걸음질 쳤다.

그의 시야에 칭퉁 야우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기어서 방의 입구까지 도착한 칭퉁 야우는, 문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뜨악한 표정으로 아브람이 악을 썼다.

“칭퉁 야우! 뭐 하는 거냐!”

*****

차원문 고유번호13878, 던전 포맷 ‘문 뒤에 문’.

소수 정예 몬스터와 퍼즐이 결합된 포맷의 14번째 방.

다음번 방이 아닌 이전의 방과 연결되는 문 바로 아래에서,

칭퉁 야우가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졌다.

이준기가 그의 등에서 단검을 거둬들이며 일어섰다.

아브람이 이준기를 향해 소리 질렀다.

“더러운 녀석! 뱀 같은 놈!”

“그건 칭찬인가?”

“악랄하기가 그지없구나! 퇴로를 열어주는 척하다가 죽이다니!”

“퇴로를 열어줘?”

“저 중국놈이 네놈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 나서 도망갔다. 네가 놔주겠다는 사인을 준 것 아닌가?”

“당신은 소설을 참 잘 쓰는군.”

“겨우 그거냐! 둘을 상대하겠다고 하더니 이간질이나 하다니!”

“내로남불이라더니··· 네가 하면 지략이고 내가 하면 비겁이라고?”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하지 마라.”

“그 대사는 내가 해야 하는 거다. 지금 제정신이 아니군?”

“이··· 이놈!”

“저쪽도 정리되어가는 분위기다. 우리도 마무리를 지어야지.”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네놈은 남의 나라 일에 끼어드는 거냐!”

“너의 악명이 나를 불러들였다고 생각해라.”

“좋다. 나도 진지하게 상대해주마.”

오른손에 검을 쥔 채, 아브람이 왼손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딸깍.

손가락 스냅과 함께, 아브람의 왼손 엄지에 불꽃이 일었다.

“드래곤 브레스!”

아브람의 왼손에서 커다란 불꽃이 일어 앞으로 뻗어 나왔다.

그의 왼손이 마치 화염방사기가 된 것처럼.

그러나, 이준기는 이미 화염의 진로에서 벗어나 있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아브람의 손가락에 불꽃이 일었을 때, 이미 그는 몸을 피했다.

“으아아아아! 죽어라, 이준기!”

화염에 시야가 가리고, 적의와 분노에 휩싸여 아브람은 전방을 향해 불꽃을 내뿜었다.

퍽!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이준기가 아브람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벽에 기대어 불꽃을 내뿜던 아브람.

왼쪽 어깨가 돌아가자, 그의 불꽃이 사무실 벽면을 강타했다.

‘방화벽의 분노를 느껴봐라.’

구원자가 밀쳐도 끄떡하지 않는 이 던전의 벽.

집어 던져진 책이 튕겨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꽃도 튕겨 나온다.

벽에 닿은 드래곤 브레스는 벽을 따라 흩어지는 대신 정확하게 반사되어 아브람을 향해 날아왔다.

“으아아악!”

아브람이 화염에 휩싸여 쓰러져 바닥을 굴렀다.

불에 집어 삼켜진 아브람의 정신집중이 풀리면서 불은 꺼졌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그렇지 않다.

아브람은 자신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고 생각하며 바닥을 굴렀다.

“이봐, 이제 그만하고 일어서.”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것이 무엇인지 보았더니 이준기의 발이었다.

이준기는 사무실 조명을 배경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었다.

“헉!”

아브람은 옆으로 구르면서 바닥에서 일어섰다.

무방비 상태로 바닥을 굴렀는데, 공격을 하지 않다니?

“이제 알겠지?”

아브람은 이준기의 도발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여기로 우릴 불러들인 것, 실수라는 걸.”

자신을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이준기.

서늘한 기운이 흘러내리는 그 눈초리에 아브람이 흠칫했다.

단검을 든 양손을 앞에서 교차 시켜 보이며 이준기가 말했다.

“이제, 나도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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