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146화 (14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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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0: 승패가 갈리는 지점 (9)

Episode 40: 승패가 갈리는 지점 (9)

권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권총을 쥔 신학길의 눈은 멍하게 초점이 풀려 있었다.

바닥에 고꾸라졌던 이상덕이 용수철처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신학길 이 새끼··· 죽여주마.”

스킬을 시전하려고 이상덕이 손을 들었지만, 신학길의 손가락이 더 빨랐다.

총알이 하나 더, 권총에서 나와 이상덕에게 날아들었다.

총알은 이상덕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해 지나갔다.

이상덕은 곧바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으으··· 죽었니, 상덕아?”

신학길이 신음이 섞인,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덕은 바닥에 누운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모두 자기 책상 밑으로 숨었다.

누구도 둘의 싸움에 끼려고 하지 않았다.

이상덕이 누운 채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상덕의 검은 화살에 중독된 신학길도 정상 상태는 아니었다.

독이 퍼지면서 시야가 흐려져 갔다.

흐려져 가는 그의 시야에 검붉은 불꽃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불꽃은 신학길을 집어삼켰다.

“우아아아!”

신학길이 불타오르면서 고통스러운 단말마를 토해냈다.

“으··· 너무 아프잖아.”

이상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더플백과 불타는 신학길을 차례로 쳐다보았다.

“이 새꺄, 그게 친구한테 할 짓이냐? 총을 쏘다니.”

신학길은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바닥으로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나고, 신학길의 비명이 그쳤다.

기분 나쁘게 탁탁거리면서 타는 소리만이 조용한 사무실을 채웠다.

첫 번째 총알은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두 번째 총알은 오른쪽 어깨를 관통했다.

엄청 아프기는 하지만, 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이상덕은 생각했다.

그는 더플백을 바닥에 끌면서 협회장실을 나왔다.

“응급 상자! 응급 상자 없어? 여기, 사람이 총 맞아서 죽어간다고!”

책상 밑에 숨은 직원들이 서로 눈짓을 교환하더니, 한 여자 직원이 구급상자를 꺼내 이상덕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덜덜 떠는 그녀에게 이상덕이 말했다.

“총 맞은 곳··· 붕대로 좀 감아봐.”

“네··· 네···”

덜덜 떨면서 그녀는 이상덕의 총상에 드레싱을 했다.

“총알이 박힌 건 아니지?”

“네··· 네··· 그런 것 같아요.”

“솜씨가 좋군. 이름이 뭐야?”

“가··· 강현정입니다.”

“강현정. 좋은 이름이군. 내가 기억해 두겠어. 나중에 보답할 거야. 난 은혜와 원수는 잊지 않는다고.”

“네··· 네···”

“진통제는 있어?”

“여··· 여기 타···타이레놀이···”

“줘봐. 아니··· 그거 하루에 몇 알까지 먹어도 되는 거지?”

“서··· 설명서··· 이··· 읽어보겠습니다.”

그녀는 설명서를 꺼내 덜덜 떠는 손에 쥐고 읽었다.

“하··· 하루에 4,000mg까지 가능하다고. 그, 그러니까 8알까지 드··· 드셔도···”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그건 일반인 기준이잖아.”

이상덕은 타이레놀 한 팩 10알을 모두 꺼내 입안에 털어 넣고 삼켰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군.”

이상덕은 영차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

더플백을 끌면서 그는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 문은 그대로 열려 있었다.

복도를 걷는 이상덕의 발걸음 소리를, 사무실 사람들은 여전히 책상 밑에 숨은 채로 듣고 있었다.

*****

최한식 중령은 긴장하는 눈빛으로 차원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최전방에서 차원문을 포위한 병사들도 마찬가지로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길수연이 최한식 중령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몬스터의 모습이 분명하게 나타나기 전에는, 발포하시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희가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는 저지가 가능할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쏘면 곤란하잖아요.”

“네.”

길수연과 문아린은 최한식 중령의 요청에 따라 차원문 방비에 나섰다.

길수연의 요청에 따라 최전방 포위선은 뒤로 10미터가량 후퇴했다.

그 정도라면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에게 최전방의 병사들이 쓸려나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포위선이 뒤로 밀리는 바람에 광화문 앞 대로에서 통행이 가능했던 마지막 1개 차선도 폐쇄되었다.

시민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최한식 중령은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었다.

길수연은 물론 최한식 중령이 들려준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몬스터 레이드 중에 ‘사자의 서’가 발동해서 이상덕이 던전 바깥으로 튕겼다는 그 말.

길수연이 던전을 빠져나오던 당시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몬스터가 아닌 인간을 상대로 하는 싸움이 막 시작되려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결투 당사자 중 하나인 이상덕의 말을 어떻게 곧이 믿는다는 말인가.

이상덕은 결투 도중 차원문 바깥으로 도망친 것이 분명했다.

이상덕에게 베팅을 한 공격대원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최한식 중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만에 하나, 이상덕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민들의 안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덕의 말이 거짓인 경우라도, 차원문에서 누가 나오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아린 씨, 말려들게 해서 죄송해요.”

“아녜요, 수연 씨. 멋대로 은퇴하겠다고 한 제가 무책임했죠.”

차원문이 일렁였다.

길수연, 문아린, 그리고 최한식이 차례로 차원문을 노려보았다.

털썩.

“사람입니다! 쏘지 마세요!”

문아린이 그렇게 외치는 동안, 길수연은 차원문 밖으로 툭 던져진 그 사람에게 보호막을 씌웠다.

“사··· 살려줘···”

얼굴을 땅에 박고 쓰러진 그 사람에게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서울연합 강명성이었다.

*****

택시로 공항에 도착한 이상덕은 차분하게 수속을 마쳤다.

피가 배어나온 붕대를 보고 공항 직원이 괜찮냐고 물었을 때, 이상덕은 여유 있게 웃음까지 보였다.

“괜찮습니다. 제가 구원자라서요, 던전에서 좀 다쳤어요. 하지만 낫는 중입니다.”

선글라스 때문인지, 아니면 이상덕이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은 건지, 공항 직원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공항에서 이상덕은 캐리어를 하나 구입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더플백을 열고 금괴를 꺼내 캐리어에 옮겨 담았다.

‘이걸 들고 검색대에 섰다가는 난리가 나겠지. 일단 짐으로 부치자.’

짐으로 부치면 괜찮은 건지, 자신할 수 없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외화 반출 신고··· 그거 해야 하는 건가? 이건 금괴지 외화가 아닌데···’

어쨌든 합법적으로 자기 소유인 금괴다.

자금 출처 조사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금괴를 들고 몸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본에 도착하기만 하면, 구라모토 회장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

‘제기랄··· 진통제 한 통을 먹었는데도 아직도 욱신거리네. 일본에 도착하면 병원부터 가봐야겠군.’

*****

던전에서 탈출한 것은 강명성뿐이었다.

한상태와 대적하다가 쓰러져 일본인들에게 죽임을 당한 오대영을 시작으로, 남경철, 정두리, 박보도, 변희영이 차례로 쓰러졌다.

강명성의 기습에 호응하여 전투에 나섰던 유지호는 도중에 항복해 버렸다.

야스다가 자신을 무장해제하는 동안, 유지호는 서울연합 소속 공격대원들이 차례로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변희영이 쓰러지자, 피를 뒤집어쓴 한상태가 뒤를 돌아 하시바를 향해 말했다.

“으하하하, 끝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건 뭐요?”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한상태 회장?”

“그거, 그거 말요. 거기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한심한 놈 말요.”

“유지호 상 말씀입니까? 아까 항복해서 일단 무장해제를 해 놓았습니다만···”

유지호가 소리쳤다.

“하··· 한상태 회장! 아니, 한상태 협회장님! 저는 항복했습니다. 앞으로 한상태 협회장님을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살려주십쇼!”

입이 귀에 걸리도록, 한상태가 크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으하하. 유지호구나. 넌 도대체 왜 내 반대편에 선 거냐?”

“시··· 실수였습니다. 제··· 제가 뭘 몰라서!”

“이상덕에게 베팅을 했다는 건··· 내가 죽기를 바랐다는 거야. 그거 알고 있나?”

“네? 아··· 아닙니다! 절대··· 그게 아니에요.”

“하하하! 어디, 더 짖어봐라!”

“네?”

“짖어봐, 개야!”

유지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시바와 야스다는 한상태와 마찬가지로 악의에 찬 미소를 띄고 있었다.

김범규는 멍한 표정이고, 김나리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한상태에게 베팅한 다른 사람들 역시, 뭐가 어떻게 돼가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유지호를 동정하는 눈빛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멍! 멍멍!”

개처럼 짖는 유지호를 보면서, 한상태는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멍멍! 멍멍!”

한상태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얼굴은 손바닥에 파묻은 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김나리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김나리!”

“네··· 네?”

“여기 개가 한 마리 있다. 보이지?”

“네?”

“죽여라.”

유지호가 울부짖었다.

“한상태 회장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한상태는 여전히 김나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에게 말했다.

“죽여라. 내 편이라는 걸 보여줘.”

“네? 어··· 어떻게?”

“죽여!”

“시··· 싫어요!”

“그럼 너도 나의 적이다!”

한상태가 손에 검을 쥐고 김나리에게 달려들었다.

하시바가 앞을 막아섰다.

“한상태 회장··· 진정하세요.”

“뭐, 뭐야? 우리 약속 잊었어?”

“김나리 힐러는 한상태 회장 당신에게 베팅했소. 적이 아니란 말요.”

“나를 거역하잖아! 그게 나의 적이지 뭐야?”

“이상덕 일파는 정리됐어요. 이제 던전을 깨야 합니다. 힐러를 죽이면 어떡하자는 겁니까?”

한상태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유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 개!”

“네, 네! 주인님!”

“충성을··· 맹세할 수 있나?”

“무··· 물론입니다! 한상태 협회장님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하네다 공항에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비행기 문 바로 앞에 일본 협회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상덕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구라모토 회장은요? 직접 나오신다고 했는데?”

“연결통로 바로 바깥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연결통로를 나오자, 과연 구라모토 회장이 수하들과 함께 서 있었다.

붕대를 맨 이상덕을 보고 구라모토는 물었다.

“이상덕 회장, 어디 다치신 겁니까?”

“아··· 괜찮··· 아니, 좀 다쳤습니다. 공항에서 나가는 대로 병원에 좀 가봤으면 합니다.”

“저를 따라 오시죠. 특별 입국수속장을 별도로 준비했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이상덕, 구라모토, 그리고 다섯 명의 수행원이 함께 걸었다.

구불구불 줄을 지어 서 있는 사람들의 무리를 뒤로하고, 이상덕은 복도를 걸었다.

“이런 곳은 또 처음이군요.”

“이상덕 회장님 같은 VVIP에게만 제공되는 특별 입국 수속 서비스입니다. 처음이신 게 당연하죠.”

“구라모토 회장님과 함께라서 이용할 수 있는 것 같군요.”

“물론입니다. 원래는 장관급이나 돼야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하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얼른 수속하시고, 병원부터 들르셔야겠습니다.”

“아차··· 가방은요? 제가 짐 하나 부친 게 있는데···”

“가방 찾아오라고 이미 직원을 보내놨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하하. 꼭 좀 부탁드립니다.”

수행원 중 한 명이 문을 열자, 구라모토는 이상덕에게 손짓을 했다

“먼저 들어가시죠.”

이상덕은 열린 문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방 한가운데에는 책상이 하나, 그리고 주변에 의자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벽으로 붙인 테이블에는 간단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왠지 어색했다.

VIP 대기실이라면, 벽에 그림이라도 하나 걸려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장식이 하나도 없었다.

베이지색으로 칠해진 벽 네 개로 막힌 그 공간은 흡사 취조실 같았다.

“구··· 구라모토 회장?”

구라모토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러시죠? 들어가세요.”

“여··· 여기가 VIP 대기실이 맞습니까?”

“VIP가 아니라, VVIP 대기실입니다. 오늘 만들었습니다.”

“무··· 무슨 얘깁니까? 오늘이라니!”

이상덕은 묵직한 쇠막대가 허리춤을 찔러오는 것을 느꼈다.

권총의 총구.

수행원 하나가 그의 몸에 가까이 붙어 총구를 밀고 있었다.

“이 회장, 말썽 피우지 말고 저기 의자에 앉으시오.”

“무··· 무슨 일입니까?”

“굳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겠다는 거요?”

“아··· 아닙니다.”

문이 닫히자, 이상덕은 몇 걸음을 걸어 방 한가운데 있는 탁자 앞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는 그의 동작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구라모토도 맞은편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구라모토 회장··· 이건 뭡니까? 취조라도 하는 겁니까? 장난이 지나칩니다. 하하하···”

“장난인지 아닌지는 이 회장 당신이 결정하게 될 거요.”

“구라모토 회장··· 저··· 이상덕입니다.”

“그래, 그렇지.”

“난··· 당신 편이오··· 대일본제국 편이란 말이오!”

“넌··· 대일본제국을 위해 일하려는 의지는 좋은데··· 능력이 없어.”

“그··· 그렇지 않소!”

“넌··· 동맹으로서 가치가 전혀 없어. 매번 비용만 들고, 결과물이 없지. 오사카에서도, 광주에서도··· 네가 단 한 번이라도 성공시킨 프로젝트가 있나? 이준기도 결국 우리가 죽여준 거잖아? 네놈이 한 게 뭐가 있어?”

“이··· 이번에 한 번 실수한 것뿐이오. 하시바 그 녀석이 한상태와 수작을 꾸미지만 않았어도···”

“하시바가 단독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상덕?”

“그··· 그럴 수가··· 당신은···”

“넌···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어. 박충기가 죽었는데도 상황이 달라진 게 없잖아? 오늘 하시바가 네 뜻대로 한상태를 죽여줬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또 다른 적이 너를 막아서겠지. 그래서야 언제 한반도를 우리가 점령하나?”

“그동안 나는 당신을 위해··· 개처럼 일했잖소!”

“일을 했다고? 일은 모조리 내가 해줬지. 너는 받아먹기만 했고. 네 말대로, 개처럼.”

“이제··· 정적들을 모두 제거하고 내가 한국 구원자 계를 장악하게 됐는데··· 이게 무슨 짓이오?”

“아니. 나는 너를 그렇게 지원해줬지만, 넌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

“나··· 날 제거하겠다는 거요? 하··· 한상태가 당신에게 혀··· 협조할 것 같소?”

“이미 한상태와는 계약을 마쳤다. 너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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