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142화 (14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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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0: 승패가 갈리는 지점 (5)

Episode 40: 승패가 갈리는 지점 (5)

하시바의 시작 선언이 떨어지자마자 한상태는 자신만만하게 치고 나갔다.

서 있던 자리를 박차고 단숨에 이상덕을 향해 도약한 그는 오른손의 검을 크게 휘둘렀다.

이상덕은 가볍게 옆으로 비켜 섰다.

한상태는 이상덕의 빈자리를 가르고 건너편에 착지했다.

이상덕이 한상태를 향해 돌아서면서 말했다.

“쯧쯧. 경박한 움직임이군.”

“좋아.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한상태가 왼손에 쥐고 있던 전설 등급 방패, 아스트라아제를 던졌다.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간 아스트라아제는 그러나 이상덕의 마법 막대, 에번 드림(Ebon Dream)에 막혔다.

이상덕은 손목만 살짝 움직여서 날아온 물체를 쳐냈다.

아스트라아제는 공중을 날아 다시 한상태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검은 불꽃.”

이상덕의 말과 함께 검붉은 화염이 공중에 떠올랐다.

둘이 한 세트라도 되는 듯, 검은 불꽃은 방패와 나란히 날아와 한상태를 덮쳤다.

방패를 향해 내뻗은 한상태의 왼팔을, 검은 불꽃이 집어삼켰다.

“흐읏!”

불꽃 속에서 한상태는 자신의 방패를 붙잡았으나, 고통에 신음을 토했다.

검을 든 오른손으로 불꽃에 다친 왼팔을 쓰다듬는 한상태.

그를 보며 이상덕이 혀를 찼다.

“쯧쯧. 그게 뭐요? 한 회장은 아무래도 오늘 은퇴할 운명인가 보오.”

“겨우 마법 한 개 먹였다고 우쭐해 하지 마라. 아직 시간은 많다.”

“과연 그럴까? 생각보다 일찍 끝날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건 나다.”

“훗. 과연 그럴까?”

이상덕이 마법 막대를 휘둘렀다.

검은 타르와 같은 물질이 공기 중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상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한상태는 달려드는 검은 물질을 향해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것은 방패를 뚫고 들어와 한상태의 왼팔을 검게 물들였다.

심장이 위치를 옮기기라도 한 건지, 왼 팔목의 맥박이 미친 듯이 크게 뛰었다.

“크읏···”

“왜 그러나, 한 회장? 당장 힐러가 해제해 주지 않으니 당혹스러운가?”

“으으···”

“이러니 탱커가 벼슬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주제에.”

한상태는 물기라도 터는 것처럼 공격당한 왼팔을 가볍게 털었다.

그리고 몸을 바로 세우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웃음이 나와?”

“이깟 마법, 간지럽다.”

“계속해서 간지럽기만 하지는 않을 거다. 기대하라구.”

“너야말로 기대해라.”

한상태가 앞으로 달려 나왔다.

이상덕이 외쳤다.

“너무 똑같잖아.”

*****

“어디로 가시는 거죠? 길드협회 사무실은 이쪽 방향이 아닌데요.”

길수연이 물었지만, 차진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운전사에게 말했다.

“하늘이··· 좋지 않군. 오늘 날씨, 맑다는 예보 아니었나?”

“흐려진다는 예보였습니다, 실장님.”

“아, 그래? 눈이라도 오면 짜증 나는데. 교통 체증이 장난 아닐 거라고.”

“눈은 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것도 일기예보가 맞는다는 가정 하의 얘기지만.”

차진철은 다시 몸을 뒤로 기댔다.

길수연이 옆자리의 차진철에게 다시 말했다.

“협회 사무실, 어딘지 모르시는 거예요?”

“운전사가 알아서 갑니다. 아가씨.”

“협회 사무실은 강남이라고요.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하하, 그것참.”

차진철은 평소에 늘 하는 행동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

총구를 길수연의 허리에 들이밀면서, 그는 말했다.

“조용히 좀 해주시죠. 운전에 방해되니까.”

“뭐 하시는 거죠?”

차분한 목소리로 항의하는 길수연을 차진철은 바라보았다.

‘어쭈? 총을 보고도 별로 겁을 안 먹네? 구원자라 이건가?’

차진철은 한참 내리깐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요 아가씨. 이거 권총이란 말이오. 내가 손가락만 당기면 말이지···”

길수연은 다시금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정체가 뭐예요? 대통령 경호실장 맞아요?”

“하하하! 아가씨가 강단이 장난이 아니군. 하긴, 일반인이 나 같은 사람을 보는 일은 흔치 않지. 하지만 나는 대통령 경호실장 차진철이다. 내 말이 맞지, 김 기사?”

운전사는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믄요, 실장님.”

길수연은 운전사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운전사 대신, 차진철이 대답했다.

“그건, 나한테 물어야 하는 질문이지.”

“대답해 보세요.”

“어디로 가냐고? 글쎄··· 아가씨가 내 말을 얼마나 잘 듣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광화문 차원문 정리는 국가 중대 사안 아닌가요? 대통령 지시사항이기도 하고요. 지금, 그런 국가적 중대사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요.”

“심각한 문제라··· 그건 아가씨 생각이지.”

“무슨 얘기죠?”

“문제는 없어. 각본대로 잘 진행되는 중이니까.”

“각본이라니, 누구 각본이죠?”

“그거까지는 아가씨가 알 필요 없지 않을까?”

“차원문 안에서 패싸움이 벌어졌다고요. 이대로 던전 클리어가 가능할 것 같아요?”

“아가씨도 알고 있잖아. 일본인 구원자들이 열 명이나 들어갔잖아. 전력이 충분한 정도를 지나쳐서 남아도는 상황이라고.”

“우리나라 구원자들이 죽어 나가는 건 괜찮고요?”

“너무 제멋대로인 놈들이라면, 조금 정리돼도 괜찮지. 아가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사람이 죽는다고요.”

“사람은 어떻게든 죽어. 그건 너희 구원자들도 마찬가지고.”

“구원자냐 아니냐 얘기가 아니잖아요. 쓸데없이 사람들이 싸우고, 또 죽는다고요.”

“쓸데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가씨가 결정할 일이 아니지. 그런 중요한 결정은 나 같은 사람들한테 맡기고, 아가씨는··· 예쁘장하게 화장이나 하는 거 어때? 꾸미지 않아도 이렇게 이쁜데, 꾸미면 정말 이쁘겠군.”

기가 막혀서, 길수연은 이마로 내려온 긴 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기면서 말했다.

그녀답지 않은 격앙된 어조였다.

“대통령 경호실장이라는 분이 공사 구분도 못 하는군요. 저는 구원자고, 이번 차원문 정리 관련해서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중대한 문제라고 하면 맞는 얘기일 수도 있지. 그러나 지금 벌어지려는 일이 말려야 하는 일인지, 놔둬야 하는 일인지, 그걸 생각해보라고.”

“차원문 안에서 몬스터는 잡지 않고 서로 싸우는데 그걸 그냥 놔두라고요?”

“아가씨 말대로, 차원문 정리는 국가적인 사안이야. 국가적인 문제를 해결하라고 협회도 만들어 준 것인데, 구원자들은 그 안에서 파벌 싸움이나 하고 있지. 이럴 바에야, 파벌이 하나만 살아남는 편이 나아. 조선 시대에도 그랬잖아? 노론이 천하통일을 하고 나서는 파벌 싸움이 없어졌지.”

“그래서 좋은 세상이 됐나요?”

“당파 싸움이 계속됐다면 임진왜란 같은 일이 또 일어났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노론도 시파, 벽파로 갈렸잖아요. 모두가 의견 통일이 되는 일은 없어요. 바람직하지도 않고요.”

“하··· 너무 시끄럽잖아, 아가씨. 정말 내가 방아쇠를 당기기를 바라는 거야?”

길수연은 앞쪽으로 시선을 돌려 운전사에게 말했다.

“세워주세요.”

운전사는 대꾸하지 않았다.

“저 지금 납치당하는 중인 것, 안 보이세요? 세워주세요.”

운전사는 이번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실내 백미러를 통해 길수연을 보면서 흉악한 웃음을 지었다.

차진철이 길수연의 허리에 들이댄 총구를 밀면서 말했다.

“저 사람은 내 부하야. 아가씨 말을 듣겠어?”

“차진철 경호실장님.”

“응? 그렇게 불러주니 좋구만. 이제 협조할 생각이 생겼나?”

“뭘 어떻게 협조해야 하는 거죠?”

“아! 그건 말이지···”

차진철은 말문이 막혔다.

딱히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음··· 글쎄. 일단 어디 조용한 데로 가서, 광화문 난리가 진정될 때까지 좀 기다리자고.”

“겨우 그건가요? 그럴 거라면 저를 그냥 경찰 유치장에 가둬놨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경찰 나부랭이한테 뭘 맡겨? 내가 직접 처리해야지.”

“아직도 무슨 취조실 같은 게 있는 모양이죠? 그거 불법 아녜요?”

“불법? 으하하하! 내가, 바로 내가 법이야. 아가씨가 세상을 잘 모르는구만. 아직 순진해. 그런 거 보면, 아가씨는 이상덕 협회장에 반대하는 쪽이겠군?”

“왜 그렇게 생각하죠?”

“그냥, 느낌이야.”

“제가 이상덕 협회장을 반대하는 편이라서 구금하는 건가요?”

차진철의 총구가 길수연의 허리를 다시 찔러왔다.

“이봐, 아가씨. 난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상덕이 아니라 다른 녀석이 협회장이 된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설설 기겠지. 그게 권력이야. 구원자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은 따로 있는 거라고.”

“하지만 일본인들을 차원문 안으로 진입시킨 건 당신이잖아요? 그건 이미 이상덕 편을 든 건데요.”

“아가씨 이름이 길수연이라고 했던가? 나도 이름을 들어본 것 같으니, 꽤 유명한 것 같은데··· 오늘 꼭 죽어야겠어? 알면··· 다쳐.”

“대통령 경호실장 따위, 당신 말고도 할 사람은 차고 넘치겠죠?”

“뭣이 어째?”

차진철은 손에 쥔 권총으로 길수연의 허리를 다시 한 차례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권총은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권총을 붙잡으려다가, 그의 손가락 몇 개가 부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뒤틀리면서 꺾였다.

“으아악!”

권총에서 손을 떼고 비명을 지르는 차진철의 뒤통수에 뭔가가 느껴졌다.

공중에 뜬 권총이 차진철의 뒤통수를 누르고 있었다.

백미러로 그 모습을 본 운전사가 소리를 질렀다.

“시··· 실장님!”

길수연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권총을 쏴본 적은 없지만,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조용히 옆길로 차를 대요.”

*****

한상태는 다양한 기술을 써서 이상덕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덕은 요리조리 잘만 빠져나갔다.

한상태의 검에 몇 번 스치기는 했지만, 이상덕은 아직도 잘만 뛰어다녔다.

반면 한상태는 중독 상태로 계속해서 체력이 빠지고 있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웅성거림이 커졌다.

“너··· 너무 일방적이잖아!”

“겨우 1레벨 차이인데, 그걸 극복할 수 없다는 건가?”

“상성이 좋지 않아. 일대일 대결에서 탱커가 누커를 어떻게 이겨?”

해설 역의 야스다가 외쳤다.

“한상태는 체력이 상당히 빠진 모양입니다. 이상덕은 아직 팔팔한데 말이죠.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불안한 눈빛으로 대결을 바라보는 김나리.

‘시각효과가 눈에 띄지 않는 스킬을 사용해서 한상태를 도울 수 없을까? 텔레키네시스라든가···’

그렇게 생각하는 김나리에게 하시바가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나리 힐러님, 일본어가 조금 되시죠?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네···?”

“그만두시는 게 좋아요.”

“무··· 무슨 말씀인지···”

“아무리 작은 기술을 쓴다 하더라도, 정신집중을 해야 하죠. 그건··· 다 보입니다.”

“아···”

“공정한 결투를 방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원숭이처럼 생긴 하시바에게서 뱀과 같이 서늘한 느낌이 배어 나왔다.

김나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하시바에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그러다가 발이 꼬인 그녀는 김범규에게 부딪혔다.

김범규가 그녀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아직은 아냐.”

“네?”

“한상태가 저렇게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맞으면서 배우는 거야. 어떻게 적을 공략할지··· 그게 탱커라는 거지.”

한상태가 땅을 파고들듯이 슬라이딩했지만, 이상덕은 이번에도 옆으로 살짝 비켜섰다.

한 발을 축으로 삼아 이상덕을 향해 돌아서는 한상태.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이상덕의 호흡은 아직 고르고 조용하다.

“어떠냐, 한상태. 잘못 덤볐다는 생각이 들지?”

“우··· 웃기지 마라.”

“지금 너와 나 중에 누가 웃기는 모습인지, 사람들한테 한번 물어볼까? 음하핫!”

이상덕의 웃음소리가 둘을 둘러싼 사람들 위로 날아 던전 안의 공간으로 사라져 갔다.

한상태가 방패를 치켜들며 외쳤다.

“아스트라아제, 나에게 힘을!”

“아, 맞아. 그 방패··· 전설템이었지. 그걸 들고도 겨우 이거냐, 한상태?”

아스트라아제가 공명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오렌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상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냐 그건?”

뒷짐을 지고 있던 이상덕의 오른손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마법 막대 ‘에번 드림’을 치켜든 채, 한상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 아니, 이거 왜 이래?”

이상덕이 자신의 오른팔과 다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외쳤다.

“멈춰! 멈추라고!”

그러나 그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이상덕은 금세 한상태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마법 막대를 든 오른손으로 한상태의 방패를 강타했다.

“으아! 이게 무슨!”

방패를 맞고 튕겨 나온 마법 막대를 이상덕은 다시 움켜쥐었다.

그리고 또다시 한상태의 아스트라아제를 향해 내리쳤다.

사람들이 놀라 웅성거렸다.

“뭐 하는 거예요, 저거?”

“이상덕이 갑자기 미쳤나···”

“마법 막대를 검처럼 휘두르네. 그것도 방패에다가.”

바로 앞에서 자신의 방패를 두드리는 이상덕에게 한상태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상덕··· 네놈도 몬스터나 다름없구나!”

한상태는 오른손의 검으로 이상덕을 찔렀다.

검은 이상덕의 옆구리를 깊게 찌르고 들어갔다.

이상덕이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크헉!”

김범규가 김나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발.”

“네?”

“아스트라아제의 광역 도발이··· 사람에게도 먹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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