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138화 (13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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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0: 승패가 갈리는 지점 (1)

Episode 40: 승패가 갈리는 지점 (1)

이상덕의 바로 옆, 김범규는 어리둥절했다.

김범규의 브릴리언트 길드는 한상태의 프라이드 길드와 연합하여 이상덕에 대항하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던전 공략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것도 일대일이라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이상덕이 말했다.

“한 회장, 지금 제정신입니까?”

한상태는 조금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존댓말 따위, 집어치워라, 이상덕. 오늘 너와 나, 둘 중 하나는 죽는 걸로 하자. 덤벼라.”

“뭐요? 한 회장이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건 알고 있지만, 이건 너무 무례하잖소?”

“예의 차리는 척할 필요 없다. 개소리도 이제 그만 집어치우고. 역겹다.”

김범규를 비롯한 브릴리언트 길드 멤버들은 물론, 프라이드 길드의 장대한이나 한소미도 놀라고 있었다.

한상태는 미리 자기 편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돌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가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길수연이 앞으로 나섰다.

“한 회장님. 우리는 던전 공격대입니다. 결투를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아마도 유일하게 진정한 중립적 입장에 있는 사람, 길수연이 말을 하자, 한상태도 더는 무시하지 못했다.

“길수연 힐러님. 미리 말씀도 못 드리고 이렇게 행동하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풀고 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한상태는 전체 공격대원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여러분 모두, 오늘 공격대가 이상덕 협회장 파와 그 반대파, 이렇게 둘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은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차피 이 싸움은 해야 합니다. 그걸 먼저 해결하자는 겁니다.”

서울연합의 강명성 딜러가 물었다.

“오늘 던전은 사상 초유의 A급 던전입니다! 그걸, 시작부터 진을 빼고 시작하자고요?”

“하루 쉬면 됩니다. 오늘은 이상덕과 저의 결투에 입회하시고, 내일 던전 공략에 나서시죠. 스킬 책도 전부 리셋된 다음에 말입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누가 한 명이라도 죽게··· 아니 빠지게 되면, 19명으로 A급 던전을 공략하겠다는 겁니까?”

“하하.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저는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자, 김범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상태 회장님? 그게 무슨 이야깁니까?”

한상태와 한통속인 김범규가 모르는 비책이 있다니, 사람들은 놀라면서 한상태의 입을 주시했다.

“아시겠지만, 이 던전은 인원 제한이 없습니다. 조금 후에, 보충 병력이 진입합니다. 제가 미리 손을 써뒀죠.”

이상덕은 기가 막혔다.

인원 제한이 없는 것을 이용해, 일본 구원자 10명이 진입하도록 미리 손을 써둔 이상덕이다.

그동안 막대한 뇌물을 먹여가며 대통령 경호실장 차진철을 자기편으로 돌려놓은 것도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한상태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오대영이 이상덕에게 귓속말을 했다.

“괘··· 괜찮겠죠, 회장님? 저쪽도 보충 병력이 있다니···”

“오 회장, 생각을 좀 해봐요. 저쪽이 누굴 데려오겠어요? 설국헌이나 최아람? 아니, 오늘 공격대에서 빠진 최고레벨 구원자가 겨우 문아린이에요. 문아린이 온다고 해도 이 상황이 바뀔 것 같아요?”

“하··· 하긴 그렇군요. 역시 이상덕 협회장님!”

“한상태 저놈은 자기 준비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한 수 위요.”

어느새 오두막을 가로질러 한상태 바로 옆까지 다가간 김범규도 한상태에게 물었다.

“한 회장님, 무슨 말씀이에요? 저한테는 일언반구도 없이···”

“들으신 대로입니다. 이상덕은 제 결투 신청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조금 후에 진입해올 우리 편 구원자들을 보면, 쪽수로 안 된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는 일기토를 받아들이겠죠.”

“조금 후에··· 우리 편이 또 들어온다고요? 누구 말입니까? 문아린?”

“미리 얘기 안 해서 미안해요, 김 회장. 하지만 날 믿어요. 오늘은 우리가 이기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김범규는 생각했다.

누가 들어온다는 걸까?

혹시나 해서, 김범규는 개포동에 새로 생긴 차원문을 서울연합에 넘기고 왔다.

이번 주 중에 클리어해준다는 조건을 달고서.

그렇게 해서 서울연합의 2군 전력이 개포동 차원문으로 빠지면, 이상덕의 지원군이 갑자기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광화문 차원문에 입장 인원 제한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만에 하나 이상덕이 더러운 수를 쓰는 걸 방지하려고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보니, 입장 인원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걸 이용하려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한상태는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그 사실을 이용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김범규는 맞은 편의 이상덕을 쳐다보았다.

예의를 차리려는 어색한 미소 뒤에, 상대를 얕보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김범규, 한상태뿐 아니라 이상덕도 입장 인원 무제한이라는 조건을 분명히 어떻게든 이용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 설마.’

*****

“이상덕! 앞으로 나와!”

“한상태 회장. 이성을 좀 챙겨요.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이상덕의 말투가 조금씩 더 거칠어지고 있다고 김범규는 생각했다.

한상태는 지원군이 들어올 거라고 말했다.

쪽수로도 안 되는 상황이 되면, 일기토를 수락할 수밖에 없게 될 거라고.

그러나 이상덕의 얼굴에 걱정이라고는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다.

항간에 우직하다고 평판이 난 한상태마저도 계략을 꾸몄는데, 책략가 이상덕이 아무 대책 없이 이곳에 들어왔을까.

긴장감이 공기 중에 가득 차 있었다.

김나리는 언제라도 던전을 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2레벨 강등이 별거냐. 살고 봐야지.’

역시 브릴리언트 멤버이자 랭킹 10위 최현도 떨리는 마음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인천 공항 공격대에서도 몸이 아프다고 빠졌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얄짤 없이 강제징집당했다.

당시 일어났던 학살극에 대해 말만 들은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아버지 백으로도 안 된다니··· 제기랄.’

아프다는 핑계 정도로 국가 중대사에서 빠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작은 아버지가 쓰리 스타 육군 장성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아프지도 않았지만.

정말로 부친상을 당해 공격대에서 빠졌던 박보도를 제외하면, 징집을 피한 건 그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작은아버지가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아··· 난데···”

“작은아버지! 어떻게 됐어요?”

“미안하다. 이번 건은 내가 끼어들 사안이 아냐.”

“대한민국 육군 중장이··· 조카 하나 못 빼내요?”

“너 빼주려다가 내가 감옥이라도 가야 속이 시원하겠냐?”

“아니, 그 정도예요?”

“대통령 아들이라도 못 빠질 분위기야.”

“으아아, 제기랄! 제기랄!”

“현아!”

“작은아버지··· 앞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요. 이런 썅.”

브릴리언트의 다른 멤버들도 긴장감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김범규에게 대강의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이건 그의 설명과도 다른 전개다.

바로 어제 오후에, 비밀회의실에서 들은 얘기는 이것과는 달랐다.

“여러분들, 이번 공격대 명단만 보고도 눈치채셨겠지만··· 던전 안에서 뭔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탄성과 항의 조의 말이 튀어나왔다.

“아··· 역시나.”

“정말··· 또요?”

“왜 던전에서 몬스터가 아닌 사람들을 상대로 싸워야 하죠?”

“아··· 이상덕과는 절대 같은 던전을 가지 말아야 하는데.”

“청와대에서 강제로 짠 공격대인데 방법이 있어요?”

김범규가 책상을 가볍게 두드려 주의를 끌었다.

“한상태 회장 말도 일리가 있어요. 지난번 인천 공항. 기억나시죠?”

“당연하죠. 그걸 어떻게 잊어요?”

“그때, 한상태 회장이나 우리 브릴리언트 길드가 중립을 지켰지만, 사태가 좋아지기는커녕 악화됐죠. 그 점은 동의하시죠?”

다들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김나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상덕 권력이 공고해졌다. 그 말씀이시죠?”

“네. 반대건 중립이건 간에, 이상덕 협회장을 떠받들지 않는 한 그게 그겁니다. 찬밥 신세인 거죠.”

“그게 뭐 문제 있습니까?”

“네? 무슨 소립니까, 김나리 힐러님?”

“그냥 이상덕 회장 보고 다 해 먹으라고 하세요. 우린 우리 길드 관할 차원문만 잘 관리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만 해도 수억 원대 연봉 받고 잘 살 수 있는데 왜 자꾸···”

“찬밥 신세가 되는 게 좋아요, 김나리 힐러님은?”

“찬밥 신세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가요?”

“각종 이권에서 배제되는 거죠.”

“이권요? 전 그런 거 별로 관심 없습니다만.”

“개인 차원에서 생각하지 마시고, 길드 차원에서 생각을 좀 해주세요. 김나리 힐러님은 우리 길드 부동의 넘버 투인데, 그렇게 자기 생각만 하시면 어떡합니까.”

“우리 길드 전체가 찬밥 신세란 말씀이세요?”

“그럼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 심해질 겁니다.”

“그래서 이상덕 협회장 반대편에 서신다고요?”

김범규 회장의 말문이 잠시 막혔다.

“김나리 힐러님? 이상덕 협회장을 지지하기라도 하자는 겁니까?”

“딱히 그렇게 하자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나쁠 건 또 뭐 있어요? 이상덕이 아니라면 협회장은 누군가 엄청나게 공명정대한 사람이 나타나서 하게 되는 건가요? 공명정대 한상태?”

“한상태 회장님이 이상덕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인격부터가 그렇잖아요.”

여기저기에서 수긍하는 속삭임이 터져 나왔다.

김나리는 그러나 숙이지 않았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한상태 회장님은 정치질에 무관심할 적에나 멋졌던 거죠.”

“이상덕보다는 누구라도 낫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김 회장님은 왜 지금까지 중립을 지키고 계셨나요?”

“그건···”

김범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얼버무렸다.

“바로 내일이에요. 공격대. 이제 와서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한상태 회장과 이야기가 끝났어요. 내일, 우리는 한상태 회장을 지지합니다.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싸우게 될 거예요.”

나현우가 물었다.

“싸울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한 50% 정도?”

“상당히 낮게 보시네요. 저는 90%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나현우 딜러님,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저는 원래 한상태 회장 길드, 퇴마문 소속이었잖아요. 지난번 인천 공항 던전에서 한 회장 편을 들지 않았다고 길드에서 쫓겨났었죠. 고맙게도 브릴리언트 길드에서 받아주시기는 했지만요. 아무튼 제가 아는 한상태를 생각하면··· 싸울 일이 없더라도 싸울 구실을 만들 겁니다.”

나현우의 말에 길드 멤버들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바로 어제, 브릴리언트 길드 건물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상태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이상덕, 앞으로 나와라!”

정두리가 이를 갈며 이상덕에게 말했다.

“협회장님, 그냥 한꺼번에 쓸어버리면 어때요? 한 회장, 저거 아주 막 나가는데요?”

인천 공항 던전에서 이상덕과 함께 싸워 박충기 일파를 물리쳤던 정두리다.

박충기의 에픽 마법 막대, ‘파이어 스타터’를 전리품으로 얻은 뒤, 정두리는 이상덕에 대해 열혈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오대영이 이상덕 대신 정두리에게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때가 온다.”

한상태와 김범규는 던전 방향 입구에 서 있었고, 이상덕과 그의 부하들은 지구와 통하는 쪽 오두막 입구에 서 있었다.

초현실적인 효과음과 함께 지구 방향의 입구에서 빛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하얀빛에 온몸이 둘러싸인 사람들이 하나둘 오두막의 입구 방향에서 나타났다.

이상덕이 미소를 짓더니, 의기양양하게 한상태를 향해 외쳤다.

“한 회장, 내년부터는 오늘 날짜, 그러니까 1월 26일이 제삿날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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