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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은둔자의 오두막 (1)
Episode 3: 은둔자의 오두막 (1)
어찌 보면 다행이고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은둔자의 저택 앞마당에 있는 코볼트 부대는 전부 다 엘리트 궁수가 섞여 있었다.
앞선 사냥에서 획득한 불화살을 사용해서 다음 부대도 빠르게 정리한 이준기는 경험치 바를 다시 확인했다.
‘거의 차 있다. 코볼트 한 마리나 두 마리를 잡으면 4레벨.’
이준기는 벽 뒤에 숨은 채로 저택 정문 앞을 어슬렁거리는 코볼트 무리를 확인했다.
엘리트 코볼트 궁수 한 마리를 포함한 다섯 마리 무리.
‘이번에도 불화살 하나 먹이고 냅다 뛰면 된다.’
몬스터 무리가 가장 멀어졌을 때를 노려, 이준기는 불화살을 날렸다.
피이잉!
- 21! 치명타!
엘리트 코볼트 궁수가 불화살을 치명타로 맞고 쓰러졌다.
불화살의 지속 대미지로 곧 죽을 테니, 거리를 벌리기 위해 뛸 필요도 없었다.
이준기는 달려오는 보병들을 향해 불화살을 하나 더 날렸다.
- 28! 치명타!
보병 중 하나가 치명타를 맞고 쓰러지면서 즉사했다.
빛이 이준기를 둘러쌌다.
- 4레벨이 되었습니다.
- 스탯 포인트 5점이 지급됩니다.
이준기는 달려오던 세 마리 중 하나의 다리를 맞췄다.
불쌍한 코볼트 병졸들은 또다시 각개격파 당했다.
새로 생긴 스탯 포인트 5점은 체력에 투자했다.
- 힘 10. 민첩 40. 체력 25. 정신력 10. 물리 저항 0. 마력 저항 0(+5).
“마나의 책.”
책 선택 화면을 열고 이준기는 그렇게 외쳤다.
빙빙 돌던 일곱 권의 책들 중에서 마나의 책이 날아와 이준기의 품으로 들어왔다.
- 추방. 마나 책 3권 소요. 사정거리 50미터. 적 하나를 다른 차원으로 10초 동안 추방합니다. 추방된 적은 공격을 하지 못하지만 무적 상태가 됩니다.
3레벨이 되었을 때, 원래 마나의 책을 고르려고 했었다.
그러나 회귀까지 해서 살아남은 목숨, 죽어간 동료들을 생각해서라도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했다.
그래서 ‘점멸’을 쓸 수 있도록 바람의 책을 골랐던 것이다
.
이제 자신감도 붙었으니, 원래 생각대로 메즈기를 익힐 때가 됐다.
책 세 권이 소요되는 메즈기는 모두 세 가지가 있다.
흙의 책을 사용하는 ‘늪’, 바람의 책을 사용하는 ‘회오리’, 그리고 마나의 책을 사용하는 ‘추방’.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메즈기만 생각해서 스킬 트리를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자기 계열에 맞는 걸 그냥 쓰는 수밖에 없다.
단순히 위력만 생각하면 흙 계열의 ‘늪’이 가장 좋다.
땅속에서 늪이 생겨 나와 적의 발을 휘감아 붙잡아 두는 것인데, 그 상태로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거리 공격을 퍼부으면 되는 것이다.
다만, 적 역시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근접 공격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메즈라고 할 수도 없고, 시전 시간도 다른 메즈기에 비해 길다는 것이 단점이다.
‘회오리’와 ‘추방’은 거의 같다.
‘늪’에 비해 시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전투 도중에 쓰기에도 부담이 없다는 것, 그리고 적이 우리를 공격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 우리도 적을 공격할 수 없다.
그러니까 적 한 마리를 전투에서 잠시 배제시키는 기술이다.
메즈기의 원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기술들이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회오리’의 경우 아주 사정거리가 긴 일반 무기로는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쉽지만, 마법 공격은 제외다.
원거리 공격 특화를 하려면 어차피 바람의 책을 많이 모아야 하므로, 궁수에게는 ‘회오리’가 가장 좋다.
하지만 이준기는 원거리 특화를 할 생각은 없었다.
원거리 공격 특화 정도로는 조슈아 테일러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흑마법에는 백마법으로 대항하는 게 정석이라는 상식도 깨버린 놈이다. 활이나 통상적인 무기로 대항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는 법. 놈을 상대로는 변수를 만들어 내는 마나 계열밖에는 답이 없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빠른 레벨업이다.
조슈아 테일러는 최초의 각성자 중 최후까지 살아남았던 헬렌 카자크보다 무려 넉 달이나 늦게 각성했지만, 훨씬 더 높은 레벨까지 올라갔다.
레벨업을 하고 책을 고르다 보니 잡념이 이준기를 괴롭혔다.
하지만 당장 급한 미션이 있다.
그는 엘리트 궁수를 제외한 시체는 룻도 하지 않고 벽을 돌아 정문 쪽으로 다가갔다.
*****
저택 정문 앞을 순찰하던 나머지 두 무리의 몬스터들은 순찰 영역이 겹쳐 있었다.
그 둘을 분리하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업적도 중요하지만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살아남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끝이니까.
두 무리의 몬스터들이 무려 세 바퀴를 도는 동안 이준기는 그들의 동선을 세세히 관찰했다.
그리고 두 무리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가 되자, 겨냥하고 있던 화살을 손에서 놓았다.
화살이 쌩 소리를 내며 날아가 엘리트 궁수의 다리에 적중했다.
아깝게도 치명타는 아닌 모양.
이준기는 벽을 끼고 남쪽 마당으로 달렸고, 동쪽으로 난 저택 정문을 순찰하던 코볼트 무리는 그를 쫓아 달려왔다.
보병 네 마리가 쏜살같이 그를 쫓아 왔다.
코볼트의 위협 소리를 무시하고 이준기는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보병 한 놈이 불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다시 조금 뒷걸음질 치다가, 또 한 발.
이번에는 일반 화살을 맞고, 또 한 마리가 쓰러진다.
이제 두 마리.
충분히 무손실 탱킹이 가능한 수준.
벌써 이십 마리 가까운 코볼트를 상대했지만, 방패를 들어 적의 숏소드를 막을 때에도, 자기 키만큼이나 높이 점프를 하는 코볼트의 하반신을 후려칠 때에도 이준기는 최선을 다했다.
보병들을 모두 제압하고, 이준기는 쩔뚝거리면서 멀리서 다가오는 궁수에게 화살을 날렸다.
피통은 작아도 엘리트다.
한 방이라도 잘못 맞으면 계획에 큰 차질이 올 수도 있다.
궁수는 최대한 신중하게 처리해야 했다.
현재 시간 11시 13분.
이준기는 룻도 하지 않고 뛰었다.
이제 저택의 동쪽 정문을 지키는 순찰대는 놈들이 마지막이다.
왼쪽 아래로 띄워 놓은 상태창에 시계가 보였다.
11시 14분.
지금까지와는 달리 서두르는 모습이 명백한 이준기.
‘아니지. 이럴 때야말로 침착해야 한다.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되니까.’
숨을 끝까지 들이쉬고, 잠시 멈추고, 내쉬면서.
활시위를 놓는다.
피이잉!
불화살이 새된 소리를 내면서 날아가서, 엘리트 궁수의 가슴에 명중한다.
아쉽지만 치명타는 아니다.
끼이익 소리를 내면서 깡총깡총 뛰어오는 코볼트들의 울음 소리를 마음속으로 삭이면서, 이준기는 스킬을 시전했다.
“매직 미사일!”
하나.
둘.
셋.
매직 미사일 세 방을 맞고, 엘리트 코볼트 궁수가 바닥에 쓰러진다.
이번에도 1초마다 박히는 매직 미사일 때문에 화살을 시위에 당기지도 못했다.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목표했던 업적을 달성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엘리트 학살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두 시간 내에 엘리트 다섯 마리를 처치했습니다.
- 보상: 엘리트 학살자의 반지.
- 착용 효과: 엘리트에 대한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 사용 효과: 100미터 반경 내에 있는 엘리트 몬스터의 위치를 지도에 5분간 표시합니다. 하루에 한 번 사용 가능하며, 사용할 때마다 아이템이 영구히 파괴될 가능성이 15% 존재합니다.
‘성공!’
두 시간을 딱 3분 남겨놓고 달성했다.
깡총깡총 뛰어오는 코볼트 보병들을 바라보며, 이준기는 웃음을 지었다.
*****
코볼트 똘마니들을 정리한 다음, 이준기는 조금 전에 업적 보상으로 받은 반지를 살펴보았다.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으며, 사용 시 아이템이 소멸해 버릴 가능성이 무려 15%나 된다.
반면, 착용 효과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어떤 엘리트 몬스터라도 10%의 추가 피해를 주는 것이다.
조슈아 테일러와 같은 구원자들을 상대할 때는 아무 쓸모 없겠지만, 레벨업을 위해서는 에픽급 아이템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이런 좋은 아이템을 파괴해 버릴 가능성 15%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당장 이 던전을 클리어해야 하니까.
이준기는 반지를 사용했다.
다행히 반지는 파괴되지 않았다.
85%의 확률이니까 딱히 운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행이다.
지도 화면에 엘리트 몬스터의 위치가 일목요연하게 표시되었다.
저택 문 바로 앞에 하나, 거기에서 서쪽으로 멀지 않게 둘이 움직이고 있으며, 거기에서 또 조금 더 서쪽으로 움직이지 않는 점이 하나 있다.
움직이지 않는 점, 다름 아닌 부두 술법사다.
입구에서 가장 먼, 저택의 서쪽 깊숙히, 놈이 숨어 있다.
문 바로 앞에 있는 녀석은 문을 열기만 해도 덤빌 것이 틀림없다.
문제는 더 서쪽을 순찰 중인 두 무리의 몬스터들이 애드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준기는 정신을 집중해서 5분 동안 엘리트 몬스터들의 동선을 관찰했다.
일반 몬스터는 보이지 않지만, 엘리트 궁수를 둘러싼 채로 이동하는 코볼트 부대의 진형은 오늘만 해도 수도 없이 봐왔다.
지도에서 엘리트 몬스터의 위치가 사라진 뒤에도, 이준기는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조금 전까지 보이던 동선을 계속해서 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쪽의 두 무리가 충분히 멀어졌을 때, 이준기는 문을 열어젖혔다.
“끼이이익!”
코볼트들이 위협하는 소리를 내면서 달려왔다.
이준기는 오른쪽으로 벽을 끼고 냅다 남쪽 마당으로 달렸다.
문을 열었을 때 몬스터들과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한참을 달려야 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머지않은 거리에서 남쪽으로 벽을 끼고 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엘리트 궁수의 화살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벽을 끼고 돌아 몇 발자국을 이동한 이준기는 쫓아오는 적들을 향해 돌아섰다.
벽 뒤편에서부터 뛰쳐나오는 코볼트 무리를 기다리다가, 그는 ‘추방’을 시전했다.
투명한 표지의 마나 책 세 권이, 그의 주위를 잠깐 돌다가 엘리트 코볼트 궁수를 향해 날아갔다.
코볼트 궁수의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동시에, 놈의 몸에서 색깔이 없어졌다.
옅은 녹색의 윤곽선만이 놈의 위치를 알려줄 뿐, 코볼트 궁수는 이제 다른 차원에 갇혔다.
놈의 목에서 나오는 새된 위협음도, 놈의 냄새도, 놈의 화살도, 모두 이쪽 세상과는 차단되었다.
주문이 들어가는 것만 확인하고 이준기는 다시 뒤로 돌아 남쪽으로 뛰었다.
‘은둔자의 오두막’ 앞마당을 거쳐 깨끗하게 청소가 된 숲속으로, 그는 충분히 뛰었다.
그리고 다시 정석대로 코볼트 병사 다섯 마리를 차례로 사냥했다.
보병 다섯 마리가 모두 쓰러진 다음에도 한참 숨을 돌린 다음에야 엘리트 궁수가 나타났다.
놈이 보이자마자 이준기는 불화살을 날렸다.
-24! 치명타!
불화살이 치명타로 적중했다.
엘리트에 대한 10% 보너스까지 더해진 대미지를 받으면서 코볼트 궁수는 활시위에 화살을 매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매초마다 들어오는 화염 대미지 때문에 화살 깃을 제자리에 맞추지 못하고 계속 멈칫거렸다.
만약을 대비해서 조금 뒷걸음질을 쳤던 이준기는 다시 사거리로 들어가 놈의 다리를 겨냥했다.
화살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가 놈을 고꾸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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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장애물은 서로 순찰 범위가 겹치는 두 무리의 코볼트 부대, 그리고 최종 보스인 오크 부두 술법사의 부대다.
이준기는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서 두 무리의 몬스터가 완전히 분리된 틈을 타서 한 무리씩 공략했다.
저택 문이 열려 있는 상황.
문 바로 옆에 붙어서 벽을 엄폐물로 삼고 불화살을 쐈다.
‘오두막이 아니어서 오히려 좋은 건가.’
벽의 길이가 100미터나 되는 저택이다 보니 수십 미터 거리에서 저격이 가능했다.
엘리트 궁수 한 마리를 잡는 데 불화살은 한두 개만 쓰면 충분했다.
반면,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불화살이 세 개씩 생기다 보니, 화살통을 불화살로만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모든 최종 보스까지 가는 길은 완전히 정리된 상황.
이준기는 ‘날개’ 길드에서 리드 탱커로서 브리핑을 하던 때를 생각했다.
“오크 부두 술법사를 앞으로 수도 없이 상대하시게 될 겁니다. 나중에는 그냥 잡몹이지만, 처음에는 이놈들이 무려 던전 보스예요. 처음에는 어렵죠. 15레벨 정도만 되어도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상대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레벨이 높을 필요도 없어요. 공격 패턴이 워낙 단순한 놈이고, 엘리트 오크치고는 피통도 작아서 말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공격을 해오나요?”
“우선 부두 술법사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어둠 쪽으로 전문화를 한 녀석과 불 쪽으로 전문화를 한 녀석이죠. 어둠보다는 불 쪽으로 전문화를 한 놈들이 훨씬 많습니다. 어둠 전문화라면 어둠의 화살만 냅다 쏴대는데, 아시겠지만 이게 독 효과가 있어서 그냥 맞다 보면 엄청 위험합니다. 조심하셔야 되고요.”
“불 전문화 술법사는요?”
“불 전문화를 한 녀석이라면 스파크와 화염구를 섞어서 공격해 옵니다. 스파크가 화염 낙인을 찍는 것은 아시죠? 화염 낙인 몇 개 쌓인 상태에서 화염구 맞았다가는 그냥 골로 갑니다. 20레벨 탱커도 그냥 사망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힐러분들은 ‘해제’ 스킬, 이거 꼭 준비해 주셔야 합니다. 보호막으로 대처해도 되고, 무지막지하게 오버힐을 해도 되겠지만, 해제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죠.”
“어떻게 구별하죠? 어둠 전문화인지 불 전문화인지?”
“옷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검은 옷 입고 있으면 어둠, 검붉은 색 옷 입고 있으면 불 전문화죠. 밝은 빨간색이 아니고 거무죽죽한 붉은 색이라서 헷갈리실 수 있는데,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이준기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두 가지 색을 대조해서 띄웠다.
“던전 안에서 카메라 촬영이라도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이렇게 색깔로 보여드릴 수밖에 없네요.”
“굉장히 어두침침한 붉은 색이네요. 검은색이라고 잘못 생각하기 쉽겠어요.”
“그렇죠. 하지만 불 전문화가 어둠 전문화보다 훨씬 더 많으니까, 헷갈리면 불 전문화라고 생각하세요.”
이준기는 대리석 의자에 앉아 있는 오크 부두 술법사를 멀리에서 바라보았다.
초보자들은 분명히 헷갈릴 수 있는 색깔이다.
그러나 이준기는 이들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검붉은 색의 옷을 입은, 불 전문화 부두 술법사가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코볼트 여섯 마리가 춤을 추듯이 깡총 거리며 좌우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코볼트 여섯 마리 중 하나는 역시 엘리트 궁수다.
경험치 바는 거의 꽉 찬 상태.
코볼트 한두 마리만 잡으면 레벨업을 할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스킬 책은 바람의 책 한 권.
이준기는 ‘바람의 가호’를 시전했다.
다음번 공격은 힘과 민첩 수치가 10점 가산된 상태로 격발된다.
이준기는 적의 시선을 피해 실내를 움직였다.
야생동물의 박제나 나무로 만든 토템 따위의 잡다한 장식품이 가득 차 있어서 엄폐물은 충분했다.
숏보우의 유효 사거리에 엘리트 코볼트 궁수가 들어왔다.
이준기는 복잡한 모양의 토템 뒤로 몸을 숨기고 불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셋.
둘.
하나.
활시위에서 손을 떼자, 불화살이 실내의 텁텁한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서 엘리트 궁수를 정확히 맞췄다.
힘 스탯이 10이나 가산된 불화살이 치명타로 적중했다.
‘민첩 스탯이 50로 계산된 화살이다. 치명타가 아니면 오히려 이상하지.’
엘리트 궁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코볼트 보병들이 일제히 이준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오크 부두 술법사는 스파크를 시전하려 했지만 이준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손짓을 멈추었다.
그리고 코볼트 졸개들과 함께 이준기가 숨어 있는 방쪽으로 뛰어나왔다.
토템 뒤에서 바깥으로 한 걸음 나온 이준기가 오크 술법사를 향해 ‘추방’을 시전했다.
동시에, 시야에 들어온 이준기를 상대로 오크 술법사도 ‘스파크’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추방’의 시전시간은 1초.
‘스파크’나 ‘화염구’는 2초.
스파크를 시전하던 오크 부두 술법사가 연녹색의 윤곽선이 되어 던전에서 추방당했다.
이준기는 뒤를 돌아 쫓아오는 코볼트들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