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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82화 (182/182)

182화

“우엑!”

이어서 헤스컴이 입을 벌리더니 형광색의 액체를 주환을 향해서 뱉었다.

그러자 곧장 패시브가 작동하면서 주환은 황급히 뒤로 물렀다.

촤악!

주환은 패시브를 이용해서 헤스컴의 공격을 얼굴로 받아내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 대신 그 액체는 주환의 가슴팍으로 떨어졌다.

주환이 입고 있는 방탄조끼로 떨어진 정체불명의 액체는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탄조끼를 녹이면서 파고들었다.

그것은 강력한 산성 액체였다.

괴물 문어와 싸우면서 방어패드를 전부 소진해 버렸기에 지금 방탄조끼를 녹이고 있는 산성 액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탕!

주환은 재빨리 권총을 뽑아 앞에 있는 헤스컴에게 발사했다.

헤스컴은 위험을 느꼈는지 미끄러지는 듯한 동작으로 그 공격을 피했다.

헤스컴이 움직이자 주환은 바로 자신이 입고 있는 방탄조끼를 벗어 버렸다.

주환은 벗은 방탄조끼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산성 액체는 방탄복의 안쪽을 녹이더니 큰 구멍을 만들어 내었다.

주환이 그 조끼를 벗지 않았다면 그 액체는 주환의 가슴까지 녹여 버렸을 것이다.

데스티나는 그 상황을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다.

데스티나는 헤스컴이 움직이자 그를 따라서 검을 앞세운 채로 달려 나갔다.

데스티나의 행동이 기민했기에 헤스컴은 그에 맞추어서 대응할 수 없었지만, 그는 각오를 굳히고 있었다.

‘저자의 무기는 검. 날붙이 무기는 내 몸의 체액에 밀려난 수 있다. 처음에 단 한 번만 버틴다면.’

데스티나는 헤스컴의 가슴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스윽.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헤스컴의 예상과는 달리 데스티나의 검은 헤스컴의 몸을 깊게 베어 들어갔다.

“이럴 수가…….”

데스티나는 헤스컴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를 공략하는 방법은 괴물 문어를 공략했던 것과 비슷하리라 판단했다.

괴물 문어는 몸 밖으로 체액을 내뿜어서 날붙이 무기들이 미끄러지게 했지만 마나가 실려 있는 무기 앞에서는 그 체액은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마나가 실려 있는 데스티나의 검은 아무런 문제 없이 헤스컴의 몸을 벨 수 있었던 것이다.

“으윽.”

헤스컴은 신음을 흘리면서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죽은 건가?”

헤스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잠깐만.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헤스컴만 알고 있지 않아?”

주환이 그렇게 말하자 루퍼트는 손을 들었다.

“잠깐만 기다리게. 나 역시 이곳의 비밀 문을 통과한 적이 있었으니까 잠깐 이곳을 둘러보면 들어갈 수 있는 스위치를 찾을 수가 있을 거야.”

루퍼트는 주환과 데스티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예배당의 안쪽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당신도 이 일과 연관이 있었군.”

데스티나가 루퍼트에게 말하자 루퍼트는 손을 들어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었다.

“아까 내가 헤스컴과 하고 있던 말을 들었겠지. 나는 사라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자식이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란 말일세. 나 역시도 피해자라고.”

루퍼트의 변명에 데스티나는 그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라 아가씨가 처한 일은 분명 가혹하지만, 당신이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젠장. 그런 것은 굳이 주워섬겨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어!”

“그럼 결국 칼데브의 전령은 루퍼트 씨가 헤스컴에게 넘긴 겁니까?”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할 리가 있겠나.”

루퍼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행동하려면 굳이 유령선을 꾸며서 멀리까지 제물로 쓸 인간들을 납치해 오는 번거로운 일 따위는 하지 않겠지. 칼데브에서 정식으로 보낸 전령이 실종된다면 당연히 문제가 될 거고 그의 지인, 혹은 자네 같은 조사단이 파견될 텐데. 그런 미친 짓을 왜 하겠나.”

“그럼 그 전령의 실종은 당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겁니까?”

“아무런 관련이 없지는 않겠지.”

“그럼 대체 진실이 뭐죠?”

루퍼트는 침묵하면서 여전히 내려갈 방법을 찾았다.

“사라 아가씨가 연관되어 있나 보군.”

데스티나는 알겠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당신이 입을 열고 싶지 않은 것은 그것 때문이겠지.”

“맞아.”

루퍼트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면서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 전령은 사라가 흡수해 버렸지.”

“사라 아가씨가…….”

주환은 숨을 삼켰다.

“사라는 자네들이 보았다던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하여 전령을 삼켜 버렸어. 내가 말릴 틈도 없었지. 나는 사라가 하마스의 축복을 받은 다음 평범하지 않은 존재로 변했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했네. 그게 알려지면 자네들 같은 괴물 사냥꾼들이 계속해서 끼어들게 될 테니까.”

“사라 아가씨는 역시나 인간을 흡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네.”

“그래. 언제부터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도 이전에 확실하게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루퍼트의 옆에 서 있던 시종장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사라 아가씨가 외출하고 싶어 하셔서 아가씨를 휠체어에 태우고 바닷가로 나간 일이 있습니다.”

시종장은 루퍼트를 바라보았다.

“프란시스 님을 그 바닷가에서 발견했던 바로 그날입니다.”

시종장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저로서는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아마 아가씨는 그 이전부터 살아 있는 인간을 흡수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성으로 그 충동을 억누르고 계셨기 때문에 일을 벌이지 않으셨던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죽은 듯이 해변으로 밀려와 있는 프란시스 님을 보신 사라 아가씨는 마치 무엇엔가 홀린 듯 행동을 하시더군요. 제가 아가씨를 프란시스 님께로 가까이 밀어 드리자 사라 아가씨는 마치, 마치…….”

그때의 기억이 나는지 사종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거대한 뱀처럼 변하신 아가씨가 프란시스 님을 삼켜 버리셨습니다.”

루퍼트는 신음을 흘렸다.

그 역시 시종장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적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네의 그 이야기를 듣고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그런데 사라가 프란시스를 삼키고 난 다음 사라는 눈에 띄게 건강해졌지. 휠체어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었거든.”

“그렇지만 이상하군. 사라 아가씨가 프란시스를 흡수해 버렸다면 프란시스는 없어졌어야 하는데 지금 프란시스는 멀쩡히 당신들의 저택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데스티나의 물음에 시종장은 머뭇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게……. 프란시스 님도 결코 평범한 분이 아니셨던 겁니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루퍼트는 비로소 원하는 것을 찾았다.

“여기 있군.”

루퍼트는 예배당 벽을 이루고 있는 벽돌 중 하나를 빼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스위치를 찾아내었다.

루퍼트가 스위치를 누르자 예배당의 바닥이 떨리기 시작하면서 큰 입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곳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

푹!

루퍼트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등에는 길쭉한 뼈꼬챙이가 박혀 있었다.

괴물 문어가 발사하던 뼈꼬챙이와 생김새가 매우 유사했지만, 그 크기는 상당히 작았다.

작은 크기였지만 루퍼트의 몸을 관통하기에는 충분한 길이였다.

주환과 데스티나는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쓰러져 있던 헤스컴이 일어나 루퍼트를 향해서 손을 뻗고 있는 것이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 * *

똑똑.

프란시스는 사라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그가 안쪽을 향해 그렇게 묻자 안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들어오세요.”

프란시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사라는 편안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방안으로 들어오는 프란시스를 바라보았다.

“어서 오세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군요.”

“잘 보셨어요. 오늘은 정말로 기분이 좋거든요.”

“좋은 꿈이라도 꾸셨나요?”

“꿈보다는 어제 보낸 시간이 아주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친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밤새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제가 꿈꾸던 하루였는데 어제는 그 소원을 조금이라도 이룰 수 있었어요.”

사라의 표정은 행복에 차있었다.

“그 두 사람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렇습니다.”

“제가 괴물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최대한 저를 받아들여 주려고 했거든요. 단 한 번도 저를 위협하려고 한다거나 억지로 저에 대해서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그럴 수 있음에도 말이죠.”

사라는 몸을 일으키면서 프란시스에게 물었다.

“프란시스 님도 이제는 제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으시죠?”

“어제 주환 님과 데스티나 님께 들었습니다.”

“그럴 거로 생각했어요.”

사라는 자신의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 두 분은 가신 건가요?”

“네. 이 저택에는 계시지 않습니다.”

“아버님은요?”

“아침 일찍 시종장님과 황급히 나가셨습니다.”

“그렇군요.”

사라는 침대에서 내려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창문을 연 사라는 바깥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더니 고개를 돌려서 프란시스를 바라보았다.

“우리 산책하러 갈 까요?”

* * *

프란시스와 사라는 항구를 지나 백사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몸이 불편한 사라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기에 프란시스는 그 옆에서 보조를 맞추면서 걸었다.

저택에서부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두 사람은 백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라가 프란시스를, 아니 그녀가 프란시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기 전 아직 가스파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때의 그를 발견했던 바로 그 장소였다.

백사장으로 밀려오는 탁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프란시스는 사라의 이름을 불렀다.

“사라 아가씨.”

“네. 프란시스 님.”

“저를 원망하시나요?”

“어째서 그런 것을 물으시는 거죠?”

“제가 이 도시에 주환 님이나 데스티나 님 같은 괴물 사냥꾼들을 끌어들였으니까요.”

“그 문제라면. 저는 프란시스 님은 전혀 원망하지 않아요.”

“어째서죠?”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사실 계속해서 인간을 잡아먹어야 하는 이런 괴물 같은 삶에 싫증이 나는 참이기도 하고요.”

“아가씨.”

“저는 인간을 잡아먹고 싶다는 충동을 참을 수 없어요. 저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가 해 주신 모든 희생을 저는 존중해요. 그것은 아버지가 저에게 보여주실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 표현이시겠죠.”

바닷바람이 불어와 사라의 검은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그렇지만 아버지를 원망할 때도 가끔 있답니다. 제가 인간으로서의 존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가져가신 것도 아버지이시니까요. 저는 건강해졌지만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해하는 괴물만이 남았을 뿐이죠.”

“아가씨는 결코 괴물이 아닙니다.”

“주환 님 일행이 저희의 저택을 찾아왔을 때에도 저는 저의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프란시스 님은 모르셨겠지만 저는 주환 님을 죽이기 위해서 그분의 방을 찾아간 일이 있었죠.”

사라는 주환의 침대 밑에 데스티나와 이온이 숨어 있던 그날, 자신이 주환을 찾아간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날 제가 그 검을 보지 못했다면 그대로 괴물로 변해서 주환 님을 잡아먹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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