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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79화 (179/182)

179화

“네 쪽은 어땠어? 무슨 새로운 움직임은 없었어?”

“이야기 자체는 평범한 것이었다. 사라 아가씨는 연애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더군. 나로서는 그다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서 좀 난감하던 차였지. 하지만 새롭게 발견한 것은 있다.”

“뭔데?”

주환의 물음에 데스티나는 창틀에서 발견한 재 가루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 흔적을 보았을 때 그 하얀 가면이 사라 아가씨의 방에 출입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선 사라 아가씨와 하얀 가면이 동일인물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주환은 사라의 방 구조를 떠올렸다.

“하얀 가면은 사라 아가씨의 방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사라 아가씨의 방은 단지 하얀 가면이 사용하는 통로로만 기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하얀 가면은 이 저택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도 있지.”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런 존재가 저택을 돌아다닌다면 집 안에 있는 이들이 알았을 텐데, 그런 낌새는 없었으니까.”

“역시나 그 하얀 가면과 사라 아가씨가 동일인물이라고 가정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을 거다. 우선 이온의 이야기도 있었고.”

“하지만 프란시스는 사라 아가씨의 몽유병 증세 때문에 계속 그녀의 방을 확인하고 있었어. 사라 아가씨가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면 몰랐을 리가 없을 텐데.”

“풀리지 않는 것은 그 부분이로군.”

“그리고 또 걱정되는 것은 카미유야.”

“그건 그렇다. 지금 카미유는 혼자 있을 테니까.”

“그럼 이제 어떡할까? 지금이라도 카미유를 지원하러 가야 할까?”

주환의 물음에 데스티나도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쪽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이곳에 하얀 가면이 있을 것은 거의 확실하고 지금 루퍼트 씨가 어떻게 나올지의 갈림길에 서 있으니 이곳에 있어야 상황이 바뀌었을 때 기민하게 행동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기는 하네. 그리고 이온에게 몸이 나으면 카미유 쪽을 지원해 달라고 말을 해 놓기도 했고.”

주환은 여관에 남아 있던 이온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계속해서 시간만 끌고 있을 수는 없다. 만약 내일까지도 루퍼트가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한다면 억지로라도 일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어.”

“나도 알아. 언제까지 고민만 하게 놓아둘 수도 없으니까.”

“그나저나 벨루드는 어디로 가 버린 것인지…….”

“그러게. 경비대에 없다면 이곳에는 있을 줄 알았는데. 하긴 루퍼트 씨와 사이가 좋지 않으니 이곳에는 있을 리가 없나.”

“불길한 예감이 든다. 카미유 쪽에서 벨루드를 만나 같이 움직인다면 좋겠지만.”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손님방을 나섰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사라의 방으로 돌아갔을 때 사라는 여전히 반짝거리는 눈으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비밀 이야기는 다 하고 온 거야? 그럼 우리 아침까지 같이 노는 건 어때? 아빠에게 말씀드려서 다시 손님방을 내주도록 할 테니까. 원할 때까지 이곳에 있어도 좋아.”

사라는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 *

기절해 있던 카미유는 서서히 눈을 떴다.

사방이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카미유는 눈을 깜빡이면서 자신의 시야가 어느 정도 어둠에 익숙해지게 하였다.

카미유는 눈을 떴을 때 사방이 아주 어둡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사방에 횃불이 달려 그 불빛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단지 그녀가 갇혀 있는 곳이 워낙 넓은 곳이었기에 그 횃불들로도 그 공간을 다 비출 수가 없는 것뿐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카미유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카미유는 두 손이 뒤로 묶인 채로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이런…….”

카미유는 신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시선은 바닥으로 향하는 셈이었다.

중력 때문에 카미유의 포니테일은 아래쪽으로 흘러내려 바닥과 맞닿아 있었다.

횃불의 어슴푸레한 불빛에 의지하여 카미유는 바닥을 볼 수 있었다.

그 바닥은 일반적은 건물의 바닥이라기보다는 자연적인 울퉁불퉁한 바닥에 가까웠다.

카미유는 그 바닥이 비밀부두가 숨겨져 있던 동굴의 바닥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그 동굴로 돌아온 건가?”

카미유는 고개를 돌리다가 매달려 있는 것은 자신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한 명이 그녀와 같은 자세로 매달려 있었다.

카미유의 옆에 매달려 있는 이는 바로 벨루드였다.

“벨루드!”

카미유는 매달려 있는 벨루드를 향해서 소리쳤다.

“이봐! 벨루드! 일어나!”

카미유가 계속해서 벨루드를 불러대었지만 벨루드는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을 분이었다.

그의 가슴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깨어났군요.”

카미유는 한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움직였다.

새로운 가면을 쓰고 있는 헤스컴이 어둠 속에서 옅은 횃불의 불빛을 받으면서 카미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글쎄요. 어디일까요?”

“바닥을 보니까 너희가 사용하던 그 동굴인 것 같은데.”

“비슷합니다. 사실 당신을 데리고 들어왔던 곳은 바로 교단의 지하실이죠.”

“지하실? 교단 건물의 지하에 이렇게 큰 공간이 숨겨져 있단 말이야?”

“물론 처음부터 그런 공간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곳은 교단의 바로 아래쪽에 있는 것도 아니고요.”

헤스컴의 설명에 카미유는 머리를 굴렸다.

“그럼 이곳은 그 비밀부두가 있던 동굴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데.”

“맞습니다. 그 동굴의 안쪽은 석벽으로 막혀 있지만 그 벽은 저희가 만든 것일 뿐, 그 동굴은 훨씬 더 깊게 파여 있습니다. 얼마나 깊게 파여 있는지 도빌워터의 아래쪽과 연결될 정도죠. 저희는 동굴의 중간에 아무나 침입할 수 없는 석벽을 만들고 동굴의 끝과 교단의 지하를 연결했을 뿐입니다.”

“듣기만 해도 큰 공사인데.”

“괜찮습니다. 강화된 좀비들은 훌륭한 인부가 될 수 있고 또 좀비들은 필요할 때마다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요.”

헤스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미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희들이 잡아온 사람들은 어디 있지?”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군요.”

“우리는 의뢰로 먹고살거든. 일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면 그대로 밥줄 끊기는 거니까. 요즘 같은 세상이 얼마나 먹고살기 힘든 줄 알아?”

“그 직업정신에는 경의를 표합니다만. 당신에게 좋은 소식을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을 준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그 소식을 가지고 이곳을 나갈 일도 없을 것 같고요.”

“그럼 죽는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줘.”

“그들도 곧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이어서 헤스컴은 손을 들어서 어느 한 쪽을 가리켰다.

카미유는 헤스컴의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가상의 선을 눈으로 따라갔다.

그는 이 공간의 가장 중앙 부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저곳으로 가겠지요.”

그곳에는 아주아주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연못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크기가 매우 커서 카미유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동굴 안에 저런 연못이 있다니.”

“저 아래쪽으로는 동굴 바깥과 통하는 틈이 있어서 바닷물이 순환할 수가 있습니다. 누군가 침입할 수는 없지만 물은 들어오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연못에 차 있는 물은 아주 깊은 검은 색을 띠고 있었다.

카미유는 동굴이 상당히 어두워서 그 연못도 그렇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곧 연못의 물 자체가 검은색임을 깨달았다.

그 물의 색은 주환 일행이 도빌워터의 항구에서 보았던 바다의 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먹물 같은 검은 색이었다.

그들이 백사장으로 가 바닷물의 색을 자세하게 확인했을 때 그들은 바닷물의 색은 매우 탁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바닷물의 색은 지금 연못의 색과 비교하면 검은색이라기보다는 어두운 회색빛에 가까웠다.

“너희들이 사람들을 납치한 건 이번뿐만이 아니었겠지.”

“사실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헤스컴의 대답에 카미유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그들……. 그들 모두 죽은 건가?”

“죽었다는 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 하마스 신님과 하나가 되어서 살아가는 겁니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잡아온 모두가 그런 꼴을 당한 거냐!”

“당신들은 제외하고 말이죠.”

“우리는 어째서 살려 둔 거지?”

“당신들의 협상 재료로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였으니까요. 그렇지만 당신들에게 여전히 그러한 가치가 남아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이지만요.”

“지금 좀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겼는데.”

“뭐죠?”

“너는 신을 모시는 사제가 확실하긴 한 거야? 그리고 하나 더, 너희들이 믿는 그 하마스라는 신이 존재하기는 한 거고?”

“저는 그 누구보다 신실한 신의 사자입니다. 그리고 저의 이 모습은 신의 충실한 종복이라는 사실의 증거이기도 하죠.”

“바다의 신이라더니 역시 해산물을 좋아하는가 본데. 너 같은 해산물은 먹을 수도 없을 테지만.”

카미유의 조롱에도 헤스컴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자기가 해산물이라는 걸 인정하는 거야?”

“제가 여전히 인간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 방금 같은 조롱에 분노했겠지만 저는 이미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은 몸이기 때문에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헤스컴은 그렇게 말한 순간 자신의 손, 즉 촉수를 뻗어서 카미유의 목을 잡았다.

“윽.”

그리고 헤스컴은 촉수를 움직여 시계추처럼 매달려 있는 카미유를 자기 쪽으로 당겨지게 하였다.

자신이 붙잡고 있는 카미유의 얼굴이 자기 쪽으로 가까워지자 헤스컴은 다른 손으로 자신의 가면을 벗으면서 그 징그러운 얼굴을 그녀에게 들이대었다.

“단지 순간 당신을 신의 곁으로 보내 드릴 자비심이 생겨났을 뿐이죠.”

“그걸……. 분노라고 하는 거야.”

헤스컴은 카미유를 놓아주었다.

부웅.

한껏 당겨져 있던 카미유의 몸이 헤스컴의 손에서 벗어나자 매달려 있던 그녀의 몸은 진자운동을 하면서 반대편에 있던 동굴의 벽에 부딪혔다.

쿵!

“큭!”

전신에 고통이 덮쳐 왔지만 카미유는 이를 악물고 참아내었다.

“신께서는 언제나 그 입을 조심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아직 내 두 번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어.”

카미유는 반동으로 계속해서 흔들리면서도 헤스컴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하마스 신이라는 것은 정말로 존재하는 거냐고 물었잖아.”

“하마스 신님은 명백하게 존재하십니다.”

“혹시나 신은 마음속에 존재하십니다, 같은 선문답으로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하마스 신님이 존재하신다는 증거는 곧 직접 보시게 될 겁니다.”

헤스컴이 말을 마쳤을 때 동굴의 한쪽에서 다수 사람들이 등장하였다.

“드디어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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