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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77화 (177/182)

177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변하고 있어.”

카미유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제가 뿌린 저 정도의 액체로는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저들은 모두 변하고 있잖아.”

“그들 전부 지금껏 지속해서 중독되어 있었던 거죠. 이곳 도빌워터의 바다를 보셨겠죠.”

헤스컴의 말에 카미유는 도빌워터 특유의 검은색 바다가 다시금 눈에 선명히 보이는 듯했다.

“설마 이 액체가 이 도시의 앞바다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가?”

“맞습니다. 그렇기에 이 바다에서 나는 음식들을 계속해서 섭취한 이들은 일찍이 변이할 수 있는 체질로 바뀌어 가고 있었던 거죠. 그 증거가 바로 그들의 하얀 피부와 검은색의 머리칼입니다.”

경비대원들은 완전히 변이를 이루었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단 하나의 터럭도 남기지 않고 그들의 온몸은 은색의 비늘로 덮인 채였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이빨은 송곳처럼 뾰족해졌으며 눈은 눈동자가 사라지고 오로지 흰자만이 남았다.

“자. 이제 너희에게 힘을 주었으니. 이자를 잡아라.”

헤스컴은 변이된 경비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헤스컴의 명령이 떨어지자 경비대원들은 일제히 창이나 검 같은 날붙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경비대원들은 날붙이를 앞세우고 카미유를 향해서 돌격했다.

카미유는 비늘 괴물이 되어 버린 경비대원들을 향해서 왼손을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건틀릿이 네 개의 손가락 구멍이 개방되면서 그 안에서 네 줄기의 와이어들이 앞으로 발사되었다.

발사된 와이어들은 앞쪽에서 달려드는 경비대원들을 각각 휘감았다.

위잉.

건틀릿의 기계 장치가 작동되었지만, 기계 장치는 어느 정도 작동하다가 멈추었다.

와이어의 날이 변이된 경비대원들을 어느 정도 파고들었다가 멈추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은색의 비늘들 때문에 와이어들은 더는 깊게 파고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경비대원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와이어에 감겨 있는 상황에서도 날붙이로 카미유를 찌르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헤스컴은 그 싸움에서 거리를 둔 채 재미있다는 듯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헤스컴이 보이고 있는 여유로운 모습에 화가 난 카미유는 왼손 건틀릿의 검지에 장치된 로프를 건물의 천장 쪽으로 발사했다.

쿡!

로프 끝의 기계 장치가 천장에 단단히 고정되자 카미유는 손가락의 모든 장치가 강하게 조이게끔 기계 장치의 모드를 맞춰두고 왼손 건틀릿에서 손을 뺐다.

그러자 벗겨진 건틀릿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와이어에 묶여 있는 경비대원들, 그리고 반대쪽에는 천정에 고정된 로프가 동시에 당겨지면서 경비대원들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왼손의 건틀릿을 벗음으로써 어느 정도 자유로운 몸이 된 카미유는 경비대원들이 있는 곳과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헤스컴이 서 있었다.

지금 카미유는 오른손 건틀릿이 고장이 나 있는 상태였기에 그를 향해서 와이어를 발사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장치를 작동시키자 건틀릿의 옆 부분에서 짧은 날붙이가 튀어나왔다.

헤스컴에게 달려든 카미유는 그 날붙이로 헤스컴을 찔렀다.

헤스컴이 입고 있는 사제복이 뚫리면서 날붙이는 헤스컴의 몸을 파고들었다.

공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카미유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날붙이가 헤스컴의 피부를 베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의 몸을 두르고 있는 체액에 날붙이가 미끄러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헤스컴의 장갑이 벗겨졌다. 그 장갑의 안에서 드러난 것은 역시나 인간의 손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섯 가닥의 촉수였다.

인간의 손가락 굵기와 비슷한 다섯 가닥의 촉수가 서로 엉켜 인간의 손과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엉켜 있던 촉수들이 풀리면서 그 촉수들의 사이가 넓게 벌어져 카미유의 목을 감았다.

“으윽!”

카미유는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헤스컴의 촉수는 더욱더 강하게 카미유의 목을 조여 왔다.

카미유는 자신의 왼손을 들어 날붙이를 이용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촉수를 자르려고 했다.

그렇지만 헤스컴 역시 가만있지는 않았다.

그 역시 다른 쪽 손을 들어서 카미유의 팔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이 자식!”

카미유는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산소 부족 때문에 카미유가 의식을 잃어버리자 헤스컴은 기절해 버린 카미유의 목을 놓아주고는 바닥에 쓰러뜨렸다.

쿵!

카미유가 쓰러짐과 동시에 계속해서 가동되고 있던 건틀렛의 기계 장치가 멈추었다.

그러자 그 건틀릿에 묶여 있던 경비대원들이 와이어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경비대원들은 몸에 박혀 있는 와이어를 빼낸 뒤에 쓰러져 있는 카미유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헤스컴은 그들을 둘러보면서 물었다.

“기분이 어떻지?”

그의 물음에 경비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느릿한 어조로 동시에 대답했다.

“기분이 최고입니다.”

“그래. 너희는 신의 은총을 받았으니까. 인간적인 고뇌나 잡념은 사라지고 오로지 신과 함께한다는 쾌감만이 남게 되는 거지.”

경비대원 중 한 명이 헤스컴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저희는 더 이상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는 겁니까?”

“왜? 돌아가고 싶나?”

“아니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게 하마스 신님의 뜻이라면 기꺼이 따를 생각입니다.”

“잘 생각했다. 하마스 신님도 너희를 아끼실 거다.”

“헤스컴 님. 이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또 다른 경비대원이 헤스컴에게 그렇게 묻자 헤스컴은 낮은 자세를 취하고는 기절해 있는 카미유를 바라보았다.

“이자도 교단으로 데려가도록 하지.”

“차라리 죽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좋지만, 아직 이자의 동료가 남아 있거든. 그렇다면 인질로서의 가치도 있고 이자에게도 신의 은총을 나누어 주어서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으니까. 그럼 교단으로 옮기도록 해.”

* * *

이온이 누워 있는 여관의 방 안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이온은 여관의 침대에 누운 채로 야간투시 시야를 이용해 천장의 무늬를 세고 있었다.

“왼쪽 나무판의 위에서 아래까지의 가로선은 14,249,380개. 이번에는 세로선을 세어 볼까.”

그녀의 몸 안에 있는 바닷물은 대부분 사라졌으며 지금은 나노머신을 통해서 몸의 부상당한 부분을 수복하는 중이었다.

다시 움직이는 것은 가능했지만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일은 아직 불가능했다.

이온은 빨리 자신의 신체를 정상으로 돌려 주환을 도우러 가고 싶었지만, 그것은 여의치 않았다.

나노머신은 그녀의 신체의 망가진 부분이나 어긋난 부분을 효과적으로 보수해 주었지만, 근본적으로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해야 할 때에는 나노머신으로도 확실한 효과를 보기가 어려웠다.

지금 이온이 제대로 기동할 수 없는 것은 단순히 괴물 문어와의 싸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르페우스호에서부터 계속해서 지속했던 싸움들이 누적된 것이 가장 컸다.

그리고 직접 번개를 때려 넣은 충전은 이온은 다시 깨어나게 했지만 내부 장기에 충격을 남긴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내 몸을 수복할 수 있는 파츠를 구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지금 이온의 고민은 그것이었다.

그녀의 신체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과 지금 그녀의 주변에 있는 물질들은 서로 호환이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만약 호환될 수 있는 물질을 찾을 수 있다면 반드시 완성된 부품이 아니어도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녀의 몸 안에 있는 나노머신들을 밖으로 내보내서 필요한 물질들을 분해해 다시 그녀의 몸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수복의 재료로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몸을 수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모저모 고민을 하고 있던 이온은 문득 생각이 난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방의 한쪽에는 갈레오스의 유품이 잘 놓여 있었다.

루퍼트가 화를 내면서 필요 없으니 당장 가지고 떠나라고 했던 그 물건.

길쭉한 하얀 색의 상자를 본 이온은 그 상자 역시 한참 미래에서 온 아티펙트였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면 자신의 몸을 다시 수복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온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머릿속에서 안정을 취할 것을 권하는 위험 신호를 보냈지만, 이온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쪽 벽에 있는 아티펙트를 집어 든 다음 다시 침대로 가지고 왔다.

“무거워.”

아티펙트를 가지고 침대에 앉은 이온은 그것이 결코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온은 그 아티펙트를 잡고 자신의 몸 안에서 수복 작업을 하고 있던 나노머신들을 멈추게 한 다음 자신의 몸 밖으로 내보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면 그녀의 손끝에서 은색의 안개가 새어 나오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나노머신은 이온의 신체 일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나노머신들이 대량으로 바깥에 나가 있을 때는 그녀의 본체 역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티펙트의 주변에 들러붙은 나노머신들은 그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내부로 침투하는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한참 동안의 탐색이 벌어졌을 때 어느 순간 나노머신들은 그 아티펙트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아주아주 작은 틈들을 발견했다.

마치 하나의 완전한 상자처럼 보이는 아티펙트는 사실 수많은 선으로 갈라져 있었는데 그 갈라진 틈이 워낙에 얇아서 그 틈을 이루는 조각들이 마치 완전히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던 것이다.

그 틈이 아주 좁아 나노머신조차 들어갈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그러자 이온은 나노머신들은 스케빈져 모드로 전환했다.

스케빈져 모드로 들어간 나노머신들은 목표로 한 물질은 잘게 분해해서 이온의 몸속으로 옮기는 구실을 했다.

지금 이온의 목적은 단순히 아티펙트를 분해하여 자신의 일부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틈들을 더욱더 넓게 벌려서 나노머신들을 그 안에 침투시켜 그 아티펙트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것이었다.

* * *

똑똑.

주환이 사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 사라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사라가 들어올 것을 허락하자 문이 열리면서 프란시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이죠?”

“주환 님께 잠시 볼일이 있어서 들렀습니다.”

프란시스의 말에 주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에게 볼일이 있으시다고요?”

“네.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상관없지만.”

주환이 사라를 바라보자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주환은 데스티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데스티나를 이곳에 혼자 놓아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사라는 자신이 밖에 나간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온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가 바로 아까까지 싸워댔던 하얀 가면일 확률이 높았다.

데스티나와 주환이 힘을 합치면 하얀 가면과 싸워 볼 만하겠지만 만약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데스티나 혼자서 하얀 가면으로 돌변한 사라를 제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다녀오도록. 나 역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데스티나가 주환을 안심시키자 주환은 프란시스를 따라서 사라의 방을 나섰다.

“무슨 일인 거죠?”

주환이 묻자 프란시스는 그를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우선 정원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뭔가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주환은 프란시스의 분위기가 사뭇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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