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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73화 (173/182)

173화

주환과 데스티나, 카미유는 인어의 주방 위층에 있는 숙소에 이온을 편히 눕히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방을 나오자 카미유는 데스티나를 보면서 말했다.

“경비대에는 나 혼자 갈 테니까 데스티나 너는 주환과 같이 루퍼트 씨의 집으로 가.”

“혼자 괜찮겠나?”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어차피 평생 혼자였다고. 그리고 사라라는 그 사람이 하얀 가면의 괴물이 맞는다면 우리 한 사람씩으로는 상대할 수가 없어. 그러니 너희 쪽에 인원을 보강하는 것이 맞는 일이지.”

“알겠다. 그럼 서로 연락할 일이 있으면 이 여관방에 메시지를 남겨놓도록 하지.”

“좋아. 좋아. 그럼 두 사람 다 조심해. 하얀 가면은 우리가 자신의 얼굴을 봤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이제부터는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거든.”

“그래. 알았어. 카미유. 너도 조심해.”

주환 일행은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곧장 여관을 빠져나갔다.

* * *

주환 일행은 여관을 나선 뒤 항구에서 서로 나누어졌다. 카미유는 경비대를 찾아갔으며 주환과 데스티나는 루퍼트의 저택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루퍼트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루퍼트의 저택에 불이 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이 찾아온 시간은 새벽쯤이었으니 모두가 자고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사라의 방에는 지금 아무도 없을 수도 있었다.

“불이 다 꺼져 있네.”

그렇게 말하며 주환은 하품을 하였다.

밤늦게까지 벌어지는 전투에 대한 피로감을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사라 아가씨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마음에 걸린다.”

“우리가 나타나면 루퍼트 씨가 노발대발할 텐데 말이야.”

“이제는 그런 것을 신경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까지 큰 사건이 일어났으니 루퍼트 씨를 추궁해 볼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니까.”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으니까 서로 눈치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그렇지.”

데스티나는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모두가 자는 것인지 나오는 이는 없었다.

데스티나가 한참을 두드리자 겨우 문을 열어주는 이가 있었다.

“누구십니까?”

문을 연 시종장은 문 앞에서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들은?”

“루퍼트 씨를 뵈러 왔습니다. 그리고 사라 아가씨도 말이죠.”

“지금은 너무나 늦은 시간입니다. 이런 시간에 찾아오신다면 주인님이 절대 좋아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애초에 여러분은 주인님의 노여움을 사서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셨습니까? 주인님이 만나 주실지도 의문이로군요. 아무튼, 정말로 볼일이 있으시다면 날이 밝은 다음 다시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시종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닫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데스티나는 손을 넣어서 문을 강하게 잡았다.

“무슨 짓입니까?”

시종장이 그렇게 묻자 데스티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만약에 들여보내 주시지 않는다면 강제로 열고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겨, 경비대를 부를 수밖에 없겠군요.”

데스티나와 시종장이 서로 대치하고 있을 때 저택의 복도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소란스럽군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복도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바로 프란시스였다.

“프린시스 님. 아직 안 주무고시고 계셨던 겁니까?”

시종장이 프란시스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 아가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방으로 돌아가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래층에서 소란스러움이 느껴지기에 내려온 것이죠.”

그렇게 말한 프란시스는 문틈으로 보이는 데스티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데스티나 님?”

프란시스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시종장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분들이 이 저택에 억지로 들어오겠다고 난동을 부리시는군요. 경비대를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상황을 지켜보던 프란시스는 시종장을 설득했다.

“이런 시간에 찾아오셨다는 것은 뭔가 큰일이 벌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선 들여보내 드리는 것이 좋을 듯한데요.”

“하지만 그랬다가는 주인님의 불호령이 떨어질 겁니다.”

“루퍼트 님께는 제가 부탁한 일이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별것이 없는 용건이라면 제 선에서 돌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시종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지만 프란시스의 부탁에 문에서 떨어져 위층으로 올라갔다.

“도와줘서 고맙군.”

프란시스가 문을 열어주자 주환과 데스티나는 안으로 들어섰다.

“이 마을로 여러분을 끌어들인 것은 결국 저니까요. 그러니 계속해서 도와드리는 것이 이치에 맞겠죠.”

프란시스는 저택을 문을 닫으면서 말을 이었다.

“이런 시간에 오신 일이니 뭔가 큰 일이 있으셨나 보군요.”

“아주 큰일이에요. 이미 경비대도 움직일 정도로 엄청난 범죄사건이니까.”

주환의 말에 프란시스는 알겠다는 듯 곧바로 두 사람을 위층으로 안내했다.

“저는 여러분을 믿겠습니다. 그러니 그 이야기는 루퍼트 님 앞에서 직접 듣는 것으로 하죠. 루퍼트 님은 제가 어떻게든 설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

프란시스의 설득으로 겨우 자신의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루퍼트의 모습은 주환과 데스티나가 상상하는 그대로였다.

밤중에 수면을 방해받았다는 사실과 자신을 만나러 온 이들이 자신이 쫓아냈던 이들이라는 사실이 합쳐진 불쾌감이 루퍼트의 얼굴에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루퍼트가 자신의 책상에 앉고 시종장이 문을 닫고 나가자 서재에는 주환과 데스티나, 그리고 루퍼트와 프란시스만이 남았다.

루퍼트는 얼굴을 문지르면서 입을 열었다.

“분명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을 텐데. 아직도 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군.”

“떠날 수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이 오밤중에 나를 깨워야 할 만큼 큰일이던가?”

“그렇습니다.”

루퍼트와 이야기를 하는 데스티나를 보면서 주환은 문득 벨루드를 떠올렸다.

“아. 이야기를 드리기 전에 먼저 여쭤 볼 게 있어요.”

주환은 우선 자신 쪽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었다.

“혹시 벨루드가 이곳으로 오지 않았나요?”

“벨루드?”

루퍼트는 주환의 물음에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관심이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런 불효자식은 이미 이 도시를 떠나 버렸을 거야. 아주 거액의 돈이 손에 들어왔을 테니까. 또 그 돈을 가지고 아무 곳이나 가서 의미 없는 일에 돈을 뿌려대겠지.”

루퍼트는 하마스 교단의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자조적은 웃음을 띠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주환은 루퍼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벨루드는 아까까지 저희와 같이 있었으니까요.”

“뭐라고?”

“그럼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도록 하죠.”

데스티나는 주환의 말을 받아서 주환 일행이 이 도시에서 겪었던 일들을 루퍼트와 프란시스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서재 안에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프란시스였다.

“그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었음에도 저에게는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으셨던 거군요.”

프란시스의 날카로운 지적에 주환은 당황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변명했다.

“갑자기 저택에서 나갈 수밖에 없어서 이야기할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뿐이에요.”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프란시스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 이상한 동굴에서 사라 아가씨를 만났다고 하셨는데…….”

프란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 동료가 확실히 확인한 겁니다.”

“그때도 말씀을 드렸지만 저는 사라 아가씨의 몽유병 증세 때문에 한밤중에는 수시로 아가씨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여러분의 말씀대로라면 사라 아가씨는 수시로 그 유령선 작업에 협조하셨다는 건데, 낮이건 밤이건 아가씨가 저희 눈을 피해서 밖으로 나가실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프란시스는 잠시 루퍼트의 눈치를 본 다음 말을 이었다.

“아가씨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밖에 나가는 게 힘드시기도 하고요.”

“저희는 사실만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데스티나는 강하게 주장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루퍼트는 양손에 깍지를 끼고 팔을 책상에 댄 다음 그 위에 고개를 숙이면서 고뇌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모두의 시선이 루퍼트에게 쏠려 있는 상황이었다.

데스티나와 주환은 지금 그의 딸이 범죄자들의 일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그가 낮에 보였던 모습보다 훨씬 더 강한 분노를 표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나름의 각오를 다지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루퍼트는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결국 자네들이 하고 싶은 말은……. 내 소유로 보이는 배와 내 딸이 그 이상한 부두에서 사람들을 납치하는 범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내게 그에 대해 해명을 해 달라는 것이겠지?”

“결국에는 그런 말이지만…….”

주환은 루퍼트가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었기에 최대한 조심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려 하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벨루드가 갑자기 사라진 거고?”

“그것까지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 없다면 벨루드는 지금 경비대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쪽은 다른 동료가 확인하러 갔고요.”

“그래. 그렇군.”

다시금 흐르는 침묵.

데스티나는 루퍼트를 존중하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추궁하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에 대해서 대답해 주실 용의는 있으신 겁니까?”

루퍼트의 데스티나의 물음에 대해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긍정하지는 않았다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자신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대답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늘은 더는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군.”

루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불쾌감도 분노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은 허탈해 보이는 감정뿐이었다.

“루퍼트 님.”

프란시스가 앞으로 나서자 루퍼트는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다.

“프란시스. 이제부터는 자네가 알아서 일을 진행하도록 하게.”

“그렇지만.”

“그리고 나를 혼자 있게 해 주겠나? 오늘만큼은 정말로 혼자 있고 싶군. 정말이야.”

루퍼트의 말에 데스티나와 주환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계속해서 추궁을 이어나가 봐야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루퍼트의 반응에서 더욱더 많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소득이었기에 두 사람은 우선 이쯤에서 물러나기로 하였다.

두 사람은 프란시스에게 이끌려 루퍼트의 집무실을 나섰다.

세 사람이 집무실을 나섰을 때 프란시스는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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