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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71화 (171/182)

171화

주환은 상대의 움직임을 확실하게 봉쇄하기 위해서 빙결탄으로 교체하고는 재차 사격을 이어 나갔다.

빙결탄이 하얀 가면을 보호하고 있는 촉수 방어막에 명중하자 삽시간에 그 표면 위로 두꺼운 얼음막이 퍼져 나가면서 하얀 가면이 움직일 수 없게끔 했다.

그사이에 카미유는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카미유는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건틀릿의 손가락 중 검지를 제외한 모든 손가락을 개방했다.

그러자 개방된 손가락의 구멍들에서 와이어들이 흘러나왔다.

검지손가락들을 제외한 모두 여덟 줄의 와이어.

카미유가 모든 와이어들을 개방하고 있을 때 얼음으로 뒤덮여 있던 하얀 가면의 몸이 흔들렸다.

으직!

꽃봉오리처럼 하얀 가면의 몸을 감싸고 있던 촉수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면서 그를 뒤덮고 있던 얼음들이 박살 나 버렸다.

그와 동시에 카미유는 여덟 줄의 와이어를 발사했다.

챙!

하얀 가면이 조종하는 촉수와 카미유가 발사한 와이어들이 허공에서 춤을 추듯이 움직이면서 무시무시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그들의 주변에 있던 짐들과 오크통들은 마치 과자처럼 부서지거나 수 조각으로 잘려 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지금 카미유가 하얀 가면을 온전히 상대하고 있을 때가 기회였기에 주환 역시 총을 쏘면서 하얀 가면을 협공했다.

두 사람의 공격은 매서웠지만 하얀 가면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하얀 가면은 카미유의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주환의 공격에도 대응해 나갔다.

그렇지만 그렇게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있던 데스티나가 주환과 카미유를 돕기 위해서 그곳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세 사람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여겼는지 하얀 가면은 카미유와 주환을 상대하는 것을 멈추고는 멀찍이 뒤로 물러났다.

“데스티나.”

데스티나가 돌아오자 주환은 그녀를 보면서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벨루드를 통해서 피신시켰다.”

“그래? 그럼 정말 아무 거리낌 없이 싸울 수 있겠네.”

카미유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얀 가면을 노려보았다.

주환과 카미유가 다시금 싸움에 나서려고 할 때 데스티나가 두 사람을 제지하면서 앞으로 나섰다.

“잠깐 기다려라.”

두 사람이 공격하는 것을 멈추자 데스티나는 하얀 가면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너희 목적은 무엇이지?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납치하고 있는 것인가?”

데스티나의 물음에도 하얀 가면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용없어. 아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주환이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데스티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너는 어느 소속인가?”

대답이 없었다.

“하마스 교단과 관련이 있는 자인가?”

역시나 대답이 없다.

“아니면 루퍼트 씨와 관련이 있는 자인가?”

하얀 가면은 대답 대신 촉수를 움직였다.

세 사람은 하얀 가면이 공격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그에 대응하려고 했지만 하얀 가면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는 촉수를 이용해서 벽의 한쪽에 걸려 있던 램프를 집어 들었다.

하얀가면은 촉수를 이용해 램프를 가져온 뒤 자신의 손으로 들었다.

“네 녀석. 이 모든 것을 불태울 작정이냐!”

카미유가 그렇게 소리치자 하얀 가면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얀 가면은 들고 있던 램프를 바닥으로 던졌다.

쨍끄랑!

바닥으로 던져진 램프가 깨지면서 그 안에 있던 불꽃이 바닥으로 옮겨붙었다.

지금 그들이 싸움을 벌이면서 오크통에 있던 기름이 사방에 흥건하게 흐르고 있는 상황.

불꽃이 바닥에 옮겨붙자마자 그 불꽃은 삽시간에 크나큰 불길로 변하여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불길은 주환 일행과 하얀 가면을 갈라놓는 커다란 벽이 되었다.

불길이 워낙에 거세고 뜨거웠기에 세 사람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주환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너머로 총구를 겨누었다.

불길이 그들을 막고 있었기에 상대를 제대로 조준할 수는 없었지만 주환이 사용하려는 것은 일반적인 탄이 아니었다.

주환은 하얀 가면을 향해 유탄을 발사했다.

조준은 정확했다.

하얀 가면은 촉수를 움직여서 마치 야구공을 치듯 날아오는 유탄을 튕겨내려고 했다.

쾅!

그리고 촉수와 유탄이 부딪치는 순간 유탄이 폭발하고 말았다.

유탄의 폭발이 하얀 가면을 덮치자 그가 입고 있던 로브와 가면이 찢겨 날아가고 말았다.

로브가 벗겨지면서 드러난 하얀 가면의 몸은 온통 검은색의 연기로 뒤덮여 있었으며 하반신은 촉수들이 감싸고 있어 검은색의 드레스가 연상되었다.

하얀 가면은 가면이 날아가자 당황한 듯한 손을 들어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긴 흑발 머리가 흩날렸다.

“콜록. 콜록!”

배 안에 연기가 가득 찼기에 주환 일행은 기침하면서 불길에서 물러났다.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데스티나는 주환과 카미유를 반대쪽 출입구로 이끌었다.

데스티나에게 이끌려 그 자리를 벗어나던 주환은 고개를 돌려서 다시금 불길 너머를 바라보았다.

하얀 가면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손 틈 새로 주환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얀 가면은 몸을 돌려 선두 쪽의 출입구로 빠져나갔다.

* * *

한편 부두 쪽에 있던 이온은 폭발음을 듣고는 범선 쪽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이온은 상황을 확인해 보기 위하여 범선의 위로 뛰어 올라갔다.

범선의 위로 올라간 이온은 갑판에 있는 두 개의 출입문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불이!”

이온은 혹시나 주환 일행이 범선에 있을까 싶어 갑판의 중앙에 있는 출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이온은 동시에 안쪽에서 나오던 주환 일행과 부딪혔다.

쿵!

“으앗!”

밖으로 황급히 대피하던 주환 일행은 안으로 들어오려던 이온과 충돌하여 갑판으로 나뒹굴었다.

“이온?”

바닥으로 넘어진 주환은 자신과 부딪친 이온을 보면서 그렇게 외쳤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뭐 하고 있기는요. 여러분을 구하기 위해서 온 거죠.”

이온은 일어선 뒤 데스티나와 카미유를 부축해서 일어설 수 있게 해 주었다.

“바다 밑에서 뭔가 찾은 건가?”

자리에 일어서며 데스티나 그렇게 묻자 이온은 얼굴이 밝아졌다.

“주인님. 제가 석문을 열었어요. 이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이온이 주환에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선두 쪽에서 검은 물체가 몸을 날렸다.

그것은 바로 선두 쪽 출입구로 탈출했던 하얀 가면이었다.

하얀 가면은 이온이 석문을 열었다는 소리를 듣자 곧바로 그곳으로 가기 위해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저게 뭐죠?”

이온의 말에 주환은 황급히 외쳤다.

“저자를 잡아야 해!”

주환의 외침에 이온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하얀 가면이 범선에서 뛰어내려 부두에 내려서자 이온 역시 그의 뒤를 쫓아 범선에서 뛰어내리면서 에너지 권총을 꺼냈다.

이온이 상대를 향해서 에너지 탄을 발사하자 하얀 가면은 촉수들을 움직여서 그 공격을 쳐냈다.

이온은 멈추지 않고 하얀가면에게 따라붙었다.

이온을 블레이드를 꺼낸 다음 촉수들의 공격을 방어해 내며 하얀 가면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온이 블레이드를 휘두르자 그에 맞은 촉수들이 잘려 나가며 바닥에 떨어졌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카미유와 주환을 동시에 상대해도 밀리지 않았던 하얀 가면이었지만 지금 그의 촉수들은 이전보다 더 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것은 주환이 발사했던 유탄을 직접 받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온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촉수는 일부뿐이었다.

그러나 그 촉수들로는 이온의 공격을 모두 받아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촉수 하나가 틈을 봐서 이온의 목 쪽으로 뻗어 나갔다.

촉수는 날카로운 이빨로 이온의 목을 물어뜯었다.

아니, 물어뜯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이빨은 이온의 목을 파고들지 못했다.

이온은 촉수를 손으로 움켜쥔 뒤 블레이드로 그 촉수를 내리쳤다.

블레이드의 날이 촉수의 몸통에 박혔지만, 완전히 잘라내지는 못했다.

이온은 곧바로 촉수를 놓아주고는 하얀 가면의 몸 쪽으로 블레이드를 내질렀다.

키잉!

촉수만으로는 온전히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하얀 가면은 손을 들어서 그 블레이드를 붙잡았다.

카미유의 날카로운 와이어를 버틸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손이었다.

그렇지만 이온이 사용하는 초진동 블레이드는 극한의 진동을 통해 단단한 물체를 파고드는 성질이 있었기 때문에 블레이드의 날이 점점 하얀 가면의 손을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얀 가면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다른 손을 얼굴에서 떼고는 양손으로 블레이드를 붙잡았다.

“앗!”

상대의 얼굴을 본 이온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한순간의 틈이 하얀 가면이 벗어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온의 몸에서 순간 힘이 빠지자 하얀 가면은 이온을 뿌리친 뒤 뒤쪽으로 몸을 날려 열려 있는 석문 안으로 쏙 들어갔다.

곧 정신을 차린 이온이 하얀 가면을 쫓아가려고 했지만 하얀 가면은 석문의 안쪽에 있는 손잡이를 조작하여 석문을 닫았다.

쿵!

이온이 석문에 도달했을 때 이미 문을 굳게 닫힌 상태였다.

철컹!

그때 석문의 안쪽에서 아주 크게 잠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온은 그 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소리는 사실 부두의 아래쪽에 있는 석제 손잡이에 잠금장치를 거는 소리였다.

이제는 부두의 아래에 있는 석제 손잡이를 돌려도 석문은 열리지 않는다.

석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이온은 다시 부두 쪽으로 돌아갔다.

부두에 정박해 있던 범선을 활활 불타고 있었으며 주환 일행은 이미 범선에서 탈출하여 부두 쪽에 내려온 상황이었다.

“놈은 도망간 건가?”

데스티나가 이온에게 묻자 이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워졌네. 그놈을 잡으면 놈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카미유가 아쉽다는 투로 말하자 이온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사실 지금 잡지 못했어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주환은 놀라 그렇게 물었다.

“방금 도망치는 자의 얼굴을 봤거든요.”

“그럼 그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건가?”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었어요.”

“뭐라고?”

이온의 말에 세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

“그게 누군데?”

“바로 루퍼트 씨의 따님인 사라 아가씨요.”

이온의 말에 세 사람은 숨을 죽였다.

주환은 그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사라는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하는 환자가 아니었던가?

“확실해?”

“본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해도 엄청나게 닮은 사람인 것은 확실해요.”

주환 일행은 이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데스티나의 머릿속에 벨루드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사라 아가씨가 이 일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면 벨루드는 이 일에 대해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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