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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70화 (170/182)

170화

데스티나는 좀비들을 가장 후미에 있는 식당 쪽으로 몰아넣을 생각이었다.

좀비들이 식당 앞쪽까지 밀리면 가운데에 있는 출입구를 통해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좀비들의 숫자는 절반 정도로 줄어 있었지만 데스티나가 완전히 밀어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우리도 같이 밀자!”

“다 달려들어!”

데스티나가 좀비들을 밀어내고 있자 뒤에 물러서 있던 이들이 좀비들을 막기 위해서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손에는 선실에서 꺼내온 잡동사니들이 들려 있었다.

그들은 데스티나와 좌우에 붙어서 잡동사니들을 사용해 좀비들을 밀어냈다.

“캬악!”

좀비들은 공격하기 위해서 열심히 앞 손을 휘둘렀지만 그들의 손톱은 잡동사니에 막혀서 실질적인 공격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좀비들은 식당의 앞쪽까지 밀렸다.

그러자 위 갑판으로 통하는 출입구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지금이다! 나가라!”

데스티나가 소리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재빨리 계단을 통해서 위쪽으로 올라갔다.

“너희들도!”

데스티나의 말에 그녀 바로 옆에서 좀비들을 막고 있던 이들도 잡동사니를 놓고 다른 이들의 뒤를 따랐다.

모두가 위로 나가자 데스티나는 롱소드를 강하게 거머쥐었다.

그녀는 오른손은 롱소드의 손잡이를 잡고 왼손은 롱소드의 날을 잡았다.

그녀의 왼손은 롱소드의 날에 베이지 않게 마나로 보호되고 있었다.

데스티나는 마치 짧은 창을 사용하는 것처럼 롱소드를 움직여서 빠르게 앞에 있는 좀비의 얼굴을 찔렀다.

깊게 찌르는 것이 아니라 짧게 찌르면서도 연속으로 찌르는 창술로 데스티나는 좀비들의 얼굴과 목을 찔러서 그들을 무력화시켰다.

좀비들의 공격이 멎자 그녀는 뒷걸음질로 출입구의 계단으로 올랐다.

그녀를 따라서 계단으로 오르려는 좀비들은 전부 데스티나의 검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갑판으로 나간 데스티나는 탈출한 이들이 한쪽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끌려온 곳이 거대한 동굴이라는 사실에 놀란 듯했다.

데스티나는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배의 바깥쪽을 내려다보았다.

벨루드가 타고 있는 낚싯배가 범선의 바로 아래쪽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데스티나 님! 빨리 내려오세요!”

벨루드가 데스티나에게 재촉하자 그녀는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불렀다.

“이제 모두 줄을 타고 내려가 밑에 있는 배로 옮겨 타도록 한다.”

데스티나의 지시에 그들은 밧줄을 잡고 벨루드의 낚싯배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낚싯배에 있던 벨루드는 내려오고 있는 이들을 부축해서 배에 잘 탈 수 있도록 도왔다.

데스티나와 벨루드의 협동으로 모든 이들이 낚싯배로 내려갈 수 있었다.

낚싯배는 이미 허용할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섰지만, 그들을 서로 도와서 겨우겨우 모든 이들을 배를 태우는 데 성공했다.

아까 괴물 문어의 공격으로 낚싯배의 뱃전이 손상된 상태였기에 배에 탄 이들은 더욱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배의 상황을 보던 벨루드는 데스티나에게 소리쳤다.

“데스티나 님! 지금 더는 탈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상관없다! 그들을 데리고 먼저 빠져나가라!”

데스티나의 대답에 벨루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나가도록 하겠다! 벨루드! 저들은 네가 책임지고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도록 해라! 반드시!”

그 말만을 남기고 데스티나는 주환과 카미유를 돕기 위해서 모습을 감추었다.

어쩔 수 없어진 벨루드는 배에 타고 있는 이들을 가까스로 안심을 시킨 다음 지시를 내렸다.

“이제 우리가 다 힘을 합쳐서 여길 나가야 합니다. 지금 배에 실려 있는 노들을 잡으세요. 동굴 안에는 바람이 없으니 노를 저어서 빠져나가야 하니까요. 빨리 시작하죠.”

벨루드의 말에 모두 일사불란하게 노를 잡은 다음 수면에 노를 내리고는 다 같이 노를 저으면서 동굴의 입구로 나아갔다.

* * *

물속에서 거대한 석제 손잡이를 발견한 이온은 그 손잡이에 손을 대 보았다.

손잡이는 단단했으며 지속해서 사용된 흔적이 있었다.

이온은 그 손잡이를 양팔로 감았다.

손잡이가 워낙 컸기에 그녀로서는 그 손잡이를 손으로 잡을 수 없었다.

이온은 손잡이를 붙잡고 헤엄을 쳐 그 손잡이를 돌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손잡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온은 분사구를 노출하고는 제트를 분사해서 추진력을 만들었다.

이온이 온 힘을 다해서 추진력을 만들어 내자 돌이 긁히는 듯한 진동이 물속에서 펴지며 천천히 손잡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번 탄력을 받자 손잡이는 점점 쉽게 돌아갔으며 이온은 그 손잡이를 계속 밀어 더 이상 돌아가지 않을 때까지 돌렸다.

손잡이가 멈추자 이온은 손잡이를 놓아주고는 헤엄을 쳐서 그 공간을 빠져나왔다.

“후아!”

이온은 물속을 빠져나와 주변을 살폈다.

부두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어디에 가신 거지?”

그녀가 나왔을 때 이미 벨루드가 몰고 있는 낚싯배는 동굴의 바깥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온은 몸을 훌쩍 날려서 부두의 위쪽으로 올라섰다.

이온은 몸에 묻어 있는 물을 털어내었다.

이온은 동굴의 안쪽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녀는 분명 안쪽의 석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쾅!

그때 범선의 안쪽으로 폭발음이 들렸기에 이온은 고개를 돌려 범선의 위쪽을 바라보았다.

* * *

촤악!

벨루드가 몰고 있는 낚싯배는 밤바다를 하염없이 나아가 비로소 도빌 워터의 항구에 진입할 수 있었다.

중간에 배가 뒤집어질 뻔한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이들이 협동하여 배가 가라앉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었기에 벨루드는 항구가 보이자 겨우겨우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항구에 도착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벨루드는 점점 가까워지는 항구를 보면서 그러한 걱정을 하였다.

‘이들을 내려주고 바로 데스티나 님 일행을 데리러 가야 하나?’

그렇지만 벨루드는 데스타나의 부탁을 떠올렸다.

[“벨루드! 저들은 네가 책임지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주도록 해라! 반드시!”]

데스티나는 벨루드에게 동굴에서 구해낸 이들의 안위를 온전히 맡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벨루드로서는 데스티나 일행을 도우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곳에서의 싸움을 겪은 그로서는 자신이 그곳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판단할 수 없었다.

벨루드는 배 위에서 바닷바람의 추위에 떨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마음을 굳혔다.

‘그래. 이건 데스티나 님이 나에게 맡기신 임무야. 이 사람들을 꼭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 주어야 해.’

낚싯배가 항구에 도착하자 벨루드는 낚싯배를 부두에 정박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부두에 올라간 다음 타고 있는 이들을 도와 그들이 모두 부두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모두가 부두 위로 올라오자 벨루드는 그곳에 있는 모두가 자신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부터가 문제야. 이제 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려면…….’

벨루드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에게 부탁을 하면…….’

벨루드는 거기까지 생각을 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가 동굴 안으로 들어온 범선을 보았을 때 그는 그 범선이 루퍼트의 소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기는 너무나 싫지만. 만약. 만에 하나 그 범선의 소유가 아버지고 아버지가 이 납치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면 이들을 아버지에게 데려가는 것은 그야말로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벨루드가 고민하고 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왔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벨루드 일행은 놀라서 물러섰다.

“안심하십시오.”

부두로 모인 이들은 바로 도빌 워터의 경비대원들이었다.

전부 다 무장을 한 경비대원들은 진정하라는 듯 앞쪽으로 손을 내밀고는 벨루드 일행에게 말했다.

“납치사건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모두 괜찮으십니까?”

경비대의 대표가 묻자 납치되었던 이들의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리더니 작게 대답이 이어졌다.

“네. 저희들은 괜찮습니다.”

“다행이군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이제부터는 저희들이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도빌 워터 경비대가 책임지고 여러분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비대 대표의 말에 납치되었던 이들의 긴장이 풀어진 듯 그들의 사이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그들은 우르르 경비대원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비대에게 가는 이들을 보면서 벨루드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 저기 잠깐만요!”

그러나 벨루드의 목소리는 그들에게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벨루드가 당황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경비대원들은 납치되었던 이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제 우리 집에 갈 수 있는 거죠?”

기쁨에 싸여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벨루드는 경비대원들의 뒤쪽에서 누군가 자신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았다.

“당신은.”

벨루드에게 다가온 사람은 바로 헤스컴이었다.

“밤 나들이라도 다녀온 겁니까?”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죠?”

“제가 여기 있는 경비대원들을 데려온 거니까요.”

“하마스 교단은 경비대를 움직일 힘이 있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저는 그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신고한 것뿐이니까요.”

헤스컴은 그렇게 말하면서 벨루드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벨루드 씨와 개인적으로 긴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그러니 저를 따라와 주셨으면 합니다.”

헤스컴은 벨루드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 * *

하얀 가면과 주환, 그리고 카미유의 대치 상태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하얀 가면의 로브 안쪽에서 몇 개의 촉수가 더 솟아오르더니 각각 주환과 카미유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얀 가면의 능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주환과 카미유는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주환은 총의 탄창을 살상탄으로 교체하였으며 카미유는 하얀 가면의 손에 잡혀 있는 와이어를 해제하였다.

카미유가 착용하고 있는 건틀릿에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안쪽에서 와이어를 절단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절단 장치가 작동하자 잘려 나간 와이어가 건틀릿을 빠져가면서 카미유와 하얀 가면 사이의 힘겨루기는 끝나고 말았다.

자유로워진 카미유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촉수의 공격을 피했으며 주환은 자신에게 촉수가 닿기 직전 바로 총구를 들어 올려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이 비 오듯 쏟아지자 촉수는 그 탄막을 뚫지 못하고 뒤쪽으로 물러났다.

촉수들은 아까 같은 단발 공격은 쉽게 반응할 수 있지만, 방금 같은 다발의 공격은 모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촤악!

하얀 가면은 여러 개의 촉수를 단번에 펼치더니 그 촉수들이 각각 하나씩 오크통을 붙잡게 하였다.

그리고 그 촉수들을 들고 있는 오크통을 주환과 카미유에게 던져대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그 공격들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오크통들이 박살 나면서 그 안에 들어 있던 기름이 사방으로 튀었다.

주환은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 계속해서 탄환을 퍼부었다.

주환의 공격이 이어지자 하얀 가면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더 많은 촉수를 생성한 다음 그 촉수들의 머리를 위쪽으로 향하게 하면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지금 하얀 가면은 검은색의 단단한 꽃봉오리처럼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주환이 발사한 탄환은 하얀 가면의 촉수에 막혀서 튕겨 나갔지만,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촉수에 탄환이 명중할 때마다 촉수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허공에 흩어져 사라져 가는 것을 주환과 카미유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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