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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68화 (168/182)

168화

한편 부두로 내려간 벨루드는 부두에 정박해 있는 범선을 바라보았다.

범선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만 벨루드는 그 범선이 어쩐지 낯이 익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그때 범선의 위에 있던 좀비가 몸을 내밀어서 벨루드를 노려보았다.

“으아!”

놀란 벨루드가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범선 위에 있던 좀비가 곧바로 부두 쪽으로 착지했다.

벨루드는 좀비를 피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좀비는 마치 네발짐승처럼 네발로 달려서 벨루드를 쫓았다.

“빠르잖아!”

달리는 것으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벨루드는 부두 아래쪽 물로 뛰어들었다.

풍덩!

물에 빠진 벨루드는 한쪽에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낚싯배로 헤엄쳐갔다.

‘여기까진 못 쫓아오겠지!’

벨루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의 오산이었다. 그가 물에 뛰어드는 것을 본 좀비가 망설임 없이 같이 물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좀비는 헤엄을 칠 수가 있었다.

좀비는 헤엄을 치면서 벨루드를 계속해서 추격했다.

“말도 안 돼!”

놀란 벨루드는 더욱더 힘차게 헤엄치면서 속도를 올렸지만, 어느 순간 좀비에게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찌릿!

좀비가 그의 다리를 붙잡자 좀비의 손가락에 달린 갈고리발톱이 끝이 그의 발목을 파고들었다.

“아악!”

헤엄에는 자신이 있는 벨루드였지만 좀비에게 발목을 잡힌 상태였기에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 놔!”

벨루드가 소리쳤지만, 좀비가 놔줄 리는 만무했다.

벨루드의 마음속에 공포심이 커지며 점점 체력이 빠져나가던 그때.

탕!

발포음과 함께 벨루드는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던 좀비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았다.

좀비가 그의 발목을 완전히 놓아주자 그는 정신을 차리고 부두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주환이 총을 겨눈 채로 그를 보며 서 있었다.

주환이 발사한 총알이 좀비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한 것이었다.

좀비는 물에 둥둥 뜬 채로 완전히 행동을 멈추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벨루드는 주환에게 대답하고는 다시 헤엄쳐서 낚싯배 쪽으로 다가갔다.

부두로 내려선 좀비들을 다 처리한 주환 일행은 범선으로 가까이 갔다.

“그럼 나 먼저 올라가 볼게.”

그 말과 함께 카미유는 곧바로 로프를 위로 발사하여 금속 장치를 범선의 위쪽에 건 다음 단숨에 위쪽으로 올라갔다.

“우리는 다른 방향을 찾아보도록 하지.”

데스티나는 그렇게 말하며 범선의 외부를 살펴보았다.

두 사람은 이윽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장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장치는 범선의 옆면에 위아래 방향의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 나무토막들로, 그 나무토막들을 사다리 삼아서 범선의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한 장치를 발견한 데스티나와 주환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범선의 위로 올라갔다.

* * *

범선이 등장하기 전에 물속으로 들어간 이온은 밑으로 계속해서 내려갔다.

가라앉은 괴물 문어의 상태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내려가던 그녀는 비로소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괴물 문어를 발견하였다.

괴물 문어는 움직임이 없었다.

이온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괴물 문어의 촉수 중 하나를 건드려 보았다.

여전히 움직임은 없었다.

이온은 안심하고 괴물 문어를 지나쳐 부두의 밑 부분으로 들어갔다.

그 안쪽에는 괴물 문어가 살고 있던 공간이 있을 터였다.

안으로 들어가던 이온은 예상대로 그 안에 커다란 공간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공간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었다.

‘이 안에 뭔가가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한 이온은 그 공간의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슈욱.

그때 그녀의 뒤에서 물살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온은 몸을 돌렸다.

퍽!

거대한 그림자가 이온을 덮쳤다.

이온을 공격하는 상대는 폭주기관차처럼 그녀를 마구 밀어대었다.

엄청난 힘에 하염없이 밀리던 이온은 자신을 밀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죽은 줄 알았던 괴물 문어였다. 놈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괴물 문어는 이온은 계속해서 밀어붙인 다음 공간의 가장 안쪽에 있는 벽에 그녀를 처박아 버렸다.

쿵!

‘컥!’

이온은 충격에 숨을 내뱉었다.

만약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대로 뭉개질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그렇지만 이온은 그 공격을 버텨냈다.

이온은 양손으로 괴물 문어의 머리를 밀면서 공간을 만들려고 했지만, 상대도 필사적이었다.

아까의 싸움에서 완전히 전투 불능의 상태까지 갔던 만큼 괴물 문어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덤벼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온은 괴물 문어를 밀어내는 것을 멈추고는 자신의 양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목에서 각각 한 자루씩 초진동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온은 곧바로 파괴자 모드로 들어갔다.

그녀의 머리에서 솟아오르는 두 개의 뿔.

이온이 파괴자 모드로 들어가자 양손의 블레이드에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어느 정도 모이자 이온은 그 양손을 내리쳐서 괴물 문어의 머리를 뚫어 버렸다.

이온은 그 상처를 통해서 자신의 에너지를 때려 넣었다.

파직!

이온이 주입한 에너지는 괴물 문어의 온몸을 지나가면서 괴물 문어의 신체 조직을 샅샅이 태워 버렸다.

그 에너지가 괴물 문어의 머리를 통과해 촉수들의 구석구석까지 닿자 이온을 밀어붙이던 괴물 문어는 곧 자신의 공격을 멈추었다.

부욱!

괴물 문어의 입에서 대량의 먹물이 뿜어져 나왔다.

이온은 괴물 문어가 먹물을 뿜고는 그사이에 도망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입에서 먹물을 줄줄 흘리던 괴물문어는 사라지지 않고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방금의 행동은 진정 죽어가는 괴물의 마지막 발악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죽었겠지?’

사방을 가리고 있는 괴물 문어의 먹물이 조금 가라앉기를 기다리던 이온은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자 주변의 공간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온은 지금 있는 공간이 옆면과 바닥은 비교적 울퉁불퉁했지만, 천장 쪽은 깎아낸 듯이 반듯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온은 위쪽으로 올라갔다.

천장에 붙은 이온은 천장에 무언가 아래쪽으로 솟아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그것을 종유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형태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돌을 깎아서 만든 것으로 ‘T’ 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온은 그것이 커다란 손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이 돌릴 수 없는 규모를 가진 손잡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던 존재는 지금 이온의 밑에서 죽어 있는 괴물 문어 하나밖에 없었다.

* * *

카미유가 범선의 갑판으로 올라갔을 때 갑판의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범선의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돛대.

범선의 뒤쪽에는 후미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으며 그 후미에는 범선의 조종타가 위치했다.

조종타를 잡고 있는 이는 없었다.

카미유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것은 후미로 올라가는 계단의 옆에 달린 문이었다.

카미유는 조심히 그 문으로 다가가서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그 안은 선장실로 역시나 그 안에도 아무도 없었다.

선장실 안을 잠시 살피던 카미유가 바깥으로 나왔을 때 그녀는 갑판으로 올라온 주환과 데스티나를 만날 수 있었다.

“위에는 아무도 없어.”

카미유가 그렇게 말하자 데스티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문을 찾았다.

“이 배를 조종하는 이가 없다는 것은 결국에는 우리가 죽인 좀비들이 이 배를 조종하고 있었다는 뜻이로군.”

데스티나가 그렇게 말했지만 주환은 그것을 믿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좀비들이 그렇게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야? 나는 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배를 다루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들었는데.”

“배를 다루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야. 그렇지만 우리가 상대했던 저 좀비들 역시 보통은 아닌 것 같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좀비들이 어느 정도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게 교육을 한 것인지도 모르지.”

카미유의 말을 듣던 데스티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전쟁할 때 그게 바로 위에서 원하던 것이었다. 시체들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왕실의 마법사들이 달려들어도 실패한 일이었는데 어느 누군가는 그것에 성공해 버린 모양이로군.”

“그게 가능하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 지치지도 않고 불만을 느끼지도 않고 심지어 멈추지도 않는 아주 효율적인 노예를 가진 것이니까.”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입구를 찾은 세 사람은 입구의 계단을 통해서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주환 일행은 그 층에 오크통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볼까?”

“우선 안쪽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지.”

일행은 오크통들이 만들고 있는 작은 미로를 통과하여 안쪽으로 더욱더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위치상으로는 범선의 후미 쪽에 있는 곳이었다.

오크통으로 가득 차 있는 선두 쪽과는 다르게 선미 쪽에는 여러 개의 선실이 있었다.

선실들의 문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태로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으며 가장 끝에 있는 선실은 식당으로 쓰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선실들이 있는 곳으로 간 일행은 문이 하나같이 다 자물쇠로 잠겨 있는 것을 보았다.

스윽.

그리고 선실들의 안에서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안쪽에 누군가가 있어.”

주환은 총을 거머쥐면서 그렇게 말했다.

“기척을 보아하니 한두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문이 바깥에서 잠겨 있는 것을 보니 안에 있는 자들은 감금된 상태인 모양이야.”

카미유는 그렇게 말한 다음 손에서 와이어를 늘어뜨렸다.

“내가 열도록 할게.”

카미유는 와이어를 날려서 와이어들이 자물쇠에 감기게 하였다.

우득.

카미유가 손을 움직이자 자물쇠가 박살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선실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선실의 안에 있던 이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두 명씩 쓸 수 있는 좁은 선실의 안에는 네 명의 남녀가 갇혀 있었다.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었으며 문이 열리자 겁에 질려 선실의 한쪽 벽으로 빠르게 물러났다.

“사, 살려 주세요…….”

갇혀 있던 이들 중 한 명이 주환 일행을 향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괜찮다. 모두 진정하라.”

데스티나는 선실의 안으로 들어가면서 겁에 질린 이들을 달랬다.

“우리는 당신들을 구하러 온 것이다.”

데스티나의 말에도 그들은 쉽게 그녀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렇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지금의 상황을 좀 더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인지 그들은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걱정할 것 없다. 어쩌다 이곳까지 끌려오게 된 것이지?”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는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령선이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괴물들이 내려왔어요. 도망치려고 했지만, 괴물들이 너무나 빨라서 도망치지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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