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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66화 (166/182)

166화

푹!

롱소드는 촉수의 위쪽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그것은 롱소드의 날에 마나가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데스티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촉수는 거세게 몸을 뒤틀었지만 데스티나는 로데오를 하는 카우보이처럼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나머지 하나 남은 촉수가 움직여서 데스티나를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부두에 있는 카미유와 주환이 그 촉수를 계속해서 공격했기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데스티나는 온 힘을 다해 롱소드에 마나를 주입한 다음 손잡이만을 잡고 촉수에서 발을 떼었다.

그러자 롱소드에 온전히 데스티나의 몸무게가 실리면서 롱소드의 날이 뻣뻣이 서 있는 촉수를 세로로 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데스티나가 완전히 아래로 내려와 부두에 내려섰을 때 그녀의 롱소드에 잘려 나간 촉수는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카미유가 잘라 버린 촉수가 나무의 밑동만을 남겨두듯 가로로 잘려 나갔다면 데스티나가 자른 촉수는 번개가 나무를 쪼개듯 그야말로 위에서 아래로 두 동강을 내 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촉수를 마무리하고 우아하게 아래쪽으로 내려선 데스티나를 보면서 주환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데스티나. 엄청 강해졌구나.’

어느 순간 데스티나의 전투법은 변화해 있었다.

이전의 전투법이 우직한 기사의 그것이었다면 지금의 싸움법은 초인적인 날렵함과 센스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변화에 가장 희열을 느끼는 것은 바로 데스티나 본인이었다.

마치 모든 세포가 새롭게 교체된 듯 온몸의 감각은 날카롭게 벼려진 명검과 다를 바가 없었고, 언제나 정체된 느낌이 들었던 마나는 지금 야생마처럼 그녀의 온몸에서 날뛰어 댔다.

바닥에 내려선 데스티나는 롱소드를 회전시켜 그 원심력으로 롱소드에 묻은 체액을 닦아냈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촉수를 상대하려고 할 찰나, 갑자기 동굴의 바닥 쪽이 흔들리면서 거대한 무언가가 물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물속으로 들어간 이온은 분사구를 개방하여 물속을 어뢰처럼 잽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온은 물속에서 꾸물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촉수를 따라 아래쪽으로 깊게 잠수했다.

그녀는 그 촉수를 조종하고 있는 본체를 찾아낼 생각이었다.

이온이 아래쪽으로 어느 정도 내려갔을 때 그녀는 촉수와 연결되어 있는 거대하고 둥그스름한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대도 이온을 발견한 것인지 그 존재는 서서히 이온을 향해서 떠올랐다.

그것은 거대한 해골이었다.

그 해골을 처음 보았을 때 이온은 바다 밑에 거인의 시체가 잠들어 있던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 해골은 살아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해골이지만 해골이 아니었다.

그것은 게의 껍데기처럼 어떠한 생물의 겉면을 이루고 있는 단단한 피부 조직이었다.

그 피부 조직의 뼈에 가까웠으며 일부가 크게 벌어져 있었기에 그것을 보고 이온이 거대한 해골이라고 착각을 한 것이었다.

위에서 주환과 데스티나, 그리고 카미유를 상대하고 있는 네 개의 촉수는 바로 그 해골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을 막아서고 있는 괴물 문어의 본체였다.

몸체는 뼈로 둘러싸여 있으며 달린 촉수들은 문어의 그것과 유사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이온은 위험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밖에서 주환 일행과 싸우고 있는 촉수의 수는 네 개.

그 괴물이 문어와 닮았다면 그 괴물이 가지고 있는 촉수는 여덟 개일 터였다.

그 나머지 4개의 촉수는 지금 물속을 유영하며 이온의 주변으로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이온은 괴물 문어의 몸체의 갈라진 틈 사이로 빛을 비추었다.

그 틈 사이는 마치 피부로 된 동굴처럼 보였는데 그 안쪽에는 수도 없이 많은 뾰족한 송곳니들이 돋아나 있었다.

‘저게 바로 괴물의 입이로구나.’

이온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그녀를 포위하고 있던 촉수들이 그녀를 향해서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촉수들이 공격해 오자 이온은 빠르게 움직이며 그 공격들을 피해내었다.

이온은 온몸에 장착된 초진동 블레이드들을 개방하고는 촉수와 촉수들끼리 동선이 엉켜서 쉽게 그녀를 공격할 수가 없도록 움직였다.

슉!

그녀의 근처로 촉수 하나가 지나가자 이온을 빨리 팔을 움직여서 블레이드로 그 촉수를 베어 버렸다.

블레이드의 특수능력 때문에 블레이드의 날이 촉수에 쉽게 박혔지만, 촉수가 워낙 굵었기에 완전히 잘라내는 것을 역부족이었다.

그때 이온은 물살의 방향이 급격히 바뀌는 것을 느꼈다.

이온은 고개를 돌려 괴물 문어의 본체를 바라보았다.

괴물 문어는 자신의 입 쪽으로 바닷물을 세차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온의 몸 역시 그 바닷물을 따라서 괴물의 입 쪽으로 거세게 흘러들어 갔다.

* * *

주환과 데스티나, 그리고 카미유가 부두에서 괴물 문어의 촉수와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수면 밑에서 무언가 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뭐지?”

세 사람은 우선 뒤로 물러섰다.

수면 위로 점점 올라오고 있던 그것은 바로 괴물 문어의 몸통이었다.

“온몸을 뼈로 감싸고 있는 녀석이군.”

괴물 문어의 흉물스러운 모습을 확인한 카미유는 감탄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상대할 생각인가 본데.”

괴물 문어는 수면의 아래쪽에 숨겨두었던 나머지 촉수들을 꺼내 부두를 붙잡고는 자신의 몸을 위쪽으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세 명이 괴물 문어를 동시에 공격하려고 했을 때 괴물 문어의 이마 부분에서 뾰족한 물체가 쏙 하고 솟아올랐다.

주환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그것은 바로 이온의 초진동 블레이드였다.

지금 이온의 블레이드가 괴물 문어의 내부에서부터 바깥으로 뚫고 나온 것이었다.

그것을 본 주환 일행을 공격하기를 멈추었다.

스슥.

괴물 문어의 머리를 뚫고 나온 블레이드는 서서히 움직이면서 마치 환자에게 메스를 댄 의사의 손놀림처럼 괴물의 머리를 갈라 나갔다.

그리고 그 틈이 많이 벌어지자 그 안쪽에서 두 개의 손이 빠져나오면서 그 틈을 좌우로 거세게 벌렸다.

“으아!”

그러면서 그 틈 안에서 이온의 몸이 쏙 하고 빠져나왔다.

“끈적거려!”

이온은 그 틈에서 몸을 반쯤 내민 채로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몸은 괴물 문어의 체액이 잔뜩 묻어서 끈적이는 상태였다.

이온이 괴물의 몸 밖으로 몸을 내밀었을 때 괴물 문어는 그저 몸을 꿈틀거릴 뿐, 더 이상 주환 일행을 공격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이온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틈에서 자신의 몸을 완전히 뺀 다음 괴물의 머리를 미끄럼틀 삼아서 부두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괜찮아?”

주환은 이온이 괴물의 몸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이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달려갔다.

“대체 어떻게 되었던 거야?”

“물속에 들어갔더니 저 괴물이 입을 벌려서 저를 빨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죠.”

“그래서 칼로 안쪽을 다 헤집고 나온 거고?”

“밖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일직선으로 뚫고 나왔는데.”

이온은 고개를 돌려 괴물 문어를 바라보았다.

“저 정도면 죽지 않았을까요?”

이온이 말을 마친 순간 갑자기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괴물 문어가 몸을 들고는 그 큰 입을 벌렸다

“쿠아앙!”

괴물 문어가 입을 벌리자 이온이 물속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엄청난 굉음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괴물 문어는 자신의 남은 모든 촉수를 뻗어서 바닥을 딛고 몸을 고정한 다음 단숨에 몸을 당겨서 앞으로 돌진했다.

지금 괴물 문어는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주환과 이온, 그리고 카미유를 한꺼번에 삼켜 버릴 생각이었다.

그때 주환이 카미유와 이온을 뒤로 물러서게 한 다음 입을 벌리고 있는 괴물 문어를 향해서 총구를 겨누었다.

주환은 아까 유탄을 발사해 괴물 문어의 촉수를 무력화한 다음 다시 유탄발사기를 장전해 둔 상태였다.

퉁!

주환이 방아쇠를 당기고 발사된 유탄은 일직선으로 날아가 다가오는 괴물 문어의 입안 쪽으로 쏙 하고 들어갔다.

펑!

괴물의 입 안쪽에서 폭발음이 들리자 괴물 문어는 입에서 연기를 뿜으면서 얼굴을 위쪽으로 들었다.

“쿠오오!”

그것은 괴물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었다.

우르르.

주환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괴물을 향해서 계속해서 총을 갈겼다.

그리고 주환이 한 탄창을 다 비웠을 때쯤 괴물 문어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면서 완벽히 축 늘어져 다시금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주환 일행은 부두의 끝 부분으로 달려가 몸을 내밀고 수면을 바라보았다.

주환은 여전히 아래쪽으로 총을 겨누고 있었고 나머지들 역시 그 괴물이 다시 올라오는 것을 대비했다.

촤악!

그때 수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있었다.

모두 괴물 문어가 다시 나타난 것으로 생각했지만 수면 위로 나온 것은 바로 사람의 팔이었다.

팔이 튀어나온 다음, 그 팔의 주인이 수면 위로 빠져나왔다.

“벨루드?”

낚싯배에서 물속으로 뛰어든 후 이리저리 헤엄치면서 부두로 다가가려고 했던 벨루드는 괴물 문어가 수면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빠져들 때 그 물살에 휩쓸려 물속으로 잠겼다가 겨우 다시 빠져나온 참이었다.

벨루드는 수영을 하면서 부두를 받치고 있는 기둥 중 하나에 매달렸다.

“너 살아 있었어?”

카미유의 말에 벨루드는 추위에 몸을 떨면서 외쳤다.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아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요!”

“살아 있었다니 다행이네.”

“이런 정신 나간 일인지는 꿈에도 생각 못 했네요.”

벨루드는 위쪽으로 손을 뻗었다.

“저 좀 올려주세요.”

벨루드의 부탁에 카미유는 밑으로 로프를 내려주었다. 벨루드가 그것을 잡자 카미유는 로프를 회수해서 그를 위로 올려주었다.

부두 위로 올라온 벨루드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부두 위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저런 괴물이 돌아다니고 있다니, 도대체 이 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우리도 그걸 알아내려고 하는 참이다.”

괴물 문어가 사라지자 그제야 주환 일행은 부두를 둘러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벨루드. 너는 이런 부두를 들어본 적이 있나?”

“아뇨. 저도 처음 봐요. 굳이 이런 곳에다가 이런 부두를 만들었다면 정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려는 의도는 아니겠죠.”

“이 도시의 경비대원들은 이 부두의 존재를 알고 있던데. 나도 그들에게 힌트를 얻어서 이곳을 찾아낸 거니까.”

“그럼 이 모든 사건에 대해서 이 도빌 워터에 사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 괴물 문어를 보면서 생각을 한 건데…….”

카미유는 부두에서 동굴의 입구 쪽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 괴물 문어는 이 부두를 지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배를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도 같이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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