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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62화 (162/182)

162화

아르테어가 치료소에서 연구에 전념하고 있을 때 치료소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치료소로 들어온 사람은 바로 로즈버드 빌리지의 촌장이었다.

“아르테어 님.”

그의 목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그의 숨은 가빴으며 걸음걸이는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가 아르테어 쪽으로 다가오자 아르테어는 자리에서 일어나 촌장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일이시죠?”

“저기, 그게. 온종일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요.”

아르테어가 촌장에게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권했지만, 촌장은 앉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몸 상태가 돌아오질 않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온몸이 뒤틀리는 것처럼 아파지는 게, 견디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저런.”

아르테어의 목소리에는 걱정하는 빛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에는 송구하지만 아르테어 님이 놔주신 주사를 맞은 다음부터 이렇게 아픕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어서 이후에도 계속 주사를 맞았지만 아픈 것이 사라지질 않아요. 뭔가 잘못된 게 아닙니까?”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이해가 가네요.”

“저뿐만이 아닙니다. 그 주사를 맞은 모든 이가 아파서 일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요. 치료도 좋지만 이러다가는 그 치료가 효과를 보기 전에 다들 아파서 죽을 판입니다.”

“진정하세요. 제 설명을 들으시면 다 이해하실 겁니다.”

아르테어는 그렇게 말하며 능숙하게 촌장은 의자에 앉혔다.

“심호흡하시면 기분이 좀 나아지실 거 에요.”

촌장은 아르테어가 시키는 대로 심호흡을 했다.

“그때 여러분이 감염되었을 때 감염의 중추인 벌레는 꺼낼 수 있었지만, 여전히 여러분의 몸에는 그 흉터가 남아 있습니다.”

촌장은 자신의 입에서 나왔던 그 징그러운 벌레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그 상처는 너무나 강력해서 보통의 방법으로는 치료할 수가 없지요.”

“그럼 대체 어떡해야 하는 겁니까?”

“여러분은 그저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것뿐입니까?”

“네. 진정한 치료가 시작되면 몸의 재구축이 일어납니다. 그 재구축의 과정에서 고통은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어 있죠. 그렇기에 저는 여러분이 겪고 있는 고통은 오히려 아주 좋은 신호로 보고 있어요. 몸의 재구축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그, 그런 건가요?”

“네. 그 재구축이 끝나면 여러분의 몸에 남아 있는 상흔이 사라짐과 동시에 전보다 더한 건강까지 얻을 수가 있죠.”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아르테어의 설명에 촌장은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께 제대로 설명해 드리지 않았던 제 탓이 크죠. 아무리 그래도 고통을 견디시긴 힘드실 테니 진통제를 드리도록 할게요.”

아르테어는 약통으로 가 그 안에서 약들을 꺼내더니 촌장에게 건네주었다.

“이걸 드시면 좀 나아지실 거예요. 그리고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 약을 나누어주도록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아르테어 님 덕분에 벌써 몸이 다 나은 것 같습니다.”

촌장은 아픈 와중에도 환하게 웃으며 진통제를 삼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테어에게 인사를 한 뒤에 치료소의 문으로 다가갔다.

그때 치료소의 문이 열리면서 데미안이 안으로 들어왔다.

데미안을 본 촌장은 데미안에게 인사를 건넨 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를 지나쳐서 치료소를 나섰다.

고개를 돌려 치료소를 나가는 촌장을 바라보던 데미안은 아르테어에게로 다가갔다.

“촌장님의 몸이 좋지 않아 보이는군요.”

“다 치료의 일환이니까요.”

아르테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하면서 약통을 정리했다.

“아르테어 님.”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그 치료라는 것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저는 지금 아르테어 님이 하시고 계시는 치료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치료의 목적은 치료일 뿐이죠.”

“아르테어 님.”

데미안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저는 지금 아르테어 님과 농담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나이츠 빌리지를 이끌면서 그리고 사람들을 도우면서 아르테어 님을 온전히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르테어 님도 저를 의지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데미안 님이 없으시면 아무것도 아닐 존재일 뿐입니다.”

“그런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

데미안은 아르테어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아르테어 님이 사람들에게 2차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셨을 때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저는 감염되었던 사람들에게 어떠한 후속 조치가 필요한지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지경이 되었을 때도 아르테어 님이 어떠한 뜻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그 어떤 감염도 되지 않았던 성전기사단의 단원들에게 그러한 치료를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르테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치료를 받고 임무수행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한 단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상황이에요.”

“좋은 상황이라고요?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군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레브는 어디로 빼돌리셨습니까?”

레브.

원래 비를 쫓는 자의 일원이었지만 실험 때문에 변이체가 된 자.

그는 특수한 음파를 통해서 변이체들을 안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였다.

“제가 그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죽었겠지요.”

“당연합니다. 그런 자는 살아 있을 가치가 없으니까요. 아르테어 님이 저의 뜻에 따르시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아르테어는 그윽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사실을 말씀드릴까요?”

“부탁합니다.”

“모든 건 데미안 님, 당신을 위한 것이에요.”

“저를 말입니까?”

“네. 데미안 님의 꿈. 황제를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시겠다는 바로 그 꿈이요.”

“그 약의 정체는 대체 뭡니까?”

“녹색의 비.”

아르테어의 말에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그 저주받은 물질의 이름이 등장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제가 최대한 정제해서 만든 신물질이죠.”

“아르테어 님. 대체……. 어째서 그런 짓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다 데미안 님을 위한 일. 그리고 녹색의 비는 통제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힘이 되어줄 비장의 수가 될 거예요.”

“그래서 그 약을 가지고 무엇을 하시겠다는 겁니까?”

“황제에게 대항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드는 거죠. 약을 통해 강력한 힘을 얻게 된 무적의 군대를 데미안 님의 손에 쥐여 드리는 거예요.”

“황제…….”

데미안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허수아비 황제 따위는 제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단원들의 충성심도 남 못지않고요. 단원들이 사방으로 나가 성전기사단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기에 민심도 저희 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그런 사악한 물질 따위에 기댈 필요가 없단 말입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아르테어의 눈빛은 사뭇 도발적이었다.

데미안은 아르테어가 그러한 눈빛을 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도망친 황제이지만 황제는 황제입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세상을 돌아다니며 명성을 쌓았지만 그러면서 잃어버린 병력도 상당수이죠. 그렇지만 황제는 영원의 교차점에 숨어 있으면서 자신의 병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어요. 특히나 궁중의 실력자들은 여전히 황제를 따르고 있고요.”

데미안의 아르테어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황제 그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상징성이 있죠. 만약 그들이 다시 이 세상으로 내려온다면 다시금 수많은 이들이 황제를 따르게 될 겁니다. 황제 때문에 데미안 님을 버리고 떠난 데스티나 님의 일을 잊으신 건 아니시겠죠?”

아르테어의 말은 비수처럼 데미안의 심장을 찔렀다.

“데스티나 님은 저를 버린 게 아닙니다. 그저. 데스티나 님은…….”

“아니요. 데미안 님은 버림받으신 거예요. 데미안 님은 인생에서 세 번이나 버림받으셨습니다. 첫 번째는 찾아오지 않은 아버지로부터. 두 번째는 수도를 버리고 도망간 황제로부터. 그리고 데미안 님이 충성을 다한 성전기사단의 단장으로부터!”

아르테어의 말에 데미안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옆에 있는 의자를 집어 들었다.

그러한 모습에도 아르테어는 전혀 겁내지 않았다.

“데미안 님은 언제까지 보답 받지도 못하는 헌신에 매달리실 거죠?”

아르테어의 말에 데미안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그는 들고 있던 의자를 바닥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바닥과 의자가 동시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날보고……. 날보고 대체 어쩌라는 말입니까.”

데미안은 주저앉았다.

“더 강해지면. 더욱더 강해지면 저를 바라봐 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더는 외롭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서 강함을 추구하고 그러한 강함을 손에 넣었는데. 그분은 저를 돌아봐 주시지 않았죠.”

아르테어는 데미안에게 다가오더니 그를 껴안아 주었다.

“데미안 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저는 데스티나 님과는 달라요. 저는 끝까지 데미안 님의 곁을 지켜 드릴게요.”

“그렇지만…….”

“데미안 님.”

이어지는 아르테어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묻어나왔다.

“저는 안 되는 건가요?”

“아르테어 님…….”

데미안은 손을 들어서 아르테어를 껴안았다.

“정말로. 정말로 끝까지 저의 곁에 있어 주실 겁니까?”

“네. 저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데미안 님. 마음을 굳게 먹으셔야 해요. 데미안 님의 말씀처럼 지금 데미안 님의 이름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역사를 보았을 때 황제는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만큼 성장한 인물을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성장한 이가 취할 행동을 단 두 가지뿐이죠.”

아르테어는 데미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그와 눈을 마주쳤다.

“황제의 손에 죽든지. 그렇지 않으면 황제를 쓰러뜨리든지…….”

“아르테어 님.”

“데미안 님. 지금 제 말 진지하게 들으셔야 해요. 지금 이 정착지 안에는 분명 스파이가 있어요. 제가 주의 깊게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내린 결론이에요.”

“뭐라고요?”

데미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저도 몰랐지만, 이 안에 일반 평민으로 위장하고 어딘가로 지속해서 영계통신을 보내는 이가 있어요. 저는 계속 그자를 주시하고 있죠. 그런 자가 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만약 그가 황제의 스파이라면 황제는 지금 데미안 님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사실이라면…….”

데미안은 허탈감과 분노로 자신의 주먹을 꽉 쥐었다.

“데미안 님은 어떡하실 거죠?”

아르테어는 진지하게 데미안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침묵을 하던 데미안은 곧 입을 열었다.

“저는 황제가 다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반드시 그를 쓰러뜨릴 겁니다.”

“마음을 굳히셨군요. 그렇다면 그 스파이는 저희의 봉기가 일어나기 직전에 제가 손을 쓰도록 할게요. 갑자기 그자가 사라지면 황제도 의심을 할 테니까요.”

아르테어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치료소에 딸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데미안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테어를 기다렸다.

자신의 방문을 열고 치료소로 나온 아르테어의 손에는 주사기 한 개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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