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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56화 (156/182)

156화

“무슨 눈치를 말씀하시는지…….”

“이렇게 밤늦게 방에 찾아왔다는 건 의미하는 게 하나밖에 없지 않나요?”

사라가 주환을 끌어당기자 주환은 침대 쪽으로 나동그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사라는 침대로 올라와 주환의 위쪽으로 올라갔다.

주환은 사라가 가진 의외의 완력에 깜짝 놀랐다.

주환이 놀라는 사이 사라는 주환은 덮쳐눌렀다.

“사라 아가씨. 대체 이러시는 이유가?”

“말했잖아요. 이런 밤에 당신을 찾아온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고요.”

“모르겠습니다.”

“나름 신사적이시네요. 그런 식으로 저를 돌려보내려고 하시는 거겠죠?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일은 우리 둘밖에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 말에 주환은 밑에 있는 두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라는 고개를 내려서 주환의 쇄골 쪽에 얼굴을 대었다.

“저는 처음 보았을 때부터 주환 님이 마음에 들었어요.”

“잠깐만요. 당신한테는 프란시스가 있잖아요!”

주환이 그렇게 외치자 사라는 당황한 얼굴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프란시스요?”

“네. 누가 봐도 프란시스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알면서도 당신과 이런 일을 벌일 수는 없는 거죠.”

“프란시스…….”

사라는 약간 멍해진 눈초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프란시스를 제 약혼자 감으로 정해 주셨어요.”

사라의 말에 주환은 프란시스가 자신이 루퍼트에게 신뢰를 받고 있다고 이야기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럼 정작 사라 아가씨는 프란시스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거죠?”

“좋은 사람이죠.”

“그리고요?”

“아버지는 제가 그와 평생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루퍼트 씨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진짜 중요한 건 당신의 뜻이잖아요.”

“그런 건. 사실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을 뿐이에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주환에게로 목을 숙였다.

쿵!

순간 침대가 크게 흔들리면서 그 충격으로 사라는 주환에게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뭐죠?”

주환은 분명 밑에서 데스티나와 이온이 침대를 흔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지진이 아닐까요?”

“지진이라니.”

사라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돌려서 침대의 한쪽에 기대어져 있는 물건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데스티나가 주환의 방으로 가져왔던 롱소드였다.

데스티나가 너무 급하게 침대 밑으로 들어간 나머지 그 롱소드를 챙길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저건…….”

사라의 말에 주환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그 롱소드를 발견하였다.

“아. 저건 제 검이에요. 머리맡에 무기를 놓고 자지 않으면 안정이 되지를 않아서 말이죠.”

주환이 그렇게 말했지만 사라는 그녀가 저택의 복도에서 주환 일행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분명 주환은 장검 종류의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거라면 오로지 서바이벌 나이프 정도.

사라의 기억에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무기를 데스티나가 매고 있는 모습이 남아 있었다.

“으흥.”

사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잡고 있던 주환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그의 침대에서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사라의 태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주환은 몸을 일으키면서 사라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아쉬우신가 보죠?”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사라를 보며 주환은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좀 변덕스러운 면이 있거든요. 오늘은 그냥 돌아가야겠네요.”

사라는 방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주환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사라는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빠져나갔다.

사라가 방을 빠져나가자 침대의 밑에서 데스티나와 이온이 빠져나왔다.

“가셨나요?”

“그래. 갔어.”

“그나저나 이온 너는 대체 왜 여기에 있었던 건가?”

“전 주인님과 다음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죠.”

그때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라 아가씨가 다시 돌아온 모양이야.”

주환의 말에 데스티나와 이온이 다시 침대의 밑으로 숨어들어 가려 했다.

“누구세요?”

주환이 묻자 문밖에서 프란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란시스입니다.”

프란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두 사람은 숨으려는 걸 그만두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문 앞에 서 있는 프란시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이시죠?”

주환이 그렇게 묻자 프란시스는 방 안으로 들어와서 세 사람을 향해 물었다.

“사라 아가씨의 방에 가려다가 소란스러운 것 같아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 차 왔습니다.”

주환은 그가 사라가 없을 때 방을 찾아온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프란시스가 사라와 주환이 같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그가 주환을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별일은 아닙니다. 그냥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이지 의논을 하다 보니 이렇게 밤이 늦어져 버렸네요.”

“그렇군요.”

“이런 늦은 밤에 사라 아가씨 방에는 무슨 일이시죠?”

이온의 프란시스에게 그렇게 물었다.

“사실 사라 아가씨는 몽유병 증세가 있으십니다.”

“몽유병?”

그렇게 중얼거린 주환과 이온은 순간 서로 마주 보았다.

아까 보였던 사라의 이상 행동에 짚이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예전에 사라 아가씨는 몽유병 증세가 있으셨어도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을 하실 수 없었기에 자신의 방 한쪽에서 발견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시종장님이 밤에 주기적으로 방문하셔서 방바닥에 쓰러져 계시는 사라 아가씨를 다시 침대로 올려드리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걸 프란시스, 당신이 대신하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연로하신 시종장님이 그 일을 계속하시는 것도 힘드실 테니까요. 더구나 이제는 사라 아가씨가 걸을 수 있게 되셨기에 아가씨는 가끔 혼자서 이 저택을 떠돌고 계실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아가씨를 다시 방으로 모셔다 드리죠.”

“그렇군요. 확실히 사라 아가씨와 약혼을 하실 사이이니 그런 부분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시는군요.”

주환의 말에 프란시스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누구한테 들으셨습니까?”

주환의 옆에 서 있던 이온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손놀림으로 주환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온의 손놀림에 주환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식사시간에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서요.”

주환이 변명하자 프란시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루퍼트 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모양이군요. 감사하게도 루퍼트 님은 저를 사라 아가씨의 남편감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넌지시 제안을 해주시더군요. 문제는…….”

프란시스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라 아가씨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주환은 아까 사라가 찾아왔을 때 프란시스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같지가 않음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루퍼트 님이 저를 좋게 봐주셔도 남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와 사라 아가씨의 사이를 반대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분이 누구죠?”

“루퍼트 님의 아드님이자 사라 아가씨의 동생인 벨루드 도련님이십니다.”

* * *

“아. 힘들다. 힘들어.”

카미유는 힘차게 노를 저어가면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그녀는 작은 나룻배 하나를 빌려서 혼자 힘으로 노를 저으며 밤바다를 나아가고 있었다.

“힘들어 죽겠네. 연료를 좀 채워야겠어.”

카미유는 그렇게 말하며 나룻배 한쪽에 놓여 있는 술병을 집어 들어 꿀꺽꿀꺽 마셨다.

“휴. 살겠네. 그나저나 내가 어디까지 나온 거지?”

카미유는 도빌 워터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비밀 부두를 찾아서 호기롭게 나룻배를 타고 밤바다로 나왔다.

밤바다를 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카미유는 달빛이 밝았으며 아주 멀리 나갈 생각은 아니었기에 그대로 자신의 계획을 진행하였다.

문제는 그녀가 바다에 전혀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그녀는 파도의 방향이나 밀물, 썰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어느덧 자신도 알지 못하는 곳까지 배가 밀려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미유는 노를 이용해서 상황을 타개하려고 했지만, 파도가 점점 세지고 있었기에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이거 야단났네.”

카미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출발했던 부두가 보이지 않을 만큼 그녀의 나룻배는 멀리 나가 있었다.

“이거 어떡한담?”

잠시 생각에 잠겼던 카미유는 갑자기 노를 나룻배의 안쪽으로 집어넣고는 뒤로 벌러덩 누워 버렸다.

“아으. 생각하기 귀찮아. 잠깐 누워서 머리 좀 식히지 뭐.”

카미유는 누운 채로 잠시 파도의 흔들거림을 느끼면서 휴식을 취했다.

“이렇게 흔들리니까 꼭 해먹에 누워 있는 것 같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카미유는 낙천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면서 파도가 좀 잠잠해지기는 기다렸다.

그러나 파도는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쿵!

그때 나룻배에 충격이 가해지자 카미유는 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룻배가 암초에 부딪힌 것이었다.

다행히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아 나룻배에 손상은 없었다.

일어난 카미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의 옆에는 거대한 절벽이 버티고 있었다.

카미유는 절벽의 옆쪽에 도빌 워터를 감싸고 있는 성벽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히 파도가 그녀를 도빌 워터가 멀지 않은 곳으로 돌려보내 준 것이다.

그렇지만 파도가 그녀의 나룻배를 계속해서 암초들의 사이로 밀어 넣고 있었기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카미유는 빨리 노를 들어 암초들을 밀면서 배를 다시 컨트롤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도 잠시, 강한 물살이 암초 사이로 들어오면서 카미유가 타고 있는 나룻배를 크게 흔들었다.

“앗!”

나룻배가 뒤집어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을 깨달은 카미유는 재빨리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절벽 쪽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절벽에 자라 있는 나무를 비추고 있었다.

카미유는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건틀릿의 검지 끝 부분에서 작은 금속 장치가 발사되었다.

그 장치의 뒤쪽에는 얇지만 튼튼한 끈이 달려 있었다.

금속 장치가 나무에 감겨서 고정되자 건틀릿은 낚싯대의 릴처럼 끈을 감아서 카미유의 몸을 위로 올려주었다.

그리고 그녀나 나룻배에서 떠난 순간 나룻배는 바로 파도 때문에 뒤집혀 버렸다.

줄이 당겨지면서 절벽의 중간에 나 있는 나무까지 올라간 카미유는 절벽에 발바닥을 대고 마치 등반자처럼 자세를 잡았다.

“아. 내 술.”

카미유는 안타깝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뒤집어진 나룻배보다 거기에 실려 있던 술이 더 아까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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