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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53화 (153/182)

153화

한편 이온의 싸움은 주환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이온은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던 4명의 좀비를 상대했다.

그중 가장 먼저 이온의 공격을 받았던 좀비는 별다른 타격 없이 무리에 복귀한 상태.

그리고 나머지 좀비 중 두 마리가 동시에 뛰어오르면서 이온을 향해서 갈고리 손톱을 휘둘렀다.

그 좀비들은 잘 훈련된 곡예사처럼 놀라운 몸놀림을 보여주었지만 이온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들이 뛰어오르자 이온 역시 같이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양손으로 좀비들의 얼굴을 하나씩 잡았다.

얼굴을 잡힌 좀비들은 버둥거리면서 갈고리발톱으로 이온을 찍었지만, 그녀의 피부에 있는 나노머신이 그 공격을 방어했다.

이온은 그들의 얼굴을 잡고 물구나무를 선 자세에서 단숨에 바닥으로 낙하했다.

쾅!

가장 먼저 바닥에 닿은 것은 두 좀비의 머리였다.

바닥에 처박힌 충격에 두 좀비의 머리는 마치 깨진 수박처럼 박살이 나 버렸다.

남은 좀비는 두 마리.

그들 중 한 마리는 마치 네발짐승처럼 달려와 이온의 다리 쪽을 공격했다.

그렇지만 그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온이 그의 머리를 잡은 다음 얼굴에 무릎 차기를 날렸기 때문이었다.

이온의 무릎 쪽에는 초진동 블레이드가 나와 있었기에 그 블레이드는 좀비의 이마를 관통해 있었다.

머리를 관통당한 좀비가 스르르 쓰러지자 이온은 다리를 올려 찍어 차기로 쓰러진 좀비의 머리를 확실하게 박살 냈다.

남은 것은 한 마리.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남은 한 마리는 반드시 그 자리에서 도망갔겠지만, 좀비에게 그런 판단 능력은 없었다.

남은 한 마리는 이온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발차기?’

주환에게 발차기를 날린 좀비도 그랬지만 좀비의 공격법은 대부분 본능에 의지하는 것으로, 기술적인 면이 필요한 발차기 공격을 하는 좀비는 거의 없었다.

이온은 좀비의 다리를 붙잡은 다음 그 좀비의 몸 자체를 몽둥이처럼 휘둘러서 골목의 벽에 처박았다.

콱!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부서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골목 안에 울려 퍼졌다.

그 공격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습격했던 좀비들 중 그 누구도 다시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휴우.”

좀비들이 다 정리되자 이온은 바로 주환에게 달려갔다.

마침 주환 역시 모든 좀비를 쓰러뜨린 상황이었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응. 난 괜찮아. 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골목의 입구 쪽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무슨 일이야!”

소란스러움을 들은 경비대가 달려온 모양이었다.

“빨리 빠져나가자.”

“하지만 경비대에게 상황 설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주환은 이온의 손을 잡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반대쪽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주환은 경비대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저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체포되는 겁니까?”

“그것보다 더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불길할 정도로 창백하고 생기가 없어 보이는 경비대원들의 모습이 주환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주환은 우선 경비대와 접촉하는 걸 피하고자 이온을 이끌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 * *

서로에 대한 정보를 나눈 데스티나와 카미유는 인어의 주방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부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두에 도착한 두 사람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검은 색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데스티나는 등에 메고 있던 은말뚝 발사기를 꺼내서 카미유에게 내밀었다.

“왜?”

카미유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유를 물었다.

“루카는 이것을 나에게 주었고, 이제는 내 소유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건 원래 당신 거니까. 원한다면 돌려주도록 하지.”

“괜찮아.”

카미유는 데스티나가 내민 은말뚝 발사기를 손으로 밀어 거절 의사를 밝혔다.

“나는 이제 필요가 없는 물건이야. 당신이 써도 아무 상관 없어.”

“그럼 고맙게 받도록 하지.”

데스티나는 은말뚝 발사기를 다시 등에 메면서 입을 열었다.

“당신은 그럼 루퍼트 씨를 감시할 생각인가?”

데스티나의 물음에 카미유는 담배 연기를 내뱉은 뒤 대답했다.

“그래야지. 그렇지만 루퍼트를 직접 감시할 생각은 없어.”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런 상황에 당신들이 나타난 건 루퍼트가 확실히 수상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신호이긴 하지만 반대로 내 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

“어째서지?”

“당신들이 그곳에서 계속 수색을 하면 루퍼트는 당신들의 눈이 무서워서 행동에 나서지 않을 테니까. 루퍼트가 행동을 취했을 때가 내가 증거를 잡기 좋은 타이밍이거든.”

“확실히 그렇군. 그렇다면 우리가 서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

그러자 카미유가 웃으면서 데스티나와 어깨동무했다.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우리는 꽤 좋은 협력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에게 뭘 원하지?”

“당신들은 지금 루퍼트의 저택에 머물고 있으니까 그곳에 있으면서 내부에서 정보를 수집해 줘. 내가 직접 가볼 수도 있지만 나까지 끼어들면 루퍼트는 소라게처럼 소라 속으로 쏙 들어가서 완전히 본심을 숨겨 버릴 거야.”

“그럼 당신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만약 그 유령선이 이 도빌 워터에도 출몰한다면 나는 당신들이 찾고 있는 전령도 그 유령선에 끌려간 게 아닌가 싶어. 그 미치광이가 바다괴물에게 끌렸다고 이야기했다면서. 그 미치광이가 유령선을 봤다면 그걸 바다괴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유령선을 바다괴물로 이야기했다라.”

“미치광이니까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나는 이쪽에서 계속 잠복을 하면서 그 유령선을 찾아볼 거야. 그 전령이 정말로 유령선에 끌려갔다면 그 유령선을 찾아낸 순간 단서를 찾을 수 있겠지. 그런 단서가 있으면 당신들에게 알려주도록 할게.”

“서로 어떻게 연락할 건가?”

데스티나의 물음에 카미유는 곰방대로 인어의 주방 위쪽을 가리켰다.

“저 위쪽은 여관이야. 저곳에 방을 얻어놨거든. 서로 연락할 필요가 있으면 저곳으로 사람을 보내줘. 나 역시도 급한 연락이 있으면 루퍼트의 저택으로 갈 테니까.”

“알겠다.”

서로 협력할 것을 약속한 뒤 카미유는 데스티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행운을 빌어. 친구.”

“벌써 친구라고 부르는 건가.”

그러나 데스티나 역시 카미유가 싫지는 않았는지 협력의 뜻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 * *

좀비들을 쓰러뜨린 뒤 주환과 이온은 골목을 빠져나와 루퍼트의 저택의 근처까지 이동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안전한 것 같아.”

주환이 걸음을 멈추자 이온은 뒤를 돌아보았다.

“쫓아오는 사람들은 없어요.”

“그렇네.”

주환이 땀을 닦으며 그렇게 말하자 이온은 그를 향해서 물었다.

“그들은 대체 뭐였을까요?”

“좀비였던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그런 좀비는 처음 봐.”

“보통의 좀비보다 훨씬 월등한 신체능력을 갖추고 있었어요.”

“신체 능력도 신체 능력이지만…….”

주환과 이온은 루퍼트의 저택을 향해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주환은 그 좀비들을 상대하면서 세 가지의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첫 번째, 좀비들은 누더기를 입고 있었지만 전부 같은 종류의 옷을 입고 있었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금속 재질의 재갈과 갈고리 손톱은 인간이 그것을 설치해 주지 않은 한 좀비들 스스로 가질 수 없는 물건이라는 사실.

즉 주환은 그 좀비들을 뒤에서 부리고 있는 이의 존재를 느꼈다.

두 번째, 좀비를 습격자로 삼았음에도 좀비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 전염의 가능성을 없애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좀비의 손톱이나 이빨은 금속제 도구로 인해서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주환은 감염의 위험을 느끼지 않고 그들과 근접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부러 좀비를 약하게 만든 건 무슨 이유일까?’

그리고 가장 큰 물음.

그들은 대체 왜 두 사람을 습격한 것일까?

“그 좀비들의 목적은 뭐였을까요? 평범한 좀비가 아니라면 분명 원하는 게 있었을 텐데요.”

두 사람은 그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주환과 이온이 루퍼트 저택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다른 방향에서 올라오고 있던 데스티나를 만날 수 있었다.

“데스티나.”

“우연이로군.”

주환과 이온과 만난 데스티나는 두 사람을 불러 세웠다.

“잠깐 이야기할 게 있다.”

데스티나는 주환과 이온을 부른 다음 자신이 인어의 주방을 나선 이후의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주환과 이온은 카미유의 정체에 대해서 놀랄 수밖에 없었지만, 그녀가 꺼낸 유령선의 이야기 역시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정보였기에 진지하게 데스티나의 말을 경청했다.

“이젠 너희 차례다.”

주환과 이온은 자신들이 하마스 교단에서 겪었던 일과 골목에서 습격당한 일을 데스티나에게 들려주었다.

“모든 단서에 루퍼트 씨가 연결되어 있군.”

“맞아.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저 저택에 들어간다는 건.”

“그야말로 호랑이 입속으로 제 발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거네요.”

이온의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돌려서 근처에 서 있는 루퍼트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호랑이 입이든 호랑이 굴이든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루퍼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프란시스는 이 일에 얼마나 엮여 있는 걸까?”

“그걸 알 수가 없으니까 우선은 프란시스 앞에서는 말을 좀 아끼는 게 좋겠어. 슬슬 약속한 시간이 된 것 같으니 들어가 보자고.”

주환은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을 이끌고 루퍼트의 저택으로 갔다.

* * *

“어서 오세요.”

이번에 세 사람을 맞이한 것은 시종장이 아니라 바로 프란시스였다.

프란시스는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내면서 주환에게 물었다.

“수색의 결과는 좀 나왔습니까?”

주환은 밖에서 일행과 이야기한 것이 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크게 얻은 것은 없네요. 알게 된 게 있으면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죠.”

주환은 프란시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거리낌이 느껴졌지만, 그의 과거를 알고 있었기에 무작정 그를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시군요. 그럼 저녁 식사라도 같이하시면서 앞으로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군요.”

“저희도 그러면 좋겠지만…….”

주환이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은 이 도시에서 나오는 해산물들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하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인지는 알겠습니다.”

프란시스는 금방 감을 잡았다.

“식사를 위해 준비되는 재료는 제가 따로 도시의 밖에서 구해오는 것들입니다.”

“그것참 다행이네요.”

프란시스의 말에 주환은 안도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저 역시 이곳에서 나는 음식을 먹자니 곤혹이더군요. 그리고 몸이 안 좋으신 사라 아가씨가 그런 음식을 드신다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직접 재료들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프란시스의 말에 데스티나는 그가 사라를 위해서 굉장히 지극정성이라고 생각하였다.

“우리는 프란시스 당신의 부탁으로 온 것이긴 하지만 당신 역시 이곳에서는 식객의 입장. 당신은 우리를 반기겠지만 루퍼트 씨는 우리를 그다지 달가워하지는 않더군.”

데스티나의 말에 프란시스는 그들을 안쪽으로 안내하면서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루퍼트 씨를 찾아온 전령이 사라졌으니 루퍼트 씨 입장 자체가 곤란해진 면이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여러분을 이곳으로 부른 것은 제 독단적인 결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루퍼트 씨를 설득하고 있는 처지죠.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저는 이곳에서 생각보다 신뢰를 받고 있거든요.”

세 사람을 손님방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 프란시스는 손님방의 문들을 가리키며 그들에게 말했다.

“여기가 손님방이 있는 곳이니 원하시는 방들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방은 많으니 1인 1실을 쓰시는 것도 가능하죠. 그럼 짐을 푸신 다음 식당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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